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리그 -->
사실 어제 사촌 동생인 윤성찬이 윤정철 감독을 찾아와서 연신대와의 연습 시합을 부탁했을 때 그는 별로 내키지 않았었다.
숭일대는 지금 한창 빌드 업이 진행 되고 있는 팀이었다. 그런 팀을 요즘 대학 팀 중에서 가장 강하다는 연신대와 붙여 놔서 숭일대가 얻을 게 별로 없었던 것이다.
“아버지께서 숭일대 축구부에 발전 기금으로 5천만 원을 기부하시기로 하셨어.”
“뭐? 삼촌이?”
윤성찬의 말에 윤정철 감독이 살짝 놀랐다. 윤성찬의 부친이자 윤정철 감독에게는 삼촌 뻘이 되는 양반은 지독한 짠돌이었다. 그런 양반이 숭일대 축구부에 5천만 원을 쾌척했다니 잘 믿기지 않았다. 아마도 윤성찬이 부친에게 부탁했으리라. 그렇지 않고 그가 아는 삼촌은 그 돈을 절대 기부할 양반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걸로 축구부원들에게 회식이라도 시켜 줘.”
윤성찬이 별도로 오백만 원을 내 놓았다. 이 정도면 그냥 부탁 정도가 아니었다. 청탁이라고 봐야했다.
“원하는 게 정확히 뭐냐?”
윤성찬이 아무 이유 없이 그것도 자기가 다니는 대학도 아닌 숭일대에 기부를 하고 또 회식비까지 내 놓을 리 없었다.
“형도 알다시피 내 꿈이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되는 거잖아?”
“으음. 그랬었지. 근데 그게 왜?”
“실은 연신대에서 축구를 더 못하게 생겼어.”
“뭐? 어쩌다가?”
“그게..................”
윤성찬이 쭉 자신의 처지를 숭일대 감독인 윤정철에게 얘기했다. 물론 자신이 잘못한 부분은 축소해서 말이다.
“그러니까 연신대 축구부 내의 그 강현수란 녀석이 문제란 말이구나.”
“응. 그 녀석만 없으면 제가 축구부원으로 연신대를 졸업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거든. 해서 이번 연습 시합을 할 때.................”
윤성찬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윤정철 감독에게 목소리를 약간 낮춰서 말했다.
“거칠게 플레이를 해 줘. 그래서 녀석이 좀 크게 다쳤으면 좋겠어. 이왕이면 몇 달 병원에 입원하도록 말이야. 아님 아예 축구를 못하게 만드셔도 좋고.”
“뭐?”
윤정철은 기가 막혔다. 아무리 자신의 사촌이지만 같은 축구 선수면서 어떻게 이런 소릴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됐다.
윤정철이 화난 표정을 짓자 윤성찬이 재빨리 자신의 말을 정정했다.
“뒷말은 농담이야. 하하. 그 말은 그냥 잊어 주고 몇 주 못 뛰게만 만들어 줘. 부탁해. 형.”
그러면서 윤성찬이 봉투 하나를 또 하나 꺼냈다.
“이건 그 수고비라고 보면 돼.”
확인하니 그 봉투 안에 천만 원이 들어 있었다. 윤정철은 숭일대 감독을 맡고 있지만 계약직이었다. 그리고 연봉도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아내는 항상 툴툴거렸다. 아이들 학원비를 감당하려면 자신도 일하러 나가야겠다고 말이다.
그런 그녀에게 천만 원을 갖다 준다고 생각하자 기뻐할 그녀 모습에 윤정철은 차마 봉투를 도로 윤성찬에게 돌려주지 못했다.
“고마워요. 형! 그럼 형만 믿을 게.”
윤성찬은 윤정철이 봉투를 돌려주기 전에 먼저 일어나서 사라졌다. 윤성찬이 준 봉투를 손에 쥔 윤정철은 몇 번이고 윤성찬을 부르려 했지만 결국 부르지 못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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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일대의 원톱 스트라이커 조동우는 최상의 컨디션으로 오늘 연신대와의 연습시합에 임했다.
비록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대학리그에서 3경기 연속 골을 터트리며 절정의 골 감각을 자랑하고 있던 조동우는 이런 좋은 분위기를 더 오래 끌고 가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도 무조건 골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연신대와 같은 강팀을 상대로 골을 넣어야 진짜 골잡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법.’
하지만 아무리 그가 자신이 있어도 공이 와야 골도 넣을 수 있는 게 아닌가? 시합이 시작 된지 10여분도 넘었는데 전방으로 좀 체 공이 넘어 오질 않았다. 결국 답답한 그가 부지런히 뛰어다녔음에도 불구하고 2선에서 그에게로 패스 올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저놈이 문제야.’
조동우가 곧 잡아먹을 듯 연신대의 중앙 미드필더를 쏘아 보았다. 저 중앙 미드필더가 그에게 오는 공은 죄다 끊어놓았던 것이다.
안 그래도 시합 전에 감독이 특히 연신대에서 조심해야 할 선수라고 했었다. 그러면서 좀 거칠게 다루는 게 좋을 거란 말도 했었다. 여기서 거칠게란 부상을 입혀도 좋다는 암묵적인 지시였다. 그래서 조동우가 제일 먼저 그 녀석과 부딪쳤다. 187센티에 95kg의 조동우였다.
피지컬로는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던 그였다.
“헉!”
그런 그가 그 녀석에게 맥없이 밀렸다.
“말도 안 돼!”
녀석과 어깨끼리 부딪치는 순간 그의 몸이 홱 옆으로 밀려 난 것이다. 그 사이 녀석은 공을 뺏어서 전방으로 길게 공을 내 찼고 말이다.
“뭐, 뭐야?”
황당한 눈으로 연신대 중앙 미드필더를 쏘아 볼 때 녀석이 내 찬 공을 연신대 장신의 공격수가 또 다시 헤딩으로 떨어트렸다.
그 공을 연신대의 공격수 나진목이 다시 잡았고 말이다. 하지만 숭일대 센터백 서장호가 태클로 공을 골라인으로 걷어내면서 상대에게 코너킥 찬스를 내 주었다.
현수는 상대 공격수부터 시작해서 숭일대 선수들이 죄다 그에게 대 놓고 적개심을 내 비치는 걸 보고 오늘 이 시합이 뭔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뭔가 제 3자가 개입되었다고나 할까? 음모의 냄새가 너무 풀풀 풍겼다.
‘설마....’
현수가 힐끗 뒤를 돌아보자 연신대 왼쪽 수비수 자리의 윤성찬이 뭐가 그리 좋은지 생글거리며 웃고 있었다. 마치 오늘 이후 더 이상 연신대 축구부에서 눈치 따윈 안 봐도 될 거란 듯 말이다.
아무래도 윤성찬이 숭일대 측에 무슨 수작을 부려 놓은 모양이었다. 수작이래야 아마 현수를 다치게 만들려는 정도? 부상당하면 현수도 더 이상 쓸모없는 존재에 불과 해질 테니까. 하긴 감독이 사촌 형이니 그쪽을 움직이는 건 어렵지 않았을 터였다. 그렇다면......
‘별수 없지.’
모레가 U리그 결승인데 여기서 부상이라도 당하면 좋을 게 없었다. 물론 현수에게는 치료 마법이 있으니 부상쯤이야 얼마든지 고칠 수 있지만 어째든 자신이 다치는 건 팀 사기에 문제로 작용할 수 있었다.
해서 현수는 빨리 상태 창부터 열었다. 현수의 눈앞으로 바로 홀로그램 창이 떴다.
현수는 일단 무스트 마법으로 체력의 3배 UP시켰다. 그리고 만약을 위해서 스킨스톤(Stone skin)으로 다리 피부를 돌처럼 만들어 놓은 뒤 다크실드로 몸을 감싸 놓았다. 이러면 흉기로 현수를 내려치거나 찌르지 않는 한 현수가 다칠 일은 없었다.
‘이 정도면 축구장에서 안전하겠지.’
현수가 만족스럽게 웃고 있을 때 연신대의 왼쪽 미드필더 김석진이 현수에게 말했다.
“현수야. 코너킥 안 차?”
“어?”
그때 연신대 공격수 나진목이 현수에게 신호를 보내 왔다. 근처에 있는 자신이 코너킥을 차겠다고 말이다. 그래서 현수는 그러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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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우는 곧장 수비에 가담하러 숭일대 진영의 골에어리어로 들어갔고 코너킥은 나진목이 찰 모양이었다.
나진목이 오른팔을 높이 들어 올리며 공을 찼다. 나진목의 크로스는 빠르게 휘어져 골에어리어 안으로 들어왔다.
그 공을 보고 연신대과 숭일대 선수들이 일제히 몸을 솟구쳐 올렸다.
하지만 그 중 절반은 서로 상대 선수를 붙잡고 있다 보니 타이밍을 놓쳤는데 특히 숭일대의 센터백 서장호는 연신대의 장신 공격수 표재욱이 뛰지 못하게 허리를 껴안고 있었다.
나진목의 공은 예상대로 표재욱에게 날아왔고 그 앞의 숭일대의 풀백이 헤딩으로 그 공을 걷어냈다.
그걸 보고 서장호는 재빨리 안고 있던 표재욱의 허리를 풀었다. 그런데 그때 뭔가 그의 얼굴 옆을 스쳐 지나갔다.
슈아앙!
출렁!
이어 골망을 가른 소리에 고개를 골대로 돌렸는데 언제 들어갔는지 공이 그 안에 들어가 있었다.
서장호가 시선을 연신대 쪽으로 돌리자 연신대 선수들이 중앙 미드필더 주위로 모이는 게 보였다.
수비수가 걷어 낸 공을 중앙 미드필더가 슛으로 연결한 모양이었다.
2대 0!
전반 초반에 벌써 2골을 먹다니! 숭일대가 조급해 질 수밖에 없는 스코어였다.
주심인 윤정철 감독이 전방의 조동우를 밑으로 끌어 내리며 말했다.
“동우야. 네가 더 뛰어줘야겠다.”
“알겠습니다.”
감독의 의도를 바로 간파한 조동우는 숭일대의 미드필더 가까이에서 공을 받아서 직접 공을 치고 연신대 진영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조동우 앞으로 연신대의 중앙 미드필더가 뛰어 왔다.
조동우는 그 공을 바로 장진우에게 돌리고는 빠른 속도로 앞으로 뛰어갔다.
숭일대의 미드필더 장진우는 측면으로 강하게 공을 찼다.
공은 터치라인 밖으로 나갈 것처럼 보였는데 그 공을 숭일대의 윙어 이명철이 간결한 터치 후 질주하기 시작했다.
이에 연신대의 풀백과 중앙 수비수가 협력 수비로 이명철을 막았는데 이명철은 그 둘 사이로 공을 밀어 넣고는 잽싸게 돌파를 시도했다.
그때 다급한 나머지 연신대의 풀백이 이명철의 유니폼을 잡았고 이명철은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삐익!”
주심을 맡고 있던 숭일대 윤정철 감독이 그걸 보고 반칙을 불었다.
코너킥 보다 더 좋은 위치에서의 프리킥 찬스를 맞은 숭일대의 선수들이 최종 수비수 한 명을 빼고 전부 페널티에어리어 안으로 들어갔다.
키커는 숭일대 공격형 미드필더 장진우로 그는 약속된 플레이대로 낮고 강하게 골대 쪽으로 공을 찼다.
그때 불쑥 그 앞에서 튀어 나온 조동우가 살짝 머리로 센터링을 끊어 먹었다. 공은 골대 안으로 향했다.
출렁!
연신대 골키퍼 방주혁이 나름 반응을 했지만 겨드랑이 사이로 빠져 들어간 공을 막지는 못했다.
연신대 중앙 미드필더 강현수가 주심에게 뭔가 항의를 했는데 주심인 윤정철 감독은 그 항의를 받아 드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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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코너킥 상황에서 조동우를 주시했다. 숭일대의 공격수 중에서 유독 오늘 그가 컨디션이 제일 좋아보였다. 그래서 그를 집중 마크했더니 경기가 한결 수월하게 풀려 나갔다.
장진우가 공을 차기 전에 조동우가 움직였다. 현수는 당연히 그런 조동우를 쫓았다.
“헉!”
그런데 뒤에서 누가 그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때문에 현수가 조동우를 쫓아가지 못할 때 골대 옆에서 조동우가 헤딩으로 센터링의 방향만 살짝 바꿔서 골을 넣었다.
순간 현수는 주심인 윤정철 감독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 앞에 숭일대 선수가 떡하니 서 있었다.
그 선수로 인해 현수가 주심인 윤정철 감독의 시야가 가려진 것이다.
스윽!
그 선수는 현수를 끌어안은 숭일대의 선수가 팔을 풀자 바로 옆으로 물러났다.
현수는 일단 골에어리어 안에서의 홀딩 파울을 주심인 윤정철 감독에게 주장했다.
하지만 윤정철 감독은 그 상황을 보지 못했다며 그걸 골에어리어 안에서의 정당한 몸싸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수가 봤을 때 윤정철 감독은 그 상황을 봤으면서도 못 본 척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팔은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었으니 현수의 항의는 그냥 항의로 끝났다.
“하아!”
현수가 어처구니없어 할 때 당시 주심의 시야를 교묘히 가렸던 숭일대의 선수가 그의 옆을 지나치며 히죽 웃었다.
스코어 2대 1!
드디어 추격 골을 터트린 숭일대의 팀 분위기가 업(Up) 되었다.
“자자. 한 골 더 넣자.”
주장 완장을 찬 이용규가 파이팅 넘치게 큰 소리로 외쳤다. 그때 센터서클 한 가운데에서 골을 먹은 연신대가 선축으로 경기가 재개 되었다.
표재욱과 나진목이 킥 오프 후 숭일대 진영으로 들어가자 현수는 자신에게 온 공을 받아서 연신대 측면 미드필더에게 패스를 하면서 살짝 사인을 넣었다.
잠시 올라 갈 테니 자신의 자리를 대신해 달라고 말이다. 이것도 일종에 약속 된 플레이였다. 갑자기 포지션에 변화를 주어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일종의 작전 인 셈이었다.
연신대 측면 미드필더는 현수의 사인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중앙으로 공을 끌고 갔다. 그때 현수가 훌쩍 하프 라인을 넘었다.
연신대 측면 미드필더는 그걸 보고 현수를 향해 공을 차 넣어 주었다. 하지만 현수가 받기에 살짝 부정확한 패스.
그러나 현수는 특유의 스피드와 볼트래핑 실력으로 그 공을 받아냈다.
휘익!
그리고 자신에게 접근해 온 숭일대의 미드필더를 간단히 벗겨내고 빠르게 안쪽으로 치고 들어갔다.
“젠장!”
“막아!”
어느새 페널티에어리어까지 들어오는 현수를 보고 숭일대의 센터백 서장호가 거칠게 태클을 가했다.
촤아아악!
현수는 가볍게 안으로 공을 차 놓고 서장호의 태클을 훌쩍 뛰어 피했다. 하지만 서장호가 워낙 높게 다리를 쳐들었기에 허공에서 다리가 걸린 현수가 균형을 잃고 잔디 위를 크게 나뒹굴었다.
전방 낙법을 사용해서 그라운드 위를 굴렀기 망정이지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였다.
삐익!
주심인 윤정철 감독이 조금 늦게 휘슬을 불었다. 서장호가 공과 무관하게 태클이 들어갔다며 반칙을 선언한 것이다. 명백한 파울인지라 윤정철 감독도 휘슬을 불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발의 높이로 봤을 때 반칙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윤정철 감독은 구렁이 담 넘어 가듯 서장호에게 대충 구두 경고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