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191화 (191/712)

<-- U리그 -->

키커로 나진목이 나섰고 그는 침착하게 골키퍼가 반응을 보이자 과감히 골대 한 가운데로 공을 차 넣었다.

철썩!

“나이스! 나진목!”

골을 넣은 나진목 주위로 연신대 선수들이 모여들었다.

스코어 6대 1!

5골 차로 벌어지면서 숭일대의 추격 의지도 확 꺾였다.

이제 남은 시간은 20분.

그래도 새로운 대학리그의 강팀으로 거듭나고 있던 숭일대의 선수들은 어째든 남은 시간 동안 골을 넣으려 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조동우가 있었고 말이다.

장진우는 전반전처럼 현수를 딴 쪽으로 끌어내고 연신대의 수비수를 돌파해서 조동우에게 패스를 넣어 주었다.

그 공을 받은 조동우는 수비수를 등진 체 몸을 틀면서 슛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의 발은 허공을 애꿎은 잔디와 허공만 갈랐다.

언제 왔는지 강현수가 공을 빼낸 체 전방으로 길게 공을 차고 있었던 것이다. 이게 대체 몇 번인지 몰랐다.

“하아!”

긴 한숨과 함께 조동우는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으며 시선이 강현수를 쫓아갔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윤정철 감독이 굳은 얼굴로 현수를 쏘아보다가 그라운드 안으로 신호를 넣었다.

‘이렇게 된 이상 성찬이하고 약속이라도 지키자.’

윤정철 감독은 그라운드의 숭일대 선수들에게 강현수가 공을 잡으면 무조건 거칠게 다루라는 신호를 넣고는 뒤돌아서 벤치로 가서 앉았다.

경기는 더 볼 것도 없었다. 완패였다. 현재 숭일대 전력으로 연신대를 이길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큰 점수 차로 질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물론 연신대에 저 괴물 같은 중앙 미드필더, 강현수만 없었다면 이런 점수 차도 없었다.

‘미안하지만. 너무 튄 네 잘못도 있다.’

왜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오늘 강현수는 너무 튀었다. 그러니 정을 맞는 것이다.

이건 옳지 않은 짓이었지만 윤정철 감독은 그런 속담을 인용하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시켰다.

숭일대 선수들은 감독의 지시가 떨어지자 바로 거칠게 경기를 운영했다.

“삐익!”

하지만 전반전과 달리 후반전의 호루라기를 손에 쥐고 있는 주심은 연신대 이명신 감독이었다. 그는 숭일대 선수들의 반칙에 바로 경고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숭일대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도 잠시 주춤 하는 듯싶었다. 하지만 현수가 공을 잡자 상황이 달라졌다.

촤아아악!

거침없이 거친 태클이 현수에게 들어왔다.

“아아아악!”

현수가 비명과 함께 쓰러지자 연신대 수비 진영의 윤성찬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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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이이이이이익!

주심 이명신은 휘슬을 아주 길게 불었다. 안 그럼 호루라기를 집어 던지고 현수에게 태클을 가한 녀석의 멱살을 쥐었을지 몰랐으니 말이다. 이명신은 볼 거도 없이 바로 레드카드를 꺼냈다.

현수에게 거칠게 태클을 가한 숭일대의 공격수 조동우가 바로 몸을 돌려서 축구장 밖으로 나갔다. 그도 자신의 태클이 심했다는 걸 자인하는 모양새였다.

그때 쓰러져 있던 현수가 같은 미드필더인 김석진의 부축을 받으며 몸을 일으켰다.

“괜찮니?”

이명신이 현수에게 다가가서 다급히 물었다. 그러자 현수가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좀 아찔하긴 했지만.....”

그러면서 현수가 시선을 뒤쪽으로 돌렸다. 그런 현수를 쫓아서 이명신도 연신대 후방을 쳐다봤는데 그때 그의 눈에 웃고 있는 윤성찬이 보였다.

“저, 저......”

이명신도 머리를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 사람은 아니었다. 어제 갑자기 윤성찬이 찾아와서 사과를 하면서 다시 축구를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면서 두 가지 선물을 이명신에게 내밀었다. 하나는 내일 숭일대와의 연습 시합을 잡았다는 것과 또 하나는 두둑한 봉투였다.

안 그래도 조루 증세 때문에 약값이며 치료비가 모자랐던 이명신이었다. 그런 그에게 윤성찬이 내민 봉투 속 돈은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그래서 이명신은 예전의 윤성찬의 잘못을 잊고 그를 다시 팀에 받아 드리기로 했다. 그랬는데 그게 이제 보니 아주 잘못한 결정이었다. 이 모든 게 윤성찬이 수작질이었다. 숭일대와의 연습 시합도, 그리고 현수에 대한 과격한 반칙도 말이다.

현수가 다쳐서 병원에라도 입원하면 가장 덕 볼 인간은 저놈뿐이었으니 말이다.

“저 쳐죽일 새끼가.....”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현수가 다쳐서 모레 U리그 결승에 못 나가게 되면 당장 그의 목이 날아갈 판이니 말이다.

이명신은 감독의 권한으로 바로 왼쪽 수비수부터 교체 했다. 그리고 축구장을 나가는 윤성찬에게 뛰어가서 씩씩거리며 얘기했다.

“너 이 새끼 현수한테 무슨 일 생기면 가만 안 둬.”

그러자 윤성찬이 바로 그 말을 받아쳤다.

“그럼 그 동안 제가 드린 돈 다 토해 내세요.”

“뭐?”

윤성찬은 잘 알고 있었다. 이명신은 절대 자신을 축구부에서 내칠 수 없단 걸 말이다.

축구장을 나선 윤성찬은 벤치에 팔짱을 끼고 앉아서 경기를 더 지켜봤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고 강현수는 멀쩡했다.

윤성찬이 바로 옆 벤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윤정철 감독과 눈이 마주쳤는데 윤정철 감독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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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이 시작되기 전 윤정철 감독이 센터백 서장호를 따로 불렀다.

“장호야. 네가 해 줘야 할 일이 있다.”

“그게 뭡니까?”

서장호는 윤정철 감독이 장학생으로 추천해서 겨우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윤정철 감독을 은인으로 여겼기에 그가 시키는 건 뭐든 다 했다.

윤정철 감독은 바로 그 점을 이용해서 서장호에게 어려운 부탁을 했다.

“실은.........................”

“그러니까 연신대 중앙 미드필더 강현수를 몆 주일 드러눕게 만들란 말이군요?”

“그래. 물론 그 전에 녀석이 부상을 입을 수도 있어. 팀내 다른 녀석들에게도 녀석을 거칠게 다루라고 해 뒀으니까. 하지만 경기가 끝나갈 때까지 녀석이 계속 뛴다면.....”

“걱정 마십시오. 제가 처리 하겠습니다.”

수비수인 서장호는 여러 차례 부상을 경험했다. 물론 자신에 의해 부상을 당한 선수도 많았다. 연신대 중앙 미드필더 강현수도 그런 선수 중 하나일 뿐이었다. 단지 그의 의도 하에 다치게 될 테지만 말이다.

서장호는 기다렸다. 강현수가 골을 넣기 위해 페널티에어리어 근처로 오기만을 말이다. 상대 선수를 다치게 만들 방법은 많았다.

서장호는 강현수가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 가에 따라서 그를 몇 주 이상 병원 신세 만들 자신이 있었다.

이때 현수는 시합 시작 후 계속 된 숭일대 선수들의 적개심이 극에 달했음을 직감했다. 형의권을 12성 대성하면서 현수의 직감은 무섭도록 발달해 있는 상태였다.

현수는 숭일대 선수들의 적개심이 반칙을 통해 행동으로 보이기 시작하자 작심을 하고 상태 창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이것들이...... 한 번 해 보자 이거지?”

그들이 자신을 해하려 하는 데 현수인들 참을 이유가 없었다. 그때 현수의 눈앞에 홀로그램 창이 떴다.

현수는 보유 마법들을 한 번 훑은 뒤 경기에 다시 집중했다. 현수가 있는 쪽으로 숭일대의 얼리 크로스가 올라왔다.

현수가 그 공을 잡으려 할 때 숭일대의 공격수가 현수를 향해 달려왔다. 그는 공이 아닌 현수를 보고 있었다.

‘미친.....’

현수는 공은 둘째 치고 숭일대 공격수부터 피해야만했다. 여기가 무슨 투우 경기장도 아니고 현수는 달려드는 숭일대 공격수를 슬쩍 옆으로 피하면서 그의 한쪽 다리에 홀드 마법을 걸었다.

“어어!”

현수를 스쳐 지나간 숭일대 공격수는 갑자기 뭔가 걸린 듯 앞으로 꼬꾸라졌다. 그런데 워낙 빠르게 달려 온 터라 그 기세에 쓰러지는 속도도 엄청 빨랐다. 그리고 안타깝게 전혀 낙법을 쓰지 못하고 그라운드에 수직으로 꼬꾸라졌다.

퍽!

쓰러진 숭일대 공격수는 의식을 잃은 듯 꼼짝을 안했다. 그때 주위 선수들이 달려가서 그 선수를 뒤집자 쌍코피 주르르 흐르는 가운데 의식이 없었다.

“이봐. 정신 차려!”

짝! 짝!

두 차례 뺨을 때리자 그제야 그 선수가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바로 뛸 수 없어서 그 선수는 벤치로 들어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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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일대 윤정철 감독은 그 공격수 대신 다른 공격수를 교체 투입했다. 아무래도 충격이 큰 듯 그 선수가 계속 어지러움을 호소했기 때문에 계속 경기에 뛰게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젠장.....”

윤정철 감독은 후보 선수 두 명을 시켜서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선수를 데리고 근처 병원에 데려 가게 했다.

“아무쪼록 별 이상이 없어야 할 텐데....”

그 공격수는 숭일대의 주 공격수인 조동수와 호흡을 맞춰 온 선수였다. 만약 그 선수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숭일대의 공격 라인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파팟!

그때 숭일대의 측면 패스가 연신대 왼쪽 미드필더에게 끊겼다. 한 명 퇴장 당한 숭일대는 소극적인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히려 연신대 쪽에서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해 왔다.

그 지시를 내린 것은 다름 아닌 연신대 중앙 미드필더 강현수였고 말이다. 현수는 자신에게 반칙성 플레이를 펼치는 숭일대 선수들에게 마치 더 해 보란 듯 더 적극적으로 플레이에 나섰다.

“여기....”

현수가 손을 흔들자 연신대 왼쪽 미드필더 김석진이 곧장 그에게 패스를 넣어 주었다.

현수는 간결한 볼 트래핑으로 그 공을 받아서 툭툭 치고 하프 라인을 넘었다.

“이야아앗!”

그런 현수에게 또 다시 숭일대 선수가 미친 들소처럼 달려들었다. 그 들소는 바로 숭일대 공격형 미드필더 장진우였다.

촤아아악!

장진우가 현수를 앞에 두고 전방 태클을 넣었다. 두 다리를 한껏 쳐들면서 말이다. 그걸 보고 현수가 놀라며 몸을 피하다가 장진우와 뒤엉켜서 쓰러졌다. 그때 현수의 몸이 장진우의 몸 위로 떨어졌다.

쿵!

“크아아악!”

그라운드에 처절한 비명성이 울렸다. 그런데 현수가 내지른 비명소리는 아닌 모양이었다. 현수가 멀쩡하게 일어섰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비명소리의 주인은 바로 장진우였다. 장진우는 작년에 무릎 인대를 다쳐서 6개월이나 병원 신세를 졌다. 그리고 재활훈련만 3개월을 했고 말이다. 그 뒤 겨우 어렵사리 숭일대 축구부에 복귀한 그였다.

그런데 그가 작년에 다친 무릎을 두 손으로 잡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진우야!”

그 모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숭일대 윤정철 감독이 득달같이 그라운드로 뛰어 들었다. 그리고 장진우를 살폈는데 상태가 나빠 보였다. 벤치에서 119에 전화를 했다고 했으니 곧 앰뷸런스가 올 터였다.

일단 경기는 중단 되었다. 윤정철 감독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좀 전에 병원에 간 그 공격수와 지금 다친 장진우는 숭일대 축구부의 핵심 멤버들이었다.

그 두 선수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숭일대가 그 동안 해 온 빌드 업은 수포로 돌아갈 터였다. 그리고 축구 감독인 그의 목도 날아갈 테고 말이다.

“하아!”

윤정철 감독은 한숨과 함께 연신대 벤치 쪽을 쳐다봤다. 그런데 윤성찬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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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우가 현수를 향해 태클을 걸기 전 현수는 그에게 일루젼(Illusion)마법을 걸었다. 때문에 장진우의 태클을 사실 현수 옆을 비켜났다. 하지만 현수가 태클에 걸린 척 하며 몸을 허공으로 띄웠다가 장진우를 깔아뭉갠 것이다.

특히 장진우가 왼쪽 무릎에 테이핑을 많이 한 걸 보고 거기를 집중 적으로 짓눌렀다.

그랬더니 장진우가 죽겠다며 비명 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는 앰뷸런스에 실려서 축구장을 떠나야했다.

“삐익!”

그 때 이명신이 현수에게 거친 태클을 건 장진우에게 레드카드를 꺼냈다. 이로써 두 명이나 퇴장을 당한 상태로 숭일대는 남은 5분 여 시간 동안 연신대와 경기를 계속 해야 했다.

보통 이럴 경우 연신대 감독인 이명신이 시합을 중단하자고 숭일대 쪽에 얘기해야 정상인데 이명신은 그러지 않았다.

되레 연신대 선수들에게 더 공격적으로 나가서 골을 더 넣으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들이 현수를 다치게 만들려는 속셈을 이명신도 간파 한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현수에게 반칙을 한 숭일대 선수들이 다쳐 그라운드를 나가는 걸 보며 속으로 통쾌해 했다.

“현수야!”

그리고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연신대가 잡았다. 그 시발점은 역시 현수였다. 수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숭일대를 그들 진영 깊숙이 몰아넣은 뒤 현수가 중앙으로 툭툭 공을 치고 들어갈 때였다.

그를 기다리고 있던 숭일대 센터백 서장호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먹잇감을 발견 한 맹수의 광기를 확연히 드러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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