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133화 (133/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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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이 먼저 유혜란에게 상품 총괄 팀의 팀장과 자신의 친분을 밝혔다.

“하하하. 그분이 저와 호형호제 하는 사이죠.”

보통 이 정도만 해도 상품본부의 여직원들은 그에게 호감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눈앞의 여자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뭐야? 상품본부 쪽 여직원이 아니라고? 그렇다면 혹시 마케팅부?’

이종훈은 이번엔 마케팅부에서 그와 가까운 판촉팀 양 팀장을 거론했다. 하지만 여전히 여자에게 별 반응이 없자 슬슬 신경질이 나기 시작했다.

‘뭐야? 그럼 비서실 쪽인가?’

임원의 비서라면 콧대가 높을 만했다. 하지만 그 임원들도 다 자신의 아버지 밑이었다.

“혹시 비서실에서 일합니까?”

이종훈의 비서실이란 말에 여자가 처음 반응을 보였다.

‘맞군. 그런데 누구 비서지? 강 전무 비서인 혜실이는 내가 벌써 맛 봤고. 유 본부장 비서도 아니고 재무 이사 비서인가? 에이. 몰라. 누구면 어때. 중요한 오늘 널 내가 맛 봐야 한단 거지. 흐흐흐흐.’

이종훈은 더 이상 머리 굴리기 싫어서 바로 여자에게 직구를 던졌다.

“제 부친이 백화점 전무시거든요. 그래서 백화점 임원 분들이라면 다 잘 아는데 어디 비서세요?”

이종훈은 자신의 최후의 패를 까 발렸다. 그리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여자는 자신에게 넘어 올 것을 확신했다. 그런데 웬 걸 여자의 입에서 나온 건 쌍욕이었다.

“이런 씨발 새끼. 와아. 완전 팍 치네. 그러니까 네 애비가 백화점 전무라 이거지. 아아. 이재구 전무 아들인 모양이네.”

“뭐, 뭐야?”

유혜란은 지금껏 참고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왜냐? 그녀도 이제 갑(甲)질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섰으니까 말이다.

원래 그녀는 욕도 잘하고 싸움도 곧잘 했다. 하지만 그녀의 남동생이 사고로 죽고 나서부터 그녀는 변했다. 살기 위해서 자신을 숨길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그 후 그녀는 억압받은 삶을 살았다. 하지만 이제 아니었다.

삼정 백화점의 부사장이란 직함과 함께 그녀에게 삼정 제약 주식 20%가 쥐어졌다. 즉 그녀도 어엿한 삼정 그룹의 대주주란 소리였다.

갑작스런 유혜란의 반응에 휘둥그레진 이종훈에게 유혜란의 핸드백에 살짝 삐져나와 있던 자신의 사원 증을 꺼내서 그에게 휙 던졌다.

이종훈은 그 사원 증을 얼결에 받았고 그녀의 사진 밑에 적힌 그녀의 직함을 봤다.

“헉!”

이종훈의 손에 들린 유혜란의 사원증이 바르르 떨렸다.

“부, 부사장...... 유혜란......”

이종훈이 기겁한 체 유혜란을 쳐다보자 유혜란이 그를 보고 말했다.

“내일 감사팀에서 그쪽을 찾아 갈 거예요. 어떻게 백화점에 들어왔고 지금 직위에 올랐는지 상세히 조사가 이뤄질 겁니다. 부디 털어서 먼지가 안 나길 바라요. 그리고 이재구 전무님이 혹여 그쪽 인사와 개입 되었다면...... 옷 벗어야 할 거예요.”

“헉!”

“여기 더 있을 건가요? 그럼 내가 여길 나가야 하고.”

“아, 아닙니다. 제가 나가겠습니다.”

이종훈이 후다닥 뒤돌아서 친구들과 백화점 여직원들을 챙겨서 빠(Bar)를 빠져 나갔다. 그걸 지켜보고 있던 현수가 이종훈에 유혜란에게 돌려 준 사원 증을 보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말했다.

“우와! 우와! 누나 부사장 됐어요?”

그 물음에 유혜란의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그래. 그러니 앞으로 잘 모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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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가 유혜란 앞에 좀 전 이종훈에게서 받아 챙긴 수표 5장을 내 놓으며 말했다.

“제가 오늘 번 깽 값으로 한턱 쏘죠.”

“좋지!”

유혜란은 빠(Bar)에서 제일 비싼 술을 시켰다. 그리고 현수와 딱 2병을 비웠는데 술값이 4백만 원이 나왔다. 그들은 계산을 하고 그곳을 나섰다.

“하난 건졌네요.”

현수가 백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을 유혜란에게 내 보이며 말했다. 그러자 유혜란이 씩 웃으며 말했다.

“더럽게 비싸지?”

“네. 소주를 마셨으면 한 병에 2천원 잡아도 2천병인데 말이죠.”

“그럼 이제부터 소주 마시러 가자. 출발.”

유혜란이 앞장서서 움직였다. 그녀는 백화점 뒤쪽으로 현수를 데리고 갔는데 그곳에 포장마차가 있었다.

“가자.”

포장마차로 들어서는 그녀에게 현수가 쫓아 같이 따라 들어가며 물었다.

“괜찮겠어요?”

“괘찮아. 오늘은...... 아무리 마셔도 안 취할 거 같아. 뭐 취해도 상관없어. 나 예전의 유혜란이 아니거든. 아줌마!”

유혜란이 포장마차 안의 빈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주문부터 했다.

“여기 국물 닭발에 골뱅이 무침하고 소주 한 병 주세요.”

안주와 술을 시키자 포장마차 주인아줌마가 밑반찬 몇 개와 소주부터 내 주었다.

“자. 소주 나왔다. 마시자.”

유혜란은 소주를 따서 현수에게 한잔 부어주고는 병째 현수에게 넘기며 말했다.

“한 잔 따라 봐.”

“네. 부사장님.”

현수가 굽실거리며 유혜란이 내민 소주잔에 소주를 가득 따르자 그녀가 기분좋게 웃었다.

“호호호호. 다른 사람들에게 그 부사장 소릴 들으면 닭살이 돋던데 너에게 그 소리를 들으니 왠지 기분이 좋아지네. 더 불러 봐.”

“부사장님. 잔 넘칩니다. 한 잔 들이키시죠?”

“호호호호. 그럴까? 자. 짠!”

현수와 잔을 부딪친 유혜란은 단숨에 그 잔을 비워냈다. 그리고 현수와 낄낄 거리며 한 잔 씩 더 하고 있을 때 안주로 국물 닭발이 먼저 나왔다.

“닭발이다.”

유혜란은 닭발을 보고 눈빛을 빛내더니 이내 비닐 장갑을 끼고 닭발을 뜯기 시작했다. 게걸스럽게 닭발을 먹어치우던 그녀가 힐끗 현수를 보고 말했다.

“너 왜 안 먹어?”

그러자 현수가 기가 차다는 듯 말했다.

“국물 닭발 그릇에 머리를 쳐 박고 계신 분이 누구시더라?”

“아아. 먹어.”

그러면서 그녀는 먹던 닭발을 현수에게 건넸다.

“에이. 더럽게.”

현수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하자 그녀가 피식 웃었다.

“더럽긴. 볼 거 다 보고 해 볼 거 다 해 본 사이에 말이야.”

유혜란의 그 말에 포장마차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현수와 그녀를 쳐다보았다.

“누나 취했어요? 못하는 말이 없네.”

“뭐 사실이잖아. 자. 아 해.”

유혜란은 기어코 자신이 먹던 닭발을 현수의 입에 우겨 넣었다.

“호호호호. 양념 쪽쪽 빨아 먹어. 너 빠는 거 잘하잖아.”

현수는 유혜란의 그런 야한 농담에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누나. 제발요. 저 아직 안 취했거든요.”

“알았어. 내가 취하게 해 줄게.”

그러면서 현수의 잔에 소주를 가득 따라주는 유혜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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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가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12시가 다 되어갔다. 내일도 훈련이 있는 현수로서는 더 이상 술을 마시는 것도 그렇고 잠도 못 자는 것도 문제였다. 하지만 술에는 장사가 없단 말이 맞는 모양이었다.

“으으으으!”

쿵!

골뱅이 무침에 국수사리를 잘 얹어서 먹고 있던 유혜란이 픽 꼬꾸라지며 이마를 포장마차 테이블에 박았다.

“갔네. 하아.”

빠(Bar)에서 그렇게 양주를 먹고 포장마차에서 소주까지 마시니 술이 섞이면서 술기운이 확 치밀어 오른 모양이었다.

“아줌마. 여기 얼마에요?”

현수는 포장마차 술값을 계산하고 유혜란을 업었다. 그리고 자신이 차를 세워 둔 유로피아 빌딩으로 향했다. 그쪽으로 걸어가는 동안 현수는 생각했다.

‘운전하려면 술이 깨야 하는데. 대리 기사를 불러야 하나?’

그때 시스템이 반응을 했다.

[띠링! 마법 중에 술을 깨워 주는 마법이 있습니다. 최저가 음주 해소 마법을 보시겠습니까? Y/N]

현수는 바로 예스를 생각했다.

[드링킹 어날먼트(Drinking annulment)- 1서클]

물질계 마법. 마신 술의 알코올을 완전히 분해해서 술 먹기 전 상태로 돌려 줌. 획득 포인트 +3,000

[띠링! 3,000포인트 결제. 남은 포인트 441,890]

현수는 볼 거 없이 바로 음주 해소 마법을 구입했고 이번에도 시스템이 알아서 현수 눈앞에 상태 창을 띄웠다.

[스테이터스]

이름: 강현수 (남, 22살)

칭호: 후기지수, 스위트 가이(Sweet guy), 혀끝의 마법사(the tip of the tongue magician)→ 호감도: 66/100, 성적 매력: 76/100

체력: 80/100

내공: 중급

격투기(Up): 동양 챔피언, 유도 4단, 태권도 6단, 주짓수 (블루), 권법(형의권 9성)

인지능력: 52/100

학습능력: 72/100

행운지수: 42/100

이성과의 친화력: 82/100

마법: 3서클

보유 마법

1서클- 록, 라이트닝 애로우, 다크실드, 네크로 그리스, 클리닝, 드링킹 어날먼트

2서클- 라이트닝 쇼크, 포커스 퓨플

3서클- 아이스 포그, 에어로 봄, 라이트닝 웨이브, 체인 라이트닝, 블러드 스웰, 무스트, 홀리큐어, 리커버리, 슬립(Sleep), 일루젼(Illusion), 언락(Unlock), 사일런스(Silence), 홀드(Hold), 스킨스톤(Stone skin), 오브젝트 페니트레이트(Object penetrate), 인덕스 매직 미사일(Induce magic missile), 스틸 실드(Steel shield), 히픈노우시스(Hypnosis), 퍼슨 퍼수트 서치(Person pursuit search), 퍼슨 로케이션 서치 (Person location search)

인벤토리: 카멜레온 축구복, 날쌘 돌이 축구화, 변강쇠 반지(+1시간 추가), 신비의 물약(1회용), 텔레포트 바바리코트, 아공간 부대자루, 메모리 컨트롤 모자

보유 쿠폰: 아이템 20% 할인쿠폰, 아이템 30% 할인쿠폰, 게임 단기 무료이용 쿠폰 6EA

현수는 바로 보유 마법에서 1서클의 마법인 음주 해소 마법인 드링킹 어날먼트(Drinking annulment)를 사용했다. 그러자 취기가 있던 그의 몸이 정말 술 마시기 전 상태로 돌아갔다.

“와우! 역시 마법은 확실하군.”

현수는 신기해하며 유혜란을 업고 자신의 차를 주차 시켜 둔 유로피아 빌딩에 다다랐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유혜란도 차를 가져 왔을 터였다.

“이거 누나 깨워야겠는데.”

현수는 유혜란을 깨워서 그녀가 어디 차를 주차 해 뒀는지 물어서 대리 기사를 부를 생각이었다.

“누나 일어나 봐요.”

“으으으! 머리 아파.”

현수는 벌써 숙취가 시작 된 유혜란을 보고 그녀에게도 음주 해소 마법을 걸어 줄 수 없을까 생각했다.

[...............]

그랬더니 시스템이 침묵했다. 역시 모든 마법은 현수 자신만 쓸 수 있고 또 자신 만이 마법의 효과를 보는 모양이었다.

“누나. 차 어디 주차해 두셨어요?”

“차? 차는 왜?”

“대리 기사 불러 줄 테니까 그 차타고 집에 가시라고요.”

“집? 오늘 집에 안갈 거야.”

“네?”

“너. 나랑 같이 있자.”

유혜란이 확 현수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녀의 늘씬한 몸이 그의 몸에 착 달라붙자 급격히 피가 가운데로 쏠렸다. 안 그래도 요 며칠 여자 구경도 못해 본 현수였다. 거기다 술기운까지 다 가신 상태라 그의 거시기가 불끈 고개를 쳐들었다.

“호호호호!”

유혜란의 현수의 거시기가 발기해서 그녀의 배를 찌르자 뭐가 그리 좋은 지 웃고 난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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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그런 유혜란을 보고 있다가 그녀에게 물었다.

“정말 집에 안 들어가실 거예요?”

“그래. 오늘부터 나 유혜란은 예전의 그 유혜란이 아니거든. 출근? 좀 늦게 해도 돼. 외박? 상관없어. 이제 내 마음 대로 살 거야.”

유혜란의 말에 현수가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현수야 유혜란과 자면 두루두루 좋았다. 우선 엄청난 포인트를 챙길 수 있고 또 그간 참느라 쌓인 정액도 다 분출해 낼 수 있을 테고 말이다.

“가자. 오늘은 특급 호텔에서 자는 거야.”

유혜란은 현수를 데리고 근처 5성급 호텔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프론트(Hotel Front)로 간 유혜란이 방을 잡는 동안 현수는 엘리베이터 앞에 있었다. 금방 카드 키를 챙겨 든 유혜란이 현수 옆으로 다가와서 그의 팔짱을 꼈다. 그리고 현수에게 농익은 목소리로 말했다.

“보고 싶었어.”

“저도요. 근데 혹시 TV에서 저 본 적 없죠?”

“TV? 한 몇 년 못 본 거 같은데? 왜? TV에라도 나왔어?”

유혜란의 말에 현수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별거 아니에요. 키 주세요.”

현수의 말에 유혜란이 현수에게 카드 키를 건넸다. 그때 그들 앞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현수와 유혜란은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현수는 카드 키에 적힌 호수를 보고 15층 벨을 눌렀다.

엘리베이터는 금방 15층에 다다랐고 둘은 팔짱을 낀 체 다정한 연인의 모습으로 내렸다. 그리고 객실을 향해 걸어 갈 때였다.

다른 객실에서 문이 열리고 젊은 남녀가 나와서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두 커플이 복도에서 막 마주쳐서 서로 지나칠 때였다. 갑자기 현수가 움찔하더니 걸음을 멈춰 섰다. 그리고 좀 전 그의 옆을 지나쳐 간 커플을 뒤돌아보았다.

‘맙소사! 양미라!’

3년 뒤 자신과 결혼 할 그의 아내. 양미라 였다.

“왜 그래?”

이상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유혜란에게 현수가 말했다.

“누나. 아무래도 숙취 해소 음료 좀 사와야겠어요. 누나도 그렇고 우리 술을 너무 많이 마셨잖아요?”

“으음. 그렇긴 한데. 넌 어째 멀쩡해 보이는데?”

“아니에요. 저도 많이 취했어요. 먼저 방에 들어가셔서 씻고 계세요. 금방 숙취 해소 음료 사 갈 테니까.”

“알았어. 빨리 와. 나 기다리는 거 딱 싫어하거든.”

“10분이면 충분해요. 그 안에 다 씻으실 건 아니잖아요?”

“알았어. 빨리 가.”

“네. 그럼.”

현수는 뒤돌아서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그러자 곧 엘리베이터 앞에서 그 커플과 마주 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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