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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126화 (12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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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먼저 골을 넣어도 모자랄 판에 선제골을 내어 준 연신대는 조급하게 공격에 나섰다.

특히 자신이 무리하게 돌파를 하다 공을 뺏긴 것이 선제골의 빌미를 제공한 터라 중앙 미드필더 조용식은 더 성급하게 공격수에게 패스를 찔러 넣었다. 하지만 안산대의 수비수들이 유기적으로 그 길목을 차단하면서 조용식의 패스는 계속 끊겼다.

“젠장!”

조용식은 그럴수록 더 이성을 잃고 화만 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안산대가 한 골을 넣은 뒤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오지 않고 있단 점이었다. 그래서 연신대의 미드필더가 압박을 가하자 손쉽게 공을 다시 뺏어 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조용식이 딴엔 신경 써서 전방으로 패스를 넣었는데 그걸 2학년 공격수 이구현이 번번이 잡지를 못했다.

“죄, 죄송해요.”

잡아도 맥없이 상대 수비에게 공을 뺏기고 말이다. 결국 조용식과 연신대의 미드필더에서는 나진목에게 공을 넣어 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안산대의 수비수들이 더 수월하게 방어를 해 나갔다.

어차피 연신대 공격은 나진목만 마크하면 끝나니 말이다. 그나마 미드필더 라인이 아직 건재해서 안산대에 역습 찬스를 더 내주지 않고 있는 게 다행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 운도 이내 바닥이 난 모양이었다.

“이쪽!”

언제 기어 올라갔는지 안산대 센터포워드 박대만이 연신대 수비진과 일직선상에 있다가 전방으로 찔러 넣어 주는 패스를 보고 재빨리 돌아들어갔다.

“헉!”

“잡아!”

업사이드가 아니었다. 연신대 일자 수비가 순식간에 붕괴 되는 순간이었다.

센터백 이기찬이 죽어라 달려서 공을 보고 태클에 들어갔다. 하지만 운이 없었다. 공은 걷어 냈는데 그 공이 위로 튀어 올랐고 그걸 상대 공격수가 몸으로 밀어 넣고 안으로 치고 들어간 것이다.

순식간에 박대만은 연신대 골키퍼 방주혁과 1대 1상황을 맞았다. 방주혁은 눈을 크게 뜨고 두 팔을 벌린 체 박대만과 각도를 줄이며 그에게 돌진해 들어갔다. 박대만이 조급하게 슛을 때려서 공이 허공으로 날아가던 아니면 골키퍼의 몸 맞고 골라인으로 나가준다면야 더 없이 좋겠지만 박대만은 침착하게 반응했다.

뛰어나오는 방주혁을 보고 그의 가랑이 사이로 강하게 땅볼을 찼다.

“엇!”

방주혁이 다급히 다리를 오므렸고 그 다리 안쪽에 공이 맞았다. 그렇게 굴절 된 공은 안타깝게도 골대 쪽으로 굴러 갔다.

‘제발....’

뒤돌아서 그걸 지켜보며 방주혁이 기도를 했다. 하지만 하늘이 그 기도를 들어주지 않은 모양이었다.

텅!

골대를 맞은 공은 골대 밖이 아닌 그대로 골대 라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우와아아아!”

혼자 2골을 넣은 박대만은 방방 뛰며 좋아서 난리였고 그런 그 주위로 안산대 선수들이 몰려와서 그와 같이 추가골을 넣은 걸 기뻐해 주었다.

“이이이이.......”

그때 연신대 벤치의 이명신은 얼굴이 시뻘겋게 변해서 부들부들 몸까지 떨어댔다. 그걸 옆 벤치의 안산대 감독이 지켜보며 이죽거렸다.

“이거 평가전이지만 너무 싱겁군. 이런 전력으로 어떻게 고구려대를 그 스코어로 이길 수 있었는지 모르겠네.”

이명신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던지 바로 뒤돌아서 벤치에 앉아 있던 현수에게 다가갔다.

“현수야.”

“네?”

“안 되겠다. 네가 나가 줘야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는 이명신을 보고 현수는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명색이 감독인데 그 앞에서 한숨을 내 쉴 수는 없어서 참았다. 그나마 소를 두 마리 밖에 안 잃고 외양간을 고치려 하는 게 어딘가?

현수는 몸을 일으켜서 위에 입고 있던 트레이닝 복을 벗었다. 그러자 안에 연신대 유니폼이 나왔다.

현수는 점심 먹고 축구부실에 가기 전에 라커룸에 들러서 카멜레온 축구복에 날쌘 돌이 축구화를 벌써 착용했다.

때문에 다시 라커룸에 갈 필요 없이 겉에 걸치고 있던 트레이닝복만 벗고 몸을 풀었다. 그때 현수와 같이 연신대의 전방 공격수 고동찬도 같이 몸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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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전반전 중반에 연신대에서 먼저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중앙선 근처에서 안산대가 반칙을 했을 때 주심이 벤치의 교체 사인을 받아 준 것이다.

조용식 대신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았던 민재훈을 빼고 현수가 들어갔고 2학년 공격수 이구현 대신 고동찬이 들어 간 것이다.

현수는 그라운드에 들어가자 바로 조용식에게 수신호로 밑으로 내려가서 원래 그의 포지션인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를 맡으라고 하고 자신이 중앙 미드필더 자리를 꿰찼다.

고동찬도 곧바로 하프라인을 넘어서 안산대 진영으로 대범하게 침투해 들어가고 말이다.

“연신대 파이팅!”

공격수 나진목이 큰 소리로 외치며 프리킥을 뒤쪽 중앙 미드필더인 현수를 향해 차고 앞으로 움직이자 현수가 공을 받아서 좌측 미드필더 김석진에게 패스를 했다.

김석진은 그 공을 받아서 다시 현수에게 공을 밀어 주었는데 그때 현수가 어느 새 우측 터치라인을 따라서 빠르게 달려 나가고 있는 고동찬을 보고 롱 패스를 날렸다.

공은 빠르게 날아서 고동찬의 머리를 넘겨 터치라인 앞에서 바운드 되었는데 스핀을 먹은 공이 앞으로 튕겨 나가지 않고 위로 튀어 올랐다.

그때 고동찬이 그 공에 다다랐고 가슴으로 그 공을 툭 앞으로 밀어 넣은 고동찬은 쏜살 같이 터치라인을 따라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러다 상대 페널티에어리어가 보이자 공의 방향을 그쪽으로 틀었다.

“여기!”

그때 중앙 미드필더인 강현수가 어느 새 페널티 에어리어 근처에 와 있었다. 고동찬은 현수에게 바로 패스 했다.

현수가 그 공을 잡았을 때 안산대 센터백이 현수를 강하게 어깨로 밀쳤다. 하지만 몸싸움에 밀릴 현수가 아니었다.

“이런 개 같은......”

되레 현수에게 튕겨난 안산대 센터백의 입에서 욕이 튀어 나올 때 몸을 돌리며 터닝슛을 날렸다.

뻥!

현수의 발등에 제대로 얹힌 공은 그라운드에 바운드 되면서 땅볼로 왼쪽 골포스트를 빠르게 파고 들어갔다.

“헉!”

안산대 센터백에 시선이 가린 안산대 골키퍼가 다급히 몸을 날렸지만 공은 골포스트를 스치듯 통과해서 골망을 갈랐다.

“그렇지!”

“와아아아!”

현수의 골에 연신대 벤치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반면 안산대의 벤치의 감독과 선수들의 얼굴은 벌레라도 씹은 듯 잔뜩 일그러졌다.

스코어 2대 1!

비록 한 골을 내어 주었지만 여전히 앞서는 안산대는 계속해서 수비 위주로 경기를 운영했다. 하지만 역으로 안산대 공격수들은 한번 찬스를 잡으면 추가골을 넣으려고 악착같이 뛰었다.

“막아!”

“자릴 지켜! 뚫리지 마!”

하지만 전반 초반 어이없이 두 골을 내어 준 연신대의 수비수들은 그런 안산대 공격수를 철저히 마크하며 슛을 쏠 기회조차 내어주지 않았다.

교체 해 들어옴과 동시에 골을 터트린 현수는 별 티내지 않고 중앙 미드필더로서 약간 수비에 치중한 가운데 경기를 이끌어 나갔다. 그러다 안산대 진영에 빈틈이 보이면 바로 킬 패스를 찔러 넣었다. 앞선 조용식보다 훨씬 안정적인 패스였다.

“나이스!”

나진목이 그 패스를 받아서 페널티에어리어 안으로 치고 들어갈 때였다.

“삐익!”

선심의 업사이드 판정이 나왔다.

“그게 어떻게 업사이드입니까?”

나진목이 기가차서 주심에게 항의를 했지만 주심은 바로 묵살했다. 그 후에도 현수가 기막힌 타이밍에 찔러 준 패스들에 대해 선심은 가차 없이 업사이드 판정을 내렸다.

“허허. 정말 어처구니가 없군.”

그걸 보고 이명신 감독은 계속 헛웃음을 지었다. 현수가 말한 대로 안산대 감독과 친한 심판들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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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대는 현수 교체 이후 일방적으로 안산대를 몰아 붙였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미드필드에서 무리하지 않게 공격진에 패스를 넣었고 포백은 하프 라인을 넘지 않고 미드필더와 유기적인 패스로 백업을 잘 해 나갔기에 안산대의 역습에 또 다시 허무하게 골을 내어 주는 일은 없었다.

현수는 심판이 전방으로 패스만 하면 업사이드 판정을 내리는 통에 별수 없이 미드필더 진을 위로 끌어 올리면서 공격수들과 짧게 패스를 통해 안산대 수비 진영을 뚫어 나갔다.

그때 오늘 컨디션이 좋은 나진목의 자신의 기량 이상의 실력을 발휘했다.

“헉!”

현수가 가볍게 자신의 앞을 가로 막은 안산대의 미드필더를 제치고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는 나진목에게 짧게 패스를 했다.

그 공을 잡은 나진목이 재치 있는 플레이로 공을 머리 위로 띄워 안산대 수비수를 제치자 연신대 벤치에서 이명신 감독과 선수들이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렇지!”

“뛰어!”

멍하니 정신을 놓은 수비수를 제친 나진목는 공을 트래핑 해 속력을 높여 질풍처럼 페널티에어리어로 질주해 들어갔다.

나진목이 살짝 골대 쪽으로 방향을 틀고 앞으로 드리블을 하는 동안 안산대 수비수들 곧바로 달려 나오자 나진목는 그런 수비수들을 농락하기라도 하는 듯 그대로 중거리 슈팅을 때렸다.

탄력 있는 나진목의 오른발에 제대로 힘이 실린 공은 빠르게 골대 구석으로 날아갔고 골키퍼가 몸을 날렸지만 그 보다 빨리 골대를 통과해서 골망을 흔들었다.

“됐다! 하하하하!”

“드디어 동점이네.”

선수끼리 일체 몸싸움도 없이 터진 골이라 심판도 다른 억지를 부리지 못하고 바로 골로 인정을 했다.

동점골을 내어 준 안산대 선수들의 눈빛이 확 바뀌었다. 현수는 특히 그 중에 전반에 골을 넣은 안산대의 주장이자 센터 포워드의 활활 투지에 불타는 눈빛을 보고 저 녀석을 오늘 단단히 묶던지 아니면 녀석에게 가는 패스를 끊어 놓던지 해야 겠구나 싶었다.

그런 가운데 하프라인에서 킥 오프로 시합이 재개 되었는데 현수의 눈앞에서 안산대 미드필더가 여유를 부리며 패스할 곳을 찾는 걸 보고 현수가 바로 움직였다.

파팟!

“헉!”

순간 가속도가 예전보다 월등히 좋아진 현수였다. 안산대 미드필더가 현수의 대쉬를 눈치 챘을 때 현수는 벌써 그 앞에 있었고 간단히 공을 뺏어냈다.

그 뒤 현수는 전방을 살폈는데 중앙과 좌측면으로 나진목와 고동찬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게 그의 눈에 보였다. 하지만 현수는 그들에게 패스를 할 수 없었다. 그랬다간 심판이 바로 업사이드를 선언 할 테니 말이다.

그때 현수의 눈에 안산대 골키퍼가 골에어리어 밖으로 나와서 뭐라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 게 보였다.

수비수들한테 무슨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너무 많이 나왔다.

현수는 바로 강하게 안산대 골대를 향해 공을 찼다.

뻐엉!

수비수들에게 뭘 그리 불만이 많았는지 시끄럽게 떠들어 대던 안산대 골키퍼는 골대로 공이 날아오는 것도 몰랐다.

“용운아!”

안산대 벤치에서 그걸 보고 다급히 소리쳤고 그제야 고개를 든 안산대 골키퍼는 날아오는 공을 보고 허겁지겁 골대로 뛰었다. 하지만 안산대 골키퍼가 골대에 도착하기 전 공은 골라인 안에 떨어졌다가 강하게 튕겨 오르며 골망을 흔들었다.

“제기랄!”

골대 안에서 튀어 나온 공을 안산대 골키퍼가 신경질 적으로 걷어찼다.

동점골에 이어서 역전골까지 허용한 순간 안산대 감독과 선수들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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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안산대 감독이 벤치에서 일어나서 안산대 선수들에게 뭐라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아마 선수들에게 공격을 지시하는 모양이었다.

그 지시대로 안산대 공격수들이 민첩하게 연신대 진영으로 파고들어 왔다.

턱!

하지만 현수가 이끄는 연신대의 미드필더에서 안산대의 패스가 차단되었고 바로 전방으로 날카로운 패스가 뿌려졌다.

“삐익!”

그리고 선심이 바로 업사이드 기를 올렸다. 이에 연신대는 짧게 끊어서 패스 위주로 안산대 수비진을 뚫었는데 안산대 수비수와 살짝만 부딪쳐도 심판이 반칙을 불었다.

그건 수비에 국한 되지 않았다. 안산대 공격수가 연신대의 미드필더와 수비수가 부딪치면 심판은 여지없이 수비수 반칙을 선언했다.

이렇게 되자 연신대 선수들은 안산대 선수들에다가 심판까지 같이 상대해야 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이명신 감독은 심판에게 딱히 항의를 하지 않았다. 그래봐야 어차피 자기 말이 먹히지 않을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연신대 선수들은 분통이 터졌지만 계속 시합을 이어 나갔다. 그 사이 연신대는 반칙으로 몇 차례 위기를 맞았다.

그 중에 프리킥 찬스에서 연신대 수비수가 안산대 공격수와 볼 경합을 하다가 같이 뒤엉켜 넘어졌는데 심판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이건 해도 너무 하는군.”

“이게 무슨 페널티킥이야.”

연신대 선수들은 강력하게 심판에게 항의를 했지만 그 결과 공격수 나진목이 심판에게 경고를 받았고 주장인 이기찬에게도 심판이 경고 카드를 꺼내 보였다.

이에 제대로 열 받은 연신대 골키퍼 방주혁이 미친 선방을 선보였다. 안산대 선수가 찬 페널티킥을 방주혁이 막아 낸 것이다.

“우와아아!”

“방주혁! 파이팅!”

“나이스 선방!”

연신대 벤치에서 난리가 났다. 선수들이 기뻐하며 고래고래 그라운드를 향해 소리를 지를 때 이명신 감독이 가슴을 쓸어내리는 모습도 보였다.

현수는 이대로는 제대로 된 경기 운영이 어렵다는 판단에 공을 돌리기 시작했다. 아예 안산대 선수와 부딪치지 않으면 심판도 반칙을 불 수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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