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168화 (168/712)

<-- U리그 -->

타이치가 근처에 있던 칼을 하나 빼들고는 현수에게 달려들며 외쳤다.

“신데(死んで)”

타이치가 ‘죽어’라고 소리친다고 죽어 줄 현수가 아니었다. 슬쩍 칼을 피한 현수의 손이 타이치의 얼굴을 툭 쳤다.

그런데 그리 세게 맞지도 않은 타이치가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다 갑자기 두 눈을 까뒤집더니 픽 쓰러졌다.

“으으으으!”

그리고 발작 증상과 함께 입에서 게거품을 물더니 이내 축 늘어졌다. 역시 현수의 주먹에 실린 침투경이 녀석의 뇌를 휘저어버리면서 머릿속이 곤죽이 된 타이치가 뇌사 상태에 빠져 버린 것이다. 그대로 두면 어차피 몸도 곧 죽은 시체가 될 터였다.

위이이이잉!

그때 전기톱을 들고 있던 히로시가 전원을 켰다.

“바까야로(ばかや-ろう)!”

히로시가 쓰러져 있는 타이치와 나오야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고는 전기톱을 치켜들고 현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부우웅!

보통 칼과 전기톱은 차이가 있다. 칼은 휘둘러야 베이지만 전기톱은 갖다만 대도 싹둑싹둑 잘려 나가니 말이다. 그런 장점을 살려서 히로시는 전기톱을 빠르지 않게 적당한 간격으로 휘두르며 현수를 압박했다.

때문에 현수도 뒷걸음질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현수는 공포에 질린 얼굴의 성보라와 눈이 마주쳤다.

‘이런.....’

성보라가 시퍼렇게 두 눈 뜨고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단 걸 현수도 깜박한 것이다. 늦은 감이 있었지만 현수는 일단 상태 창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 홀로그램 창이 떴다.

[스테이터스]

이름: 강현수 (남, 22살)

칭호: 후기지수, 섹스 머신(Sex machine) → 끝판 정력왕 (The finish Energy the king)호감도: 73/100, 성적 매력: 83/100

체력: 80/100

내공: 중급

격투기(Up): 동양 챔피언, 유도 4단, 태권도 6단, 주짓수 (블루), 권법(형의권 10성)

인지능력: 52/100

학습능력: 72/100

행운지수: 42/100

이성과의 친화력: 88/100

마법: 4서클

보유 마법

1서클- 록, 라이트닝 애로우, 다크실드, 네크로 그리스, 클리닝, 드링킹 어날먼트

2서클- 라이트닝 쇼크, 포커스 퓨플

3서클- 아이스 포그, 에어로 봄, 라이트닝 웨이브, 체인 라이트닝, 블러드 스웰, 무스트, 홀리큐어, 리커버리, 슬립(Sleep), 일루젼(Illusion), 언락(Unlock), 사일런스(Silence), 홀드(Hold), 스킨스톤(Stone skin), 오브젝트 페니트레이트(Object penetrate), 인덕스 매직 미사일(Induce magic missile), 스틸 실드(Steel shield), 히픈노우시스(Hypnosis), 퍼슨 퍼수트 서치(Person pursuit search), 퍼슨 로케이션 서치 (Person location search), 디그 웨이브 (Dig Wave), 소일 그리스(Soil Grease), 매직 와이어테이핑 (Magic Wiretapping)

4서클- 기가 라이트닝(Giga Lightning), 루버스트 플레이트(Robust Plate), 기가 헤이스트 (Giga Haste)

인벤토리: 카멜레온 축구복, 날쌘 돌이 축구화, 변강쇠 반지(+1시간 추가), 텔레포트 바바리코트, 아공간 부대자루, 메모리 컨트롤 모자, 조루증 유발 아이템, 매력 콘택트렌즈, 개 코(Baboon reul) 마스크

보유 쿠폰: 아이템 20% 할인쿠폰, 아이템 30% 할인쿠폰, 게임 단기 무료이용 쿠폰 11EA

위이이잉! 위이잉!

그 홀로그램 창을 히로시가 그로테스크(Grotesque)하게 전기톱으로 반 갈라놓았다. 물론 실제로 홀로그램 창이 잘릴 리는 없었다. 그렇게 보였을 뿐이지.

현수는 전기톱을 피해서 다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동시에 상태 창의 보유 마법 중 수면 마법을 성보라에게 사용했다.

“슬립(Sleep)!”

그 뒤 현수의 등 뒤로 차가운 벽이 와 닿았다.

“흐흐흐흐!”

이제 도망칠 곳이 없다고 여긴 건지 전기톱을 든 히로시가 비릿하게 웃었다.

-------------------------------

현수는 상태 창의 보유 마법 중 4서클의 방어 마법인 루버스트 플레이트(Robust Plate)를 사용했다. 현수의 몸 주위에 보이진 않지만 투명한 방어막이 형성 되었다. 비록 사도철의 내가중수법에는 뚫렸지만 현수는 전기톱 정도는 4서클의 방어 마법이 충분히 막아 줄 거라 여겼다.

“신데(死んで)”

히로시가 죽어라고 소리치며 현수를 향해 전기톱을 내밀었다. 전기톱을 휘두르다 현수가 그걸 피하면 자칫 자신이 당할 수 있다 여겼는지 히로시는 아주 소극적으로 현수를 공격했다. 그런데 현수가 가만 서 있다가 전기톱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미친.....’

히로시는 자신이 들고 있는 전기톱에 현수의 손이 뎅강 잘려 나갈 걸 확신했다.

터터텅!“허억!”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현수의 손을 잘라야 할 전기톱이 현수의 손에 닿자 튕겨 나면서 그 반동에 히로시가 자칫 전기톱을 떨어트릴 뻔했다.

파팟!

그리고 그 사이 현수가 그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놀란 히로시가 몸을 돌렸을 때 현수가 그 뒤에 서 있었다. 기겁한 히로시가 다시 전기톱을 현수 앞에 내밀었다.

척!

그 전기톱을 현수가 한 손으로 덥석 잡았다.

우이이이잉!

현수의 손에 잡힌 전기톱은 모터만 신나가 돌아갈 뿐 날은 회전하지 않았다.

치지지직!

그러다 결국 전기톱에서 불꽃이 튀고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결국 모터가 홀라당 타 버린 것이다.

“말도 안 돼!”

히로시가 경악어린 얼굴로 현수를 쳐다보았다. 그런 히로시에게서 현수는 간단히 전기톱을 뺏어서 아무렇게나 뒤로 던져 버렸다. 그 다음 그 손으로 히로시의 목을 잡았다.

“컥!”

현수의 손에는 4서클의 방어 마법인 루버스트 플레이트(Robust Plate)가 보호하고 있었지만 거기다 3서클의 스킨스톤(Stone skin)까지 사용해서 돌덩어리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손으로 히로시의 목을 움켜쥐었으니 히로시의 목이 버틸 리 없었다.

우두둑!

간단히 현수의 손에 히로시의 목이 꺾였고 히로시가 길게 혀를 빼물고는 축 몸을 늘어뜨렸다.

휙!

그런 히로시를 짐 짝 치우듯 아무렇게나 옆으로 던져 버린 현수가 이제 하나 남은 쪽바리를 찾았다. 그때 방 한쪽 구석에서 쪽바리 하나가 무릎을 꿇고는 두 손이 발이 되도록 빌며 말했다.

“타스케테 쿠다사이(助けてください)!”

일본어를 모르는 현수도 그게 무슨 소린지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저놈은 성보라가 살려 달라고 애원했을 때 다른 쪽바리 놈들과 같이 쳐 웃고 있었던 녀석이었다. 그런 놈에게 자비 따윌 베풀 현수가 아니었다.

현수가 그의 운명을 짧은 영어로 설명했다.

“유 다이(You Die)!”

그리곤 자기 몸에 기가 헤이스트 (Giga Haste) 마법을 걸고는 그에게 번개처럼 달려가서 발로 가슴을 걷어찼다.

퍽!

“케엑!”

내공이 실린 그의 발길질은 해머로 두드린 거나 진배없었다. 마지막 남은 쪽바리가 기절을 했는지 죽었는지 방 한쪽 구석에 널브러지자 현수가 바로 상태 창의 인벤토리 안에서 아공간 부대자루를 꺼냈다.

“자. 치워 볼까?”

현수는 좀 전에 쓰러트린 쪽바리 부터 부대자루 안에 욱여넣었다. 그리고 남은 쪽바리 셋도 차례로 아공간 부대자루 안에 넣어서 시체를 없애 버렸다.

그 다음 방안에 있던 칼을 하나 챙겨 들고 결박당한 채 잠들어 있던 성보라에게 다가가서 손발을 묶고 있던 밧줄을 끊어냈다.

------------------------------------

현수는 성보라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아 들었다.

“가볍네.”

현수는 가뿐히 그녀를 들고 반 지하 방을 나섰다. 지하 방이 꽤나 소란스러웠음에도 불구하고 위층과 좌우 옆집은 너무 조용했다. 그 정도 소란이면 주인이 한 번 찾아오거나 경찰에 신고라도 해야 옳은 데 말이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 세 집 모두 집 안에 죄다 불이 꺼져 있었다. 아무래도 집 안에 아무도 없는 모양이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의아해 하며 현수가 성보라를 안고 그 집을 나서고 나서 한 시간 쯤 뒤 그 집에 사는 주인집 사람들과 양 옆 집 사람들이 우르르 모습을 나타났다.

“뮤지컬 진짜 재미있었어요.”

“그렇죠?”

“그쪽 집 반 지하 세 들어 사는 사람은 뭐하는 사람 이길래, 그 비싼 뮤지컬 티켓을 옆 집 사람들에게도 나눠 준데요?”

“잘은 모르겠는데 출장이 잦은 걸로 봐서는 공연 쪽 일을 하나 봐요. 그래선지 집에 없는 날이 더 많아요. 오늘도 보니까 없네.”

집주인이 불 꺼진 반 지하 방을 보며 말했다.

치밀한 히로시가 작업 당일. 그러니까 바로 오늘 저녁 이 집 주인과 그 가족을 비롯해서 양 옆 집 사람들에게까지 뮤지컬 티켓을 선물로 준 것이다.

그들이 뮤지컬을 보고 돌아왔을 때 히로시 일행은 목적한 바를 이루고 여길 떠나고 없었을 테고 말이다. 하지만 그건 히로시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되레 그가 성보라를 작업하려 한 곳에서 그를 비롯한 3명의 미친놈들이 현수에게 참담히 맞아 뒈졌으니 말이다.

현수는 히로시 일행이 성보라를 납치 하는 데 사용한 차로 움직였다. 막 그 앞을 지나가는 빈 택시도 있었는지 잡진 않았다.

이 상태로 택시 타는 것도 좀 이상했고 성보라라면 택시 기사도 금방 알아 볼 테니 문제가 소지가 생길 수 있었던 것이다.

“읏차!”

현수가 성보라를 운전석 옆 자리에 태우고 자신이 운전석에 막 앉을 때 그녀가 깨어났다.

“으으으으......헉!”

그녀는 두 눈을 뜨자 현수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황급히 주위를 살폈다. 그런 그녀에게 현수가 말했다.

“걱정 마세요. 그 놈들은 내가 다 처리 했으니까요.”

현수는 차마 성보라에게 그 쪽바리 새끼들은 자신이 다 죽였다는 말은 못하고 조금 걸러서 얘기했다.

“휴우! 경찰은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성보라가 현수에게 물었는데 현수가 그녀에게 되물었다.

“경찰을 불러야 합니까?”

“당연.....하아.....”

성보라도 여기서 경찰을 부르면 일이 얼마나 복잡해질 지 잘 아는 모양이었다. 참고인 조사하러 경찰서에 들락날락 거리는 사이 그녀의 국내에서  쉴 시간도 전부 날아가 버릴 터였다. 그런 그녀에게 현수가 확실하게 말했다.

“다시는 그런 일 없게 깔끔하게 처리 했으니 염려 말아요. 근데 어디서 놈들에게 납치당한 겁니까?”

“성산대교요. 어머. 어서 빨리 그쪽으로 가요.”

성보라의 호들갑에 현수는 성산대교 쪽으로 차를 몰았다. 그리고 차 길 가 쪽으로 하얀색 벤이 한 대 서 있었다.

“저 차에요. 어서 저기로 가요.”

현수는 불법 유턴을 해서 그 벤 앞쪽에 차를 댔다. 그러자 차문을 열고 성보라가 쪼르르 벤으로 달려갔다.

“언니! 정신 차려 봐. 윤미 언니..............”

성보라가 차안에서 호들갑을 떨어대자 수면 성분의 신경 안정제를 흡입한 그녀의 매니저와 운전기사가 잠에서 깨어났다.

“보라야! 너 괜찮니?”

“응! 저 분이 구해 주셨어.”

성보라가 손짓으로 현수를 가리켰다.

----------------------------------

운전기사가 좀 해롱거려서 별 수 없이 현수가 벤의 운전대를 잡았다. 놈들의 차는 성산대교 갓길에 그대로 버려두고 말이다.

“정말 고마워요. 그 쪽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별말씀을.....”

성보라의 매니저 이윤미는 딱 그 말 후 입을 다물더니 보라의 집 앞에 도착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들어가자. 보라야.”

그리고 현수에게 5만 원짜리 두 장을 건네며 말했다.

“콜택시 불러서 타고 가세요.”

그런 그녀에게 성보라가 한 숨을 내 쉬며 말했다.

“언니. 저분은 내 생명의 은인이야. 그런 분을 이대로 보내는 건 예의가 아니지.”

성보라의 그 말에 현수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이윤미가 말했다.

“나도 아는데 그렇다고 달랑 여자 둘이 사는 델 어떻게 낯선 사내를 들이니?”

“낯선 사내가 아니라 같은 소속사 사람이야. 그리고 저 사람 날 구하려고 목숨까지 내 걸고 싸웠어. 그냥은 절대 못 보내. 현수씨. 들어오세요.”

성보라의 말에 현수가 집으로 들어서려 하자 매니저인 이윤미가 현수를 확 째려보았다. 그러던 말던 현수는 그녀를 무시하고 성보라가 사는 집으로 들어갔다. 성보라의 집은 100평은 됨직한 단독주택이었다.

“앉아 계세요. 제가 차라도 내어.....”

“넌 들어가서 옷이나 갈아입어. 손님은 내가 챙길 테니까.”

이윤미가 바로 끼어들었고 그러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성보라는 힐끗 웃으며 쪼르르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커피? 녹차? 아님 오렌지 쥬스?”

이윤미가 대뜸 현수에게 물었다.

“네?”

“이 집에 음료는 그것 밖에 없어요. 어서 하나 골라요.”

이윤미가 시니컬한 반응을 보이자 현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시원한 물 한잔 주세요.”

그 말에 이윤미가 잠시 어이없다는 듯 현수를 쳐다보더니 휑하니 부엌으로 갔다. 그리고 냉수 한 잔을 떠와서 현수 앞에 내 놓았다.

“잘 마시겠습니다.”

현수가 능청스럽게 웃으며 이윤미가 내어 준 냉수, 물을 단숨에 비웠다. 그때 이윤미가 현수에게 물었다.

“몇 살이죠?”

“22살인데요.”

“난 28살! 말 놔도 되지?”

현수는 이윤미가 나이로 자신과의 대화에서 주도권을 잡으려 들자 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싫은데요. 그쪽이 저에게 말을 놓을 하등의 이유가 없네요. 저하고 친해지면 그때 말 놓으세요. 그럴 일도 없겠지만.”

현수의 그런 유들유들한 대꾸에 이윤미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