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128화 (128/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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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 2!

후반전도 이제 채 절반 밖에 지나지 않은 시간인데 안산대 선수들은 벌써 풀이 죽어 있었다. 후반전에 하는 벌써 3번째 킥 오프였다.

“자자. 힘내자!”

“그래. 최선을 다하자고!”

나름 소리를 지르고 파이팅을 외치는 안산대. 하지만 그들의 패스를 또 현수가 끊어냈다.

“나진목!”

현수가 크게 소리쳤고 그 소리를 들은 나진목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전방으로 뛰어 나갔다. 현수는 그런 나진목이 달리는 방향을 보고 킬 패스를 넣었다. 어제 오늘 역습 상황에서의 훈련이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안산대의 수비수들이 그런 나진목을 그냥 내버려 둘리 없었다. 바로 수비 둘이 나진목에게 붙었다. 하지만 나진목은 폭발적인 주력으로 그 두 수비수를 따돌리고 앞서 달려 나갔고 현수의 패스는 그런 나진목에게 정확히 연결 되었다.

“앗!”

순식간에 업사이드 라인이 붕괴 되어 버린 안산대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물론 허겁지겁 수비수들이 나진목의 뒤를 쫓았지만 말이다.

현수의 킬 패스로 단숨에 골키퍼와 1대 1 상황을 맞은 나진목은 뛰어 나오는 안산대의 골키퍼를 보고 차분히 그 옆으로 공을 찼다.

데구루루!

출렁!

공은 골키퍼 옆을 스쳐서 땅볼로 굴러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후반에만 4번째 골이 들어가는 걸 보고 연신대 이명신 감독은 팔짱을 낀 체 흐뭇하게 웃었고 나머지 연신대 벤치 선수들도 더 이상은 난리를 피우지 않고 그냥 앉아서 환하게 웃기만 했다.

후반에만 4골을 내어 준 안산대 선수들은 더는 이성적이지 못했다. 현수에게 공을 뺏긴 안산대 선수는 거칠게 현수를 밀쳤다.

“아아악!”

“삐익!”

심판은 그걸 보고 바로 반칙을 선언했고 그 선수에게 구두 경고를 주었다. 하지만 현수가 공을 잡으면 안산대 선수들은 그의 발을 밟고 다리를 걸었다.

그때마다 심판은 경기가 중단 시키고 안산대 선수들의 거칠고 비신사적인 행위에 구두 경고를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계속 현수에게 고의적인 반칙을 일삼자 주심은 결국 옐로카드를 꺼냈다.

그러자 현수를 향한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반칙이 멈추는 듯 했는데 그때 현수가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자신을 마크하기 위해 달려오는 안산대 선수를 보고 히죽 웃으며 그대로 안산대 진영으로 밀고 들어갔다. 그러자 그 선수가 잔뜩 화가 난 채 현수를 강하게 어깨로 밀쳤다.

퍽!

“허억!”

그런데 정작 어깨를 부딪쳐 온 안산대 선수가 맥없이 나가 떨어졌다. 덩치는 현수만 했지만 현수과 충돌 하는 순간 그는 마치 철벽에 몸을 부딪친 것 같았다.

현수는 이미 그 선수가 자신에게 덤벼 들 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몸에 스킨스톤 마법을 걸었던 것이다.

주심은 그 상황을 가까이서 지켜봤고 정당한 몸싸움으로 계속 경기를 진행 시켰다. 현수는 기세를 타고 더 앞으로 쭉쭉 밀고 들어갔다.

그때 안산대 선수 둘이 현수를 양쪽에서 압박해 들어와서는 현수의 양옆에 착 달라붙어서 교묘하게 공이 아닌 현수의 정강이와 종아리를 걷어찼다.

퍽! 퍽!

이미 몸에 스킨 스톤 마법을 걸은 터라 아프진 않았다. 하지만 당연히 기분은 나빴다. 물론 현수는 그냥 발길질을 당하진 않았다.

현수에게 차징 반칙을 가한 안산대 선수들은 심판을 등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그에게 반칙을 가했는데 실상은 달랐다.

현수가 뛸 때 살짝 옆으로 틀어서 뛰었기 때문에 실상 그들의 반칙은 심판이 측면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두 안산대 선수가 리얼하게 현수의 정강이와 종아리를 걷어차는 장면을 목격한 심판이 바로 휘슬을 불었다.

삐이이익!

‘됐다.’

현수는 그 소리를 듣고 얼굴을 찡그리며 쓰러졌고 갑자기 쓰러진 현수를 황당한 눈으로 내려다보던 두 안산대 선수들에게 심판이 옐로카드를 꺼냈다.

“아니. 이게 무슨 반칙이에요?”

그러자 그 중 한 녀석이 격한 반응을 보였는데 앞서 옐로카드를 받았던 녀석이었다. 심판은 그 녀석에게 바로 레드카드를 꺼내 보였다.

11명이 싸워도 후반전 내내 아직 한 골의 만회골도 넣지 못하고 있던 안산대였다. 그런데 한 명이 퇴장까지 당했으니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현수는 근처 있던 연신대 동료의 부축을 받아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절뚝거리며 움직였는데 그걸 보고 벤치의 이명신 감독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했다. 하지만 이내 천천히 뛰기 시작하는 현수를 보고 그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아이고. 식겁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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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을 15분여 남겨 놓은 상황에서 안산대는 공격은 아예 포기하고 수비에 치중했다.

스코어 7대 2!

7골이나 내 준 처지에 수비 밖에 할 수 없는 건 여기서 더 골을 먹어서 안산대의 위상에 먹칠을 하는 것만큼은 막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노력은 연신대의 한 선수로 인해 산산이 무너졌다.

툭!

현수는 나진목과 원터치 패스로 간단히 안산대의 밀집 수비진을 헤집고 들어갔다. 하지만 페널티에어리어 안에는 연신대 선수보다 안산대 선수가 더 많았다. 그러나 현수에게 숫자는 무의미했다.

틱!

현수는 그를 막겠다고 달려 온 안산대 수비수의 무릎에 공을 차고 튕겨 나온 그 공을 되받아서 처음으로 카멜레온 축구복의 드리블 스킬인 마르세유 턴으로 옆에서 다리를 걸어오는 또 다른 안산대 수비수를 제쳤다.

순식간에 그를 에워 싸온 4명의 안산대 수비수들을 돌파 한 것이다. 순간 안산대 수비수가 다급히 현수의 유니폼을 잡아챘다.

“어어!”

현수의 입에서 다급한 비명성과 함께 그의 몸이 홱 젖혀지며 옆으로 쓰러졌다.

“삐이익!”

현수가 주심이 잘 보이는 각도에서 쓰러졌으니 여지없이 휘슬이 울렸다. 안산대의 수비수들 얼굴이 일제히 일그러졌다. 현수가 쓰러진 곳은 바로 페널티에어리어 안. 그 안에서 반칙 선언이 있었으니 볼 것도 없이 페널티킥이었다.

현수가 얻어 낸 페널티킥을 나진목이 차분히 골대 한 가운데로 강하게 차 넣었다. 안산대 골키퍼는 나진목의 페인팅에 속아서 옆으로 몸을 날리면서 8번째 골을 내어 주었다.

이렇게 되자 안산대는 이판사판으로 나왔다. 안산대의 거친 풀레이에 주심의 경고가 난무했다.

그런 가운데 연신대는 계속해서 세트피스 상황을 맞았다. 현수는 어제 오늘 연습했던 그 세트피스 상황을 전부 다 재현해 냈다.

“다 들어가.”

현수의 외침에 골키퍼 빼고 나머지 연신대 선수들이 우르르 페널티에어리어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약속 된 플레이에 따라서 현수가 이기찬을 향해 카멜레온 축구복에 장착 된 정확한 얼리 크로스를 올렸다.

“잡아!”

그 공은 정확히 이기찬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이기찬이 머리를 숙였다. 그러자 공은 그 옆으로 흘렀고 그 공을 기다렸다는 듯 연신대 오른쪽 수비수 이도영이 발을 갖다 댔다.

출렁!

완벽한 약속된 플레이에 안산대 수비도 안산대 골키퍼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우와아아아!”

연신대 축구부에 들어와서 필드 골은 처음인 이도영이 신이 나서 터치라인을 따라 뛰었다. 그런 그에게 다른 연신대 선수들이 몰려가서 그에게 업히고 그를 끌어안고 난리를 피웠다.

스코어 9대 2!

안산대 선수들은 망연자실했다. 하지만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삐이익!”

경기가 재개 되고 나서 또 얼마 안가서 안산대 진영에서 안산대 수비수가 반칙을 했다.

또 다시 세트피스 상황을 맞은 연신대. 현수는 또 선수들을 전부 불렀다.

“다 올라 와.”

그리고 이번에는 정확히 한 명을 찍어서 그 선수를 타깃으로 삼아서 센터링을 올렸다. 바로 카멜레온 축구복의 타깃 맨 센터링을 찬 것이다.

퍼퍼퍽!

안산대 진영 안에서 혼전 상황 중에 조용식에게 공이 날아왔다. 조용식은 그저 날아오는 공에 머리만 갖다 댔다.

철썩!

그랬더니 공이 골망을 갈랐다.

“이야호!”

이도영에 이어서 올 들어 골이라곤 넣어 보지 못한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 조용식까지 골 맛을 봤다.

스코어 10대 2!

점수가 두 자리 수가 되자 심판도 안타까운 시선으로 안산대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아직 후반전이 끝나려면 5분이 남은 상태였다.

안산대 벤치는 이미 너덜너덜해 져 있었다. 안산대 감독은 아예 자리에 퍼질러 앉았고 주위 선수들도 경기보다는 서로 잡담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들 경기는 관심 밖인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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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은 이미 반만 사용 중이었다. 안산대는 완전히 골문을 잠갔고 연신대는 그 잠긴 골문을 열려고 난리였다. 연신대는 수비수가 하프라인까지 올라 와 있었다.

“삐이이익!”

그리고 또다시 이어진 안산대의 반칙. 바로 연신대에 프리킥이 주어졌다.

“자자. 빨리 가자.”

“이번엔 나도 골 맛을 보려나?”

이제 현수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하프라인에 대기 중이던 수비수들이 안산대 진영으로 넘어왔다.

키커는 당연히 현수고 안산대 선수들과 연신대 선수들이 서로 같은 9명끼리 뒤엉켜 있었다.

그런 혼전 양상 속에서 현수는 이번에도 한 사람을 정해서 그 사람에게 정확한 크로스를 올려 주었다.

그 대상은 바로 현수와 같은 미드필더인 김석진이었다. 김석진은 오늘 오전 세트피스 훈련 때 현수로부터 골대 왼쪽으로 돌아 들어가란 소릴 듣고 그렇게 했더니 그의 발 아래로 정확히 현수의 공이 날아왔다. 그는 그저 툭하니 발만 갖다 댔을 뿐인데 골대 안에 골이 들어갔고 말이다.

현수가 그때 상황을 연출하려 하고 있었다.

“꿀꺽!”

마른 침을 삼킨 김석진은 주위를 살폈다. 그의 앞쪽에 연신대 선수들을 안산대 선수들이 밀착 마크 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맨 끝에 줄을 선 그에 대한 수비는 소홀했다.

아무래도 바깥쪽에 선 선수에게 공이 가긴 어려운 상황이니 말이다.

삐익!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현수가 공을 찰 때 김석진은 오전에 했던 그대로 왼쪽 골대로 돌아 들어갔다.

휘이이잉!

현수가 찬 공이 허공에게 크게 휘어져서 왼쪽 골대로 날아갔다.

“앗!”

그리고 그 왼쪽 골대 앞에는 언제 움직였는지 연신대 선수 하나가 있었고 말이다.

툭!

그 선수는 현수의 정확한 타깃 맨 크로스에 그저 발만 갖다 댔다.

철썩!

그리고 공은 김석진의 발에 맞고 안산대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안산대 골키퍼는 그저 멍하니 그걸 지켜만 봤다.

스코어 11대 2!

“삐이이익!”

심판은 후반전 추가 시간을 생략, 아니 사실은 후반전이 1분여 더 남았는데 그 시간도 생략하고 바로 길게 휘슬을 불었다.

후반에만 무려 8골을 몰아넣은 연신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벤치로 돌아왔고 반면 11골이나 먹고 배가 터질 거 같은 안산대 선수들은 어깨를 축 늘어트린 체 벤치로 귀환했다.

안산대 감독과 선수들은 그 길로 인사도 안하고 대기 중인 안산대 스쿨버스로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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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전이 막 끝났을 때 예상 밖의 사태가 벌어졌다.

우르르!

여대생 십여 명이 그라운드 안으로 뛰어 들어 온 것이다.

“강현수씨! 사인 좀 해 주세요.”

“저흰 같이 사진 찍고 싶어요.”

현수는 이내 여대생들에게 둘러싸였고 그녀들이 내민 사인지에 사인을 해 줄 수밖에 없었다.

“멋있어요.”

“실물이 훨씬 나아요.”

“축구 진짜 잘 하신다.”

그 사이 연신대 축구 선수들은 그라운드를 빠져 나갔고 말이다.

현수가 몰려드는 여대생과 간혹 보이는 남학생에게 전부 사인을 해 주고 나서 사진 촬영까지 응해 준 뒤 그라운드를 둘러보자 아무도 없었다.

“이런....”

현수는 곧장 체육관으로 달려갔고 라커룸에 들어가자 샤워까지 끝낸 축구부원들이 다들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라커룸을 나서고 있었다. 그 중 주장인 이기찬이 현수에게 말했다.

“감독님이 너 보고 오늘 고생 많았다고 푹 쉬고 내일 보잔 다고 전해 달랬다.”

그 말 후 이기찬도 라커룸을 나섰다. 현수는 졸지에 혼자 샤워 실에서 씻고 라커룸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현수가 막 라커룸을 나설 때였다.

“현수야!”

웬 여자 목소리가 그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이어서 그 소리가 난 쪽으로 돌아보니 구은하였다.

“어. 은하야.”

현수가 성큼 그녀 쪽으로 다가가자 그녀가 차마 그를 똑바로 못 쳐다보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그녀 앞에 현수가 바짝 다가서자 그녀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체 말했다.

“어제 말인데.....”

“야! 살 좀 빼라. 무거워 죽는 줄 알았다.”

현수의 그 말에 고개 숙이고 있던 구은하가 억울하단 얼굴로 발딱 고개를 쳐들었다.

“무, 무겁긴 누가 무거워? 나 45kg 밖에 안 나가거든.”

“몰라. 고기를 많이 먹어서 그런지 엄청 무거웠어. 거기다 주사가 어찌 심한지. 한 얘기 또 하고..... 하여튼 너하곤 다시 술 안 마신다.”

“이이.....”

“근데 여긴 어쩐 일이야? 설마 나 보러 온 거야?”

“널 보러 오긴. 아니거든.”

구은하는 홱 몸을 돌려서 체육관 밖으로 나갔다. 그런 그녈 보며 현수가 중얼거렸다.

“넌 나와 안 어울려. 그러니까...... 날 좋아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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