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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174화 (174/712)

<-- U리그 -->

오후 훈련이 끝나 갈 무렵 이명신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내일 건국대에서 오후 3시에 U리그 4강전 있는 거 다들 알지?”

“네에!”

연신대 축구부원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하자 이명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했다.

“내일은 일찍 올 필요 없이 11시까지 학교로 와라. 한 시간 가볍게 몸 풀고 점심들 먹은 뒤에 쉬다가 학교 버스 타고 건국대로 가도록 하겠다.”

건국대도 서울 안에 있었지만 고구려대처럼 연신대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니었다. 그래서 이명신도 이번엔 학교 버스를 준비시킨 모양이었다. 하긴 팀이 4강에 올랐으니 감독으로 학교 측에 그 정도 요구는 할 수 있었을 터였다.

아마도 회식비도 받았을 텐데 그걸로 내일 점심 사겠다는 소리가 없는 걸로 봐선 그 돈은 벌써 그의 호주머니 속에 들어갔을 터.

이명신은 재빨리 자기 할 말만 하고는 휑하니 사라졌다. 그런 이명신이 사리지는 걸 지켜보던 연신대 축구부 주장 이기찬이 말했다.

“우리도 이쯤에서 훈련 접자.”

아직 5시 까지는 30분의 시간이 더 있었지만 지금 훈련한다고 설쳐 봐야 공 몇 번 차면 어차피 5시가 될 터였다.

현수는 곧장 체육관으로 가서 샤워장에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가 차에 타서 연신대를 나서자 그 뒤로 감시자들이 바로 쫓아왔다. 현수가 가는 곳은 딱 티가 났다. 바로 그가 사는 원룸 말이다. 아마 지금쯤 감시자들이 사도철에게 열심히 전화를 해 대고 있을 터였다. 강현수가 지금 원룸으로 가고 있다고 말이다.

현수가 원룸 근처에 차를 세우기 무섭게 그 앞에 두 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강현수?”

둘 중 하나가 물었고 현수가 바로 대답했다.

“그런데 무슨 일이죠?”

“따라와라.”

그 둘이 앞장을 섰고 현수는 군말 없이 그들을 따라나섰다. 그들이 향한 곳은 현수가 사는 근처 공터였다.

왜 예전에 경호회사 씨큐리티 대표 윤명철과 손속을 겨눴던 그 곳 말이다. 거기 한 가운데 깔끔한 정장 차림의 사도철이 서 있었다.

“어서 와라. 강현수.”

현수가 딱 보니 그는 이제 강현수의 정체를 다 파악하고 있는 듯 보였다.

“하나 묻자.”

사도철이 대뜸 말했다.

“말씀 하세요.”

현수는 사도철이 사지희의 부친이란 이유 때문에 지금 그에게 존대를 했다. 하지만 그 존대를 계속 할지는 현수도 확신하지 못했다. 어차피 그와는 지금 당장 싸울 수밖에 없는 사이니까 말이다.

“지희를 사랑하나?”

“........”

현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니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사도철이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알기 때문에 말이다. 그러자 사도철이 피식 웃었다.

“됐어. 더 얘기할 것도 들을 것도 없겠어.”

그 말과 함께 사도철이 정장 상의를 벗어서 그 옆에 있던 그의 수하에게 던졌다. 그리고 두 손에 와이셔츠의 소매를 걷으며 현수를 보고 말했다.

“일단 좀 맞고 시작하자.”

그 말에 현수가 피식 웃었다.

“그러시던지.”

사도철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말이다. 그게 사도철의 심기를 제대로 긁은 모양이었다.

파팟!

순간 사도철이 잔상을 남기고 현수 앞에서 사라졌다.

퍼퍼퍼펑!

그리고 현수 앞에서 파공성이 일면서 현수가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런데 놀랍게 현수가 서 있던 그 자리에 사도철이 서 있었다. 순식간에 사도철과 현수는 서로 4번의 주먹을 때리고 받아냈다. 사도철이 때렸고 그걸 현수가 어렵지 않게 받아낸 것이다.

“역시 내공을 쓸 줄 아는 놈이로군.”

그 말 후 사도철의 몸에 본격적으로 웅후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대 놓고 내공을 사용하겠단 뜻이었다.

사도철이 본격적으로 그의 진산무공인 태을 신공을 쓰려 하자 현수도 망설일 것 없이 형의권의 내공을 끌어 올렸다.

“호오! 제법이군.”

사도철은 기세에서 현수가 자신에게 밀리지 않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현수가 자신보다 무공이 우위에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실제 그가 태어날 때부터 무공을 익혀와도 그건 불가능한 일이니 말이다.

게다가 그의 태을신공은 벌써 12성 대성의 경지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타앗!”

기합소리와 함께 사도철이 현수에게 짓쳐들었다. 현수는 그걸 보고 물러서지 않고 사도철을 맞받았다.

퍼퍼퍼퍼퍼펑!

두 초고수가 사용하는 내가중수법으로 인해 공터 안이 파공성으로 가득했고 그 진동으로 땅바닥의 돌멩이와 잔 흙들이 연신 들썩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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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와 손속을 겨누던 사도철은 100초식이 넘어 갈 때까지 이 싸움에서 자신이 전혀 우위를 선점하지 못하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말, 말도 안 돼.’

현재 현수는 형의권의 12성 대성한 상태지만 경험이 모자랐다. 하지만 그 경험이란 것은 현수가 형의권을 11성, 12성 경지를 처음 사용해서 생긴 부족함일 뿐이었다.

그것을 계속 사용하게 되면 그 경험 부족도 점차 사라지고 완성 된 그의 무공이 빛을 발하게 될 터였다. 아니 벌써 그 빛을 발했다.

“헉!”

그 걸 증명하듯 현수는 사도철과 싸울수록 그를 더 강하게 몰아쳤다.

퍼퍼퍼퍼퍼퍼펑!

사도철의 태을신공의 절초들은 현수에게 죄다 봉쇄당하고 반면 현수의 12성 대성한 절정의 형의권은 매섭게 사도철을 압박했다. 그 때마다 강력한 경력이 사도철의 몸 주위로 휘몰아쳤다.

“허억! 이, 이럴 수가....”

결국 내공에서나 무공에서 열세에 처한 사도철은 계속해서 뒷걸음질을 칠 수밖에 없었다. 사도철은 자신이 이런 애송이에게 무공에서 밀릴 거라고는 상상도 못한 터라 머리가 복잡했다.

반면 현수는 사도철이 뒤로 밀리면서 열심히 눈알을 굴리는 걸 보고 그에게 더 시간을 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끝내자.’

현수는 바로 머릿속으로 상태 창을 떠올렸다. 그러자 그의 전면 사도철의 얼굴에 홀로그램창이 오버랩 되었다.

현수는 오늘을 위해 준비한 마법들을 사도철에게 써 먹기 시작했다. 먼저 디그 웨이브 (Dig Wave)를 사용했다.

현수의 공격에 연신 물러나던 사도철이 갑자기 비틀거렸다. 그 때문에 사도철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럴 만 했다. 갑자기 땅이 꿀렁거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거기에 신경 쓸 틈이 그에겐 없었다.

슈아앙!

현수의 내가중수법이 가미된 주먹이 사도철의 귀를 살짝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에 말이다. 만약 저 주먹에 얼굴을 맞는다면..... 사도철도 무사하긴 어려웠다.

“빌어먹을.....”

한 번 중심을 잃자 사도철은 헤매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수가 준비한 마법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뒤이어서 사도철도 전에 한 번 당한 적이 있는 소일 그리스(Soil Grease)이 시전 되었다.

“허어억!”

이번엔 바닥이 미끄러워서 사도철이 비틀 거렸다. 그리고 그 덕분에 현수의 주먹에 옆구리를 가격 당했다.

퍼억!

“크으윽!”

신음소리와 함께 사도철이 옆걸음질을 쳤다. 하지만 초고수인 사도철이 쓰러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으윽! 갈비뼈가 나갔군.’

현수의 주먹이 옆구리에 박힐 때 호신강기를 옆구리에 집중 시켰지만 현수의 내가중수법은 그 호신강기를 간단히 뚫고 들어와서 그의 옆구리에 심각한 타박상을 비롯해서 그 위 갈비뼈까지 몇 대 부러트려 놓았다.

그 가공할 위력에 사도철도 경악을 넘어 공포에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을 쳤다. 그때 현수가 준비한 또 다른 마법이 작렬했다.

파지지지직!

4서클의 찌릿한 기가 라이트닝(Giga Lightning)이 제대로 호신강기를 형성시키지 못한 사도철의 몸속에 침투해 들어가서 그의 내상을 더 심하게 만들었다.

퍼퍼펑!

그게 끝이 아니었다. 기가 라이트닝(Giga Lightning)를 시전 할 때 동시에 시전한 인덕스 매직 미사일(Induce magic missile)이 사도철의 등 뒤로 돌아들어가서 그의 등판에 3대 꽂혀 들어갔다. 그때는 사도철이 겨우 호신강기를 일으켰는데 그래도 등을 망치로 맞은 듯 충격을 받았다.

‘크으윽! 나보다 강하다.’

현수에게 정신없이 당하던 사도철도 드디어 깨달았다. 눈앞의 저 애송이가 자신보다 강하다는 걸 말이다. 그걸 깨닫는 순간 사도철은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어차피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절대 강자란 있을 수 없었다. 지금껏 사도철이 절대 강자 행세를 해 왔지만 그 보다 더 강한 상대가 나타나면 어차피 그 자리를 내 놓아야 했다.

그 이치를 사도철은 알고 있었다. 그는 그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현명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잠깐!”

사도철이 한 손을 내밀며 싸움을 중단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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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철의 요구에 현수도 그를 더 공격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와 세 걸음 정도 거리를 유지한 채 물었다.

“뭐지?”

당연히 목숨을 걸고 싸우는 상대에게 존대 따윈 있을 수 없었다. 그때 사도철이 긴 한숨과 함께 현수에게 말했다.

“하아! 내가졌다.”

“뭐, 뭐라고?”

“네가 이겼다고. 지금부터 너와 관련된 모든 것에서 손을 떼겠다. 그리고...... 지희는...... 착한 아이니 잘 부탁한다. 으윽!”

그 말 후 비틀거리며 사도철이 그의 수하의 부축을 받아 공터를 빠져 나갔다. 현수는 그런 사도철을 잠시 넋 놓고 지켜보았다.

“이, 이게 아닌데?”

사도철 같은 천하의 악당이 저렇게 퇴장하는 게 말이 되는가? 당했으면 현수를 죽이겠다고 더 악을 쓰며 덤벼들어야 정상 아닌가?

“자, 잠깐!”

현수가 그런 사도철을 붙잡았다.

“뭐지?”

사도철이 뒤돌아서 현수를 쳐다보았다.

“누가 네 마음대로 그냥 가라고 했지?”

“왜? 후후후후!”

사도철이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날 죽이려고?”

그러자 현수가 바로 대답했다.

“너도 날 죽이려 했는데 나라고 널 못 죽일까?”

그 말을 듣고 사도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 까? 난 조금 전에 너에게 패배를 인정했다. 그리고 너와 관련된 일에서 모두 손때겠다 고도 했고. 지희도..... 양보했고 말이다. 그런 날 죽여서 네가 얻고자 하는 건 뭐지?”

“지금 나보고 너의 그 말을 믿으란 건가?”

현수가 아는 한 사도철은 언제든 뒤통수를 칠 수 있는 인간이었다.

“으음! 내 말을 못 믿겠다? 그럼 어쩔 수 없이 증명해 보여야 하나?”

그 말 후 사도철이 일고의 미련 없이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단전을 내려쳤다.

펑!

“크윽!”

사도철이 극심한 고통에 겨운 신음소리를 냈다. 순간 현수는 느낄 수 있었다. 사도철의 몸에서 은연 중 풍겨 나오던 그 웅후한 기운이 거짓말처럼 사라진 것을 말이다. 사도철이 스스로 자신의 단전을 파괴시킨 것이다.

“당, 당신 설마?”

현수가 놀란 얼굴로 사도철을 쳐다보자 사도철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제 믿겠나? 난 이제 보통 중늙은이에 불과해. 됐지? 가자.”

사도철은 그 말 후 수하의 부축을 받아서 가던 길을 계속 갔다. 현수도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단전을 부셔버리고 사라지는 사도철을 더 이상 제지하진 못했다. 그의 말처럼 단전이 사라진 그는 그냥 보통 사람에 불과 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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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사도철과의 일이 이런 식으로 마무리 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터라 좀 얼떨떨했다. 그래도 양동호와 약속한 건 생각이 나서 그에게 일단 전화를 걸었다.

-끝났나?

전화를 받는 양동호의 목소리에서 왠지 비장미가 묻어났다. 아마 사도철이 현수를 만나러 간 걸 그는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끝이 나긴 했는데. 일이 좀 요상하게 끝났습니다.”

-요상하게? 그건 또 무슨 해괴한 소린가?

현수는 사도철과의 싸움과 그가 싸움에서 밀리자 스스로 단전을 파괴한 얘기를 양동호에게 그대로 전했다.

-허어. 과연 영악하구나. 무공을 버리면서까지 구차하게 삶을 연명하려 하다니.....

양동호는 사도철이 현수에게 패배를 자인하고 물러났다는 얘기에 살짝 흥분했다. 같은 무인으로서 끝까지 싸우지 않은 그에게 많이 실망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현수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제게 졌지만 절대 비굴하진 않았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는....... 영악하기보다 현명한 사람인 거 같더군요.”

-글쎄다. 내공을 잃은 그가 향후 어떻게 살아갈지 두고 보면 그가 영악한지 아니면 현명한지를 알 수 있겠지. 그가 예전과 같이 사려 한다면...... 내가 결코 좌시하진 않을 것이고......

양동호는 추후 사도철의 행보를 지켜보고 그를 어떻게 할지 결정하겠다는 자세를 취했다.

하긴 내공이 사라진 사도철은 고수인 양동호의 상대가 되지 못할 테니 말이다.

-그나마 지희에겐 다행스런 일이구나. 적어도 곁에 있는 아버지를 잃지 않게 생겼으니 말이다.

현수도 그 점은 마음에 들었다. 더불어서 사도철로 인해 걱정할 일도 사라지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고 말이다. 현수는 대충 양동호와 통화를 마무리 짓고 원룸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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