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138화 (138/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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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사채업자 박재성은 OK 캐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아이고. 형님. 어쩐 일이십니까?”

-나 너 같은 동생 둔 적 없거든.

“이거 또 왜 이러실까? 저번 라운드 돌 때 제가 게임 값 내는 조건으로다가 형님이라고 불러도 된다고 하시고 선 또 오리발을 내미시네.”

-내가 그랬나? 아무튼 네가 부르고 싶은 대로 알아서 부르고. 해 줘야 할 일이 좀 있다.

“뭔데요?”

-너희 업소 근처에 한성 정밀이라고 있다. 거기 돈 좀 빌려 줘라.

“한성 정밀이라.... 아아! 제일 산업이 노린다는 그 알짜배기 중소기업 말이군. 거기라면 형님이 벌써 침 발라 놓은 곳 아닙니까?”

-그랬지. 그런데 누가 초를 쳤어.

“누가요? 어떤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이 천하의 사도철이 찜해 놓은 걸 건드릴 수 있단 말입니까?”

-그걸 알아보려고 이러는 거야. 걸려들면 그 배후 놈도 조져 버리려고. 그리고 한성 정밀도 팔아먹어야겠고.

“걱정 마십시오. 제가 나서서 해결 못한 일 봤습니까?”

-또 잘난 척 한다. 너 그러다가 큰 코 다 친다고 내가 말했지?

“하하하하. 제가 잘 난 걸 어쩝니까?”

-실없는 소리 그만하고 내가 은행하고 제 2금융권에도 손을 써 놔서 아마 지금쯤 자금이 바짝 말랐을 거야. 슬쩍 질러 봐도 알아서 돈 빌려달라고 할 거야. 그쪽에서 부르는 만큼 빌려 줘. 그리고 알지?

“당연하죠. 근데 수수료는?”

-5%!

“에이. 쫀쫀하게 왜 이러실까?”

-6%!

“쓰시는 김에 하나 떠 쓰시죠. 대신 확실하게 처리해 드릴 테니까.”

-그래. 좋다. 7%. 더 이상은 안 돼.

사도철은 안 된다면 안 되는 인간이다. 그걸 아는 박재성이 바로 수긍하며 말했다.

“네. 좋습니다. 그럼 한 달만 딱 기다리십시오.”

OK 캐쉬 사장 사도철과 통화를 끝낸 박재성은 곧장 사람을 풀어서 한성 정밀을 조사해 봤다. 그랬더니 사도철의 말처럼 한성 정밀의 돈줄이 다 틀어 막혀 있었다. 때문에 한성 정밀 사장인 구진모는 이번 달 직원들 임금도 준비하지 못한 상태였고 말이다.

“그 돈이 대략 1억 쯤 된다 이거지?”

사도철은 사람들에게 1억을 최 저리로 빌려 주는 사채업자가 있다는 소문을 퍼지게 했다. 그러자 바로 다음날 한성 정밀 사장 구진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1억이 필요하시다고요? 담보요? 뭐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달랑 1억 가지고 담보는 무슨. 네. 네. 그럼 이따 오후에 찾아뵙지요.

박재성은 사도철이 오후에 공장에 일이 끝날 때쯤 보자고 했는데 기다리지 않고 바로 움직였다. 오후엔 그에게 다른 중요한 비즈니스가 있어서 말이다. 그렇게 찾아 간 한성 정밀에서 박재성은 졸지에 문전박대를 당했다. 구진모와 그를 아버지라 부르는 싹수 노란 놈한테 말이다.

“뭐? 돈이 필요 없어? 누구 마음대로? 나한테 돈을 빌리기로 했으면 반드시 빌려야 해.”

“뭐라고요?”

젊은 놈이 기가 차다는 듯 박재성을 쳐다봤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채꾼은 뻔뻔한거 빼고 나면 불알 두 쪽 밖에 안 남았다.

“구 사장. 1억 필요하다고 했지? 여기 선 이자 280만원 떼고 9천 7백 2십 만원.”

박재성이 무턱 대고 구진모가 앉은 자리 앞 테이블 위에다가 일수가방 안에 들어 있던 현금 다발을 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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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돈을 빌리기로 했단 이유로 구진모에게 억지로 돈을 건네는 이상한 사채업자를 황당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차분히 그에게 말했다.

“이봐요. 돈 필요 없다고 했잖아요. 사람 말 못 알아들어요?”

그러자 이상한 사채업자가 현수를 보고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

“어른들 얘기하는데 애 새끼가 자꾸 끼어들다가 처 맞는 수가 있다.”

그 말에 현수가 기가 차서 바로 대꾸를 해주었다.

“어디 좀 처 맞아 봅시다.”

그러자 이상한 사채업자가 그의 양쪽에 서 있던 동네 깡패 새끼들에게 말했다.

“깽값 안 물어주게 적당히 때려서 데려 와라.”

그러자 쫄티 입은 깡패 중 하나가 현수에게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너 따라 나와.”

현수는 바로 따라 나섰다.

“현수야!”

그런 현수를 구진모가 걱정스런 얼굴로 쳐다는 봤지만 막상 만류하진 않았다. 그럴 것이 현수가 얼마나 싸움을 잘하는 지는 누구보다 구진모가 더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말이다.

현수와 두 깡패가 사무실을 나가는 걸 보고 박재성이 구진모에게 말했다.

“걱정 마쇼. 우리 애들이 살살 다룰 테니까.”

그 말에 구진모가 되레 박재성을 보고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현수가 그냥 가라고 할 때 갈 것이지.”

그렇게 몇 분 지나지 않아 현수가 혼자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런데 그와 같이 따라 나간 깡패 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뭐, 뭐야? 우리 애들은?”

박재성의 물음에 현수가 대답했다.

“쓰레기통에 있으니까 나갈 때 데려 가면 됩니다. 병원 갈 정도는 아니니까 이걸로 파스 좀 사 주고.”

현수가 지갑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서 박재성의 손에 쥐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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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깡패 둘과 사무실을 나서자 사무실 뒤편에 있는 공터로 향했다. 그 공터 옆에 쓰레기 소각장이 있었고 말이다.

“이리로.”

현수는 일부러 두 깡패를 쓰레기장 근처로 데려갔다.

“여기서 맞으려고?”

“뼈가 상하지 않게 때려 주마. 그래도 아프긴 할 거다.”

“내일 일어나면 온 몸이 좀 쑤실 테니까 병원 가서 근육 주사 맞고.”

친절하신 두 깡패 분들은 자신들이 현수를 두들겨 패는 걸 당연시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사정은 달랐다.

퍼퍽!

“크으윽!”

두 깡패 중 하나가 현수에게 달려들다가 현수의 원투 스트레이트에 얼굴을 맞고 뒤로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씨발. 복싱 좀 한 놈이네.”

“저 새끼 잡아. 오늘 네 놈 제삿날인줄 알아.”

현수에게 주먹을 맞은 깡패가 단단히 화가 난 듯 씩씩 거리며 현수에게 선불 맞은 곰처럼 달려들었다. 그 사이 다른 깡패 새끼가 현수의 뒤로 돌아 움직였고 말이다.

홱!

“으아아아!”

“아악!”

현수는 자기 앞쪽에서 덤벼드는 깡패를 자신의 뒤로 업어 쳤다. 그러자 현수 뒤로 돌아간 깡패에게 현수가 유도의 업어치기로 내던진 깡패가 날아가서 둘이 뒤엉켜 쓰러졌다. 현수는 그 둘에게 다가가서 제일 가까이 있는 녀석의 뺨부터 때렸다.

짜악!

“아야!”

“아프지? 근데 난 재미있네.”

짝! 짝! 짝! 짝!

현수의 손바닥이 전광석화와 같이 움직이며 두 깡패의 싸다구를 사정없이 때렸다. 그러자 두 깡패의 양 볼이 금세 퉁퉁 부었다.

“이런 씹 새끼!”

“으아아아. 이리 와.”

현수에게 뺨을 맞으면서 벌떡 몸을 일으킨 두 깡패들이 제대로 화가 난 듯 현수에게 무턱대고 덤벼들었다. 하지만 멀쩡한 제정신에도 현수에게 상대가 안 되던 자들이 이성을 잃고 미쳐서 날 뛰는 데 상대가 될 리 없었다.

퍼퍼퍼퍽!

“으아아악!”

“크흐흑!”

현수의 주먹질에 두 깡패가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너희들 같은 쓰레기는 저기 들어가 있어야지.”

퍽! 퍽!

“악! 악!”

“들어가. 빨리.”

현수는 두 깡패를 기어이 쓰레기통에 처넣었다.

“거기서 기어 나오는 순간 너흰 내 손에 죽는다.”

현수의 살벌한 협박에 두 깡패는 쓰레기통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있을 때 현수가 사무실로 돌아갔다.

현수는 친절하게 박재성이 일수가방에서 쏟아 낸 돈들을 다시 그의 일수가방에 넣어서 돌려주며 말했다.

“한 번만 더 나랑 우리 아버지한테 욕하면 아구창 날려 버린다.”

박재성은 얼굴이 시뻘겋게 변해서는 일수가방을 챙겨 들고 황급히 사무실을 나섰다. 그리고 쓰레기통으로 가 봤더니 진짜 그 안에 두 깡패 새끼들이 들어가 있었다.

“저, 저...... 하아. 쪽팔리게. 빨리 안 나와!”

박재성은 쓰레기통의 두 깡패를 데리고 허겁지겁 한성 정밀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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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사채업자가 사라지고 나자 현수가 구진모에게 말했다.

“1억 원 오늘 중으로 아버지 통장으로 입금해 드릴게요.”

“아, 아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난 못 받는다.”

“왜 못 받아요? 아들이 주는 돈인데. 그리고 그냥 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다음 달에 갚으실 수 있죠?”

“그야 그렇지. 일주일 뒤에 들어 올 판매대금이 얼추 5천은 되고 그 이틀 뒤에 또 7천 쯤 들어올 테니까 열흘 뒤엔 다 갚을 수 있다.”

“그럼 열흘 뒤에 돌려주세요.”

“고맙다. 현수야. 다른 돈이라면 내가 사정이라도 해서 지급일을 일주일이나 열흘 뒤로 미뤘을 거다. 그런데 직원들 월급이라서......”

“직원들 월급은 제때 줘야죠. 저 돈 많아요. 그러니까 돈 때문에 저 한데 미안해하실 필요는 없어요. 아버지.”

“그래. 돈 많은 아들 둔 내가 복덩이다.”

그때 한성 정밀에서 시켜 먹는 밥집에서 식사가 도착했다. 현수는 그걸 보고 황급히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아버지. 저 갑자기 급한 일이 생각이 나서 이만 가봐야 할 거 같아요.”

“뭐? 그래도 점심은 먹고 가라.”

“괜찮아요. 여기 오다 배가 고파서 핫도그 하나 사 먹었거든요. 그럼 전 이만......”

현수는 또 점심 먹을까 싶어서 휑하니 한성 정밀을 나왔다. 나오기 전 한성 정밀 법인 통장 계좌 번호를 그곳 경리 여직원에게 받아왔다. 물론 그녀에게 사인도 다섯 장이나 해주고 말이다. 구진모는 현수에게 사인 받는 경리 여직원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러면서 속으로 현수가 축구선수로 그렇게 유명한가 싶었다.

한성 정밀을 나와 큰길로 접어든 현수가 시스템에 포인트를 돈으로 환전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그러자 시스템이 바로 반응했다.

[띠링! 얼마나 바꾸실 생각이십니까?]

“만 포인트 현금으로 바꿔줘.”

현수의 말이 떨어지자 바로 결제 창이 떴다.

[띠링! 10,000포인트 결제. 남은 포인트 728,890]

이어 현수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주거래 은행에 1억 원이 들어왔다는 알림 문자였다. 현수는 곧장 근처 주거래 은행으로 가서 한성 정밀 법인 통장으로 1억 원을 쐈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한 시가 다 되어갔다.

현수는 또 텔레포트를 할까 하다가 그만 뒀다. 여기서 택시를 타고 학교로 가면 대략 30분 정도 걸린다. 택시비는 많아야 3만원 안쪽이고 말이다.

현수는 택시에 오른 뒤 이명신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현수야.

“감독님. 제가 갑자기 은행에 볼 일이 생겨서 연습 시간에 좀 늦을 거 같습니다.”

-그, 그래? 뭐 그럼 천천히 볼 일 보고 와라. 연습이야 좀 못하면 어때.

현수에 관한 뭐든 너그러운 이명신이었다. 하긴 현수가 없으면 큰일 나는 연신대 축구부니 그럴 수밖에.

현수는 이명신의 말처럼 느긋하니 택시를 타고 연신대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저녁에 따로 구진모를 만날 필요가 없어졌다.

현수에게 그 시간 때가 빈 걸 어떻게 알았는지 혜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어. 혜미야.”

-콜록콜록. 어디야?

“학교지.”

현수는 지금 택시 타고 학교 가는 중이라고 말하는 게 귀찮아서 그냥 학교라고 했다. 어차피 10여분 뒤에 그는 학교에 있을 테니까.

-오늘 훈련 몇 시에 끝나?

“5시쯤? 왜?”

-끝나면 오피스텔로 좀 와 줄래?

혜미의 목소리에 확실히 힘이 없어 보였다. 그렇단 건 그녀가 아프단 소린데......

“어디 아픈 거 아냐?”

-귀신같네. 맞아. 오늘 좀 아프네. 그래서 학교도 못 갔어.

“어디가 얼마나 안 좋은데? 병원은 갔어?”

-병원 갈 정도는 아니고. 훈련 끝나고 올 때 나한테 전화 좀 해 줘. 뭐 좀 사가지고 올 게 있거든. 콜록콜록.

“알았어.”

현수가 봐서 혜미가 제대로 감기에 걸린 모양이었다. 현수가 택시 기사에게 목적지를 바꿨다. 연신대에서 혜미가 사는 오피스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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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혜미 오피스텔 근처 약국으로 가서 약사에게 말해 감기약을 골고루 사가지고 혜미 호피스텔로 향했다.

띵동!

혜미 오피스텔 방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자 힘없는 그녀 목소리가 울려왔다.

“누구세요?”

“나야. 문 열어.”

현수 목소리를 알아들은 혜미가 문을 얼었다. 그리고 초췌한 그녀 모습이 현수 눈에 띠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딱 봐도 혜미는 아픈 데 약을 사 먹거나 병원 갈 생각은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서 끙끙 앓고만 있었다.

“어디 봐.”

이마를 만져 보니 열도 났다. 현수는 사 간 감기 약 중에 해열 진통제부터 그녀에게 먹였다.

“뭐 하러 왔어? 훈련은 어쩌고?”

“은행 일 좀 봐 야해서 감독님한테 말하고 나왔어. 그러니까 내 걱정 말고 네 몸이나 신경 써. 근데 진짜 병원 안 가 봐도 되겠어?”

현수는 혜미를 병원에 데려 가려 했는데 혜미가 안 가겠다고 버텼다.

“하여튼 너도 참 한 고집 한다.”

“시간 있어?”

“잠깐은.”

“그럼 이리와.”

혜미가 침대로 현수를 불렀다. 그리고 자기 옆에 현수를 눕게 했다.

“뭐하려고?”

“나 자면 가.”

“뭐?”

혜미는 현수가 무슨 곰돌이도 아니고 그를 껴안고 눈을 감았다. 그렇게 10여분 뒤 혜미가 깊게 잠이 든 걸 확인한 현수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직 열이 나서 걱정은 되었지만 고열은 아니고 해열제도 먹여 놓은 터라 조금은 안심이 된 터라 현수가 그녀의 오피스텔을 나섰다.

앞으로 3시간 뒤에 훈련이 끝난다. 그때 다시 와서 그녀를 살펴도 충분했다. 현수는 혜미의 오피스텔을 나오자 바로 학교로 뛰어갔다.

훈련 삼아 뛴다고 생각하니 별로 지루하지 않았다. 그렇게 연신대 체육관 라커룸으로 가서 옷부터 갈아입은 현수는 뒤늦게 연신대 축구부에 합류해서 5시까지 훈련을 받았다.

현수가 없는 사이 이명신 감독이 모레 광운대랑 평가전을 하기로 한 걸 선수들에게 얘기한 모양이었다.

광운대 역시 안산대 처럼 결승에나 올라야 연신대와 붙게 될 팀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원정을 가야 하기 때문인지 축구부원들의 표정이 어두웠다. 아무래도 원정 가서 뛰는 게 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니 말이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감독이 그렇게 일을 저질러 놓은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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