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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구하나와 같이 Sj엔터테이먼트의 건물을 빠져 나올 때까지 무슨 생각에 깊이 잠겼는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게 불만인지 구하나가 큰소리로 그를 불렀다.
“오빠!”
“어?”
현수가 깜짝 놀라며 구하나를 돌아보자 그녀가 한껏 볼을 부풀렸다. 자신이 단단히 화가 났음을 현수에게 그런 식으로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게 귀여웠던 현수가 손을 내밀자 그녀가 재빨리 옆으로 피하며 말했다.
“지금 귀엽다고 내 머리 쓰다듬으려고 했지?”
“어.”
“그거 하지 마. 나 아이 아니거든. 주민등록증까지 나왔다고.”
“어. 그래. 미안.”
“뭔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야?”
현수는 구하나에게 사실대로 시스템과 아주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고 얘기할 수 없어서 대충 둘러댔다.
“내일 안산대와 평가전이 있는데 감독이 선수 명단을 나보고 짜라고 해서 말이야.”
“그래? 그렇다면 내가 이해해 주지. 차 어디 대 놨어?”
“차?”
그러고 보니 텔레포트를 해 온 터라 차가 없었다.
“그, 그게..... 요 근처에 있었거든. 그래서 뛰어 왔어. 차는 술 마실지 몰라서 안 가져 왔고.”
“그래? 그럼 택시 타고 가자.”
현수와 구하나는 큰 길로 가서 거기서 택시를 잡았다. 현수는 일부러 구하나와 뒷좌석에 같이 탔다. 그리고 구하나의 집으로 가는 동안 현수가 그녀에게 말했다.
“피곤하면 잠깐 눈 붙여.”
“괜찮아.”
그녀는 괜찮다고 했지만 현수는 하나도 안 괜찮았다. 그녀를 위해서 기껏 마법 아이템인 메모리 컨트롤 모자를 구입했는데 말이다. 현수는 구하나가 잠깐 차창 밖을 보고 있을 때 3서클의 수면 마법을 그녀에게 걸었다.
그러자 그녀가 스르르 고개를 숙이더니 이내 차창에 기대서 잠이 들었다. 현수는 그런 그녀의 고개를 돌려서 자신의 어깨에 기대 자게하고는 인벤토리에서 메모리 컨트롤 모자를 꺼냈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에 그 모자를 씌웠다.
[띠링! 상대의 기억 어느 부분을 지우고 어떻게 조작할지 정하세요. 모자에 손을 올리면 상대의 기억 속을 검색할 수 있습니다.]
현수는 시스템이 시키는 대로 모자를 쓴 구하나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현수가 그녀의 기억 속으로 들어갔다.
현수는 오늘 중 양현식이 구하나를 덮치기 직전부터 그가 그녀를 구할 때까지 기억을 지웠다. 그리고 그 시간에 현수가 먼저 나타나서 양현식을 제압하는 장면을 넣어 기억을 조작했다. 거기까지 필요한 시간은 10분도 채 되지 않았다.
‘끝났다.’
현수는 구하나의 나쁜 기억을 지우고 그럴 듯한 기억으로 바꿔서 조작해 놓고는 그녀 머리에서 손을 뗐다.
“음냐냐냐!”
그러자 그녀가 한결 편안한 얼굴로 잠들었다. 간혹 무슨 좋은 꿈이라도 꾸는 듯 생글거리기까지 하며 말이다.
“하나야. 일어나.”
그녀 집 앞에 택시가 도착하자 현수가 그녀를 깨웠다. 그리고 택시를 잠깐 세워 둔 체 구하나와 같이 택시에서 내렸다.
“오빠. 오늘 고마워요. 날 구해주러 거기까지 달려와 주고.”
“뭘. 아무 일 없었으면 됐지.”
그 말을 하면서 현수가 힐끗 구하나를 쳐다보았는데 그녀가 태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 아니었으면 무슨 일 당했었을 지도 몰라요. 그땐 좀 무서웠거든요.”
구하나는 확실히 그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듯 했다. 거기다 현수가 심어 놓은 기억 조작도 제대로 먹혀 든 듯 보였고 말이다. 현수는 바로 화제를 바꿨다.
“너 열심히 한다고 백 실장 칭찬이 장난 아니더라.”
“정말? 실장님이 그랬다고?”
“그래. 그러니까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쉬엄쉬엄 연습해.”
“알았어.”
“빨리 들어가.”
“오빠도 잘 가.”
현수는 구하나가 집에 들어가는 걸 보고 기다리고 있던 택시에 올라탔다. 그리고 자신의 원룸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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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에 들어서자 벌써 12시가 넘어 있었다. 현수는 대충 세수만 하고 이부자리를 깐 다음 잠을 청했다. 피곤했던지 금방 잠에 곯아떨어졌다.
♫♪♬♩~ ♪♬♩♫~
현수는 시끄런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깼다. 딱 7시였다. 현수는 벌떡 일어나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원룸을 나섰다. 그리고 근처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뛰고 편의점에는 들르지 않았다.
어제 편의점에서 당한 봉변이 생각나서 말이다. 현수는 원룸에 돌아와서 샤워 후 즉석 밥 하나를 데워서 냉장고의 반찬과 간단히 식사를 해결한 후 자신의 애마를 타고 학교로 향했다.
차에서 내릴 때 현수는 두 가지는 챙겨서 내렸다. 바로 모자와 선글라스!
그거라도 쓰고 다니니 교정 내 학생들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러고 다니는 게 이상한지 힐끗거리며 그를 쳐다보는 학생들도 몇 명은 있었다.
체육관에 들어간 현수는 곧장 라커룸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고 그라운드로 나갔다. 먼저 온 축구부원들이 끼리끼리 모여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가 현수가 나타나자 다를 그를 쳐다보았다.
“여어. 우리 스타께서 오셨네.”
“어제 잘 봤어.”
“멋있더라. 이러다 축구 때려치우고 연기한다고 여길 나가는 거 아냐?”
우선 그와 같은 학년의 동기들이 먼저 한 소리씩 했다. 이어 후배들의 아부성과 부탁성 멘트가 잇달았다.
“선배. 진짜 멋져요!”
“여자들이 다들 넋이 나갔더라고요.”
“저희 누나가 선배 얘기를 하니까 안 믿던데. 오늘 저랑 동영상 촬영 좀 해 주시면 안 될까요?”
“저는 동생이 그래요. 저도 부탁 좀 할게요.”
그때 시간 맞춰서 이명신 감독이 체육관에서 그라운드로 나왔다. 그 역시 현수를 보고 바로 한 소리 했다.
“현수야. 너 정말 TV에 나오더라. 집사람이 네 사인 받아오라고 난리다. 이따가 평가전 끝나고 알지?”
“네. 사인해 드리겠습니다.”
“선발 명단은?”
“여기 있습니다.”
현수는 미리 작성 해 둔 오늘 안산대와의 평가전 선발 명단을 이명신 감독에게 건넸다. 그 명단을 받아 챙긴 이명신 감독은 흐뭇하게 현수를 바라보다가 주장인 이기찬에게 말했다.
“오후 평가전이니까 오전엔 무리하지 말고 간단히 몸만 풀어.”
“네. 감독님.”
이명신 감독은 그 말 후 또 체육관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정말 천하태평하인 감독이었다.
연신대 축구부원들은 가볍게 축구장을 5바퀴 돈 후에 몸 풀기 체조를 했다. 그리고 이명신 감독의 지시와는 달리 어제 오후에 이어서 세트 피스 상황에서의 훈련과 역습 훈련을 이어서 했다.
현수가 그러자고 했고 오늘 시합에 뛰게 될 스타팅 멤버들도 좋다며 쌍수를 들었다. 거기다 이게 얼마 만에 하는 제대로 된 훈련이다 싶었던지 나머지 축구부원들도 좋다며 훈련에 동참했다.
“그렇지. 바로 그거야!”
현수는 오늘 평가전에 뛰게 될 주전 멤버들이 어제에 비해서 훨씬 나은 모습을 보여 주자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훈련이 즐겁다보니 시간도 금방 흘렀다. 어느 새 12시가 다 되자 주장인 이기찬이 훈련을 끝냈다.
“다들 점심 먹고 쉬다가 1시 30분까지 그라운드로 복귀한다. 해산.”
현수는 주장인 이기찬과 같이 그라운드에 뒹굴고 있던 축구공을 정리하고 나서 점심을 먹으로 식당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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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 가는 동안 현수가 이기찬에게 짓궂은 농담을 했다.
“어제 재은씨랑 어디까지 갔어?”
“가, 가긴 어딜 가. 그냥 공원에 있었어.”
“공원? 야릇한 일이 많이 일어난다는 그 공원?”
“무, 무슨 소리야?”
“모텔비를 아끼려고 요즘 애들은 공원에서도 한다던데. 혹시?‘
“아, 아니야. 우린 키스 밖에 안 했어.”
“키스? 혀는 넣었고?”
“그, 그건......”
현수의 말솜씨에 이기찬은 결국 어제 이재은과 어디까지 진도가 나갔는지 소상히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현수는 이기찬과 같이 축구부실로 향했다. 축구부실에는 컴퓨터가 있었고 인터넷도 가능했다. 거기서 현수는 검색 순위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 있는 걸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현수야. 너에 대한 정보가 다 나왔는데?”
시트콤 영 프렌즈의 축구선수 현수의 진짜 이름은 강현수이며 그의 나이와 어디 학교에 다니는 지도 밝히고 있었다. 당연히 그가 Sj엔터테이먼트 소속이란 것도 함께 말이다.
어제 백성조가 현수에게 미리 얘기한 터라 그리 놀라지는 않았지만 이런 유명세가 앞으로 그의 삶에 어떻게 작용할지 현수도 알 수 없었다.
“자자. 그만 가자.”
시간이 벌써 1시 20분이었다. 인터넷을 하고 있다 보니 시간이 정말 빨리 흘렀다. 이기찬이 축구부실에 있는 축구부원들의 등을 떠밀었고 그 중에 현수도 있었다. 그들이 그라운드에 들어섰을 때 버스 한 대가 축구장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안산대 축구선수들이 우르르 내렸다.
“어?”
그런데 그 중에 심판 저지를 입은 사람들이 보였다.
“뭐야? 왜 심판들이 저 차에 타고 있는 거지?”
현수가 황당해 할 때였다. 이명신 감독이 언제 나타났는지 버스 쪽으로 가서 안산대 감독과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심판들과도 악수를 하고 말이다.
“설마?”
현수는 그래도 진짜 설마 했다. 아무리 멍청한 감독이라도 홈에서 하는 경기에 심판진 구성을 상대편에 넘기는 감독이 있으리라고 생각지 못한 것이다.
“네에?”
하지만 그런 멍청한 감독이 있었다. 바로 현수 눈앞에 말이다.
“감독님!”
“괜찮아. 안산대 감독이 잘 아는 심판들이라니까 경기 진행 잘 해 줄 거야.”
“감독님. 그러니까 더 아니죠. 심판이 저쪽 편이면 우리가 어떻게 안산대를 이깁니까?”
“에이. 설마 그렇게까지 하려고.”
딱 보니 눈앞의 멍청한 감독은 심판비를 아껴서 자신이 착복하려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심판을 부른 쪽이 심판비를 지불해야 하니 말이다.
“아휴~”
현수는 멍청한데다가 욕심까지 많은 감독을 보고 한숨만 내쉬었다. 그런데 거기다 이명신이 한 술 더 떴다.
“참. 현수야. 넌 선발에서 뺐다”
“네?”
“우리 전력을 100% 저들에게 보여 줄 필요는 없잖니? 그래서 고동찬이도 같이 뺐다. 잘했지?”
‘하긴 개뿔!’
현수는 상대가 감독만 아니었더라도 면전에 대고 욕을 한 사발 끌어 부어 줬을 터였다.
공수의 핵인 현수에다가 요즘 물오른 공격수 고동찬 까지 뺀다는 건 장기에서 차포를 떼고 두는 것과 진배없었다.
“그래도 우리가 이길 거야.”
그래 놓고 또 이길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현수는 이명신의 처사에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선수기용은 어디까지나 감독의 고유 권한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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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합에 뛸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의 자기 자리를 찾아 서자 안산대 감독과 친분이 두텁다는 심판들이 양쪽 선심 자리와 중앙의 센터서클로 움직였다.
하프 라인에서 안산대 축구부 주장과 연신대 축구부 주장이 마주서자 그 가운데 주심이 서서 동전을 꺼냈다.
이기찬은 앞, 안산대 주장은 뒤를 선택한 가운데 주심이 동전을 던졌고 뒷면이 나왔다. 그러자 상대 주장이 연신대가 진영을 갖춘 쪽을 선택했고 이기찬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기찬 뿐만 아니라 연신대 벤치도 웅성거렸다.
“저런 똥 매너를 봤나?”
“아주 별 지랄을 다하네.”
이명신 감독도 눈살을 찌푸렸다. 평가전에 불과 한데 처음부터 이렇게 신경전까지 펼칠 필요가 있나 싶었다. 하지만 오늘 시합이 선수들의 멘탈(Mental)을 강화 시키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될 거 같아서 그냥 두고 보기로 했다.
툴툴거리며 연신대 선수들이 안산대 선수들과 자리를 바꾸고 나자 주심이 공을 센터서클 한 가운데 놓았다.
“삐이이익!”
주심의 긴 휘슬에 이어 안산대의 공격수가 선축을 하고 연신대 진영으로 뛰어 들어오면서 연신대와 안산대 간의 평가전이 시작 되었다.
안산대는 전반전이 시작 되자 잔뜩 움츠렸다. 그리고 수비에 집중하며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이에 비해 연신대는 미드필더를 최대한 위로 끌어 올리고 선제골을 넣기 위해 혈안이 된 상태였다. 그 지휘를 현수 대신 중앙 미드필더를 맡은 조용식이 맡았다.
조용식은 원래 수비형 미드필더였는데 그나마 현수가 보기에 자기 대신 중앙 미드필더를 맡을 만한 역량을 갖춘 선수라 여겨서 그를 그 자리에 뛰게 한 것이다.
원래 이명신 감독은 1학년 배성재에게 중앙 미드필더를 맡기려 했다. 그걸 현수가 끼어들어서 겨우 2학년 비 주전 선수 중 수비에 특히 능한 민재훈을 조용식 대신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삼고 조용식을 자기 대신 중앙 미드필더를 맡긴 것이다.
조용식은 안산대 진영에 빈틈이 보이면 바로 공격수인 나진목와 고동찬 대신 들어간 2학년 공격수 이구현에게 바로 패스를 넣었다.
조용식은 나진목에게는 낮게 깔리는 땅볼 패스를, 장신인 이구현에게는 니어포스트(near post)에서 바로 헤딩으로 골을 노릴 수 있게 높은 롱 볼을 올려 주었다.
그런 위협적인 조용식의 패스 때문인지 안산대는 거의 하프 라인을 넘지 못했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연신대가 우위에서 경기를 진행 시켜 나갈 때였다.
파앗!
조용식이 안산대의 중앙을 과감히 돌파 하다가 안산대 미드필더의 절묘한 태클에 공을 뺏겼다.
그 공이 좌측 터치라인으로 굴러 갔는데 그 공을 안산대 포워드가 뛰어가 그 공을 살려 서는 툭툭 차면서 터치라인을 따라 빠르게 하프 라인을 넘어서 달렸다.
그런 그의 옆으로 연신대 미드필더가 따라왔지만 주력에서 확연히 앞서며 연신대 미드필더를 벗겨냈다.
“막아!”
연신대 센터백 이기찬의 외침에 연신대 수비수가 안산대 포워드를 막으러 달려 나왔는데 그때 그 안산대 포워드가 한 박자 빨리 연신대 페널티에어리어 안으로 센터링을 올렸다.
“젠장. 사람 잡아!”
이기찬의 외침 속에 공은 페널티에어리어 한가운데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낙하지점에 어느 새 페널티 에어리어로 쇄도해 들어 온 안산대의 센터 포워드가 있었다. 바로 안산대의 주장으로 경기 시작 전에 똥 매너를 보여 준 바로 그 선수였다.
안산대 포워드의 센터링은 정확히 안산대 주장의 머리로 떨어졌고 그는 헤딩에 자신이 있는 듯 살짝 머리를 틀어 공의 방향만 바꿔 놓았다.
공은 골키퍼의 손을 스치며 골포스트 구석으로 들어갔고 그대로 골 망을 갈랐다.
출렁!
“우와아아아!”
안산대 벤치에서 함성이 일었다. 골을 넣은 안산대 주장은 자신에게 정확히 센터링 해 준 동료 포워드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일방적으로 경기를 진행해 나가다가 한 번의 역습에 골을 내어 준 연신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신 차려라. 전반전 시작한지 이제 15분이다.”
이명신 감독의 외침에 연신대 선수들은 정신을 추스르고 각자 포지션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진목이 하프 라인에서 킥 오프를 하며 경기가 바로 재개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