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196화 (19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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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호의 입에서 거듭 한숨 소리가 흘러나왔다.

“휴우. 그는 단전이 파괴 되어도 욕심은 여전했다. 그래서 나와 부딪쳤고......... 그런데 그에게 당한 순간 이렇게 죽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 사도철로부터 도망친 나는 살기 위해서 여기로 왔다. 아무리 그라도 너와 같이 있는 날 어쩌진 못할 테니 말이다. ”

양동호의 선택은 옳았다. 사도철은 감히 현수 앞에 다시 나타나지 못할 터였다. 그랬다간 현수가 그를 살려두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때 죽여 버렸어야 했을 까요?”

현수의 말에 양동호가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그건 아니다 싶다. 필요악이란 말이 있지 않느냐? 사도철로 인해서 더 악한 자들이 꽤나 많이 제거 되었고 또 숨죽인 체 살고 있다. 그런 그가 죽었다면 그 더 악한 자들이 세상에 나와 갖은 악행을 저지를 테니까.”

“그래서 사도철을 그대로 두란 소립니까?”

“이젠 상관없지 않느냐? 그는 널 두려워한다. 그러니 더 이상 널 괴롭힐 일도 없을 테고 말이다.”

“그렇긴 하지만......”

현수도 딱히 사도철이 자신을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그를 없앨 생각까진 없었다.

“그리고 지희도 자유를 찾았다. 사도철이 너와 관련 된 이상 지희에게 더 이상 간섭을 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다 잘 된 거야. 그래서 말인데 날 좀 버스 터미널까지 데려다 줄 수 없겠는가?”

“어디 가시게요?”

“내가 여기 있는 건 민폐잖은가. 스승님께 가고자 하네.”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11시가 다 되어 갔다. 심야 버스가 있으니 그걸 타고 태백으로 가면 되지만 양동호를 이대로 보내자니 현수도 마음이 좀 그랬다. 그래도 그에게 그 동안 신세 진게 있으니 말이다. 그런 현수의 마음을 이해한 듯 양동호가 말했다.

“아마 여기 주위도 사도철이 보낸 하이에나들이 득실거리고 있을 걸세. 자넨 그 놈들로부터 날 지켜주고 있지 않은가? 그것만으로도 나한 테 할 도리는 다 한 거네.”

“그래도 이걸로는 모자라는 거 같습니다. 제가 태백까지 동행해 드리죠. 그래야 하이에나들도 더 이상 당신을 노리지 않을 테고 말입니다.”

“그래주겠나? 그럼 나야 고맙지.”

현수는 양동호를 데리고 원룸을 나섰다. 아니나 다를까? 예민한 현수의 기감에 양동호를 노리는 자들이 감지되었다. 그들은 현수가 나타나자 도망치기 급급했다. 아무래도 사도철이 그런 지시를 내려놓은 모양이었다.

강현수가 보이면 무조건 달아나라고 말이다. 현수는 양동호를 자기 차에 태워서 곧장 강원도 태백으로 향했다.

새벽 2시 30분쯤 현수는 태백산 자락에 도착했고 양동호의 스승인 무오 선사가 기거 중인 도통사로 향했다.

“이놈!”

“스승님!”

스승과 제자의 만남은 살벌한 분위기를 조성시켰다. 하지만 둘 사이의 끈끈한 사제의 정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늦었다. 들어가라.”

그 말 후 무오 선사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선방으로 들어갔고 양동호도 비어 있던 선방으로 들어갔는데 현수가 그를 뒤따랐다.

“여긴 변한 게 하나도 없군.”

아마도 속세로 내려가기 전 양동호는 이곳 선방에서 기거한 모양이었다.

“자고 아침에 가시게.”

“아닙니다. 내일 훈련이 있어서 바로 가 봐야 합니다.”

“수고스럽게 해서 미안하네.”

“무슨 말씀을. 시간 되면 놀러 오겠습니다.”

“그래. 올 때 지희와 꼭 같이 오게.”

“............”

현수는 미소만 지었을 뿐 사지희와 관한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양동호는 현수가 사지희와 맺어 졌으면 하는 눈치였지만 현수는 그녀와의 인연은 딱 여기까지라고 생각 중이었다.

“나오지 마십시오.”

현수는 곧장 도통사를 나와서 하산을 했고 다시 자신을 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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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가 서울에 도착하니 벌써 해가 떠 있었다. 현수는 원룸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고 학교로 향했다. 간밤에 한숨도 못 자서 피곤했지만 상태 창을 열고 회복 마법을 사용하자 피로가 금방 가셨다.

평소 보다 일찍 학교로 오게 된 현수는 학교 근처 콩나물 해장국집에 들어가서 해장국으로 빈속을 달랜 뒤 다시 학교로 들어갔다.

축구장의 연신대 선수들이 분위기는 비교적 화기애애했다. 어제 연습시합에서 숭일대를 대파한 게 다들 기분 좋은 모양이었다.

정각 9시가 되자 이명신 감독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젠 푹 들 쉬었나?”

“네에!”

“내일 드디어 U리그 결승전이다. 아마 우리 상대인 중앙대도 나름 준비를 해 올 테지만 그래봐야 우릴 이기진 못할 거다. 내일 우승컵 들어 올리고 회식하자.”

이명신의 입에서 회식 얘기가 나오자 선수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터트렸다.

“와아아아!”

저번 FA컵 26강전 대전 시티즌과 경기 때 회식한 이후로 회식이라곤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연신대 축구부원들이었다. 그 만큼 다들 굶주려 있었다. 아마 회식하면 회식비 좀 나올 터였다. 하지만 우승하면 그 만큼 격려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이명신은 자신의 호주머니 걱정은 하지 않았다.

“자. 그럼 훈련들 하고. 현수야. 나 좀 보자.”

이명신이 따로 현수를 불러냈다. 그리고 그라운드 한쪽으로 가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몸은 괜찮지?”

“네. 아무 문제없습니다.”

“그럼 내일도 너만 믿으마.”

이명신은 기특하단 듯 현수의 어깨를 토닥여 준 뒤 휑하니 체육관으로 향했다. 이명신도 현수가 상대 팀에 대비한 팀 훈련을 알아서 시키고 있단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요즘은 팀 훈련에 관해서도 일체 말이 없는 이명신이었고 말이다.

연신대 축구부는 오전에 간단히 회복 운동을 하고 오후부터 다시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했다. 그렇게 해가 지기 시작 할 무렵 이날 훈련도 끝났다.

“헉헉헉헉!”

온 몸이 땀투성이에다가 입에서 단내를 풀풀 풍기는 연신대 선수들이 다들 잔디에 주저 않아서 거친 호흡을 고르고 있을 때 이명신 감독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수고했다. 다들 집으로 돌아가서 푹 들 쉬고 내일은 1시까지 학교로 와라. 간단히 여기서 몸들 풀고 학교 버스 타고 고구려대로 간다. 이상. 해산하도록.”

이명신은 그 말 후 또 휑하니 사라졌다. 역시나 그에게 크게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던 연신대 축구부원들은 그냥 그러려니 했다.

내일 연신대가 상대할 중앙대는 팀워크가 좋고 스피드한 경기 진행을 하는 팀이었다.

그런 중앙대를 상대하기 위해서 연신대도 더 빠르게 뛰고 더 많이 뛰어야 했다. 그에 맞춘 훈련을 하느라 지금 연신대 선수들도 다들 지쳐 있는 것이고 말이다. 그런 그들에게 주장인 이기찬이 말했다.

“중앙대는 특히 수비가 좋고 스트라이커 정진우의 골 결정력이 한껏 물올라 있다는 평가다. 그리고 중앙 미드필더인 윤정환의 패스가 상당히 위협적이라고 한다.”

그 말에 연신대 선수들이 다 같이 웃었다. 그 둘을 합쳐 놔도 강현수만 할까?

“자. 씻고 집에 가자.”

그 당사자인 강현수가 앞장서서 움직이지 연신대 축구부원들이 우르르 그를 뒤따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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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샤워 후 라커룸에서 옷을 갈아입고 체육관 근처 주차장에 세워 둔 자신의 차를 타고 원룸으로 향했다.

마침 원룸 근처에 차 델 곳이 있어서 그곳에 주차를 하고 원룸에 들어섰는데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다. 마법으로 육체적인 피로를 풀어 주었다지만 정신적인 피로까진 회복 시켜 주진 못했다.

현수는 대충 전자레인지에 즉석 밥을 데워서 냉장고의 밑반찬으로 배를 채운 뒤 일찌감치 잠이 들었다. 그리고 깨어 보니 다음 날 아침이었다.

현수는 곧장 핸드폰 전원부터 켰다. 어제 잔다고 핸드폰을 아예 꺼뒀던 것이다. 밤사이 전화가 제법 걸려와 있었다.

그 중 사지희가 5통으로 가장 많이 전화를 했고 양미라가 2통, 조희수 한데도 1통의 전화가 걸려와 있었다.

그 중에 사지희는 문자까지 보내 놨다. 현수는 사지희가 보낸 문자를 확인했다.

[내일 결승전 보러 갈게요. 그리고 혹시 동호 오빠 못 보셨어요?]

현수는 문자로 얘기하기 그래서 곧장 사지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현수씨.

현수의 전화를 사지희가 밝은 목소리로 받았다.

“너무 일찍 전화 한 거 아니죠?”

-괜찮아요. 이제 막 아침 먹으려던 참이었어요.

“오늘 시합 보러 오신다고요?”

-네. 고구려대. 3시 맞죠?

“네. 맞아요. 그리고 동호.....”

-동호 오빠 지금 어디 있어요?

현수가 양동호에 대해 말하기 무섭게 사지희가 속사포처럼 말했다.

-역시 현수씨는 오빠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군요. 그렇죠?

“네. 양동호씨는 지금 태백산에 가 계십니다.”

-태백산요?

“네. 그곳 한 암자로 수행을 가신 걸로 압니다.”

-그 암자가 어딘지는 대충 알 거 같네요.

사지희의 보디가드 이기보다 그녀의 보모로 살아 온 양동호였다. 아마 둘 사이엔 못 할 말이 없었을 터였다.

“지희씨가 걱정 많이 하시는 거 같아서 연락 드렸습니다.”

-고마워요. 그리고 오늘 꼭 이기세요.

“네. 그럼.”

현수는 자신의 용무를 끝내자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사지희에게 연락하는 일은 없을 거라 다짐했다.

현수는 곧장 밖으로 나가서 근처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뛰었다. 그리고 편의점에서 간단히 아침을 때운 뒤 원룸으로 돌아와서 밀린 빨래를 하고 있을 때였다. 그의 핸드폰이 울려서 확인하니 김혜미였다. 오랜 만에 걸려온 그녀의 전화에 현수가 반갑게 웃으며 그 전화를 받았다.

“어. 혜미야.”

-원룸이야?

“응. 근데 어떻게 알았어?”

-축구장에 축구부원들이 한명도 안 보이기에 그런 가 했지. 참. 오늘 대학리그 결승전이라고 했지?

“어. 이따 3시에 고구려대에서 중앙대와 붙어.”

-생각 같아선 고구려대에 가서 응원해 주고 싶다만 토익 시험 날짜가 코앞이라 어렵겠다. 대신 점심 쏠게.

“점심?”

-실은 미숙이가 너 꼭 우승하라면서 점심 사고 싶다고 해서 전화한 거야. 시간 되지?

“어. 뭐.”

-그럼 12시에 학교 앞 통나무 아저씨에서 봐.

그렇게 약속을 하고 난 현수는 마저 빨래를 한 후 빨래감들을 건조대에 널었다. 그리고 축구화와 신발을 추가로 더 빨고 나자 시간이 11시가 다 됐다. 현수는 대충 씻고 차 키를 챙겨 들고 원룸을 나섰다. 그리고 애마를 끌고 학교로 가서 차를 주차 시킨 뒤 교정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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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정문 앞 스테이크 전문점인 통나무 아저씨는 12시부터 10분 안에 자리가 다 찼다. 현수는 12시 정각에 그곳에 갔고 김혜미와 이미숙이 먼저 자리를 잡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현수야!”

창가 제법 좋은 자리에서 김혜미가 손을 흔들었다. 현수는 곧장 그쪽으로 갔고 이미숙이 웃으며 현수를 반겼다.

“오랜만이네요.”

“그러게요. 우선 결승 진출 하신 거 축해 드려요.”

“고맙습니다.”

“참 성조 오빠가 오늘은 경기 녹화하러 사람이 나갈 거라고 했어요.”

“그렇다면 오늘은 더 열심히 뛰어야겠는데요.”

“호호호. 그러셔야 할 거예요. 오늘 찍은 영상을 들고 성조 오빠가 유럽 유수의 구단을 찾아다닐 테니까요.”

“백실장님이 유럽엔 언제 가신다고 하셨죠?”

“Sj엔터테이먼트 아이돌 유럽 특집 공연이 보름 뒤라서 다음 주엔 출국하실 거예요.”

“그렇군요. 그렇다면 제가 FA컵에서 뛰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갈 순 없겠네요.”

현수의 그 말에 이미숙 옆에 있던 김혜미가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인터넷이 있잖아. 네가 뛰는 경기들을 여기서 녹화해서 동영상 파일로 그분께 보내면 될 일을 가지고 말이야.”

김혜미의 그 말에 이미숙과 현수 모두 뻥 찐 얼굴을 했다.

“그러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이미숙은 이 점을 백성조에게 얘기해 주기로 했다. 때문에 현수는 FA컵에서도 열심히 뛸 수밖에 없게 되었다.

“천천히 많이 드세요.”

“네. 근데 1시부터 몸을 풀어야 해서 많이 먹진 못하겠네요.”

현수는 스테이크를 절반만 먹고 나머진 이미숙에게 건넸다. 다이어트 중이라던 이미숙은 고맙다며 금세 현수가 준 스테이크까지 먹어 치웠다. 식사 후 현수는 김혜미와 이미숙과 같이 학교 시계탑 까지 같이 걸었다. 그리고 거기서 헤어지기 전 말했다.

“점심 잘 먹었습니다.”

“결승전 직접 보러 가지 못해 미안해요. 하지만 도서관에서 승리를 기원할게요.”

“꼭 이겨라.”

현수는 두 여자의 응원을 받고 곧장 체육관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마침 주장 이기찬을 만난 현수는 그와 같이 라커룸으로 향했다.

현수는 연신대 축구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축구화를 신은 다음 축구장으로 향했다. 그 사이 먼저 축구장에 와 있던 연신대 축구부원들이 웃으며 얘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식사들 했어?”

현수가 다가가며 묻자 현수와 같은 미드필더 자원인 김석진이 대표로 대답했다.

“간단히 먹었어. 2시간 뒤가 결승전이라고 생각하니까 제법 긴장이 되네.”

“긴장할 거 없어. 그냥 평소대로 뛴다고 생각하면 돼.”

현수가 그렇게 축구부원들과 섞여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하나 둘 연신대 선수들이 축구장에 나타났다. 그리고 1시 정각에 연신대 축구부 감독인 이명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 다 왔으면 가볍게 몸들 풀어. 그리고 2시쯤 학교 버스가 올 테니까 그때 짐 챙겨서 버스에 타도록 하고.”

이명신은 그 말 후 체육관 쪽으로 향했다.

“자자. 일단 가볍게 축구장부터 2바퀴만 돌자.”

주장인 이기찬의 외침에 연신대 축구부원들이 4열로 줄을 섰고 바로 뛰기 시작했다. 그 뒤 체조 후 선수들이 개별적으로 몸 풀기에 들어갔고 이어서 포지션 별로 간단히 훈련을 했다. 그렇게 금방 한 시간이 지나고 연신대 학교 버스가 축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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