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192화 (192/712)

<-- U리그 -->

현수도 앞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를 느끼고는 바로 공을 옆으로 패스했다. 하지만 전혀 주눅 들지 않고 계속 숭일대 진영 안으로 들어갔다.

퍽!

그런 현수와 숭일대 센터백 서장호가 1차로 맞부딪쳤다.

“젠장....”

부딪치는 순간 서장호의 몸이 휘청거렸다. 반면 강현수는 아무렇지 않은 듯 공에 시선이 가 있었고 말이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체격에서는 서장호가 강현수보다 확실히 덩치가 있었다. 그런데 부딪치자 밀려 난 건 서장호였다. 서장호는 일견 이해가 안 됐다. 하지만 서장호는 전혀 기죽지 않았다.

축구에서 상대를 쓰러트리는 데에 힘이 꼭 필요한 건 아니었다. 슬쩍 다리를 걸어도 상대는 넘어지고 같이 볼 경합을 하다가고 다치는 게 비일비재한 게 축구였다.

‘왔다.’

그리고 서장호가 가장 자신 있는 몸싸움 상황이 왔다. 바로 공중 볼 경합 말이다. 그는 공이 날아오는 궤적을 보다 한 템포 느리게 움직였다. 그럼 먼저 공을 보고 뛰어 오른 상대 선수가 중력의 법칙에 따라 내려오다 서장호와 부딪치게 되는 데 그때 당연히 밑에 있는 서장호에 걸려 중심이 무너진 채 넘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 서장호가 슬쩍 몸을 밀치기만 하면 상대 선수의 떨어지는 위치가 결정 되었다. 팔부터 떨어지면 골절상을, 다리부터 떨어지면 다리 인대 부상이 확실한 상황.

서장호는 강현수가 공을 보고 뛸 때 그 보다 한 템포 늦게 몸을 솟구쳤다.

“어?”

그런데 위로 몸을 솟구친 강현수가 내려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에 비해 서장호의 몸은 이미 위로 솟구쳐 올랐고 말이다.

공은 이미 강현수가 헤딩으로 자기편을 보고 방향을 틀어 놓은 상황이었다.

‘미친......’

무슨 공중에서 체공시간이 이리 길수가 있단 말인가? 어째든 둘이 허공에서 서로 마주쳤다.

툭!

서장호의 몸이 강현수와 가볍게 부딪쳤다. 그때 서장호가 손으로 강현수의 몸을 밀쳤다. 당연히 심판이 보지 못하게 슬쩍 말이다. 당연히 공중에서 균형을 잃은 강현수가 비명과 함께 상체부터 그라운드로 떨어져야 했다.

“어어!”

그런데 강현수를 밀친 서장호의 몸이 허공에서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다 상체부터 떨어졌다. 자칫 머리부터 떨어지면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서장호는 본능적으로 팔을 내밀었다.

우지끈!

팔뼈가 꺾이는 소리가 서장호의 귀에 까지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뒤이어지는 끔찍한 고통에 서장호가 죽어라 소리쳤다.

“크아아아악!

척!

그에 비해 강현수는 안전 되게 잔디 위에 안착했다. 누가 봐도 동시에 떨어지는 상황이라 공정한 공중 경합 상황이었다. 단지 운이 없게 서장호가 떨어질 때 균형을 잃으면서 크게 다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안 돼!”

숭일대 벤치에서 괴성이 울렸다. 그리고 사색이 된 얼굴로 숭일대 윤정철 감독이 쓰러져 있는 서장호에게 달려왔다.

팀의 혁심이 두 선수에 이어서 숭일대 축구부의 수비를 사실상 전담하고 있는 서장호까지 부상을 입게 된다면 감독인 그의 운명도 끝장이었다. 그 동안 심혈을 기울여서 해 온 빌드 업 자체가 허사가 된 셈이니 말이다.

“아아!”

서장호의 퉁퉁 부은 팔을 보며 윤정철 감독은 절망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내가 미쳤지.’

그리고 윤성찬의 꾐에 넘어가서 겨우 리빌딩 해 놓은 팀을 망쳐 놓은 자신의 어리석음이 후회 되었다. 하지만 이미 상황은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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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호까지 앰뷸런스에 실려 가고 나자 연신대 이명신 감독이 그제야 숭일대 윤정철 감독에게 물었다.

“그만 경기 접을까요?”

“하아. 네. 그러시죠.”

더 이상 연습 시합은 무의미했다. 자신이 겨우 키워 놓은 핵심 선수 3명이 병원에 실려 간 터라 윤정철 감독은 반쯤 넋이 나가 있었고 연신대에 대패한 숭일대 축구부원들의 사기도 말이 아니었다.

패잔병인 숭일대 축구부원들이 어깨가 축 쳐진 채 그들이 타고 온 학교 버스에 오를 때 이명신 감독이 마지막으로 버스에 오르려던 윤정철 감독에게 말했다.

“혹시 성찬이가 저희 현수를 린치 해 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

그 물음에 윤정철 감독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짧게 한숨을 내 쉰 뒤 말없이 그냥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 버스 문이 닫히고 이내 숭일대 학교 버스가 연신대를 빠져 나갔다.

“윤성찬!”

이명신이 바득 이를 갈고 윤성찬을 찾았을 때 그는 벌써 튀고 없었다.

“얍삽한 녀석. 눈치 하나는 무지하게 빨라요.”

현수는 이로서 한 동안 윤성찬을 또 보지 않아서 좋았다. 하지만 윤성찬은 또 연신대 축구부로 돌아 올 터였다. 최악의 경우 휴학을 선택 하더라도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윤성찬은 휴학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강현수가 있는 한 연신대 축구부로의 복귀가 어려운 상황이니 그가 올해 프로 팀에 지명 받아서 가고 나면 내년에 다시 축구부로 컴백해도 됐다.

국가대표 감독이란 그의 꿈이 일 년이란 시간 동안 뒤처지게 될 테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자신의 꿈을 포기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강현수!”

윤성찬은 이대로 녀석이 잘 되는 꼴은 더 못 볼 거 같았다. 그래서 또 수작을 준비했다.

“결승전에서 중앙대와 만난다고 했지? 중앙대에 누가 있더라?”

윤성찬은 연신대를 나와서 곧장 중앙대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 축구부원들이 연습하고 있는 축구장으로 갔는데 마침 연습이 끝나고 축구부원들이 해산을 했다. 윤성찬은 두 눈에 불을 켜고 아는 얼굴이 있나 살폈다.

“어! 윤성찬!”

그때 중앙대 축구부원 중 하나가 윤성찬을 보고 먼저 아는 척을 해 왔다.

“누, 누구?”

“나 몰라? 해성 중학교 진석훈!”

“아아! 석훈이. 반갑다.”

진석훈은 윤성찬과 같은 중학교 출신이었다. 게다가 포지션도 그와 같은 왼쪽 수비수였고 말이다.

사실 중학교 시절 둘 사이는 그리 가깝진 않았다. 하지만 고등학교부터 갈린 뒤 둘은 지금껏 시합에서 마주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설령 그들이 다녔던 학교끼리 시합을 했더라도 둘 다 주전이 아니었기에 그 동안 볼 일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올 들어 중앙대의 핵심 수비수 둘이 프로 진출을 하면서 만년 후보였던 진석훈에게도 기회가 왔다. 그리고 진석훈은 그 기회를 잘 잡았다.

“너 아까 청백시합 할 때 보니까 주전으로 뛰는 거 같던데?”

윤성찬의 물음에 진석훈이 잔뜩 목에 힘을 주고 말했다.

“맞아. 올해부터 주전으로 뛰고 있어.”

“이야. 축하한다.”

“가만 넌 연신대 다닌다고 하지 않았어?”

“어. 맞아.”

“축구는?”

“그야 당연히 계속 하고 있지.”

“뭐? 그럼.....”

진석훈이 잔뜩 경계어린 얼굴로 윤성찬을 바라보았다. 그럴 것이 모레 U리그 결승에서 만날 상대 팀 선수와 지금 히히거리고 있어서 될 일은 아니니까 말이다.

“에이. 걱정 마. 난 주전이 아니라서 결승전에 뛰지도 못해. 그리고 사실 축구부에서도 쫓겨 날 판이야.”

“그게 무슨 소리야?”

진석훈이 궁금해 하자 윤성찬이 그에게 말했다.

“얘기가 긴데..... 어디 가서 같이 저녁이나 먹을래?”

“어. 그러자.”

진석훈도 윤성찬이 좀 사는 집 아들이란 걸 알고 있었다. 어디 분식점 같은 데로 그를 데려갈 녀석은 아니었다.

‘오늘 거하게 얻어먹겠는 걸.’

한껏 기대 어린 얼굴로 진석훈이 윤성찬과 같이 교정을 나섰다. 진석훈의 예상대로 윤성찬을 진석훈을 한우 구이 전문점으로 데려 갔다.

‘앗싸. 이게 웬 횡재냐?’

윤성찬은 진석훈이 먹게 비싼 소고기를 팍팍 시켜 주었다. 그리곤 그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나 했다.

“석훈아. 너 이번 결승전에 출전 하지?”

“당연하지. 근데 왜?”

“결승 시합할 때 말이야. 네가 살짝 손 좀 봐 줬음 하는 녀석이 있어서.”

“손을 봐줘?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연신대에 개 싸가지가 하나 있거든. 중앙 미드필더 강현수라고 말이야.”

“강현수? 설마 지금 U리그 득점왕과 MVP를 확정 지은 그 강현수 말하는 거냐?”

강현수는 미드필더지만 U리그 본선 8강과 4강전에서 3골 이상의 골을 터트리고 있었다. 그런 강현수를 모르는 대학리그 선수는 요즘 없었다. 윤성찬은 그게 더 눈꼴시었다. 강현수가 잘 나가는 게 너무 못 마땅했던 것이다.

“그래. 그 강현수. 그 놈 다리를 확 분질러 버려.”

“뭐?”

“그럼 5천만 원 줄게. 아니. 1억 준다.”

“뭐 1억?”

1억이면 진석훈에게는 큰돈이었다. 게다가 올해 프로 팀에 지명을 받지 못한다면 진석훈은 어차피 실업 팀이나 전전하다가 축구 복을 벗어야 할 터였다. 실업 팀도 들어 갈 수 있다는 보장도 사실 없었다.

“거기다가 네 취직자리는 내가 알아 봐 줄게.”

“진짜?”

1억과 취직을 시켜 준다는 윤성찬의 제안에 진석훈은 귀가 솔깃했다.

축구판에서는 아무리 유능한 선수도 결국 부상으로 그 재능을 꽃피워보지 못하고 접는 사례가 수두룩했다.

강현수란 녀석에겐 미안하게 됐지만 진석훈에겐 이건 절호의 기회였다. 안 그래도 장래가 암울했던 진석훈이었는데 살길이 열렸는데 더 망설이고 자실것도 없었다.

“좋아. 할게. 녀석의 다리를..... 작살 내 놓을게.”

진석훈의 말에 윤성찬의 입 꼬리가 슬쩍 위로 올라갔다.

“자. 한 잔 해.”

윤성찬이 진석훈에게 소주 한 잔을 따라주었다. 모레가 시합이지만 한잔쯤 괜찮다 싶었던 진석훈은 윤성찬이 권하는 소주를 가볍게 비웠다.

“카아. 좋네.”

“고기도 얼마든지 더 시켜 먹어.”

모레 진석훈만 잘 해 준다면 휴학은 하지 않아도 될지 몰랐다. 윤성찬은 웃으며 비어 있는 진석훈의 잔에 다시 소주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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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신은 숭일대와의 연습 시합이 끝나자 연신대 축구부원들에게 그만 집으로 돌아가서 쉬라고 했다. 그래서 현수는 축구부원들과 체육과 샤워실에서 몸을 씻고 라커룸에서 옷을 갈아 입은 뒤 자신의 애마에 올랐다.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5시 30분이었다. 따로 약속도 없었던 터라 현수는 곧장 원룸으로 향했다.

“어?”

그때 뒤쪽에서 누가 자신을 쫓아오는 거 같았다. 백밀러를 통해 살펴보니 경호업체 씨큐리티 쪽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그들이 안 보이네?”

현수가 강원도 태백에 다녀 온 뒤부터 씨큐리티 사람들도 사라지고 없었다. 또 유혜란에게서 연락도 뜸했고 말이다. 현수는 유혜란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됐다.

그래서 둘을 한꺼번에 살펴보려고 상태 창을 열었다. 운전하고 있는 현수의 자동차 앞 유리에 홀로그램 창이 오버랩 되었다.

현수는 보유 마법 중에 퍼슨 퍼수트 서치(Person pursuit search), 퍼슨 로케이션 치 (Person location search)를 꺼내서 사용했다.

먼저 퍼슨 퍼수트 서치(Person pursuit search)를 사용해서 누가 자신의 뒤를 쫓고 있는 지부터 확인했다. 그러자 바로 마법 반응이 왔다.

[추적마법이 오늘 하루 종일 당신을 따라다니는 자들을 찾아냅니다.]

“역시....”

현수 눈앞에 그가 차를 몰고 있는 도로가 표시 되었고 그 바로 뒤차에 화살 표시가 생성 되더니 반짝거렸다. 현수가 본 그대로 그의 뒤차가 지금 현수를 쫓고 있었다.

현수는 충분히 그 차를 따돌릴 수도 있었지만 그냥 계속 쫓아오게 내버려 두었다. 이대로 원룸으로 가서 차에서 내린 뒤 쫓아 온 자들을 처리해 버릴 생각이었던 것이다.

현수는 계속 운전을 하면서 또 다른 추적 마법인 퍼슨 로케이션 서치 (Person location search)를 사용했다. 그러자 현수 머릿속에 찾을 사람에 대한 정보 기입란이 떴다.

“이름은 유혜란. 삼정백화점 부사장.”

잠시 뒤 그녀가 현재 있는 위치의 지도가 현수 눈앞에 펼쳐지면서 그곳의 정확한 주소가 눈앞에 떴다.

“강남구 삼성동 삼정백화점 15층 부사장실이라.......”

유혜란은 일단 회사에 잘 다니고 있는 모양이었다. 현수는 곧장 마법을 정리하고 운전에 집중했다. 그리고 얼마 안가서 그의 눈앞에 그가 사는 원룸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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