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142화 (14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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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은하는 평소보다 일찍 도서관을 나섰다.

“너 나 몰래 남자 만나러 가는 거지?”

그녀와 같이 도서관에서 공부 중이던 친구 이재은의 말에 구은하가 피식 웃었다.

“아니거든. 내가 너 같은 줄 알아?”

“그럼 왜 이렇게 일찍 들어가?”

평소의 그녀라면 도서관이 문 닫는 시간인 10시까지 공부하고 가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지금 시간은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갈려면 더 일찍 저녁 먹기 전에 가던지 그것도 아니고 시간이 너무 애매했던 것이다.

“아빠랑 얘기 좀 하려고.”

구은하는 오늘 점심때 현수에게 아빠를 좀 만나서 얘기를 해 보라고 해 놓고 가만 생각하니 그게 참 염치없는 부탁이었단 생각이 들었다. 현수가 진짜 아빠 아들도 아니고 말이다. 자기 아빠의 일을 남에게 부탁하다니. 그녀는 부끄러웠다.

그래서 오늘 평소 보다 일찍 소주 한 병 들고 들어가서 아빠랑 한잔 하면서 아빠의 고충이 뭔지 직접 들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버스를 타고 집 근처에서 내린 뒤 동네 슈퍼에서 소주 한 병을 샀다. 안주야 엄마에게 얘기하면 뭐라도 뚝딱 만들어 주실 테니 말이다.

“은하야!”

그때 누가 그녀를 불러서 돌아보니 그녀의 아빠인 구진모였다.

“아빠!”

구은하가 반가워 할 때 구진모가 그녀 곁으로 다가왔다.

“슈퍼에서 뭘 산거야?”

“소주요.”

“소주?”

술이랑은 거리가 먼 구은하가 소주를 샀다는 말에 구진모가 걱정스런 얼굴로 그녀를 쳐다봤다. 그걸 보고 구은하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저 마시려고 산 거 아니에요.”

“엥? 그럼 왜 산거니?”

“아빠랑 같이 한 잔 할까 해서요.”

“나랑? 왜?”

그때 구은하가 다정스럽게 구진모에게 팔짱을 꼈다. 그리고 그를 끌고 집으로 가면서 말했다.

“실은 요즘 아빠가 고민이 많으신 거 같아서요. 술 한 잔 하면서 장녀인 제가 그 고민 다 들어 드리려고요.”

구은하의 그 말에 구진모가 감격한 어조로 웃으며 말했다.

“허허허. 우리 큰 딸 진짜 다 컸네. 그래. 아빠한테 고민이 있었지. 하지만 이제 아니란다.”

“네?”

“오늘 다 해결 됐어.”

“그게 무슨.....”

“자세한 얘기는 집에 가서 하자구나.”

구진모가 구은하와 나란히 집으로 향했다. 그런 다정한 부녀의 모습을 마친 음식 쓰레기 버리러 나왔던 안영미가 보고 말했다.

“난 또 당신이 웬 아리따운 아가씨랑 팔짱을 끼고 오기에 늦바람이라도 난 줄 알았지 뭐예요.”

“늦바람? 푸하하하.”

“엄마도 참. 호호호호.”

안영미의 말에 구진모와 구은하가 같이 큰소리로 웃었다.

“자자. 들어갑시다. 당신도 오늘 한 잔 해.”

“네? 한잔이요?”

구진모의 말에 어리둥절해 하는 안영미를 그녀의 딸인 구은하가 떠밀다 시피해서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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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진모와 구은하, 그리고 안영미가 집으로 들어간 지 10여분 뒤 김치에 참치가 들어간 김치찌개를 앞에 두고 구진모와 구은하가 마주보고 앉아서 술잔을 기울였다.

“크으으! 좋구나.”

그 때 구진모 옆에 있던 안영미가 말했다.

“여보 나도 한 잔 줘 봐요.”

“당신도? 좋지. 한 잔 받아.”

구진모가 자신이 마신 잔을 아내인 안영미에게 건네고는 그녀 잔에 소주를 따랐다.

“반 잔 만 부어요.”

“알았어.”

안영미는 구진모가 딱 반잔만 따라 준 소주잔을 입에 대고 ‘쭈욱’ 마셨다.

“으으 써! 남자들은 이런 게 뭐가 좋다고 매일 마시는 지.....”

안영미는 잔뜩 인상을 쓰다가 재빨리 숟가락으로 김치찌개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먹었다. 그때 구은하가 구진모의 잔에 다시 소주를 따라 주며 말했다.

“아빠. 아까 고민이 잘 해결 됐다고 했잖아요?”

“그랬지.”

“어떻게 잘 해결 됐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세요?”

“그럼. 그게 뭐 말 못할 것도 아니고. 실은 또 현수의 도움을 받았다.”

“현수요?”

안영미가 놀라며 구진모를 쳐다보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신도 알다시피 내일이 직원들 월급날이잖아? 그런데 판매 대금이 일주일 뒤에나 들어와서................. 그런데 그런 내 사정을 어떻게 알았는지 오늘 현수가 공장을 찾아 왔더라고. 그리고 1억을 빌려 줬어.”

“그런 일이 있었군요. 현수에게 또 빚을 졌네요.”

그 말을 듣고 난 안영미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드리웠다. 현수에게 아빠 일을 부탁한 건 자신이지만 그 자세한 내막까진 알지 못했다. 하지만 현수는 결국 그 이유를 알아내서 아빠의 고민을 해결 해 줬다.

‘현수가 자식인 나보다 더 낫네.’

그러면서 현수에게 고맙고 또 그에게서 남자의..............

‘어머.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구은하는 눈앞에 소주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걸 보고 안영미가 한 소리 했다.

“은하야. 너 무슨 술을 그렇게 급하게 먹어.”

반대로 구진모는 껄껄 웃었다.

“하하하하. 우리 딸이 이 아빠를 닮아서 술 좀 마시는 데? 자자. 한 잔 더 해라. 여보. 창고에 소주 더 있지? 그거 가져 와.”

그렇게 시작 된 술판은 12시까지 계속 되었다.

“이, 이게 뭐야?”

소속사에서 노래와 춤 연습으로 지쳐서 귀가한 구하나는 술에 취해 뻗어 있는 가족들을 보고 한 동안 넋이 나간 듯 서 있었다. 그러다 정신을 차린 구하나는 가족들을 각자 방으로 옮겼다. 그 과정에서 허리가 부러져 나가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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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구은하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8시 30분 쯤 그곳을 나섰다. 그리고 그녀가 향한 곳은 체육관 앞이었다. 그곳에서 그녀가 5분 쯤 기다렸을 까 그녀가 기다리던 사람이 나타났다.

“현수야!”

“어! 구은하. 네가 이 시간에 여긴 어쩐 일이야?”

“어쩐 일은 널 보려고 왔지.”

“공부는?”

“당연히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왔지.”

“아아. 그럼 공부나 할 것이지. 할 말이 있으면 전화로 해도 되잖아.”

“전화로 할 말이 있고 직접 해야 할 말도 있는 거야. 이건 널 보고 직접 해야 할 말이라서 내가 이렇게 여기 와 있는 거고.”

“그래? 그 할 말이 뭔데?”

“어제 고마웠어.”

“뭐가?”

“아빠 일 말이야.”

“에이. 난 또 뭐라고. 우린 가족이나 마찬가지잖아. 그 정도가지고 고마워 할 거까지야 있나?”

“아니야. 가족도 못해 줄 일을 네가 해 줬어. 나랑, 엄마, 그리고 하나가 할 수 없는 일인 건 맞잖아.”

“그래. 알았다.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만나서 하자. 나 지금 옷 갈아입고 축구장에 가야 해서 말이야.”

현수는 구은하를 지나쳐서 곧장 체육관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런 현수를 구은하가 복잡 미묘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휴우.”

그녀는 긴 한숨을 내 쉬고는 이내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참! 오늘 점심은 아빠랑 먹기로 했지.”

어제 저녁 아빠랑 같이 술을 먹다가 나온 얘기였다. 구은하가 스파게티가 먹고 싶다고 했고 마침 구진모가 아는 후배가 새로 오픈한 스파게티 가게가 있었다.

한 번 인사 차 찾아가야 했는데 딸과 같이 가는 게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구은하에게 얘기를 꺼냈고 그녀가 흔쾌히 그 제안에 응해 따라 가겠다고 한 것이다.

구은하는 아빠랑 같이 스파게티를 먹으러 가게 되면 점심시간과 오후에 한 두 시간은 빼 먹을 수밖에 없단 걸 알기에 그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오전에 열공을 해야 했다. 도서관으로 향하는 구은하의 발걸음이 더 빨라졌다.

구은하가 체육관에서 사라지고 얼마 되지 않아서 축구 복으로 갈아입은 현수가 허겁지겁 체육관 밖으로 뛰어 나왔다. 그리곤 곧장 축구장으로 후다닥 뛰어갔다.

현수가 그라운드에 발을 딛자 축구부원들이 어제에 이어서 현수에게 몰려들었다.

“어제 진짜 멋있더라.”

“난 네가 축구를 잘하는 줄은 알았지만 그렇게 잘하는 줄은 몰랐다.”

“근데 좀 섭섭하다. 그런 촬영 장면 있으면 당연히 우릴 엑스트라로 썼어야지.”

“맞아요. 그러고 보니 진짜 그러네. 선배. 그러는 거 아니에요.”

현수는 서운해 하는 축구부원들을 향해 물었다.

“그때 너희 특훈 중 아니었어?”

저번 주 현수가 일주일 훈련에서 빠졌을 때 축구부원들은 갓 복귀한 심재국과 특별훈련을 했었다. 그때가 생각났던지 축구부원들의 얼굴이 다들 일그러졌다.

“그게 특훈인지는 모르지만 힘들긴 더럽게 힘들었지.”

“하긴 그때는 훈련 받고 집에 가서 뻗기 바빴지. 뭘 할 처지는 아니었네.”

“맞네. 현수가 불러도 우리가 못 갔을 거야.”

그제야 현수의 말이 수긍이 되는 듯 축구부원들이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을 때 주장인 이기찬이 외쳤다.

“감독님 오신다.”

그 말 후 정확히 1분 뒤에 이명신 감독이 연신대 축구부원들 앞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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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신은 평소처럼 축구부원들에게 훈련 열심히 하란 말만 하고 휑하니 사라졌다. 이번에도 체육관 쪽이 아닌 걸로 봐서 또 어디 딴 볼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 그에게 현수가 특별한 선물을 하나 선사했다.

먼저 상태 창을 연 현수가 인벤토리에서 조루 유발 아이템을 꺼내서는 그걸 이명신에게 써 먹은 것이다.

이명신은 축구부원들을 만난 후 곧장 자신의 차로 가다가 갑자기 몸에 소름이 돋자 걸음을 멈췄다.

“뭐지? 이 싸한 느낌은?”

하지만 그의 몸에 별 문제가 없자 이명신은 곧장 자신의 차로 향했다. 그리고 차를 타고 출발한 그가 도착한 곳은 한강이 바라보이는 한 카페. 거기서 그는 자신의 중학교 동창인 혜숙과 만났다.

“어서와.”

“일찍 왔네.”

혜숙은 이명신과 같은 40대 중반의 나인데 30대 초중반의 나이로 보였다. 이게 다 의학과 꾸준한 관리 덕분이었다. 그 둘의 공통점은 바로 돈이 많이 든다는 점이었다.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서 혜숙은 한 달에 거의 직장인 한 달 수입을 고스란히 썼다.

그게 가능한 건 그녀 남편이 돈 잘 버는 무역 회사 사장이었기 때문이었다. 혜숙의 남편은 사정상 일 년에 절반은 외국에서 보냈다. 그리고 오늘부터 한 달 간 중동으로 출장을 갔다.

“남편은 갔고?”

“응. 공항까지 마중 갔다 온 거야.”

“그래? 그럼 이제부터 자유겠네?”

“그렇지.”

둘의 눈빛이 어째 심상치가 않았다. 사실 둘은 작년부터 내연관계로 발전했다. 원래부터 둘은 서로 좋아했었고 이명신이 군대 가기 전에 실제 사귀기도 했었다.

이명신이 군대에 가면서 혜숙이 고무신을 거꾸로 신으면서 헤어졌고 그렇게 잊고 살다가 바로 작년 동창회 모임에서 그들은 다시 만났고 만나자 마자 뜨겁게 타올랐다.

“갈까?”

“그래.”

둘은 아직 오전인데도 대답하게 근처 모텔로 들어갔다. 그리고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창가 옆 침대에서 다 벗은 채 뒤엉켰다. 서로 오랜 만이라 별 다른 애무 없이도 둘은 금세 달아올랐다. 그런데 결정적인 순간에 문제가 발생했다.

“이, 이게 왜 이러지?”

“잘 좀 세워 봐.”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잘도 텐트를 세우던 그의 거시기가 어떻게 된 건지 고개를 푹 숙인 체 좀체 일어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비켜 봐.”

급해진 혜숙이 입과 혀, 손을 동원해서 거시기를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 사이 뜨겁게 달궈졌던 혜숙의 몸은 차갑게 식어 버렸다.

“이게 뭐야?”

혜숙은 잔뜩 짜증난 얼굴로 먼저 모텔을 나가 버렸다. 혼자 남은 이명신은 푹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자신의 거시기를 내려다보며 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젠장. 이거까지 왜 이래.”

이번 달 백화점에서 마누라 긁은 카드 값을 메우려면 혜숙의 도움이 필요했다. 섹스 후 혜숙은 이명신의 처지가 어렵다는 걸 알고 슬쩍 용돈을 찔러 넣어 주곤 했던 것이다.

예쁘고 몸매 좋은 혜숙과 즐기면서 돈도 벌 수 있어서 이명신에게는 더 없이 좋았던 꿀 아르바이트였는데 지금은 초라하고 부끄러운 꼴만 보인 체 그녀를 실망시키고 말았다.

혹시나 싶은 이명신은 모텔 TV를 털었고 성인 방송이 나오자 그걸 집중해서 봤다. 그랬더니 그의 거시기가 발기하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그럼 그렇지.”

이명신은 혜숙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그의 전화를 받고 혜숙이 허겁지겁 다시 모텔 방으로 돌아왔다.

“어?”

그런데 혜숙이 이명신 앞에서 옷을 벗자 그의 거시기가 또 다시 고개를 푹 숙이며 쪼그라들었다. 그걸 본 혜숙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러니까 내가 벌써 싫증이 난 거네. 그러니까 그게 나만 보면 그렇게 되지.”

“혜숙아. 그게 아니라.......”

“됐어. 다시는 연락하지 마.”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뒤돌아서는 혜숙을 보면서 이명신은 그녀와의 관계가 완전 물 건너갔음을 직감했다. 현수의 조루증 유발 아이템이 제대로 이명신을 엿 먹인 순간이었다. 현수가 이 사실을 알았으면 정말 통쾌해 했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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