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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217화 (217/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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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영은 이른 아침부터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다. 지방 촬영이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사극에 출연하는 걸 원치 않았는데 소속사에서 억지로 밀어 붙여서 어쩔 수 없이 영화 촬영을 했는데 그 마지막 촬영이 바로 오늘 있었다.

안동에서 힘들게 그 영화 촬영을 끝내고 서울로 올라 온 한혜영은 곧장 소속사로 갔다. 안 그래도 그녀도 할 말이 있었는데 소속사 대표가 그녀를 보자고 한 것이다.

“혜영아. 그 동안 고생했다.”

“네. 뭐..... 영화가 흥행에 성공해야 할 텐데. 그게 걱정이네요.”

“천만 감독 윤필모 감독에다 너까지 출연했는데 당연히 흥행이야 되겠지. 참 그리고 이거.....”

한혜영이 소속 된 레인보우 엔터테이먼트의 대표 정영구가 그녀 앞에 새로운 대본을 하나 내밀었다.

“이번엔 액션인데.....”

한혜영은 자신이 무슨 돈 버는 기계도 아니고 영화 촬영하나 끝냈더니 바로 새로운 영화 대본을 건네는 소속사 대표가 당연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레인 보우 엔터테이먼트 대표 정영구가 건네는 대본을 받지도 않고 그냥 멀뚱히 쳐다만 봤다.

“혜, 혜영아.”

대본을 들고 있던 정영구의 손이 무안해 할 때 한혜영이 말했다.

“재계약은 하지 않겠어요.”

“뭐?”

정영구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러든 말든 한혜영은 자신의 할 말을 다 했다.

“어차피 다음 달 계약 해지 될 테니까 지금부터 정리에 들어가는 게 좋겠어요. 제 매니저와 코디는 제가 데리고 갈게요. 그리고 소속사 스케줄도 이번 달까지만 소화하겠어요. 그러니까 다음 달부터는 스케줄은 다 취소하거나 잡지 말아 주세요.”

“뭐, 뭐라고?”

정영구의 코가 벌렁거렸다. 그가 제대로 화가 났단 소리였다.

“너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냐? 너 무명 때부터 지금까지 키워 준 게.......”

“그런 사람이 어제 사람들을 보내서 날 납치하려 했어요?”

평소와 다르게 한혜영도 가만있지 않았다. 어제 일 때문에 그녀가 단단히 화나 있었던 것이다.

“그, 그건....... 네가 좋게 말로 하니까 말귀를 못 알아들어서..... 아 그래. 내가 시켰다. 그러니까 좋게 말로 할 때 재계약 했었어야지.”

정영구는 뻔뻔하게도 자신이 사주한 걸 순순히 시인했다.

“뭐, 뭐라고요? 당신 진짜..... 하아. 더 얘기 할 것도 없어요. 당장 계약 해지해요. 안 그럼 어제 일로 당신을 콩밥 먹게 해 줄 테니까.”

“당신? 콩밥? 이 년이 사람을 정말 띄엄띄엄 보네. 야! 밖에 상수 있으면 들어 와 봐.”

정영구의 외침에 밖에 있던 건장한 남자 하나가 사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이름은 안상수로 정영구가 올해 새로 구한 매니저였다. 하지만 그는 매니저라고 보다는 조폭에 가까웠다.

매니저 일은 전혀 하지 않는 대신 안상수는 밑에 조직원 5명을 데리고 있으며 정영구의 지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나서서 해결했다. 그 덕분인지 레인보우 엔터테이먼트 안에서 대표인 정영구의 말을 거스를 간 큰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되었다.

“찾으셨습니까? 사장님.”

안상수가 사장실에 들어와서 정영구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그런 그에게 정영구가 기가 차다는 얼굴로 물었다.

“우리 회사 간판인 한혜영이 여길 뜬단다. 어째야겠냐?”

“그건 조직에 대한 배신 아닙니까? 배신자를 그냥 둘 순 없죠.”

“조직이라뇨? 당신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안상수의 가당찮은 말에 한혜영이 발끈 할 때 사장실 안으로 인상 더럽게 생긴 남자 세 명이 더 들어왔다. 그리고 한혜영 앞에 정영구가 새 계약서를 꺼내 놨다.

“너 여기 사인하기 전에 이 방 밖으로 못나간다.”

“뭐라고요?”

한혜영이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정영구를 쳐다 볼 때 그가 태연히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안상수를 보고 말했다.

“오늘 해결 봐. 안 되면 저거로 동영상이라도 찍어.”

정영구가 사장실 안에 있던 카메리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 말에 안상수를 비롯한 사장실 안의 3명의 남자들 얼굴이 기묘하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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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구가 휑하니 사장실을 나가자 안상수가 먼저 사장실 문을 잠갔다. 그리고 세 남자들이 한혜영 주위로 모여들었다. 그걸 보고 아무리 대범한 성격의 한혜영이라도 겁을 집어 먹지 않을 수 없었다.

“지, 지금 뭐하려는 거야?”

그때 안상수가 말했다.

“일단 핸드폰부터 압수해.”

그 말에 떨어지기 무섭게 세 명의 남자들이 한혜영에게 달려들어서 그녀를 제압하고 그녀의 수중에 있던 핸드폰을 뺏었다.

“아악. 이거 놔.”

그때 안상수가 카메라를 들고는 세 남자로부터 발버둥을 치고 있던 한혜영에게 다가왔다.

“요즘 세상 참 좋아졌어. 이런 카메라로 동영상도 촬영할 수 있고 말이야.”

안상수는 카메라를 동영상 기능으로 바꿔서 한혜영을 찍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말했다.

“좋게 말할 때 계약서 사인 해. 안 그럼 어쩔 수 없이 이걸로 네 동영상을 찍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밖에 없어.”

“지, 지금 이러고도 너희들이 무사할 성 싶어?”

“무사하지 않으면? 아아.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어디 해 봐. 네 동영상 인터넷에 쫙 뿌려 버릴 테니까.”

“뭐?”

“벗겨!”

“아, 안 돼!”

“늦었어. 뭐 어차피 사인했어도 이러려고 했지만. 뭐해? 어서 벗기지 않고.”

“아악!”

찌이익!

남자 세 명이 한혜영의 블라우스와 치마를 거칠게 잡아 뜯었다. 그러자 한혜영의 속살이 드러났고 그걸 본 세 짐승들은 더 흥분해서 날 뛰었다.

“그, 그만. 계약서에 사인할게요. 그러니까 제발 이러지 말아요.”

세 짐승들 앞에서 한혜영은 나약한 여자 일뿐이었다. 결국 그녀가 먼저 백기를 들었지만 그들은 거침없이 한혜영의 옷을 찢어 발겼다.

찌이익! 후두두둑!

“아아아악!”

한혜영이 목 놓아서 비명성을 내질렀지만 그녀를 도우러 오는 손길은 없었다. 분명 사장실 밖 사무실에 사람들이 있을 텐데 말이다.

한혜영은 그제야 멍청하게 자기 발로 여기에 기어들어 온 걸 후회했다.

‘내가 미쳤지.’

어제 그 일을 겪고도 정영구란 인간을 믿은 게 잘못이었다. 그래도 같이 해 온 시간이 있어 정 대표와 만나 좋게 얘기하고 끝내려 한 게 실수였다. 애초에 법적으로 처리 했었어야 했다.

“아, 안 돼!”

세 짐승의 거친 손길이 한혜영의 브래지어를 뜯어냈다. 그리고 그녀의 팬티까지 다 쥐어뜯었다.

찌익!

“흐흐흐흐!”

그리고 그 장면을 안상수가 신이 난 얼굴로 카메라에 동영상으로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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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무지개 빌딩 13층으로 무사히 텔레포트 했다.

“저기로군.”

레인보우 엔터테이먼트 간판이 보이자 현수는 곧장 그쪽으로 들어갔다. 그때 안내데스크에서 웬 여자가 현수를 붙잡았다.

“어떻게 오셨죠?”

“네. 한혜영씨 보러 왔습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그러곤 안내데스크에서 사무실 안으로 전화를 걸었다. 현수는 잠시 황당한 시선으로 그런 그녀를 쳐다보았다.

다른 때 같으면 곧장 한혜영의 소속사 사무실 안으로 쳐들어갔을 현수였다. 하지만 이게 또 연약한 여자가 그의 앞길을 가로 막다보니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고 머뭇거렸는데 그때 현수의 예민한 귀로 한혜영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현수가 곧장 사무실로 들어가려 하자 그걸 또 안내데스크의 여자가 못 들어가게 막아섰다.

“안 돼요. 못 들어가요.”

“안에서 비명 소리 안 들립니까? 한혜영씨에게 문제가 생기면 당신이 책임 질 거예요?”

현수의 그 말에 안내데스크의 여자가 움찔했다. 그 사이 사무실 안에서 한혜영의 비명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 순간 현수도 이성을 잃었다.

“비켜!”

홱!

“아아악!”

현수가 밀치자 안내데스크의 여자가 맥없이 옆으로 나가 떨어졌다. 그 사이 현수가 문을 열려 했는데 안에서 잠겨 있었다.

쾅!

현수는 바로 발로 닫혀져 있던 문을 걷어찼다. 그러자 출입구 문이 활짝 열렸고 현수가 안으로 들어섰다.

사무실 안에는 직원들이 몇 명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사장실 안에서 울리고 있는 한혜영의 비명 소리를 못 들은 척하고 있었다.

“너 뭐야?”

그때 건장한 남자 둘이 현수에게 다가왔다. 현수는 그들은 무시하고 곧장 사장실로 향했다.

“어딜!”

하지만 그 둘이 재빨리 현수를 붙잡았다.

“놔라.”

현수가 그런 그 둘에게 경고성 발언을 하자 오히려 둘이 피식 거리며 웃었다.

“이 미친 새끼 봐라?”

“어디서 뒈지려고....”

그때 현수가 정면의 녀석의 얼굴에 머리를 박았다.

쿵!

동시에 옆에서 그의 팔을 잡고 있던 녀석의 얼굴에 주먹을 먹였고 말이다.

퍽!

보는 눈이 있은 터라 현수는 내공은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버럭 소리쳤다.

“씨발. 나가. 다 죽여 버리기 전에.”

현수의 목소리에 진득한 살기가 담겨 있었기 때문에 그 소리를 들은 보통 사람들은 덜컥 겁에 질릴 수밖에 없었다.

후다다다닥!

사무실 안에 있던 레인보우 엔터테이먼트 직원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눈치껏 사무실 밖으로 튀어나갔다.

“당신 뭐야?”

그때 탕비실에서 정장을 잘 차려 입은 중년 남자가 나오더니 현수를 째려보며 물었다. 그 사이 현수에게 맞은 두 건장한 남자들이 몸을 일으켰다. 그런 그들을 보고 중년 남자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병신 새끼들. 덩치가 아깝다. 그러고 내 돈으로 꼬박꼬박 고기 사먹고 술 쳐 마셨겠지. 빨리 잡아서 내 앞에 무릎 꿇려.”

그 말에 두 건장한 남자들이 다시 현수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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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자신을 깔보는 시선으로 쏘아보며 그에게 맞아 쓰러진 녀석들에게 쓴 소리를 내뱉는 자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더불어 이제 더 보는 눈도 없으니 자기에게 덤비는 자들에게 손속의 사정 따윈 봐 줄 필요가 없었다.

휘리릭!

현수의 몸이 회전했다.

퍼퍽!

뒤이어서 그의 돌려 차기에 안면을 강타 당한 두 녀석이 해머로 얼굴을 강타 당한 듯 픽픽 쓰러졌다. 내가중수법이 가미된 발차기에 얼굴을 맞았으니 이미 뇌가 곤죽이 되었을 터였다.

“헉!”

그걸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중년 남자.

“아아악!”

그때 사장실 안에서 한혜영이 외치는 비명소리가 극에 달했다.

“일루와.”

현수가 손짓을 하자 중년 남자가 오히려 뒷걸음질을 쳤다.

파팟!

오라는 데 안 오니 어쩌겠는가? 현수가 가야지. 현수가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중년 남자의 머리끄덩이를 잡아챘다.

“아악!”

중년 남자가 비명을 내질렀지만 그 비명소리는 사장실 안에서 질러대는 한혜영의 비명소리에 바로 묻혔다.

현수는 중년 남자를 끌고 사장실로 향했다.

철컥!

사장실은 안에서 잠긴 상태였다. 현수는 바로 발을 들었고 그의 발에 내공이 가미되었다.

쾅!

현수의 발길질에 문짝이 뜯겨져서 안으로 넘어갔다.

쿵!

그리고 그 요란한 소리에 안에서 아주 요상한 동영상을 촬영 중이던 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사장실 입구 쪽으로 집중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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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사장실 안의 상황을 보고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리고 일단 머리끄덩이를 잡고 있던 중년 남자부터 안으로 던져 넣었다.

“아이쿠!”

그러자 중년 남자가 사장실 책상에 부딪쳐서 벌러덩 자빠지며 비명을 내질렀다. 그때 막 한혜영의 마지막 남은 팬티를 뜯어내고는 그녀를 팔 다리를 제압하려던 세 남자들이 갑작스런 현수의 등장에 불편한 기색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씨팔!”

“누구야?”

더불어 군침을 삼키며 촬영 중이었던 안상수는 그의 돈줄이자 이 회사 사장인 정영구가 바닥에 나 뒹굴고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라며 그쪽으로 뛰어갔다.

“사장님!”

현수는 그 소리를 듣고 자신이 중년 남자를 잘 잡아서 잘 끌고 들어왔다는 생각을 했다.

“현, 현수씨!”

소파 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한혜영의 두 팔로 자신의 상체를 가리고 두 다리를 최대한 오므린 체 현수의 이름을 불렀다.

현수는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머리에 뚜껑이 확 열리는 느낌이었다. 감히 자신의 여자를 저렇게 만들어 놓은 자들에 대한 분노가 극도로 치밀어 올랐다.

“으으으으! 이거 놔!”

그때 쓰러졌던 정영구가 안상수의 부축을 받고 몸을 일으키자 신경질을 부렸다. 그리곤 현수를 손가락질하며 외쳤다.

“저 새끼 죽여. 빨리.”

정영구의 외침에 안상수를 비롯한 3명의 인상 더럽게 생긴 녀석들이 바로 움직였다. 그걸 보고 현수가 상태창을 열었다. 단매에 저들을 때려 죽이는 건 현수에게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한혜영에게 보여 줄 순 없는 노릇이었다. 현수의 눈앞에 홀로그램 창이 떴다.

현수는 보유중인 마법 중에서 수면 마법을 한혜영에게 사용했다.

“슬립(Sleep)!”

그러자 소파 위에서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몸을 웅크리고 있던 한혜영이 그 자세 그대로 고개를 푹 숙인 체 깊게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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