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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146화 (14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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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10분 전에 주장인 이기찬이 오후 훈련을 끝냈다. 씻으러 체육관으로 가는 길에 보니 이명신 감독의 차가 보이지 않았다. 벌써 퇴근한 모양이었다.

샤워장에 가서 씻고 라커룸에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핸드폰을 살피니 혜미에게서 문자가 한통 와 있었다.

[훈련 끝나면 오피스텔로 와줘.]

현수는 다른 일도 없었기 때문에 혜미 오피스텔로 가기로 하고 막 체육관을 나설 때 그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구은하를 봤다.

“구은하!”

“어. 현수야.”

둘이 가까이 마주섰을 때 구은하가 현수보고 말했다.

“오늘 고마웠어. 너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뭘, 그 뒤로 놈들이 또 오진 않았지?”

“난 잘 몰라. 아빠랑 점심 먹고 바로 학교로 왔으니까. 하지만 무슨 문제가 있었으면 아빠가 연락하셨겠지.”

그러면서 구은하가 손에 들려 있던 핸드폰으로 구진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아빠. 네. 무슨 문제없죠? 네. 네. 알았어요. 오늘도요? 하나가 질색 하던데. 네. 그럼 딱 한 병씩 만 마셔요. 네. 그럼 저녁때 봐요.”

구은하가 구진모와 통화를 끝내고 현수에게 말했다.

“별일 없으시데.”

“그런데 딱 한 병은 뭐야?”

“아아. 소주. 어제 아빠랑 소주 같이 마셨는데 그게....................”

구은하의 얘기를 듣고 난 현수가 배를 잡고 웃었다.

“하하하하. 하나가 고생했겠네. 적당히 마셔. 근데 어머니도 술을 마셨다니 그건 좀 의외네.”

“그렇지? 엄마가 마시니까 또 잘 마시더라고. 어제 마신 소주의 절반은 엄마가 마셨을 거야.”

“언제 소주 한 짝 사들고 가야겠네.”

“언제든 환영이야.”

“도서관에 갈 거지?”

“응. 이제 저녁 먹고 들어가서 공부해야지.”

“그래. 열심히 해라.”

현수가 구은하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주차장 쪽으로 움직였다. 그런 현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구은하가 길게 한숨을 내 쉬더니 곧장 학교 식당 쪽으로 향했다.

구은하와 헤어진 현수는 자신의 애마를 타고 혜미의 오피스텔로 갔다. 그리고 그녀의 오피스텔 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자 혜미가 바로 문을 열어 주었다.

“어서 와.”

그때 오피스텔 안에서 맛있는 냄새가 풀풀 났다.

“이게 무슨 냄새야?”

“불고기 좀 했어.”

“불고기?”

“응. 특별히 한우로 양념 재워서 구웠으니까 맛은 있을 거야. 빨리 손 씻고 와.”

현수는 군침을 삼키며 화장실에 들어가서 후다닥 손을 씻고 나왔다. 그 사이 혜미가 불고기가 수북이 쌓인 그릇을 내 놓았다. 그리고 그 옆으로 상추와 깻잎, 마늘, 고추 그리고 양념장이 놓였다.

“우와. 맛있겠다.”

현수는 쌈에다 불고기를 잔뜩 올리고 마을, 고추에 쌈장을 조금 찍어 넣어서 한 잎에 우겨 넣었다.

“쩝쩝쩝.....마시쪄!”

현수가 혜미를 향해 엄지를 내밀어 보이자 그녀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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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그 수북이 쌓여 있던 불고기를 다 먹어치웠다. 그리곤 배를 두드렸다.

“아아. 배불러. 꼼짝도 못하겠다.”

“커피 한잔 타 줄까?”

“좋지.”

혜미는 설거지 할 그릇을 잔뜩 싱크대에 쌓아 두고는 가스레인지 위에 커피 물을 올렸다. 현수가 인스턴트커피를 즐긴다는 걸 혜미가 알고 있었던 것이다.

평소의 혜미였다면 바로 설거지를 했을 텐데 그러지 않고 있단 건 현수에게 무슨 할 말이 있단 소리였다. 물은 금방 끓었다.

“여기.”

혜미가 인스턴트커피 탄 걸 현수에게 건넸다.

“생큐!”

현수가 그 커피를 받아서 마실 때 혜미가 조용히 말했다.

“어젠 고마웠어.”

“뭘, 우리 사이에...... 그런 소리 하는 게 더 새삼스럽다. 몸은 좀 어때?”

“일찍도 묻는다.”

“아깐 불고기 냄새 때문에 눈이 해까닥 돌아갔거든.”

“괜찮아. 아침에 깨어보니 감기가 싹 나았지 뭐야.”

“잘 됐네. 도서관에 처박혀서 공부만 하니 몸도 부실해 지는 거잖아. 운동도 좀 하고 그래.”

“잔소리는. 내 몸은 내가 알아서 관리 해.”

“그래. 네 몸이니까 네가 알아서 해. 잘 먹었다.”

현수가 남은 커피를 마저 들이켜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걸 보고 혜미가 말했다.

“벌써 가려고?”

“그럼 밥 먹고 커피까지 마셨는데 가야지. 뭐 더 할 거라도 있어?”

그러자 혜미가 중얼거렸다.

“기껏 배불리 먹여 놨더니 그냥 간다고? 흥! 칫! 뿡이다.”

혜미의 입이 쀼루퉁해져 있었다. 그걸 보니 현수의 발이 당연히 떨어지지 않았다.

“뭘 어쩌라고? 원하는 걸 말해.”

그러자 혜미가 고개를 푹 숙이더니 쑥스럽게 말했다.

“어제 진짜 좋았어.”

“응?”

어제 현수는 혜미와 그야말로 급하게 관계를 가졌다. 그것도 그녀가 열나고 아플 때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한 섹스가 혜미는 진짜 좋았던 모양이었다.

“그래선지 또......”

혜미가 배배 몸을 꼬았다. 그걸 보고 현수가 그녀에게 직설적으로 물었다.

“그러니까 지금 하고 싶단 거잖아?”

혜미는 그 물음에 고개만 끄덕거렸다. 현수는 곧장 일어나서 혜미를 번쩍 안아 들었다. 그리고 침대로 가서 그녀를 침대 위에 내던졌다.

“엄마야!”

침대에 내동댕이쳐진 그녀 위로 현수가 바로 몸을 던져 그녀를 짓눌렀다. 하지만 현수는 어제처럼 급하게 혜미와 관계를 가질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그녀가 입고 있던 짧은 반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벗겨 내고 가랑이 사이에 머리를 박아 넣으면서 동시에 상태 창을 생각했다. 그러자 그녀의 동굴과 그 주위를 배경으로 상태 창이 떴다.

현수는 상태 창에서 변강쇠 반지와 매력 콘택트렌즈를 꺼냈다. 그리고 눈에 렌즈를 착용하고 변강쇠 반지를 손가락에 끼었다.

“아흐흐흑.....아아아아.....”

그 사이 혜미는 현수의 혀 놀림에 몸이 절반은 녹아내린 상태였다. 거기다 현수가 착용한 콘택트렌즈가 효력을 발휘했는지 혜미가 심하게 몸을 틀어 대다가 이내 동굴 안에서 진한 애액을 울컥 토해 냈다.

“아아아악!”

그리고 긴 비명성과 함께 부들부들 둔부를 떨었는데 갑자기 몰아쳐진 흥분에 자기도 모르게 절정에 오른 모양이었다.

‘역시 마법 아이템이야. 김헤미. 넌 오늘 죽었어.’

현수에겐 아직 변강쇠 반지가 있었다.

퍼퍼퍼퍼퍼퍽!

“아아아악...... 그만..... 아흐흑...... 이제 그만......아아아아..... 현수야...... 아흐흐흑...... 내가 잘못......아흐흐흑...... 안 돼...... 죽.....죽을 거 같아........아아아아악!”

현수는 한 시간여 동안 혜미를 괴롭혔고 결국 그녀로부터 항복을 받아냈다. 현수가 또 하려 들자 그녀가 기겁하고 도망을 쳤던 것이다.

현수가 먼저 씻고 나왔을 때 혜미는 여전히 절정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침대에 넋 나간 얼굴로 누워 있었다. 그런 혜미를 보고 현수는 뭐랄까? 내 여자를 만족 시킨 충족감이랄까? 아니 정복감이랄까? 왠지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현수는 벗어 놓은 옷들을 다시 챙겨 입었다. 그리고 혜미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생각 같아서는 오늘 여기서 자면서 혜미를 더 괴롭혀 주고 싶었지만 내일 시합이 있는 관계로 그것 까진 참았다.

“나 간다.”

현수가 혜미의 오피스텔을 나설 때 혜미는 여전히 침대에 널브러진 체 꼼짝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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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미의 오피스텔을 나선 현수는 자신의 애마를 타고 원룸으로 향했다. 그때 백 밀러 뒤쪽에 따라 오는 차를 보고 있자니 씨큐리티 경호원들이 생각났다.

“혹시 요즘도 내 뒤를 쫓고 있는 거 아냐?”

현수는 자신을 추적하는 자가 있는지 확인해 보려고 상태 창을 열고 보유 마법에서 퍼슨 퍼수트 서치(Person pursuit search) 마법을 꺼내서 자신에게 마법을 걸었다. 그러자 바로 반응이 왔다.

[오늘 하루 종일 당신을 따라다니는 자들이 있습니다.]

“뭐? 진짜?”

순간 현수의 눈앞에 그가 달리고 있는 차선이 표시되고 바로 옆 차선의 뒤쪽 트럭을 화살표가 가리켰다. 아마 그 트럭에 씨큐리티 경호원이 타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아. 그 참.....”

현수는 씨큐리티의 집요함과 감쪽같은 추적 술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그들의 경호는 현수에게 그다지 도움이 될 거 같진 않았다.

지금 현수에게 있어서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사도철인데 경호원 몇 명이 사도철로부터 자신을 지켜 주진 못할 테니 말이다.

“그래.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니....”

현수는 자신을 추적하는 씨큐리티의 존재를 알았지만 그냥 계속 모른 척 하기로 했다. 그들이 그의 신경을 긁어 놓는 짓을 하지 않는 한 말이다.

현수가 원룸에 들어가서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8시였다.

“하아! 또 못 봤네.”

오늘은 시트콤 영 프렌즈에 현수가 마지막으로 나오는 날이었다. 본방 사수는 못했지만 유료 채널로 어제와 오늘 편을 한꺼번에 보면 됐다. 현수는 유료 채널을 결제하고 두 편을 몰아서 봤다.

“으음.....”

역시나 진영호 PD에게 술이라도 한잔 사야 할 모양이었다. 그가 악마의 편집으로 끝까지 현수를 멋진 남자로 미화 시켜 준 것이다. 이건 그냥 넘어갈 수준이 아니었다. 그래서 현수가 자신의 소속사인 Sj엔터테이먼트에 연락을 취했다.

현수의 담당 에이전트는 백성조였으니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현수. 뜨거운 시간 보냈겠지?

“하아. 혜영씨 한테 얘기 다 들었어요. 아무리 그녀를 Sj엔터테이먼트로 영입하고 싶어도 그렇지 어떻게 그런 부탁을 들어 줄 생각을 했어요?”

-말 했잖아? 널 철저하게 이용해 먹을 거라고 말이야. 너 하나 희생하면 최고의 여배우를 우리 Sj엔터테이먼트로 영입할 수 있는데 내가 망설여야 하나?

백성조 입장에서 보면 그건 반드시 해야 될 일이었다. 이해가 됐다. 그럼 더 얘기할 거 없었다. 현수가 바로 전화를 건 본론으로 넘어갔다.

“오늘 제가 나오는 시트콤 영 프렌즈 분량이 다 나왔잖아요?”

-응. 아쉽게도.

“보니까 진PD님이 절 너무 띄워 주셨더라고요.”

-그런 면이 있긴 해.

“그래서 말인데 고마움에 대한 성의로......

-한 잔 하자고?

“네.”

-너 다음 주부터 시합 나가야 한다며?

“그러니까 당장은 안 되고 다 다음 주 일요일에 약속 좀 잡아 주세요.”

-알았어. 일단 진PD와 접촉해 볼게. 그 양반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바쁜 사람이거든. 그때 시간이 되려나 몰라.

“그때 시간 안 난다면 소속사에서 알아서 선물이라도 보내 봐요. 왜 몸에 좋은 거로다가. 그렇게 바쁜 양반이니 몸보신 시켜 주면 좋아할 거잖아요.”

-그건 벌써 사 줬다. 그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신경 끄고 축구나 열심히 해. 내가 요즘 에이전트 공부 중인데 너만 잘하면 돈이 되겠더라고.

“이제 아셨어요?”

-그래서 말인데 월요일 U리그 8강전 경기 때 회사 카메라 맨이 거기 갈거야.

“카메라맨이요?”

-응. 네가 뛰는 거 찍어 놓으려고.

“그거 찍어서 뭐하게요?”

-뭐하긴. 제대로 영업을 하려면 상품을 보여줘야 할 거 아냐. 나 다음 달에 아이돌 공연 문제로 유럽에 가거든. 그때 유럽 각국의 프로팀에 널 알려 볼까해.

“와아! 저를 유럽에 팔아먹게요?”

-그거야 그들이 판단할 문제고. 비싸게 사겠다면 당연히 팔아야지.

현수는 백성조의 말에 눈물이 날 거 같았다. 이제야 제대로 된 에이전트를 만난 거 같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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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현수는 늦지 않게 학교로 향했다. 이명신 감독이 말한 대로 축구부원들은 전원 8시 30분에 축구장에 집합을 했고 몸들을 풀었다. 그런데 정작 이명신 감독이 9시가 넘어서 나타났다.

“크음. 주장. 다들 왔나?”

“네. 감독님.”

그런데 이명신 감독이 얼굴, 그러니까 양 볼에 반창고를 바르고 있었다. 딱 보니 여자가 이명신 감독의 얼굴을 할퀸 거 같았다. 그의 얼굴을 할 퀼 여자야 한 명 밖에 없었다. 그의 아내 말이다.

그걸 보고 축구부원들은 웃음이 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아야했다.

“몸들 다 풀었으면 짐 챙겨서 버스 앞에 집합한다.”

이명신도 자신의 모습이 쪽팔렸던지 그 말만 하고 휑하니 체육관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9시 30분에 연신대 축구부원들은 대기 중인 버스에 올랐다. 이명신 감독이 마지막으로 버스에 오르자 버스 문이 닫히고 이내 출발했다.

연신대 축구부원을 실은 버스는 정확히 20분 뒤 광운대 축구장 앞에 도착했다. 탈 때와는 달리 내릴 때는 이명신 감독이 제일 먼저 내렸다.

“어서 오십시오.”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이명신 감독이 광운대 감독과 악수를 나눴고 그 뒤를 이어 연신대 축구부원들이 우르르 버스에서 내렸다.

광운대 축구장에는 광운대 축구부원들이 가볍게 몸을 풀고 있다가 연신대 축구부원들이 나타나자 다들 축구장에서 빠져 나왔다.

현수는 이명신 감독과 광운대 감독이 나누는 얘기를 살짝 엿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은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공정한 시합하기로 유명한 분들이 심판을 봐 주실 테니까요.”

“하하하. 여러모로 신경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연신대가 저희와 평가전을 해 주는 것 자체가 저희로썬 영광인데요 뭐.”

저번 평가전에 심판진의 편파 판정에 식겁을 했던지 이명신이 오늘은 심판진에 나름 신경을 쓴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오늘은 크게 신경 쓸 거 없이 평가전을 치를 수 있을 거 같았다.

현수는 기분 좋게 웃으며 연신대 축구부원들을 향해 외쳤다.

“연신대 파이팅!”

그 소리에 연신대 축구부원들이 덩달아 ‘연신대 파이팅!’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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