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127화 (127/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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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대가 패스로 시간을 끌기 시작하자 안산대 선수들이 득달같이 연신대 선수들에게 달려들었고 그때 현수가 막 하프라인을 넘은 나진목에게 패스를 넣었다.

안산대 수비수들이 그들 진영에 자리를 잡고 있는 마당에 패스를 받은 나진목에게 심판이라도 업사이드 판정은 내릴 수 없었다.

툭툭!

나진목이 가볍게 공을 치고 안산대 진영으로 들어갔다. 오늘 그의 몸 상태는 최상이었다. 덕분에 누구든 돌파 할 수 있을 거 같은 강한 자신감이 일었다.

나진목는 자신을 마크하기 위해 달려온 안산대 선수가 가까워지자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돌파한다.’

그리곤 오른발로 살짝 공을 찍어 누르고 몸을 돌렸다.

상대방이 자신의 공이 어디 있는지 보지 못하게 만든 상태에서 나진목는 180도로 몸을 돌린 뒤 살짝 위로 튀어 오른 공이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곤 바로 발등으로 차올린 후에 다시금 몸을 회전시켜 상대방의 선수를 지나쳤고 허공으로 떠오른 공은 마치 당연하다는 듯 나진목의 발 앞으로 떨어졌다.

“헉!”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자신을 제치는 모습에 달려들던 안산대 선수는 멍하니 뒤를 돌아봤다.

파파파팟!

그 사이 나진목는 빠르게 페널티에어리어로 드리블해 들어갔는데 그때 안산대 수비수가 옆에서 슬쩍 그를 밀었다.

“아앗!”

나진목은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명백한 푸싱 파울이었다. 당연히 주심의 휘슬이 울려야 하는데 조용했다.

“뭐, 뭐야?”

경기는 그대로 계속 진행 되었고 주심이 쓰러져 있는 나진목에게 다가가서 일어나라고 손짓을 했다.

“말, 말도 안 돼. 어떻게.............”

그러자 나진목이 벌떡 일어나서 주심에게 항의를 하려 할 때 주심이 길게 휘슬을 불었다.

삐이이익!

스코어 3대 2!

연신대가 2골을 내어줬다가 3골을 몰아쳐서 역전한 상태에서 전반전이 끝났다.

“씨발! 이게 무슨 축구야!”

격앙된 목소리의 나진목을 연신대 다른 선수들이 진정시켜서 벤치로 들어갔다.

“하하하. 수고했다.”

이명신 감독이 벤치에서 선수들을 웃으며 맞았는데 선수들의 표정은 싸늘했다. 다들 이명신 감독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이게 다 이명신 감독이 상대 팀 감독에게 심판 선임을 맡겼기 때문이었다.

선수들도 알았다. 이명신 감독이 심판비를 착복하려고 그랬다는 걸 말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연신대 선수들은 상대 선수뿐 아니라 심판까지 상대해야 하니 힘이 배는 더 들었다. 그러니 감독이 보기 좋겠는가?

“크음. 후반에는............”

이명신 감독이 무슨 말을 해도 그 말을 듣는 연신대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자 이명신도 눈치가 보였던지 이내 입을 다물었다. 그때 현수가 선수들에게 말했다.

“후반엔 우리가 어제 오늘 연습한 걸 활용해 보도록 하자.”

현수의 말에 선수들이 일제히 그에게 집중했고 다들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들 퍼질러 앉아서 최대한 편하게 휴식을 취했다.

축구 하프타임은 지친 선수들이 체력을 회복하고 부족한 전술을 보완하는 시간이지만 연신대는 현수가 말한 그게 후반 전술의 핵심이고 전부였다.

나머지 시간 선수들은 저마다 음료나 간단한 음식을 섭취하면서 소모된 체력을 보충하는 데 집중했다.

이명신 감독도 눈치는 있는지 딴 말 없이 선수들이 체력을 보충하게 가만 내버려 두었다.

현수도 스포츠 음료로 목을 축였다. 보통 전반전을 뛰면 살짝 허기가 지는 데 현수의 경우는 음식 섭취를 하면 후반전에 몸이 굼떴다. 그래서 하프 타임 때 현수는 다른 음식은 먹지 않고 보통 음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으로 끝을 냈다.

음료 섭취로도 충분히 탈수증, 근육피로, 근육 경련을 대비할 수 있었다.

“크으!”

시원한 음료가 속에 들어가니 한결 기운이 나는 현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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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신 감독도 호구는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영악했다. 그는 전반전 시작하고부터 경기장에 나타나는 학생들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그들은 전부 강현수를 보러 온 학생들이었다. 그걸 이명신이 어떻게 아냐고? 그야 그들이 핸드폰 카메라로 강현수만 죽어라 찍어대고 있었으니까.

하프 타임 때 조용히 심판들에게 다가간 이명신이 몇 마디를 하고 나자 심판들의 시선이 축구장 주위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축구장 주위로 축구를 보러 온 학생들의 수가 확 불어 나 있었다. 그런 그들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 있었는데 핸드폰 카메라로 아까부터 누굴 계속 찍고 있었다.

“하여튼 후반전엔 제대로 보는 게 좋을 겁니다. 시트콤 영 프렌즈라고 알죠? 거기에 우리 팀 강현수란 녀석이 요즘 출연을 중이거든요. 그 녀석 보려고 학생들이.....아이고. 많이도 왔네. 많이도 왔어. 아이쿠야. 저기 또 오네. 저게 몇 명이야. 저 학생들이 인터넷에 심판들이 이상하다고 떠벌리면.....”

그 말에 심판들이 움찔했다. 심판이 부정하게 돈을 받고 편파적인 경기를 진행한 게 밝혀지면 자격 정지가 문제가 아니었다. 영영 심판을 보지 못할 수도 있었다.

“크음. 당, 당연히 제대로 볼 겁니다.”

그 말 후 심판들이 자기들 끼리 모여서 무슨 모의를 하더니 주심이 대표로 안산대 감독에게 갔다. 그리고 그의 잠바 주머니에 뭔가를 쑤셔 넣고 휑하니 도망쳐 나왔다.

안산대 감독은 잠시 황당한 듯 주심을 쳐다보다가 이명신 감독과 눈이 마주치자 모른 척 시치미를 뚝 떼고 고개를 돌렸다.

“이제 됐군.”

간단히 편파 판정 문제를 해결한 이명신은 연신대 벤치로 돌아갔다. 그리고 선수들 앞에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애들아. 기쁜 소식이 있다.”

이명신의 그 말에 선수들이 그게 뭔지 궁금해선지 일제히 그를 쳐다보았다.

“후반엔 심판들이 제대로 판정을 한다네.”

“정말입니까?”

현수가 묻자 이명신이 현수를 향해 윙크를 날리며 말했다.

“그럼. 이게 다 현수 네 덕분이다.”

“네?”

현수는 그게 무슨 소리냐며 이명신을 쳐다보았는데 이명신은 생글거리며 웃기만 할 뿐 그에 대한 설명까지 해 주진 않았다.

그렇게 15분의 달콤한 휴식 시간이 끝났다. 양 팀 선수들은 서로 진영을 바꿔서 각자 자기 포지션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주심이 공을 들고 센터서클로 들어가서 축구장 한 가운데 공을 놓자 그 공 앞으로 연신대 공격수 나진목이 다가가 섰다.

주심은 양쪽 진영에 배치 된 선수들을 보고 호루라기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길게 불었다.

“삐이이익!”

그러자 나진목이 킥 오프를 했고 연신대와 안산대의 평가전 후반 경기가 시작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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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시작과 동시에 나진목이 킥 오프 한 공을 고동찬이 받아서 뒤쪽 중앙 미드필더인 현수에게 패스했다.

그 공을 받은 현수가 왼팔을 번쩍 들어 올린 후 바로 좌측면으로 롱패스를 넣었다.

파파파팟!

그러자 연신대 좌측 미드필더 김석진이 윙어로 변해서 현수의 자로 잰 듯 정확한 패스를 받아서 터치라인을 타고 빠르게 위로 올라갔다.

파악!

“악!”

이에 안산대 수비수가 거친 태클로 연신대 좌측 윙어를 제지했다.

삐익!

놀랍게 주심이 바로 휘슬을 불고 반칙을 선언했다. 이명신 감독의 말이 맞는 모양이었다.

심판이 제대로 판정을 내려 준다면 경기는 한결 수월하게 연신대에 유리하게 전개 될 터였다.

주신은 일단 구두로 반칙을 범한 안산대 수비수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리고 페널티에어리어에서 좌측으로 10여 미터 떨어진 위치에서 연신대는 프리킥 찬스를 맞았다.

현수가 말한 세트피스 상황이 연신대에 생긴 것이다. 하지만 현수는 미드필더들을 뒤에 배치시키고 수비수들까지 위로 불러올리진 않았다. 연신대의 공격수들만으로 어떻게 골을 만들어 보려 한 것이다.

“현수야!”

“여기!”

페널티에어리어 안의 연신대 공격수들이 키커인 현수를 향해 일제히 손을 들었다. 그때 현수는 연신대 공격수들을 맨투맨으로 마크하고 있는 안산대 수비수들을 보고 눈빛을 빛냈다.

그들은 각기 맡은 연신대 공격수들을 제대로 마크하고 있어서 거기로 공을 넣어 봐야 골로 연결시키기 어려웠다. 그래서 현수의 시선이 바로 골대로 향했다.

삐이익!

그때 주심의 휘슬이 울렸고 현수는 뛰어가 공을 찼다.

빠앙!

공이 터질 듯 소리를 내며 빠르게 골대로 날아갔다. 쭉 사선으로 뻗은 공은 누가 봐도 그대로 골대를 넘어갈 듯 보였다. 하지만 골대 가까이서 공이 뚝 떨어져 내렸다.

“헉!”

안산대 골키퍼가 기겁하며 반응했지만 그 보다 먼저 공이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출렁!

“우와아아아!”

연신대 벤치의 선수들과 이명신 감독이 일제히 일어나서 함성을 내질렀다.

짝! 짝! 짝! 짝!

그때 그라운드 주위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학생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죽이는데?”

“진짜 기똥차게 찼다.”

환상적인 프리킥을 찬 현수의 주위로 연신대 선수들이 모여들어서 다들 현수와 골을 넣을 기쁨을 같이 만끽했다.

반면 안산대 선수들은 다를 패닉 상태에 빠졌다.

“말, 말도 안 돼. 저런 무 회전 슛이라니!”

안산대 벤치의 감독들이 떡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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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을 시작하고 채 5분도 되지 않아서 추가골을 내어 준 안산대가 어리바리하게 움직이자 벤치에서 안산대의 감독이 버럭 소리쳤다.

“야! 정신 못 차리지? 똑 바로 못해!”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린 안산대 선수들이 나름 파이팅을 외치며 심기일전하는 듯 보였다.

골을 먹은 안산대가 하프라인에서 킥오프를 하고 경기가 재개됨과 동시에 어제 연신대에 골을 넣었던 안산대 축구부의 주장이자 센터포워드인 박대만이 빠르게 내달렸고 그런 그에게 미드필더에서 날카로운 패스가 넣어졌다.

턱!

그런데 그 패스를 중간에서 현수가 끊었다. 이미 축구장 안의 모든 선수들의 움직임은 현수가 다 파악하고 있었다. 따라서 후방에서 전방으로 보내지는 패스는 현수가 미리 움직여서 다 끊어 버릴 수가 있었다.

현수는 그렇게 커트 해낸 공을 측면으로 돌리며 경기 템포를 조절했다. 굳이 공격을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그렇다고 공을 돌리며 지체할 것도 없었다. 그저 기회만 엿 봤고 빈틈이 보이자 현수가 바로 돌파에 나섰다.

중앙 미드필더인 현수가 자기 앞을 가로 막고 선 안산대의 미드필더를 자연스럽게 발을 들어 공의 탄력을 죽이고 헛다리로 시선을 혼란시킨 뒤 플립플랩으로 가볍게 제쳤다. 카멜레온 축구복의 드리블 스킬도 꺼내 쓰지 않았다. 그냥 될 거 같아서 해 보니 그게 진짜 됐다.

“야호!”

현수는 아주 신이 났다. 그렇게 현수는 안산대의 미드필더 진을 간단히 뚫어 버리고 순식간에 안산대 포백 진에 다다랐다.

그러자 안산대의 센터백이 그의 앞을 막고 좌측 풀백이 그를 향해 거칠게 태클을 걸어왔다.

촤아아악!

현수는 공을 살짝 위로 툭 차 놓고는 여유 있게 그 태클을 피한 후 달려 나오는 골키퍼의 가랑이 사이로 가볍게 공을 차 넣었다.

데구루루!

땅볼로 구른 공은 그대로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와아아아!”

“좋았어!”

추가골 넣은 지 불과 10분도 되지 않아서 또 달아나는 추가골이 터진 것이다. 연신대 벤치는 신이 났다.

“빌어먹을. 또 당하다니.”

반면 안산대 벤치의 분위기는 심각하다 못해 아주 살벌했다. 현수가 후반에도 혼자서 두 골을 터트리자 공격수인 고동찬과 나진목이 그에게 다가와서 한 소리 씩 했다.

“야! 패스 좀 해.”

“나도 골 좀 넣자.”

“알았어. 경기 끝나기 전에 각자 한 골 씩 넣게 해 줄게.”

현수의 그 말에 그제야 흡족해 하며 둘이 센터서클 쪽으로 갔다. 잠시 뒤 골을 내어 준 안산대가 킥 오프 하면서 경기가 재개 되었다.

3대 2의 스코어에서 후반에 내리 2골을 내어 주면서 5대 2로 스코어가 벌어지자 안산대는 조급하게 공격에 나섰고 현수는 또 패스 길목에서 공을 끊어냈다.

“저, 저....”

“또 뺏기다니....”

현수는 그 공을 툭툭 치고 하프라인을 넘었다. 그리곤 또 다시 개인기로 안산대의 미드필더 진을 뚫었다. 역시나 카멜레온 축구복의 드리블 스킬은 사용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대학 팀의 경우는 수준이 떨어지다 보니 스킬을 쓰지 않고 현수의 몸에 익은 개인 기량으로도 충분히 돌파가 가능한 거 같았다.

“저놈이 또....”

현수의 드리블 돌파가 안산대 미드필더들의 주력보다 더 빨랐다. 그러니 돌파 후에도 그들은 현수를 잡지 못했고 수비 진영까지 단번에 뚫리고 만 것이다.

파팍! 툭! 툭!

현수는 자기 앞의 수비수들 까지 농락하며 수비벽을 뚫었다. 그리고 뛰어 나오는 골키퍼를 보고 옆으로 공을 찼다.

그때 골 에어리어로 쇄도하던 고동찬이 현수가 차 준 공을 가볍게 골대 안으로 차 넣었다.

“이럴 수가....”

후반에 내리 3골 째 실점에 안산대 감독들이 다들 반쯤 넋이 나갔다. 반면 연신대 이명신 감독은 펄쩍펄쩍 뛰며 안산대 벤치를 향해 어퍼컷 세레머니까지 했다. 당연히 그걸 본 안산대 벤치에서 발끈 했다.

“아이고. 미안합니다. 너무 좋아서 그만...”

이명신이 먼저 사과를 하는 마당에 안산대에서도 그걸로 더 문제 삼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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