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156화 (15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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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진모는 현관에 남자 신발을 보고 외쳤다.

“현수 왔냐?”

“네. 아버지.”

현수가 부엌에서 나오며 대답하자 구진모의 화난 얼굴이 좀 누그러졌다.

“무슨 일 있으세요?”

현수의 물음에 구진모가 기다렸다는 듯 속사포로 떠들었다.

“아니 옆집 김 사장 말이야. 저번에 나하고 내기 바둑 뒀다가 졌거든. 그런데 오늘 조카라며 싸가지 없는 녀석 하나를 데려 와가지고...... 가만, 현수야. 너 바둑 얼마나 두지?”

“네? 그건 왜요?”

“그 싸가지가 아마 7단이라고 했거든.”

현수가 보유하고 있는 쿠폰에다가 포인트로 얼마든지 바둑 실력을 키울 수 있으니 딱히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라고 규정짓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이용했을 때 초단 정도 실력은 되니까 그 정도 얘기했다.

“초단? 아마는 아닐 테고. 프로?”

“네. 근데 왜 그러세요?”

“너 나하고 기원에 좀 가자.”

구진모가 현수의 손목을 잡고 밖으로 끌고 나가려 했다. 그때 부엌에서 안영미가 나와서 소리쳤다.

“지금 가긴 어디를 간다고 그래요? 국수 다 삶았는데.”

“그, 그래? 그럼 먹고 가자. 이리 와.”

구진모가 현수의 손을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 계속 잡고 그를 부엌으로 끌고 들어갔다.

“자. 먹자.”

현수는 엄청 큰 그릇 가득 담긴 국수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이게 또 맛있게 먹다보니 다 먹게 되었다.

“벌컥벌컥.....크으..... 잘 먹었습니다.”

현수는 큰 그릇의 국수는 물론 국물까지 다 들이켰다. 그걸 보고 구진모가 혀를 내둘렀다.

“그걸 진짜 다 먹다니. 네 위장이 크긴 큰가보다.”

“배 터질 거 같아요.”

현수가 불룩 나온 배를 두드리며 말하자 안영미가 생글거리며 말했다.

“오줌 누고 나면 배 다 꺼져.”

그러자 부창부수라고 구진모가 거들었다.

“그건 맞아. 국수는 그래서 좀 많이 먹어 둬야해. 안 그럼 뒤에 배고프거든.”

구진모도 이내 국수를 다 먹자 현수보고 말했다.

“나와 같이 기원 따라 갈 거지?”

“네? 그게....”

현수가 힐끗 안영미의 눈치를 봤다. 그러자 안영미가 말했다.

“대신 빨리 와야 해요. 현수도 주말인데 쉬어야죠.”

“알았어. 가자.”

현수가 구진모의 손에 끌려서 거실로 나갈 때 안영미가 말했다.

“일단 가져 갈 밑반찬들은 냉장고에 넣어 둘 게.”

“네. 어머니.”

현수는 그 길로 구진모와 같이 동네 기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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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에 들어가자 짜장면 냄새가 확 났다. 아마 점심 때 누가 짜장면을 시켜 먹은 거 같았다.

“하하하하. 또 이겼네. 황 사장. 짜장면 잘 먹었어.”

그때 기원 안에서 제법 큰 목소리가 울렸다. 구진모가 그 목소리의 주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 인간이 우리 옆집 김 사장이야. 동대문에서 옷 장사를 하는 위인인데 내가 볼 때 허풍이 좀 센 인간이야. 그 옆에 있는 싸가지 없게 생긴 녀석도 내가 볼 땐 진짜 조칸 아닐 거야. 가자.”

구진모는 현수를 데리고 그쪽으로 갔다.

“자. 이제 우리 조카와 대국할 사람 없지?”

김 사장이 뻐기며 말 할 때 구진모가 말했다.

“내 아들도 바둑 좀 두는 데 한판 합시다.”

“오오! 구 사장. 아까 10만원 잃고 가더니 아들까지 데려 오셨나 보네. 하지만 우리 조카한텐 안 될 텐데?”

그 말에 구진모가 발끈했다.

“그야 둬 봐야 하는 거 아니요?”

“그냥 둘 생각은 아니실 테고. 또 10만원 빵으로 둘 건 아니죠?”

현수는 구진모가 내기 바둑에 10만원이나 잃었단 사실에 살짝 부아가 치밀었다. 그래서 그가 먼저 말했다.

“100만원으로 하죠.”

대충 저들이 기원에서 오늘 벌어들인 수입이 그 정도 될 거 같아서 현수가 질렀다.

“100만원?”

김 사장과 그 조카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바로 대답했다.

“콜! 자. 100만원 빵 대국이 있겠습니다.”

김 사장이란 사람은 참 호들갑스러웠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장사꾼답게 자연스레 내기 바둑판을 만들어 냈다. 현수가 김 사장 조카란 자와 마주 앉자 그 사람이 말했다.

“노, 아니 김호진이요.”

30대 초반 정도 되어 보이는 그 사람이 먼저 자기 이름을 밝히자 현수도 말했다.

“구현숩니다.”

현수도 구진모가 자기 아들이라고 소개 했으니 자신의 성을 구씨로 바꿔 말했다. 그리고 동시에 물었다.

“아마 7단이라면서요?”

“그, 그렇소. 그쪽은?”

“저도 그 정도 됩니다.”

현수는 김호진이란 자를 보고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단 걸 바로 알아챘다.

‘가만 아마 7단이 아니면 대체 진짜 실력은 얼마나 된 다는 거야?’

현수가 쿠폰까지 사용해서 프로 초단으로 김호진을 상대를 했는데 대국에서 진다면 돈도 잃고 구진모 볼 면목도 잃을지 몰랐다.

애초에 그럴 일이 없게 만들기 위해서 현수는 상대의 실력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알아 볼 필요성을 느꼈다.

‘프로 기사라면 내 추적 마법에 반응을 보이겠지.’

현수는 바로 상태 창을 열었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 홀로그램 창이 떴다.

[스테이터스]

이름: 강현수 (남, 22살)

칭호: 후기지수, 섹스 머신(Sex machine) → 끝판 정력왕 (The finish Energy the king)호감도: 73/100, 성적 매력: 83/100

체력: 80/100

내공: 중급

격투기(Up): 동양 챔피언, 유도 4단, 태권도 6단, 주짓수 (블루), 권법(형의권 9성)

인지능력: 52/100

학습능력: 72/100

행운지수: 42/100

이성과의 친화력: 88/100

마법: 4서클

보유 마법

1서클- 록, 라이트닝 애로우, 다크실드, 네크로 그리스, 클리닝, 드링킹 어날먼트

2서클- 라이트닝 쇼크, 포커스 퓨플

3서클- 아이스 포그, 에어로 봄, 라이트닝 웨이브, 체인 라이트닝, 블러드 스웰, 무스트, 홀리큐어, 리커버리, 슬립(Sleep), 일루젼(Illusion), 언락(Unlock), 사일런스(Silence), 홀드(Hold), 스킨스톤(Stone skin), 오브젝트 페니트레이트(Object penetrate), 인덕스 매직 미사일(Induce magic missile), 스틸 실드(Steel shield), 히픈노우시스(Hypnosis), 퍼슨 퍼수트 서치(Person pursuit search), 퍼슨 로케이션 서치 (Person location search)

4서클- 기가 라이트닝(Giga Lightning), 루버스트 플레이트(Robust Plate)

인벤토리: 카멜레온 축구복, 날쌘 돌이 축구화, 변강쇠 반지(+1시간 추가), 신비의 물약(1회용), 텔레포트 바바리코트, 아공간 부대자루, 메모리 컨트롤 모자, 조루증 유발 아이템, 매력 콘택트렌즈, 개 코(Baboon reul) 마스크

보유 쿠폰: 아이템 20% 할인쿠폰, 아이템 30% 할인쿠폰, 게임 단기 무료이용 쿠폰 11EA

현수는 상태 창의 보유 마법에서 퍼슨 로케이션 서치 (Person location search)마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현수 머릿속에 찾을 사람에 대한 정보 기입란이 떴다.

‘이름은 노호진. 프로 바둑 기사.’

현수가 김 사장의 조카란 김호진에 대한 정보를 대략 추측해서 머릿속에서 기입하자 그가 사는 곳의 주소가 현수 눈앞에 떴다. 그 말은 상대가 진짜 프로 바둑 기사란 소리였다. 현수가 눈앞에 뜬 주소를 보고 김호진에게 불쑥 물었다.

“혹시 일산 성구 아파트에 살지 않으세요?”

그 물음에 김호진이 흠칫 놀라며 현수를 쳐다보았다.

“아, 아닌데요.”

“네에. 그쪽 기원에서 본 적이 있는 분 같아서.....”

현수가 바둑은 안 두고 엉뚱한 소릴 자꾸 하자 김 사장이 투덜거렸다.

“바둑 두러 온 거야 아님 호구조사 하러 온 거야?”

현수는 피식 웃으면서 다시 퍼슨 로케이션 서치 (Person location search)를 시전 했다. 이번엔 역으로 김호진이 사는 주소를 정보 기입란에 넣었다. 그러자 그의 진짜 정체가 현수 눈앞에 ‘짠’ 하고 떴다.

‘이름 노호진. 프로 바둑 기사 3단! 뭐 3단?’

노호진을 쳐다보던 현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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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상대가 무려 프로 바둑 기사 3단이란 걸 알고는 이 대국이 무료 쿠폰으로 해결 될 문제가 아님을 깨달았다.

‘괜히 따라 왔어.’

그냥 바쁜 척, 모른 척 하고 밑반찬 챙겨서 원룸으로 간다고 해도 뭐라고 할 구진모는 아니었으니까.

‘어쩔 수 없지. 뭐. 이왕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린 거 최선을 다해서 이겨 보자.’

현수는 예전의 기억을 더듬었다.

‘게임→몸 쓰는 게임→바둑→단기 프로 기사 선택→초단 맞지?’

현수가 생각하자 바로 시스템에서 게임 창을 띄웠다. 현수는 빠르게 뜨는 창들을 클릭해 나갔다.

[게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놀이]

1. PC 게임

2. 몸 쓰는 게임

[몸 쓰는 게임]

술래잡기, 비석치기, 윷놀이, 포커, 고스톱...... 장기, 바둑........

[바둑]

1. 기초 -바둑돌을 처음 들고 배우는 단계

2. 초급 -바둑을 처음부터 끝까지 둘 수 있는 단계

3. 중급 -바둑을 두고 나서 복기가 가능한 단계

4. 고급 -바둑을 둘 때 10수 까지는 내다 볼 수 있는 단계

5. 아마기사 - 준 프로 수준의 단계

6. 프로기사 - 프로 수준의 단계

7.단기 프로기사 - 프로 기사 수준의 바둑을 둘 수 있게 해 준다.

[단기 프로기사]

1. 초단 - 하루 동안 초단 실력을 유지한다. 1,000포인트

2. 2단 - 하루 동안 2단 실력을 유지한다. 5,000포인트

3. 3단 - 하루 동안 3단 실력을 유지한다. 10,000포인트

4. 4단 - 하루 동안 4단 실력을 유지한다. 15,000포인트

5. 5단 - 하루 동안 5단 실력을 유지한다. 20,000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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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단 - 하루 동안 9단 실력을 유지한다. 10,000,000포인트

그러고 보니 하루 동안 초단 실력으로 바둑을 두는 것도 알고 보니 공짜는 아니었다. 현수는 그 동안 게임 단기 무료이용 쿠폰으로 바둑을 둬 온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내가 착각 했었군. 뭐 어쩔 수 없지.’

현수는 잠깐 고심을 했다. 상대가 프로 3단이니 프로 4단을 선택하면 이기긴 할 터였다. 하지만 혹시 모를 일이었다. 프로 바둑에서 3단이 반드시 4단에게 지는 건 아니니 말이다.

그래서 현수는 4단 보다는 5단을 선택했다. 그래야 보다 확실하게 프로 3단인 노호진을 이길 수 있을 거 같았던 것이다. 현수가 결정하자 바로 결제창이 떴다.

[띠링! 20,000포인트 결제. 남은 포인트 644,890]

현수는 단기 프로 기사 5단의 실력이 갖춰지자 노호진과 대국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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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호진은 동대문에서 옷장사를 하는 김 사장에게 빚이 좀 있었다. 김 사장은 그걸 갚으라며 노호진을 닦달했고 결국 그가 시키는 대로 그의 동네 기원을 찾았다.

거기서 노호진은 자신이 프로 바둑 기사란 사실을 숨기고 대국을 벌였고 점심 먹고 났을 때까지 대충 100만 원 정도를 벌었다.

노호진이 김 사장에게 빌린 돈은 200만 원 정도. 오후에 바짝 벌면 얼추 그 빚도 갚을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런데 그때 대박이 터졌다.

웬 호구 아저씨가 자기 아들을 데리고 와서 100만 원 빵 내기 바둑을 두자는 것이다.

‘빨리 끝내고 집에 갈 수 있겠군.’

노호진은 느긋하게 돌을 잡았다. 그리고 자기보다 한참 어려 보이는 녀석을 상대로 바둑을 뒀다.

‘뭐, 뭐야?’

그런데 초반이 지나자 대국이 이상해졌다. 흑을 쥔 노호진이 백에 비해 세력에서 완전 열세를 보인 것이다.

‘뭐 뒤로 가면 실수를 하겠지.’

고수와 하수의 차이가 곧 날 거라 여겼다. 그런데 아니었다. 노호진의 이마에 삐질 땀이 맺혔다.

‘이, 이럴 수가.....’

노호진은 혹시나 해서 불계패임에도 끝까지 바둑을 뒀다. 그리고 패했다.

“이겼다.”

“구 사장 아들이 이겼어.”

“와아아아!”

기원이 떠나갈 듯 소란스러워졌다.

“한, 한 판 더 합시다.”

노호진의 눈이 돌아갔다. 완전 이성을 잃은 모습이었다. 하긴 프로 3단인 자신이 어디 족보도 없는 아마에게 졌으니 화가 날 만도 했다. 그때 김 사장이 잠깐 화장실에 간다며 노호진을 끌고 기원 밖으로 나갔다.

“이봐.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미안합니다. 제가 잠깐 딴 생각을 하느라. 이번엔 확실히 이길 수 있습니다. 대신 판을 더 키우죠.”

“뭐?”

“100만원 잃었으니까 200만원을 걸고 해야죠.”

“진짜 이길 자신 있는 거지?”

“당연하죠. 제가 프로 3단입니다.”

프로 3단이 간혹 프로 9단을 잡을 때도 있었다. 아무나 프로 3단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란 소리다.

“알았어. 들어가자.”

다시 기원에 나타난 김 사장이 구 사장과 현수를 상대로 새로운 내기를 제안했다.

“이번에 200만 원 빵으로 대국 한 번 더 합시다.”

그때 구진모가 말했다.

“일단 100만 원부터 주고 얘기해야 맞는 거 아닐까요?”

구진모의 그 말에 김 사장이 깜빡 했다며 허겁지겁 오전에 노호진이 기원에서 내기 대국으로 번 100만원을 내 놓았다.

구진모는 그 돈을 챙기며 현수에게 물었다.

“어쩔래?”

“뭐 한판 더 하죠.”

현수가 내기 바둑을 한 판 더 두기로 한 이유는 노호진 때문이었다. 그는 여전히 방심하고 있었다. 현수의 실력이 실제로는 프로 5단이란 걸 모른 체 말이다. 게다가 그는 상당히 흥분까지 해 있었다.

‘저런 상대라면 내가 질 리 없지.’

이길 수 있는 대국인데 피할 이유가 없었다. 현수가 내기 대국을 승낙하자 노호진이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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