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컵 -->
“............어지간해야지. 이거 너무하는 거 아닙니까? 이 방송 나가면 우리 주영이 얼굴이 뭐가 됩니까?”
“압니다. 아는데 강현수씨가 운이 좋은 걸 어쩝니까? 축구 실력에서야 이주영씨를 따라 갈 수 있나요. 그리고 뒤로 갈수록 축구 기술을 요하는 게임이 많으니까 이주영씨가 이길겁니다. 또 마지막엔 뒤집기 최종 승부가 있잖습니까?”
“뭐 그렇긴 하지만......어째든 최종 승자는 저희 주영이가 되어야 합니다.”
“네. 그렇게 될 테니까 염려 마십시오.”
현수는 그 얘기를 듣고 ‘이거 봐라?’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시청률을 가장 중요시 여기는 예능방송의 PD 고충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토요일이 좋다 PD와 달리는 사람들 현장 PD 모두 현수가 이렇게 축구 게임을 잘할 줄 몰랐을 테니 말이다.
보아하니 후반으로 갈수록 게임 미션이 편파적으로 흐르게 생겼다. 그걸 현수가 뒤집고 방송이 의도하던 바를 엉망으로 만들 생각은 없었다.
현수야 백성조와 한 계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예능에 출연한 건데 굳이 방송 관계자들에게 민폐를 끼칠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주영은 달랐다.
‘이 새끼가.....’
자기가 못한 걸 가지고 그걸 에이전시에게 꼰질러서 PD까지 곤란하게 만들고 말이다.
‘이 놈을 어떻게 골려 먹지?’
참고로 이주영과 현수는 동갑이었다. 생일은 현수가 더 빠르니까 반말 쯤 해도 상관없었다.
“자. 촬영 재개 합니다.”
점심 시간 후 30분의 휴식을 취한 달리는 사람들 MC들과 게스트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이고 오후 촬영이 시작 되었다.
“자. 3번째 미션은 뭡니까?”
조재석의 물음에 달리는 사람들 현장 PD가 미션 종이를 건넸다. 그걸 조재석이 읽었다.
“그라운드에 콘을 세워 놓고 일정 거리를 왕복하며 민첩성과 유연성을 키우는 코디네이션 훈련에 실시합니다. 순서에 따라 가장 빨리 들어오는 팀이 이기게 되겠습니다.”
잔디 위에 콘이 양쪽에 놓이고 양 팀은 순서를 정하느라 분주했다. 청팀과 백팀 모두 제일 처음은 여자 게스트가 뛰고 맨 마지막엔 현수와 이주영이 배치가 되었다.
“준비하시고. 삑!”
시작과 동시에 양 팀 여자 게스트들이 공을 몰고 콘을 지나쳤다. 하지만 축구공이란 걸 거의 차 본적도 없는 여자들이 공을 몰고 지그재그로 콘을 통과 하는 게 쉬울 리 없었다.
그 과정에서 공이 딴 쪽으로 굴러 가고 엎어지고 난리 법석을 떨었다. 그러다 점차 남자들에게로 공이 넘어 가면서 제법 속도가 나왔다.
남자 게스트 중에 축구를 좀 해 본 게스트가 있는 백팀이 약간 앞서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주영이 공을 잡았다.
휙! 휙!
이주영이 제법 빠르게 공을 드리블 하다 콘을 통과했다. 그걸 보고 다들 탄성을 내질렀다.
그런데 그때 현수가 공을 잡고 드리블을 시작하자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
“빠르다.”
휘휘휘휙!
현수는 금방 이주영을 따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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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가 빠르게 뒤쫓아 오자 이주영도 빠르게 발을 놀렸다. 그러면서 거의 팽팽하게 둘이 공을 몰고 결승선으로 갈 때였다.
“헉!”
갑자기 이주영의 다리가 삐끗하더니 털썩 쓰러졌다. 그 사이 현수가 결승선을 통과했고 말이다.
“우와아아아!”
이긴 청팀은 진줄 알았다 그걸 뒤집었으니 다들 기뻐서 난리가 났다. 반면 백팀은 분위기가 싸했다. 특히 결승선 앞에서 쓰러진 이주영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는데 그때 백팀에 있던 서유희가 괜찮다며 이주영 옆에 다가가서 위로를 했다.
현수는 한쪽에서 그런 이주영을 보고 피식 웃었다. 이주영이 쓰러진 건 현수가 그의 다리에 홀드 마법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다리가 굳었고 뭔가에 걸린 듯 맥없이 쓰러졌던 것이다.
3연패를 한 백팀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또한 달리는 사람들 현장 PD의 얼굴도 굳었고 말이다.
‘이거 살살해야겠는데.’
그래서 현수는 4번째 미션인 헤딩 많이 하기 게임에서는 일부러 못하는 척했다. 이때 이주영은 악을 쓰며 헤딩을 해서 결국 백팀이 이겼다. 덕분에 촬영장 분위기도 급격히 좋아졌고 말이다.
“자. 이제 마지막 최종 미션입니다. 앞에서 지더라도 최종 미션에서 승리하면 최종 우승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끝까지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달리는 사람들 축구 편의 최종 미션은 승부차기였다. 골키퍼가 바로 현수와 이주영이고 나머지 MC들과 게스트들이 돌아가며 공을 차서 골을 많이 넣는 쪽이 이기는 게임이었다.
“아아!”
현수는 눈치껏 골을 넣어 주었다. 반면 이주영은 악을 쓰고 골을 막았고 말이다. 그 결과 최종 3명 씩 남은 상황에서 점수는 11대 12.
현수가 그렇게 골을 넣어 줬건만 현수 팀 멤버들이 오늘 따라 공을 잘 찼다. 그래서 오히려 한 골 앞선 상황.
이주영이 있는 팀을 최종 우승 시켜야 하는 달리는 사람들 현장 PD가 초조한 얼굴로 촬영을 지켜보았다. 그래서 현수는 골대로 공만 날아오면 멋지게 골을 먹을 줄 각오가 되어 있었다.
뻥!
하지만 이주영이 속한 백팀이 골대 밖으로 공을 차 버리는 현수도 어쩔 수 없었다. 반면 현수가 속한 청팀은 악착 같이 골을 넣었다.
그 결과 14대 14! 마지막은 골키퍼들이 공을 차게 되었다. 현수는 멋지게 공을 허공으로 차 주었고 이주영은 멋지게 골을 넣었다.
“와아아아!”
이주영의 공이 골망을 가르는 순간 달리는 사람들 현장 PD가 제일 크게 환호성을 내지르는 걸 보고 현수가 씁쓸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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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한 바대로 촬영이 끝나선지 달리는 사람들 현장 PD가 회식을 제안했다. 그리고 그 회식비를 이주영이 낸다고 했다. 회식 장소는 일단 마음에 들었다. 고기 집이었으니 말이다.
현수는 그곳에서 소고기로 배를 채웠다. 아마 회식비 좀 나왔을 터였다. 그날 회식장에서 이주영이 현수에게 대표 팀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때 이주영은 올림픽 대표와 국가대표 모두 뛰고 있었다. 그러니 그가 말한 대표가 어떤 대표인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현수 복장을 뒤집어 놓으려고 한 소리 같았다. 하지만 현수는 그 말에 그다지 화가 나지 않았다.
현수의 축구는 이제부터 시작이었으니 말이다. 그의 실력이 대표 팀에 승선할 정도로 인정을 받는다면 국가대표로 뛸 것이고 아니면 그만일 터. 하지만 현수는 자신 있었다. 올해 안에 대표팀에서 그를 부를 걸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이번 FA컵이 중요하다.’
K리그 클래식의 모든 팀들이 참가하는 FA컵이었다. 거기서 눈에 띈 활약을 한다면 당연히 올림픽 대표나 국가 대표로 뽑힐 가능성이 높았다.
“꼭 대표 팀에서 봅시다.”
현수는 이주영에게 술을 따라 주며 말했다. 그 말에 이주영이 피식 웃었다. 마치 너 같은 게 어떻게 대표 팀에 들어오겠냐는 듯 말이다.
현수는 충분히 배를 채우자 매니저인 김용성에게 갔다. 김용성도 고기로만 배를 채운 모양이었다. 배가 볼록 나온 걸 보니 말이다.
“그만 가시죠.”
“그럴까.”
둘은 감독이나 스태프, 그리고 오늘 촬영에 참가한 MC와 게스트들에게 따로 인사는 하지 않았다. 어차피 또 볼 일도 없을 테고 말이다. 그렇게 곧장 회식장을 빠져 나온 두 사람은 Sj엔터테이먼트로 갔다.
거기 두 사람의 개인 자가용이 주차장에 주차 되어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거기로 갈 수밖에 없었다.
“수고 했다.”
“매니저님도요. 그리고 신조 곧 뜰 겁니다.”
“뭐?”
신조는 올 가을에 댄스곡 ‘Endless Love’가 인기를 끌면서 아이돌 그룹으로 급부상한다.
현수는 자신의 말에 어리둥절해 하는 김용성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자기 차에 올랐다. 그리고 시동을 걸고 조용히 Sj엔터테이먼트 주차장을 빠져 나와 자신의 원룸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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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원룸으로 가면서 핸드폰을 켰다. 매니저인 김용성이 촬영 들어가지 전에 핸드폰은 꺼두라고 했는데 그걸 지금껏 꺼두고 있었던 것이다.
핸드폰의 전원이 들어오고 부재 중 전화가 몇 통 떴다. 그 중에 양미라와 조희수가 있었는데 그녀들에게 따로 연락할 필요는 없었다. 그 다음 구은하에게 전화가 와 있었는데 문자도 한 통 보였다.
현수는 구은하가 보낸 문자를 확인했다.
[왜 핸드폰 꺼둔 거야? 이 문자 확인하는 대로 전화 줘.]
현수는 바로 구은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왜 이제 전화 해?
구은하가 버럭 화부터 냈다. 그런 그녀에게 현수는 현재 사정을 설명해야 했다.
-뭐? 네가 달리는 사람들에 출연을 해?
“축구 특집이라서. 근데 왜 전화하라고 한 거야?”
-어제 일 때문에.
“어제 일?”
-응. 우리 과 그 변태 선배 말이야. 양현철!
“아아. 그 강간범?”
-하여튼 그 인간 엄마가 아침부터 학교에 찾아와서 난리지 뭐야.
“뭐라고 하던데?”
-자기 아들이 실수로 그런 거 가지고 고발까지 했다면서 자기가 더 큰 소리 치더라고.
“그래서?”
-합의 안 해 준다고 했지.
“잘 했네.”
-근데 알아보니까 내가 합의 안 해줘도 그 인간 곧 나온 데.
“뭐?”
-걔네 아버지가 조선 타이어 사장이라나 뭐라나. 그리고 걔네 엄마는 신송식품 회장 딸이고. 한 마디로 금수저 물고 태어 난 거지.
“금수저 물고 태어났다고 강간범의 죄가 없어지는 건가?”
-그러게. 이놈의 헬조선에선 그게 가능한 모양이지. 그런 말 있잖아. 유전무죄 무전유죄!
구은하가 씁쓸하게 말했다. 현수도 그 말을 듣고 나니 갑자기 입맛이 썼다.
“그 인간 풀려나서도 널 괴롭히면 나한테 바로 얘기해.”
현수는 그땐 그놈을 없애 버릴 생각이었다. 현수라면 쥐도 새도 모르게 그놈 하나 처리 하는 건 일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에휴. 그럴 일도 없겠지만 그런 일이 생겨도 너 한탠 연락 못하겠다. 나도 양심이란 게 있어서 말이야.
구은하는 확실히 심지가 굳고 공명정대하고 올바른 성품을 지닌 괜찮은 여자였다. 그러니 미래에 기자 사회의 노벨상이란 퓰리처상까지 받았을 테고 말이다.
“조심해서 들어가고......”
현수는 생각 같아서는 연신대로 가서 구은하를 그녀 집까지 데려다 주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있는 곳에서 연신대로 가려면 꽤 돌아가야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통화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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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가 거의 자신의 원룸 근처까지 다 왔을 때였다. 어젯밤에 이어서 시스템이 또 반응했다.
[띠링! 돌발 퀘스트! 한혜영을 또 구하라. 그녀가 위기에 처했습니다. 빨리 그녀를 구해 내세요.]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현수는 곧장 근처에 차를 댔다. 그리고 상태창부터 열고 눈앞의 홀로그램 창을 보면서 어제처럼 보유 마법 중에서 퍼슨 로케이션 서치 (Person location search)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현수 머릿속에 찾을 사람에 대한 정보 기입란이 떴고 그녀의 이름과 직업을 말하자 그녀의 현재 있는 위치 지도가 현수 눈앞에 펼쳐졌다.
“마포구 성산 1동 무지개 빌딩 13층이라......”
한혜영은 어떤 사무실 안에 있었다. 그런데 주위에 덩치 큰 남자들이 득실거렸다. 딱 봐도 상황은 좋지 않아 보였다. 아무래도 그쪽으로 지금 바로 넘어 가야 할 거 같았다.
“젠장.....”
현수는 상태창의 인벤토리에서 텔레포트 바바리코트를 꺼내서 그걸 걸쳤다. 그러자 눈앞에 상태창이 바뀌었다.
[마법 아이템- 텔레포트 바바리코트(포인트 소비형)]
일정 포인트 사용으로 텔레포트가 가능한 아이템이다.
1. 반경 10Km이내 텔레포트(+5,000)
2. 반경 50Km이내 텔레포트(+7,000)
3. 반경 100Km이내 텔레포트(+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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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서울 전역 텔레포트 사용권- 10장 당 (+20,000)
8. 각 도별 전역 텔레포트 사용권- 10장 당 (+15,000)
9. 대한민국 전역 텔레포트 사용권- 10장 당 (+50,000). 단 섬 제외. 섬은 별도 구매
현수가 머릿속으로 한혜영이 현재 있는 사무실 위치를 떠올리자 시스템에서 바로 반응이 왔다.
[띠링! 현 위치에서 성산 1동 무지개 빌딩까지는 반경 46Km에 있습니다.]
반경 50Km이내 텔레포트를 선택하자 바로 결제 창이 떴다.
[띠링! 7,000포인트 결제. 남은 포인트 1,590,890]
동시에 현수의 몸이 하얀 빛에 휩싸였고 그의 모습이 차안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