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179화 (179/712)

<-- U리그 -->

현수가 이윤미의 원룸을 나섰을 때는 새벽 2시가 다 되었을 때였다.

이윤미는 현수에게 자고 가라고 했는데 현수가 불편해서 원룸을 나왔다. 그래도 내일 시합인데 여자와 잠까지 자는 건 좀 심했다 싶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아침에 깨었을 때 다시 이윤미를 덮치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현수가 아무리 체력이 예전보다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침에 그 짓을 하고 전 후반 다 뛸 자신은 없었던 것이다.

새벽이라 길은 막힘이 없었고 30분 만에 원룸에 갈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꼬꾸라져서 잤는데 깨어보니 벌써 10시였다. 점심을 12시에 먹을 터라 편의점에서 간단히 샌드위치와 우유로 아침을 때우고 학교로 향했다.

11시 축구장에 가 보니 연신대 축구부원들이 벌써 몸들을 풀고 있었다. 현수도 그들에 합류 했는데 몇 분 지나지 않아서 연신대 감독인 이명신이 나타났다.

“몸들 잘 풀고 12시 되면 점심 먹고 휴식들 취하고 있어. 그리고 1시 30분에 학교 버스가 이쪽으로 올 테니까 그거 타고 기다려라.”

그 말 후 이명신은 또 휑하니 사라졌다. 현수는 어제 하던 반칙을 하더라도 상대 공격을 끊어 내는 수비 훈련을 비롯해서 역습 전환 시 공격수들이 한 방에 해결 짓는 훈련을 시켰다.

둘 다 몸 풀기 치고는 격한 운동이었지만 지금 그런 식으로 훈련을 해 놓으면 오후 실전 시합에서 분명 효과를 볼 수 있을 터였다.

“자자. 12시다. 점심들 먹으러 가자.”

그러다 시간이 12시가 되었고 연신대 축구부원들은 다들 식당으로 향했다. 물론 몇 명은 라커룸으로 향했고 그 중에 현수가 끼어 있었다. 현수가 확인하니 이윤미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지금 일본으로 갑니다. 한 달 뒤에 봐요. 그리고 전화 연락은 제가 자주 하도록 할게요.]

그 다음으로 양미라에게도 문자가 와 있었다.

[오늘 저녁에 만나기로 한 거 잊지 않았죠?]

딱 봐도 어제 그 남친에게 양미라는 충족감을 느끼지 못한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오늘 저녁엔 힘 좀 써야 할 것 같았다.

“이런..... 시합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다니.”

현수는 나름 반성을 하고는 같이 라커룸을 찾은 주장 이기찬과 같이 점심을 먹으로 식당으로 향했다.

점심 메뉴로 돈가스가 나왔다. 그리고 아직 식지 않은 인기 덕에 현수에게 배식 아주머니가 또 돈가스 3장을 주셨다. 현수는 고맙게 받아서 주위 동료들과 나눠서 맛있게 먹었다.

식사 후 현수를 비롯한 축구부원들은 축구부실에서 죽치고 있다가 1시 20분쯤 되어서 축구부실을 나섰다.

“저기 버스 온다.”

그리고 1시 25분쯤 체육관 앞에 도착한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 10분 뒤 감독인 이명신이 버스에 올랐다.

“빠진 인원 없는지 확인 해.”

“없습니다.”

“그럼 간다. 기사님. 출발해 주시죠.”

이명신 감독의 말에 스쿨버스 운전기사가 건국대를 향해 버스를 출발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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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대 버스가 건국대 축구장에 도착했을 때 고구려대 선수들은 이미 축구장에서 몸들을 풀고 있었다.

시간을 확인하니 2시 25분이었다. U리그 운영위에서 2시 30분까지 오라고 했으니 늦은 건 아니었다.

“자. 빨리들 내려서 라커룸에 들어가서 옷 갈아입고 나와라.”

이미 선발 출전 할 선수들이 누군지는 다 알고 있었다. 어차피 현수가 출전 명단을 짰으니까 말이다. 현수는 그 선발 출전 할 선수들을 주축으로 오늘 오전 훈련도 시켰다.

평소에도 관계가 좋지 않은 고구려대 김창수 감독과 연신대 이명신 감독은 서로 인사도 하지 않았다.

그건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방학인데다가 경기를 하는 곳이 고구려대나 연신대가 아니라서 그런지 관객은 몇 명 없었다. 하긴 U리그 같은 대학 리그 축구 경기를 구경하러 올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것도 땡볕에서 말이다.

연신대 선수들이 10여분 정도 몸을 풀었을 때 대회 운영위, 축구협회에서 나온 심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연신대와 고구려대 선수들은 그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나서 필드 좌우로 포진했다.

주심이 센터서클 안에서 양 팀 주장들을 불러서 동전을 던졌고 앞쪽이 나온 연신대가 현 위치를 고수하면서 그대로 시합이 진행 되었다.

연신대에 예선전에서 패한 경험이 있는 고구려대는 전 처럼 쓰리(3)백을 쓰지 않고 포(4)백을 들고 나왔다.

또 한 중앙의 힘 싸움에서 밀지지 않겠다는 듯 5명의 미드필더 진으로 허리를 두텁게 했다.

그리고 원톱 공격수로 여전히 고구려대의 득점을 책임지는 원톱 스트라이커 하재봉이 도맡고 있었다.

고구려대가 4-5-1 포메이션으로 전술 변화를 준데 비해 연신대는 여전히 4-4-2전술을 들고 나왔다.

그때 벤치에서 연신대 이명신 감독과 고구려대 김창수 감독이 킥 오프 전 서로 악수를 나눴다.

“빨리 짐 싸라.”

“오늘은 그때와 다를 거다.”

두 감독이 잠시 서로를 매섭게 노려보다 쥐고 있던 손을 풀었다.

삐이익!

주심이 길게 휘슬을 불자 연신대 공격수 나진목이 킥 오프를 했고 그 공을 받은 역시나 연신대 공격수 고동찬이 뒤로 공을 뺐다.

그 공을 중앙 미드필더인 강현수가 잡아서 힐끗 전방을 봤는데 공격수 나진목과 고동찬이 채 고구려대 진영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는 걸 보고 공을 옆으로 돌렸다.

그 사이 고구려대의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이 과감히 하프 라인을 넘어서 연신대 허리를 강하게 압박했다.

김창수 감독이 좋아하는 압박 축구가 시작 된 것이다. 고구려대 선수들의 강한 압박에 연신대 미드필더들이 놀라 공을 뒤로 돌리는 걸 보고 현수가 외쳤다.

“쫄 거 없어. 공을 소유하려 말고 한 박자 빨리 패스 하면 돼.”

현수의 외침에 연신대 미드필더들도 바로 안정을 되찾았다. 현수의 말처럼 공을 가지고 있지 않고 받자마자 바로 패스를 하자 고구려대의 압박 축구도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고구려대는 역시 U리그 강팀답게 탄탄한 조직력을 갖추고 있었다.

연신대가 그 걸 부수고 승리하기 위해서 미드필더에서 밀려서는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현수도 허리진을 끌어 올리며 강하게 상대를 압박했다.

“오오!”

그걸 보고 팔짱을 낀 체 그라운드를 주시하고 있던 김창수 감독의 입에서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왔다.

“과연.... 그렇다면.”

김창수 감독이 그라운드 안에 뭔가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고구려대의 5명의 미드필더 자원 이재우가 현수를 졸졸 따라 다니기 시작했다.

이재우는 중앙 미드필더지만 오늘처럼 간혹 김창수 감독의 지시로 상대 선수를 전담 마크하기도 했다.

개인기가 상당히 뛰어난 이재우였기에 어지간한 상대는 그의 마크를 벗겨 내지 못했다. 그래서 그에게 붙은 별명이 끈끈이였다. 한번 붙으면 잘 안 떨어진다고 말이다.

이재우는 현수가 공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그 옆에 붙어 있었다. 그 덕에 강현수는 시작부터 혹 하나를 달고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현수도 이 정도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자신이 상대팀 감독이라도 이런 식으로 자신을 마크 하라고 지시했을 테니 말이다.

현수가 마크맨을 상대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바로 뛰는 것이었다.

‘어디 얼마나 따라 오나 보자.’

현수는 활동반경을 크게 잡고 계속 뛰어 다녔다. 그걸 보고 이재우가 피식 웃었다.

‘스스로 자멸하려고 작정했군.’

사람의 체력은 한계란 게 있었다. 현수처럼 초반에 저렇게 죽어라 뛰어다니면 후반전엔 제대로 뛸 수 없었다.

이재우는 어차피 마크맨이고 지치면 다른 선수로 교체 하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이재우는 죽자고 현수를 따라 뛰었다.

“헉헉헉헉!”

그렇게 10분 뒤 이재우는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그런데 그가 마크 중인 현수는 멀쩡했다. 먼저 무스크 마법으로 체력을 3배로 UP시켰고 피로가 몰려오면 그때마다 회복 마법으로 체력을 회복 시켰기 때문이었다.

‘이, 이놈 뭐야?’

보통 마크맨이 붙으면 패스를 하기 꺼려지기 마련인데 현수는 패스를 받을 수 있게 공간을 만들며 뛰어 다녔기에 패스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거기에 죽어나는 건 현수를 따라다니는 마크맨 이재우였다.

그는 악착같이 현수를 따라 다녔지만 어느 새 다리가 풀려 있었다. 그럴 것이 현수가 움직일 때마다 거의 전력 질주하듯 뛰었던 것이다.

그런 현수를 따라 마크맨도 죽어라 뛰다보니 전반 초반부터 벌써 지칠 수밖에 없었다.

현수는 중앙 미드필더지만 자리를 가리지 않고 옮겨 다니며 패스 루트를 살폈다. 하지만 현수가 공을 잡으면 고구려대 선수들이 즉시 블록을 형성했다.

고구려대 좌우 윙어와 수비수들이 현수의 주위를 에워싸려 한 것이다.

‘아주 작정을 하셨군.’

현수가 힐끗 고구려대 진영의 벤치를 쳐다보자 김창수 감독이 팔짱을 낀 체 그를 보고 웃고 있었다.

마치 그가 ‘이제 어쩔래?’ 라고 현수에게 묻고 있는 거 같았다.

천하의 현수도 6명에 달하는 수비벽을 뚫지는 못했다. 정당한 방어벽을 억지로 뚫으려 든다면 주심이 바로 반칙을 선언 할 테니 말이다. 그래서 현수는 그 수비벽 너머로 감각적인 로빙 패스를 찔러 넣었다.

“앗!”

그걸 공격수 나진목이 잡아서 첫 찬스를 맞았다. 오전에 연습한 역습 훈련이 성과를 보는 순간이었다. 원 바운드 된 공을 나진목이 감각적인 발리슛으로 연결했다.

“아아!”

하지만 나진목의 슛은 살짝 크로스바를 넘겼다. 그 뒤로도 현수는 전반 20분까지 고구려대의 문전을 위협하는 날카로운 패스로 고구려대의 간담을 여러 차례 서늘하게 만들었다.

전반도 절반가량 시간이 흘렀다. 고구려대의 김창수 감독은 선수들이 자기 역량을 다 발휘해서 뛰고 있는 것에 일단 만족했다.

오늘 고구려대 선수들의 컨디션은 그다지 나빠 보이지 않았다. 딱 한 명 빼고 말이다.

“헥헥헥헥!”

강현수의 마크를 맡은 이재우는 숨이 턱까지 차서는 힘겹게 강현수의 꽁무니를 쫓았다. 이미 전반 15분쯤부터 이재우는 강현수를 놓치고 있었다.

좀체 지치지 않는 강현수의 체력을 더는 따라 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이재우는 악착같이 뛰며 어떡하든 공을 잡은 강현수를 방해 하려 했다.

물론 그 전에 강현수가 먼저 패스를 하거나 이재우를 간단히 제쳐 버렸지만 말이다. 그러다보니 효율 면에서 이재우는 어디 쓸 데 없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쯧쯧! 벌써 교체를 해야 하다니.”

김창수 감독이 혀를 차며 말했다. 그렇게 그라운드를 누비고 다녔는데도 전혀 지친 기색을 찾아 볼 수 없는 강현수를 보고 김창수 감독은 다시 한 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렇다고 강현수를 일대 일로 마크하지 않고는 안심이 되지 않았다.

“언제 빈틈을 노려서 돌파를 시도할지 모르니 말이야.”

그 만큼 김창수 감독도 강현수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 뒤 고구려대에서 전반전에 선수를 교체했다. 예상대로 이재우를 빼고 아예 전담 마크맨으로 뛰는 선수를 투입시킨 것이다.

“수고 했다.”

“네. 헉헉헉!”

이재우는 완전 지쳐서 벤치 의자에도 앉지 않고 땅바닥에 퍼질러 앉았다. 그 사이 교체되어 들어간 선수가 강현수에게로 뛰어갔다.

현수는 고구려대에서 자신의 마크맨을 교체하는 걸 보고 바로 하프라인을 넘었다. 그리고 앞으로 빠르게 내달리며 번쩍 손을 들어 공을 요구했다.

밖으로 나간 공을 스로인(Throw-in)으로 받아 미드필더 진끼리 패스를 돌리던 중 현수가 손을 든 걸 본 연신대 왼쪽 미드필더 유경석이 그런 현수를 향해 스루패스를 넣었다.

“어림없다.”

고구려대의 센터백으로 강현수를 자신의 적수라 여기고 있던 조재훈이 바로 현수에게 붙었다. 아직 공은 허공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조재훈과 현수는 손까지 사용하며 거칠게 몸싸움을 했다.

고구려대 센터백 조재훈은 터미네이터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탄탄한 체격을 지녔는데도 불구하고 현수를 밀어내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밀렸다.

그때 공이 떨어졌고 둘 다 동시에 하늘로 뛰어올랐다. 몸싸움에서도 살짝 밀린 탓에 늦게 뛴 조재훈은 점프력에서도 현수에 밀렸다.

가볍게 현수가 헤딩으로 공의 방향을 틀어 놓았다.

“앗!”

그런데 그 쪽에 연신대의 공격수 나진목이 있었다. 하지만 나진목에게 바로 고구려대 수비수가 붙었다. 나진목은 그 수비수를 등지고 앞으로 빠르게 공을 찔러 넣었다.

강현수가 문전으로 뛰어 들어가는 걸 보고 완벽한 타이밍에 패스를 넣은 것이다.

현수는 그 공을 왼발로 터치 후 백숏으로 뒤따라 온 수비수를 앞으로 제쳐버리고 몸을 날리며 슬라이딩 슛을 때렸다.

철썩!

현수가 제친 수비수에 시야가 가린 골키퍼는 멍하니 선체로 골이 골 망을 가른 걸 지켜보았다.

“와아아아!”

“그렇지!”

첫 골이 터지자 벤치의 연신대 선수들이 환호성을 내질렀고 이명신 감독도 펄쩍 뛰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뒤늦게 현수에게 뛰어 온 마크맨은 힐끗 벤치의 눈치를 살폈다. 왠지 자신 때문에 골을 내 준 것 같았던 것이다.

“으음...”

김창수 감독은 여전히 팔짱을 낀 체 서 있었지만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마크맨을 교체 하는 그 잠깐의 시간을 현수는 놓치지 않고 기회를 만들어 골을 넣은 것이다.

“놀랍군.”

김창수 감독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신이 강현수에게 한방 먹은 걸 솔직히 인정한 것이다.

선제골을 내 준 이상 고구려대에서도 전술의 변화를 가져 올 수밖에 없었다.

1대 0!

한 골이라도 고구려대가 골을 넣지 못하면 패하는 스코어였다.

김창수 감독은 오늘 반드시 연신대를 이길 각오로 시합에 임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 더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동점골은 넣어야 했다.

김창수 감독이 드디어 끼고 있던 팔짱을 풀었다. 그리고 선수들을 향해 올라가란 신호를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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