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188화 (188/712)

<-- U리그 -->

노우진은 어렴풋이 기억났다. 현수가 변태섭의 호위 조직원을 전부 처리 한 걸 말이다.

그렇다면.....

“흐흐흐흐. 이거 일이 수월하게 됐군.”

노우진은 자신의 단골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느긋하게 그의 남은 수하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침까지 끌어 모으면 한 50명은 충분히 모을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변태섭이 어디 있냐는 것이다.

“또 그 임페리얼 팰리스에 있는 건가?”

노우진은 당장 움직일 수 있는 수하 둘을 시켜서 임페리얼 팰리스로 보냈다. 그러자 그 수하들에게서 그곳에 변태섭의 차가 있음을 확인했다.

“받은 만큼 돌려 줘야겠지.”

노우진은 그렇게 밤새 술을 마셨다. 그리고 아침 7시 쯤 모인 수하들과 같이 해장국을 먹은 뒤 목적지인 임페리얼 팰리스로 향했다. 그가 그곳에 막 도착 했을 때 변태섭이 알아서 주차장으로 기어 나왔다.

“여어. 변태 영감!”

“헉!”

변태섭은 노우진을 보고 기겁하며 놀랐다. 당연히 어제 그가 보낸 호위 조직원들에게 지금쯤 붙잡혀 있어야 할 노우진이 아니던가?

“네, 네놈이 어떻게.....”

“잡아!”

50여명이나 되는 노우진의 수하들이 변태섭을 빙 둘러쌌다. 그런 마당에 변태섭의 양 옆에 있던 두 조직원과 그의 차를 몰던 조직원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저항도 하지 않고 변태섭 노우진 쪽으로 바로 투항해 왔다.

“저, 저런.....”

대 놓고 자신을 배신하는 수하들을 보면서 변태섭이 벌레 씹은 얼굴을 했다.

노우진은 투항 해 온 놈들은 한쪽으로 배제 시켜 놓고 목표 했던 변태섭만 잡아서 임페리얼 팰리스 지하 주차장을 빠져 나왔다.

“인천으로 가자.”

노우진은 변태섭을 데리고 곧장 인천으로 향했다. 인천엔 노우진이 잘 아는 조직이 하나 있었다.

“변태 영감이 그렇게 사람을 잘 다져 놓는다면서? 그래서 특별히 소개 시켜 줄 사람이 하나 있어.”

노우진과 변태섭을 태운 차가 인천의 한 공단의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 공장 안에서는 썩은 내가 진동을 했다.

“멍멍멍멍!”

“으르르릉!”

그리고 개 짖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렸고 말이다. 차에서 내린 변태섭의 눈에 띤 건 바로 도축 된 개가 줄줄이 매달려 있는 모습이었다.

그때 공장 안쪽에서 커다란 식칼을 든 전신장화 차림의 중년 남자가 나타났다.

“뭐야?”

그가 공장 안에 나타난 불청객들을 보고 버럭 화부터 냈다. 그때 노우진이 그에게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철종이 형님!”

노우진이 아는 척을 하자 중년 전신장화 남이 그를 똑바로 째려보았다.

“저 우진입니다. 왜 전에 윤성이 형님 밑에 있었던.......”

“아아. 그 똘똘한 녀석. 기억 난다. 네가 여긴 어쩐 일이냐?”

다행히 중년 전신 장화 남이 노우진을 기억하는 모양이었다.

“전에 왜 윤성이 형님 처리 한 놈 알면 알려 달라고 하셨잖습니까?”

“그랬지.”

“그 놈 여기 있습니다.”

노우진이 손짓으로 변태섭을 가리켰다. 그러자 변태섭의 낯빛이 변했다. 뭐가 단단히 잘못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전신 장화 차림의 철종이 곧장 변태섭 앞으로 걸어갔다.

“네가 이윤성을 뼈까지 발췌한 놈이라고?”

변태섭이 손봐 준 놈이 어디 한 둘이던가? 그 중에 이윤성이 있는지 변태섭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럼 전 이만.”

노우진은 변태섭을 철종에게 넘기고 그 자리를 떠났다. 나머진 철종이 알아서 처리 해 줄 터였다.

철종은 불법 도살업자였다. 주로 개를 잡아서 유통 시켰는데 간혹 시체 유기로 돈을 벌었다. 사람을 도축한 뒤 분쇄시켜서 개나 돼지 사료로 썼던 것이다.

“이리 와.”

“아, 안 돼!”

철종이 변태섭을 공장 안쪽으로 질질 끌고 갔다. 변태섭은 눈치 빠른 개가 도살장으로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악하듯 버텼지만 철종의 힘은 엄청났다.

“으아아아악!”

잠시 뒤 도살장 안으로 끌려 들어간 변태섭의 비명 소리가 공장 안을 가득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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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이 눈이 부셔서 현수는 잠에서 깼다. 어제 새벽 3시에 잠든 현수가 잠에서 깬 건 8시 50분이었다.

9시까지 학교에 가야 하는데 그렇다고 마법 아이템인 텔레포트 바바리코트를 사용해서 갈 정도로 학교 가는 게 현수에겐 중요치 않았다. 현수는 곧장 주장인 이기찬에게 전화를 걸어서 오늘 좀 늦게 간다고 얘기했다.

원래는 이명신 감독에게 직접 전화를 해야 하지만 며칠 전에도 한 번 전화 한 적이 있어서 또 전화하는 게 꺼려졌다.

현수는 일단 씻은 뒤 옷을 갈아입고 차 키를 챙겨서 원룸을 나섰다. 그리고 학교로 가던 중간에 편의점에 들러서 간단히 샌드위치와 우유로 아침을 때웠다.

전에 이 편의점에 왔을 때 현수는 유명세로 고생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어디도 없었다.

현수는 나름 격세지감을 실감하며 편의점을 나섰다. 그리고 곧장 학교로 갔고 체육관에 들어갔다.

그가 라커룸에서 막 옷을 갈아입고 축구장으로 갈 때 하필 이명신 감독과 마주쳤다.

“크음. 이제 나오냐?”

이명신이 살짝 굳은 얼굴로 물었다.

“네. 죄송합니다. 늦잠을 좀 자서요.”

“뭐 어제 많이 뛰었으니 피곤도 했겠지. 괜찮다. 훈련해라.”

그 말 후 이명신이 현수를 지나쳐서 체육관으로 향했다. 딱 봐도 현수에게 불만인 모양인데 팀의 핵심 선수인 그에겐 차마 뭐라고 하지 못하고 화를 억누른 체 축구부실로 가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요즘 이명신이 무엇 때문인지 많이 예민했다.

“뭔 일이지?”

현수도 그게 궁금했지만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안 그래도 요즘 골치 아픈 일이 많은 현수였다. 거기다 이명신 문제까지 개입하고 싶진 않았던 것이다. 현수는 이때 자신이 이명신에게 무슨 짓을 저질러 놨는지 기억도 못하고 있었다.

원래 때린 사람은 기억 못해도 맞은 사람은 평생 기억한다고 하지 않던가? 현수는 자신이 이명신에게 조루증 유발 아이템을 사용한 걸 잊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이명신이 요즘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이명신은 그걸 살려 보려고 거기 좋다는 보양신은 다 챙겨 먹고 있었다. 그래도 조루 증상이 개선되지 않자 비뇨기과에서 치료까지 받고 있었는데 그 사실은 절대 비밀이었다.

그래도 오후 훈련 전에 이명신이 모레 있을 U리그 결승전의 상대인 중앙대에 대해서 나름 분석을 해 온 걸 읽어 주었다.

그 뒤 불쑥 연신대 축구부원들에게 이따 3시에 숭일대와 연습 경기를 치르기로 했다고 알렸다.

“네? 그걸 왜 지금 말씀하시는 겁니까?”

황당한 연신대 축구부원들을 대표해서 현수가 이명신에게 물었다.

“뭐 어때. 말 그대로 연습 경긴데. 주심도 숭일대 감독과 내가 전 후반 돌아가면서 보기로 했어."

숭일대는 작년 까지만 해도 8강에 들었던 강팀이었다. 하지만 주전 멤버들이 프로에 진출하면서 전력 누수로 인해 올해는 U리그 예선전에서 아쉽게 탈락한 팀이었다.

숭일대 감독인 윤정철은 바로....... 윤성찬의 사촌 형이었다.

‘설마.....’

현수의 그 설마가 맞았다. 요 사이 보이지 않던 윤성찬이 돌아온 것이다. 그의 귀환을 이명신이 반겼다.

“성찬아. 어서 와라. 성찬이가 이번 숭일대와의 연습 경기를 주선해 주었다. 다들 박수!”

이명신이 박수들 치라고 했지만 막상 박수 치는 연신대 축구부원은 없었다. 그 중 특히 현수는 기가 차다는 듯 윤성찬을 쳐다보았다. 윤성찬은 현수가 자신을 쏘아보자 슬그머니 시선을 딴 쪽으로 피했다. 그때 이명신이 현수를 따로 불렀다.

“윤성찬이 주선 한 시합이라 녀석을 빼긴 어려울 거 같다. 이해하지?”

오늘 연습 시합을 치르는 건 분명 모레 있을 결승전에 플러스 요인이었다. 아무래도 그냥 하는 훈련보다는 실전 연습 경기가 효과 적인 건 현수도 부정할 수 있는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네. 뭐 어쩔 수 없죠.”

숭일대 정도면 연신대가 압도적으로 밀어 붙일 수 있을 터였다. 즉 수비수인 윤성찬이 공 만질 일이 거의 없을 거란 소리다.

“고맙다.”

이명신은 현수와 얘기를 끝내자 바로 오늘 연습 경기에 선발 출전할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늘 그렇듯 전술은 4-4-2 포메이션이었다.

“골키퍼에 방주혁, 왼쪽 수비 윤성찬, 오른쪽 수비 이도형, 오른쪽 중앙 수비 강주혁, 센터백 이기찬, 중앙 미드필더 강현수,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 조용식, 왼쪽 미드필더 김석진, 오른쪽 미드필더 임호룡, 왼쪽 전방 공격수 나진목, 오른쪽 전방 공격수 표재욱. 이상이다.”

이명신은 오늘 연습 경기 선발 출전 할 선수 명단을 발표 한 후 곧장 체육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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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일대 축구부는 2시 30분에 연신대 축구장에 학교 버스를 타고 왔다. 그리고 바로 몸들을 풀었다.

“이렇게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저희 애들도 이번 대회 우승이 유력하다는 연신대와 붙어 보고 싶어 했습니다. 오히려 시합을 요청해 주셔서 저희가 더 고맙습니다.”

숭일대는 현재 전체적인 빌드 업을 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요즘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들이 몇 명 있었다.

그들이 내년에 활약 해 준다면 내년 U리그 우승도 넘볼 수 있을 거라 숭일대 윤정철 감독은 확신했다.

윤정철 감독은 오늘 시합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렇게 3시가 되자 양 팀 감독들이 선수들을 소집 시켰다. 연신대가 집합하자 이명신 감독이 그들 앞에서 말했다.

“모레 U리그 결승전을 앞둔 평가전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뛰어 주길 바란다. 그리고 부상 입지 않게 조심하고. 특히 강현수. 오늘 살살 뛰어라.”

“.......”

현수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전반전 주심은 숭일대 윤정철 감독이 맡았다. 윤정철 감독이 전반전 선축을 연신대에 양보했다.

“너희가 먼저 차라.”

그리고 곧 이어서 주심인 윤정철 감독이 휘슬을 길게 불었다.

삐이이이익!

그 소리에 연신대에서 먼저 선축을 했고 공은 바로 뒤쪽 현수에게 연결 되었다. 오늘 숭일대는 특별히 중앙대에서 주로 사용하는 4-3-2-1 전술로 연신대를 상대해 주었다.

숭일대 윤정철 감독은 주축 공격수인 2학년 조동우가 원톱으로 내세웠고 좌우 윙어로 같은 2학년 이명철과 양재욱이 좌우에서 활개 치며 공격을 이끌어 나갈 줄 터였다.

또한 노련한 수비형 미드필더 3학년 이용규, 강민식과 2학년으로 올해 활약이 대단한 센터백 서장호가 든든하게 뒤를 받쳐 줄 테니 수비에도 빈틈이 없었다.

비록 탈락을 했지만 공격수 조동우는 U리그 예선에서 3경기 연속 골을 넣으면서 득점력이 물올라 있었고 공격형 미드필더인 장진우까지 가세하면 초반에 연신대보다 먼저 선제골을 넣을 수 있을 터였다. 그런데 초반 경기 양상은 숭일대 윤정철 감독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미드필더까지 패스 연결 상태는 괜찮았다. 그런데 좌우 윙어와 공격수에게 패스가 들어가면 이내 공을 뺏기거나 패스 미스를 연발했다.

“뭐, 뭐야?”

그렇게 끊긴 공을 연신대에서 한 번에 크게 숭일대 진영으로 킬 패스를 넣었다.

“따라 붙어!”

연신대의 키 큰 공격수에게 숭일대의 수비수가 재빨리 달라붙었지만 그 보다 먼저 장신의 공격수가 헤딩으로 공을 떨어트렸고 그 공이 하필 쇄도해 들어 온 연신대 다른 공격수, 윤정철 감독도 잘 아는 나진목에게 연결 되었다.

나진목는 화려한 개인기로 숭일대의 수비수를 젖히면서 왼발로 감각적인 슈팅을 때렸다.

뻐엉!

그 공이 그라운드에 한 번 바운드 된 뒤 골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출렁!

숭일대의 골키퍼 배용석이 몸을 날렸지만 워낙 골대 구석으로 향한 공이라 막을 수가 없었다.

윤정철 감독은 전반 5분 만에 숭일대가 선취골을 넣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골을 내어주자 표정이 굳었다.

“자자! 다들 집중해서 동점골 넣어야지.”

윤정철 감독이 숭일대 선수들을 독려 했지만 한번 연신대에 넘어간 주도권이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되레 무리한 공격이 역습의 빌미를 제공했다.

터엉!

골을 넣는데 기여한 연신대의 장신의 공격수의 중거리 슛이 골포스트를 맞고 튀어 나오는 걸 보고 윤정철 감독은 가슴이 철렁했다.

윤정철 감독은 요즘 기량이 최고조에 이른 조동우를 앞세워 화끈한 공격 축구로 연신대를 초반에 압도하려 했다. 그런데 전반이 20분이나 흘렀는데 2선에서 조동우에게 제대로 된 패스 한 번 들어가지 않았다.

‘저놈....’

바로 연신대의 중앙 미드필더 때문이었다. 그는 하프라인을 거의 넘지 않으면서 연신대 진영에서만 종횡무진 뛰어다녔다.

그러면서 자신의 좌우 미드필더와 포백들을 지휘해서 숭일대의 공격 맥을 죄다 끊어 놓았다.

조동우에게 찔러 준 패스도 저 중앙미드필더가 다 커트 해냈다.

‘저놈이 성찬이가 말한 그 강현수란 녀석인 모양이구나.’

조동우도 그걸 알고 연신대의 중앙미드필더와 몸싸움까지 했지만 번번이 공을 뺏겼다.

게다가 역습 상황에서 연신대의 첫 골도 저 중앙미드필더가 그 시발점이었다. 그가 뺏은 공을 전방으로 길게 공을 찼고 그 공을 장신의 공격수, 이름이 표재욱이라고 했던가?

아무튼 그 녀석이 헤딩으로 떨어트렸고 나진목가 골로 연결시킨 것이다.

좀 전의 위협적인 슈팅도 연신대의 중앙 미드필더가 절묘한 스루패스로 나진목에게 연결해 줘서 가능한 플레이였다.

윤정철 감독의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저 강현수란 연신대의 중앙 미드필더를 막지 않으면 오늘 연습시합에서 숭일대가 제대로 쪽 파는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거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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