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147화 (147/712)

<-- U리그 -->

연신대 축구부원들이 어쩌면 적진이나 마찬가지인 곳에서 기세 좋게 파이팅을 외치는 걸 보고 광운대 윤명수 감독이 기분좋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하. 연신대 선수들 파이팅이 넘치네요.”

“그러게요. 오늘 다들 컨디션이 좋은가 봅니다.”

“어떻게 몸 풀 시간은 얼마나 드릴까요?”

“일찍 소집해서 몸은 풀고 왔습니다. 바로 시합에 들어가도 됩니다.”

“그래요? 역시 FA컵 본선 행을 결정지은 강팀답습니다. 준비성이 철저하시군요.”

잇따른 광운대 윤명수 감독의 칭찬에 이명신은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하긴 이번 FA컵 본선에 진출한 대학 팀은 연신대가 유일했으니 말이다. FA컵은 아무래도 프로 팀과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대학 팀들이 본선에 진출하는 게 쉽지 않았다.

연신대도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의 중위권에 있던 대전 시티즌을 이기고 겨우 본선 행 티켓을 거머쥐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연신대가 대전 시티즌을 꺾은 거 자체만으로도 엄청나게 이슈가 될 만한 일이었다. 대전 시티즌 정도 전력이면 U리그 우승은 따 놓은 당상 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본다면 연신대가 U리그에서 우승은 당연한 일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광운대 윤명수 감독이 연신대를 대 놓고 극찬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일이었다.

“그럼 한 수 배우겠습니다.”

“아이고. 아닙니다. 광운대 공격력 강한거야 모르는 대학 팀이 있나요. 오늘 좀 살살 해 주십시오.”

두 감독이 서로 겸양을 떠는 가운데 양 팀 선수들이 두 진영으로 나뉘어서 배치되자 심판 저지를 갖춰 입은 심판 3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심이 공을 들고 센터서클로 움직이는 동안 두 선심이 양쪽 터치라인에 자리를 잡았다.

“평가전이니까 살살 하자고.”

시작 전에 주심이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 딱 봐도 노련한 주심처럼 보였다.

곧이어 페어플레이를 다짐하며 양 팀 주장들이 악수를 나눴고 원정 온 연신대에 광운대에서 선축을 양보했다.

“삐이이익!”

주심의 긴 휘슬과 함께 연신대의 공격수 나진목이 공을 킥오프했고 그 공을 받은 역시나 연신대 공격수 고동찬이 바로 중앙 미드필더인 현수에게 공을 넘겼다. 그리고 두 공격수는 곧장 광운대 진영으로 들어갔다.

현수는 연신대의 두 공격수 고동찬과 나진목이 광운대 진영 깊숙이 들어가는 걸 보고 계속 측면 미드필더에게 공을 연결하면서 간격을 벌렸다. 그 사이 광운대 공격수들과 미드필더들이 성큼 연신대 진영으로 넘어 들어왔다.

연신대 미드필더 진영은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광운대 선수들을 안으로 끌어 들였다.

중앙 미드필더인 현수는 핵심 축으로 상하좌우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연신대 미드필더 진영을 이끌었다.

그런 강현수를 광운대 공격수 주명진이 마크하며 악착같이 공을 뺏으려 했다. 광운대 선수들은 처음부터 강하게 연신대 미드필드 진을 압박했다.

마치 게겐프레싱(전방에서부터 상대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끊임없이 강하게 압박을 가하는 전술)을 쓰는 것 같았다.

그 때문인지 측면 미드필더에서 현수에게 가는 패스의 방향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눈치 빠른 현수가 알아서 먼저 움직이면서 무리 없이 그 공을 받아냈다.

파파팟!

그때 현수를 따라 붙은 주명진이 공을 뺏으려 달려들었다. 하지만 현수는 가뿐히 주명진을 등지고 공을 간수했다. 그때 현수에게 광운대 중앙 미드필더가 뛰어와서 협력해서 현수의 공을 뺏으려 했다.

현수는 광운대 중앙 미드필더가 그에게 뛰어 오는 걸 알면서 패스를 하지 않고 계속 볼을 가지고 시간을 끌었다.

이내 광운대 중앙 미드필더가 현수에게 달려와서 주명진과 같이 그의 공을 뺏으려 할 때 현수가 툭하니 주명진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차 넣었다.

파팟!

그리고 주명진과 그 중앙 미드필더 사이로 몸을 빼내서는 차 놓은 공을 쫓아 뛰었다.

주명진과 광운대 중앙 미드필더가 그 둘 사이의 마크를 서로 미루다가 현수를 놓치고 만 것이다. 그들이 몸을 돌렸을 때 현수는 벌써 10여 미터 앞에서 광운대 진영으로 빠르게 공을 드리블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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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대와의 평가전에도 그랬지만 현수는 대학팀을 상대할 때는 딱히 카멜레온 축구복의 축구 스킬을 사용하지 않아도 몇 명쯤 돌파가 가능했다. 그 만큼 대학 팀의 축구 수준이 현수의 현 실력에 비해 현격히 떨어졌기에 가능한 플레이였다.

‘어디까지 가능한지 볼까?’

현수는 현재 자신의 축구 실력을 검증해 보려고 광운대의 중앙 미드필더가 비어 있는 공간을 재빨리 통가해서 페널티에어리어까지 쭉 밀고 들어갔다.

“현수야!”

그때 연신대 오른쪽 공격수인 고동찬이 중앙으로 움직이며 소리를 쳤다. 반대로 왼쪽 공격수 나진목은 그의 자리에서 좌측에서 돌아들어 가며 현수에게 손을 들어 보였고 말이다.

현수는 광운대 수비수 둘을 달고 중앙으로 파고 들어가는 고동찬을 보고 공을 차 주었다. 그런데 정작 공은 좌측면으로 크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어어!”

광운대 선수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 되어 있는 걸 노리고 현수가 간단한 페이크 동작으로 광운대 선수들을 속인 것이다.

때문에 현수가 정면의 고동찬에게 패스할 거라 생각하고 있었던 광운대 좌측 수비수의 반응이 한 템포 늦고 말았다.

“이런....”

현수의 공이 자신에게 날아오는 걸 본 나진목은 공의 낙하지점을 보고 뛰었고 광운대 수비 진영이 처 놓은 업사이드 라인은 이미 무용지물이 된 후였다.

“젠장. 잡아!”

현수의 패스는 한 번 그라운드에 바운드 된 뒤 나진목의 가슴으로 날아갔고 나진목은 툭하니 그 공을 앞으로 밀어 넣고 안으로 냅다 뛰어 들어갔다.

“아아!”

나진목보다 한 템포 늦어버린 광운대 좌측 수비수는 그를 잡지 못했다.

나진목은 발끝으로 살짝 공의 방향을 앞으로 틀어 놓고는 빠르게 페널티에어리어를 넘어 들어갔다.

그걸 본 광운대 골키퍼 이철호가 골에어리어 밖으로 뛰어 나왔고 나진목의 좌우로 풀백 둘이 따라 붙었다.

나진목은 앞에서 광운대 골키퍼가 두 팔을 크게 벌린 체 각을 좁히며 뛰어 오고 바짝 붙은 광운대 풀백이 거칠게 어깨로 밀치자 중심이 무너졌다.

“이잌.....”

하지만 오뚝이처럼 쓰러지자 않고 다시 균형을 잡고는 골키퍼의 가랑이 사이로 툭하기 공을 차 넣었다.

공은 골키퍼의 가랑이 사이로 들어갔고 그대로 골대 안으로 굴러갔다.

“안 돼!”

촤아아악!

그걸 보고 다급히 수비수가 슬라이딩을 해서 공을 걷어 내려 했지만 공이 먼저 골라인을 넘어갔다.

뒤늦게 그 공을 풀백이 그 공을 차냈지만 오히려 그 공이 골대 안 쪽 옆 그물을 때렸다.

출렁!

수비수와 뒤엉켜서 넘어져 있던 나진목은 자신이 골을 넣은 걸 확인하자 벌떡 일어나서 포효했다.

“으아아아!”

그런 나진목 주위로 연신대 선수들이 달려가서 머리를 쓰다듬고 등을 다독이며 골 넣은 걸 축하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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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대가 평가전 시작과 동시에 골을 터트리자 윤명수 감독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역시.... 연신대. 대단하군. 대전 시티즌을 잡았다더니 그게 단지 운은 아니었단 건가? 그렇다면.....”

윤명수 감독은 바로 터치라인 앞까지 다가가서 광운대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내렸다. 실점한 광운대 선수들의 얼굴이 비장해져 있었다. 이내 광운대가 킥 오프를 하며 시합에 재개 되었다.

“이리로 차!”

“빨리 공 넘겨!”

U리그에서 평균 3골씩은 터트리고 있는 광운대였다. 공격력으로 놓고 보면 U리그 8강에 진출한 팀 중에 최고라고 평가 받는 광운대 공격진이었다.

그런 광운대 공격수들이 적극적으로 공을 요구했고 광운대 중앙 미드필더가 즉각 좌측 윙어에게 빠른 땅볼 패스를 찔러 넣어 주었다.

좌측 윙어는 그 공을 왼발로 툭 건드려 먼저 속도를 줄인 뒤 툭툭 치면서 터치라인을 따라 연신대 진영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연신대 측면 미드필더 김석진이 그를 쫓아 붙었는데 그걸 또 개인기로 젖히고 페널티에어리어로 진입해 들어왔다.

“막아!”

연신대의 좌측 풀백 장철우가 즉시 그 앞을 막아섰는데 광운대 좌측 윙어는 돌파하는 척 하다가 공을 옆으로 내어 주었다.

파파팟!

그 공을 공격수 주명진이 잡아서는 중앙으로 드리블 해 들어갔다.

“잡아!”

연신대 센터백 이기찬이 그를 마크하자 주명진은 공을 한번 접은 뒤 왼발로 슈팅을 때렸다.

“아아! 쩝쩝!”

공은 골대 옆으로 흘러 나갔고 주명진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자신에게 패스를 넣어 준 좌측 윙어에게 고맙다고 눈인사 하는 걸 잊지 않았다.

그 뒤 연신대와 광운대는 서로 치고 받으며 치열하게 공격을 하고 또 악착 같이 방어했다. 그렇게 전반전 20분이 지나도록 쉴 틈 없이 뛰어 다니던 양 팀 선수들 중에 공에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고 있는 선수가 한 명 있었다.

파앗!

그 선수가 광운대 미드필더에서 공격진으로 연결 되던 패스를 끊어 냈다. 그 선수는 바로 현수였고 그는 곧장 그 공을 드리블해서 광운대 진영으로 들어갔다.

그걸 본 연신대의 공격수 고동찬과 나진목이 중앙과 좌측면 쪽으로 움직였는데 한 번 당한 터라 광운대 수비들이 고동찬과 나진목을 밀착마크 했다.

“놓치지 마.”

“꽉 잡아.”

패스 능력이 특출한 현수도 그 둘에게 패스를 넣어 줄 수 없을 만큼 광운대 수비수들은 집요하게 따라 붙었다. 그래서 현수는 직접 해결할 생각으로 광운대 진영으로 공을 드리블해 들어갔다.

그런 현수 앞을 광운대 중앙 미드필더가 막아섰다.

슬금슬금 공을 굴리면서 접근해 들어오는 현수를 보며 광운대 중앙 미드필더는 그의 두 다리와 공에 시선을 집중했고 현수의 발목이 살짝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재빨리 발을 내뻗었다.

파앗!

분명 공을 보고 발을 뻗었는데 광운대 중앙 미드필더의 발은 괜히 잔디만 걷어찼다. 그 사이 현수는 광운대 중앙 미드필더 옆을 통과해서 앞으로 쭉쭉 치고 나갔다.

돌파 당한 광운대 중앙 미드필더는 몸을 돌려서 황급히 현수의 뒤를 쫓았다. 하지만 현수는 벌써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광운대 센터백과 마주치고 있었다.

현수는 상대 수비수 앞에서 순간적으로 축구공을 발로 멈춰 세웠다. 그리곤 공을 세운 발을 축으로 자신의 몸을 한 바퀴 회전시키며 그와 동시에 축구공을 반대 발 방향으로 끌어내서 반대 발로 축구공을 잡아서 간단히 수비수를 뚫었다.

그뿐 아니라 현수는 화려한 개인기로 센터백 뿐 아니라 그를 도우러 달려 온 우측 풀백까지 더불어 제쳐 냈다. 그러자 골키퍼만 덩그러니 남은 상황.

광운대의 골키퍼가 그를 보고 각을 좁히며 달려드는 걸 보며 현수가 가볍게 공을 찼다.

툭!

“허억!”

광운대 골키퍼가 경악성과 함께 두 다리를 오므렸지만 이미 공은 그의 가랑이 사이로 빠져 나간 뒤였다.

데구르르!

공은 굴러서 골대 안으로 들어가서 골망에 걸려 멈췄다. 광운대 윤명수 감독이 현수가 화려한 개인기로 골을 넣는 걸 보고 물개박수를 치며 말했다.

짝짝짝짝!

“허어! 그 놈 참..... 잘 하네. 잘 해.”

그런 윤명수 감독을 보고 이명신 감독은 자신도 모르게 목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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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도 중반을 넘어섰다. 연신대와 광운대의 평가전은 2대 0으로 연신대가 앞서 가는 상황에서 현수가 미드필드 진을 밑으로 끌어 내렸다. 그리고 보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에 나섰다.

이에 광운대는 반대로 미드필드 진을 위로 끌어 올리며 공격을 강화했다. 하지만 막상 공격에 나서면 계속 패스가 끊겼다.

“젠장....”

그러자 공격의 맥이 끊기면서 광운대의 그 막강 공격수들이 우왕좌왕 했고 그때 현수가 기습적으로 전방의 공격수에게 킬 패스를 찔러 넣어 주었다.

“또?”

“빌어먹을. 막아!”

다행이 광운대의 수비진이 그걸 잘 막아 냈지만 덕분에 광운대는 수비진은 후방에 계속 꽁꽁 묶여 있어야 했다.

수비수들이 공격을 돕지 못하는 상황이 되다보니 당연히 숫자 싸움에서 연신대가 계속 앞 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광운대의 공격이 제대로 이뤄 질 리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운대의 중앙 미드필더가 기회를 엿보다 좌측 윙어가 빠르게 터치라인 옆을 따라 달리는 걸 보고 그쪽으로 공을 찼다.

그 공은 정확히 달리는 윙어 오른발에 터치 되었다. 공을 받은 윙어는 툭하니 앞으로 공을 차 놓고 코너 쪽으로 내달렸다.

촤아아악!

그때였다. 연신대의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 조용식이 언제 움직였는지 그 윙어 옆에 나타나서 간결하게 태클로 공을 끊었다.

공은 터치라인 밖으로 나가면서 광운대의 기습 공격이 끊겼다. 광운대가 던지기로 공격을 이어가려 했지만 현수가 수비에 가담해서 간단히 공을 뺏어냈다.

현수는 연신대 공격수들에게 올라가라고 손짓을 하며 툭툭 공을 몰아서 센터서클 쪽으로 움직였다.

그걸 보고 광운대의 미드필더들과 풀백들은 침투해 오는 연신대 선수들을 마크했다.

현수가 아무리 정확한 패스를 한다 해도 그 패스를 받을 연신대 선수들을 마크해 버리면 그 패스는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니 말이다. 하지만 현수는 패스를 하지 않았다.

“저, 저....”

현수는 하프라인을 넘자 빠르게 공을 치고 광운대 진영으로 돌파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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