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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122화 (12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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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가 이기찬과 같이 그라운드에 마지막까지 남아서 정리를 하고 있을 때 이재은과 구은하가 나타났다.

“먼저 고기 집에 가 있어. 우린 좀 씻고 갈게.”

“그래. 그럼. 먼저 가서 고기 굽고 있을 테니까 빨리 와.”

이기찬의 말에 이재은이 순순히 대답하며 구은하와 같이 정문으로 향했다. 이기찬과 현수는 그 길로 체육관으로 뛰어가서 서둘러 샤워를 하고 라커룸에서 옷을 갈아입은 뒤 고기 집으로 향했다.

학교 정문에 위치한 고기 집은 6시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사람들로 꽉 찼다. 그리고 고기 굽는 냄새가 가게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여기!”

가게 안쪽에서 이재은이 두 사람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딱 맞춰 온 건지 삼겹살이 자글거리며 딱 먹기 좋게 익어 있었다.

“쩝쩝쩝! 맛있다.”

“그렇지. 이게 내가 고기를 잘 구워서 그래.”

그들은 구워져 있는 고기를 열심히 먹었다. 그때 고기 집안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집중 되어 있는 줄도 몰랐다.

“야야. 연신대 퀸카 아냐?”

“맞아. 우와. 저런 애도 이런 델 와?”

“그럼 저런 애는 어디 가야 하는데?”

“그야 근사한 레스토랑이지. 거기서 돈 많은 집 녀석이랑 칼질 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냐?”

“들리는 소문에 준 재벌 집 아들과 만난다던데.”

“이야. 예쁘진 진짜 예쁘다.”

이게 가게 안을 차지하고 있는 젊은 남자들의 대화 내용이고 반대로 여자들은.

“맞지? 맞지? 그 축구선수?”

“맞아. 확실해. 어쩜. 실물도 멋있다.”

“오늘은 말을 하겠지?”

“목소리도 엄청 멋있을 거야. 빨리 먹고 TV보러 가자.”

“사인 받을까?”

“당연하지. 그런데 먹고 있는 중이라....”

현수와 일행들이 구워 놓은 고기를 다 먹고 새로 불판을 갈 때였다.

“저.....”

여대생 하나가 현수에게 다가 왔다.

“영 프렌즈에 나오신 그 축구선수 맞죠?”

현수는 정직하게 대답했다가 자신이 당한 일을 떠올리곤 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아닌데요.”

“정말요? 진짜 닮았는데?”

본인이 아니라니 여대생도 고개만 갸웃거리다가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런 현수를 보고 구은하가 말했다.

“넌 타고난 연기자야.”

“뭐?”

“그렇잖아. 거짓말인데 진짜 같았어. 그럼 연기 잘하는 거 아냐?”

구은하의 말을 듣고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었다.

“아아! 고기 먹다가 뭘 빠트렸다 싶었는데 그게 뭔지 이제 알겠네.”

이재은의 말에 구은하가 바로 대꾸했다.

“술?”

“맞아. 술. 이모 여기 소주 2병이요.”

하지만 현수는 차를 가져왔기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았다. 일행들이 대리기사 불러서 가고 한 잔 하라고 했는데도 현수는 끝끝내 술 한 잔 마시지 않았다.

“이런 쫌생이.”

그런 그를 술 취한 구은하가 대 놓고 디스했다.

“남자가 말이야. 술도 못 마시고.”

“못 마시는 게 아니라. 안 마시는 거다.”

“남자가 술도 못 마시고. 바보. 맹추.”

구은하는 술이 취하는 한 소리를 계속 했다. 그들은 이재은이 처음 주문한 소주 2병만 딱 마셨는데 그 중 소주 한 병을 혼자 마신 구은하가 취해 버린 것이다.

“하아. 이거 어쩐다?”

그 때문에 그녀의 친구인 이재은이 곤욕스런 얼굴 표정을 지었다. 술 취한 친구를 집에 데려다 줘야 하는데 여자인 그녀 혼자 하긴 버거운 일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현수가 말했다.

“먼저들 가요. 은하는 제가 집에 데려다 줄게요.”

“네?”

이재은이 말도 안 된다며 현수를 쳐다보았다. 현수가 뭐라고 그에게 구은하를 맡긴단 말인가?

‘차라리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지.’

구은하가 누구던가? 연신대 퀸카였다. 그녀와 한 번 만나 보는게 소원인 남자들이 줄을 섰다. 그런 그녀를 남자에게 맡긴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현수는 자기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이재은을 보고 그녀에게 말했다.

“구은하 집 전화번호 아세요?”

“네.”

“그럼 지금 은하 집에 전화하셔서 강현수 아냐고 물어 보세요.”

이재은은 현수가 시킨 대로 했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저 은하 친구 재은이에요. 네. 네. 저 그런데 은하가 저녁 먹다가 반주로 소주를 좀 마셨는데...................”

이재은이 사정을 쭉 설명하고 강현수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랬더니 구은하의 모친이 반색을 하며 말했다.

-어머. 잘 됐네. 그럼 현수에게 맡겨. 애가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나? 평소 술이라곤 입에도 안 되던 애가 말이야.

구은하의 모친께서 강현수에게 구은하를 맡기란 말을 듣고 나서야 이재은이 멍한 눈으로 현수를 쳐다보았다. 그러다 대 놓고 물었다.

“은하와 어떻게 되는 사이에요?”

“은하 부모님께서 절 아들처럼 여기십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그럼 집도 아시겠네요?”

“당연하죠.”

현수는 구은하의 집이 어딘지 이재은에게 설명했고 그제야 이재은도 안심하고 구은하를 현수에게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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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찬과 이재은 커플과 헤어진 현수는 구은하를 엎고 자신의 차를 세워 둔 학교로 도로 들어갔다.

“야! 너 좀 많이 먹어야겠다. 왜 이렇게 가벼워?”

현수의 말에 구은하가 그의 귀를 잡아당겼다.

“아아!”

현수가 아프다고 소리치자 구은하가 이번엔 현수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당연히 그 때문에 그녀의 가슴이 현수의 머리를 짓눌렀고 말이다.

그 덕에 현수는 피가 가운데로 쏠릴 뻔한 걸 억지로 참아냈다. 자신을 아들 처럼 여겨 주시는 구은하의 부모님을 머릿속에 떠올리자 욕정도 확 사그라졌다. 그때 구은하가 현수에게 생뚱맞은 소릴 했다.

“너 나 좋아하면 안 돼. 알지?”

“알긴 개뿔. 나 너 안 좋아하거든.”

“그래. 나도. 그 마음 다 알아. 나 같은 미녀를 어떻게 안 좋아 할 수 있겠어. 그래도 우린 안 돼.”

“그래. 알았다. 그러니 그만하고 좀 자라.”

“하아! 나도 사실 네가 싫지만은 않아.”

“뭐?”

“그래그래. 좋아해. 하지만 난 하고 싶은 일이 있어. 그걸 이루기 전엔 연애 같은 거 안할 거거든. 그러니까. 너...... 자꾸 날 흔들지 마. 내 눈 앞에 자꾸 나타나지 말란 말이야.”

현수는 취중진담이라고 구은하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걸 대충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연애를 안 해 봐서 그런지 자신의 감정을 상대에게 표현하는 게 많이 서툴렀다.

“시끄러워서 안 되겠다. 슬립!”

현수는 그녀가 무슨 말을 더 하기 전에 그냥 마법으로 잠재워 버렸다.

“읏차!”

현수는 잠든 구은하를 뒷좌석에 편하게 눕힌 뒤 운전대를 잡았다. 그리고 차를 몰아서 구은하의 집으로 갔다.

집 앞에 차를 세우고 전화를 하자 구은하의 모친인 안영미가 현수보고 구은하를 업고 오라고 했다.

그래서 별수 없이 현수가 또 구은하를 업고 집으로 들어갔다.

“이리로.”

현수는 처음으로 구은하의 방에 들어갔다. 먼저 향긋한 냄새가 났다. 그리고 방은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현수는 잠든 구은하를 침대에 눕히고 그 방을 나왔다.

“힘들었지?”

“아뇨. 은하가 가벼워서 별로 힘들진 않았어요. 근데 아버지는?”

“그인 요즘 바빠. 10시 넘어야 들어 올 거야.”

“하나는요?”

“그 애가 더 늦어. 12시 넘어서 들어 올 때도 많아. 소속사에서 뭘 그리 연습할게 많은지. 요즘 같아선 당장 때려치우게 하고 다시 공부하게 만들고 싶어.”

현수는 잠시 안영미의 가족들에 대한 푸념을 들어 줘야 했다.

“이런. 내가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네. 어서 가 봐.”

“네. 그럼 전 이만.”

현수가 구은하의 집을 나와 다시 차에 올랐을 때 시간이 벌써 8시가 넘어 있었다.

“또 못 봤네.”

자신이 출연한 시트콤 영 프렌즈를 어제 이어 오늘도 보지 못한 것이다.

“뭐 다시 보기로 보지 뭐.”

현수는 어제 오늘 치 시트콤 영 프렌즈를 두 편 다 유료 채널에서 다시 보기로 볼 생각을 하고 곧장 원룸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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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종환은 하루 종일 자신의 사무실에 틀어 박혀서 전화만 기다렸다. 그의 사무실은 강남에서도 노른자에 속하는 개포동 5층 건물의 제일 꼭대기 층인 5층에 위치해 있었다.

사실 이 건물의 주인은 그의 마누라였다. 제종환이 조직에서 빼돌린 돈으로 자기 마누라 이름으로 구입해 놓은 건물이었던 것이다.

이것 말고도 건물이 몇 개 더 되는 데 그 건물들은 자기 어머니와 형제, 누이의 이름으로 사 뒀다. 그 외에 땅도 제법 있는데 다 자식들 명의로 되어 있었다.

제종환은 깡패지만 보통 깡패와는 달랐다. 조직에 충성? 웃기는 소리였다. 그는 조직을 이용해서 돈을 긁어내서 건물과 땅을 샀다. 그리고 지금은 범서구파 보스 부럽지 않았다.

물론 법적으로 자기 명의로 된 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깡패 생활을 접고 나서 그의 노후는 그 누구보다 호사스러울 터였다. 그런데 그의 평탄한 앞길에 김동구란 놈이 제대로 초를 쳤다.

“이 새끼 대체 어디 짱 박혀 있는 거야?”

제종환은 자신의 위치를 적극 활용해서 서울시 내 범서구파 조직원을 총 동원시켜서 김동구와 그 수하들을 찾게 했다. 그런데 벌써 어두워지고 있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경찰 쪽에도 놈들을 못 찾는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경찰에서 놈들을 찾았으면 벌써 그에게 연락이 왔을 테니 말이다.

“경찰에 잡히기 전에 그 새끼 멱을 따야 하는데....”

동구파가 청부 살해한 자들은 전부 제종환의 사주에 의해 자행 되었다. 따라서 김동구가 그 사실을 불게 되면 제종환도 끝장이었다.

“아무래도 서울 밖을 튄 모양이군.”

제종환은 골머리가 아파왔다. 그나마 다행인 건 김동구가 아직 경찰에도 포착 당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래. 살려면 꽁꽁 숨어라. 아니면 나한테 연락을 하던지.”

제종환은 김동구가 이제라도 자기에게 연락을 하면 죽이지 않고 인천에서 배를 태워 중국으로 보낼 생각이었다.

중국에도 범서구파와 연계된 조직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쪽에서 사람 죽이는 일을 계속시키면 됐다. 그 놈처럼 사람 멱을 잘 따는 놈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그 일은 어쩐다?”

김동구와 동구파가 사라지면서 평창동에서 맡긴 일도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아무래도 이 일은 보스에게 말해야 할 거 같군.”

동구파 문제도 그렇고 제종환은 내일 범서구파 총 보스 전규환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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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에 간 현수는 결심한 대로 유료 채널의 다시 보기로 시트콤 영 프렌즈의 어제 오늘 두 편을 몰아서 봤다.

“으음.....”

현수의 입에서 절로 침음 성이 흘러나왔다. 그 만큼 현수가 멋있게 나왔던 것이다. 현수가 인터넷에 들어가 보니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축구선수가 올라 와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 그의 이름인 현수가 2위에 올라 있었다.

오늘 편에 드디어 과묵한 축구선수가 자신의 이름이 현수라고 밝혔던 것이다.

“이거 너무 주목 받는데?”

그때 현수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Sj엔터테이먼트 기획실장 백성조였다.

“네.”

현수가 시큰둥하게 전화를 받자 백성조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하. 기분이 어때?

“기분이요?”

-그래. 유명해진 기분 말이야. 지금 인터넷에 난리야. 네가 누구냐고 말이야. 아마 내일이면 더 유명해지겠지.

“내가 유명해지면 소속사에선 좋은 거겠죠?”

-당연하지. 내일이면 우리 회사 홈페이지에 네 사진도 올라 갈 거야. 그리고 네가 우리 Sj엔터테이먼트 소속이란 것도 대대적으로 알릴 거고 말이야. 너에 대한 정보도 내일이면 사람들에게 다 까발려질 테지.

“그게 좋은 일입니까?”

-물론. 네가 유명해질수록 돈이 되니까. 참. 계약금 입금했다.

“계약금이요?”

-너 설마........ 계약금이 얼만지 모르지?

계약서에 사인을 했지만 돈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현수는 계약금이 얼만지는 대충만 확인했다.

“그, 그게 2천 5백?”

앞에 숫자가 25인 건 기억이 난 현수가 그렇게 얘기하자 백성조가 코웃음을 쳤다.

-하아. 너 같은 녀석은 처음이다. 어떻게 자기 계약금도 모를 수가 있지? 네 통장에 넣었으니까 네가 직접 확인해.

백성조가 잔뜩 화가 난 체 먼저 전화를 끊었다.

“왜 자기가 화를 내고 난리람.”

현수는 그런 백성조가 잘 이해가 안 됐다. 하지만 백성조의 입장에서는 화가 날만도 했다. 자신이 기껏 신경 써서 스포츠 에이전트로서는 국내 최고 대우로 현수와 계약을 했는데 현수는 계약금이 얼만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그 동안 백성조가 그 동안 음으로 양으로 노력해 온 걸 현수가 전혀 모른다는 소리였다. 백성조는 그게 많이 서운했던 것이다. 그래서 화가 난 거고 말이다.

현수는 백성조가 말한 대로 자신의 계좌를 확인했다. 그랬더니 Sj엔터테이먼트에서 오늘 현수에게 2억 5천 만원을 입금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런....”

현수는 그제야 백성조가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당시 어떤 스포츠 스타도 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이 정도 거금을 계약금으로 받진 못했다.

그렇다는 건 백성조가 현수를 스포츠 스타로 최고 대우를 해 줬단 소리였다. 현수는 당장 백성조에게 전화를 걸어서 사과를 하려 했다. 하지만 막상 핸드폰을 들자 그에게 전화를 할 수가 없었다.

“이거 미안해서 전화를 못하겠네.”

현수는 결국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현수는 이제 Sj엔터테이먼트 소속이었다. 그러니 그 소속사 기획실장인 백성조와는 조만간 만나게 될 터였다. 현수는 그를 만나면 그때 그에게 직접 사과를 하기로 했다.

현수는 백성조와 통화 후 인터넷 검색을 좀 했다. 시트콤 영 프렌즈에서 자신의 반응이 어떤지 살핀 것이다. 주로 호평 일색이었는데 몇몇 안티 팬들도 보였다.

“싸가지 없게 생겼다? 축구선수라면서 축구는 할 줄 아냐? 성형빨이다? 이런 썩을....”

현수가 안티 팬들의 반응에 분노 하고 있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구하나였다.

“하나가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10시가 넘었다. 현수는 일단 전화를 받았다.

“어. 하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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