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121화 (12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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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큰 남자의 이름은 박준혁으로 그는 오늘 점심을 먹다가 같은 농구부 선배로부터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자기를 버리고 예전에 사귀던 남자에게 돌아간 그의 전 여친과 연관된 얘기였다.

“그러니까 재은이 남자친구가 그런 놈이란 거죠?”

“그렇다니까. 내 친구가 며칠 전에 그 놈이 다른 여자와 모텔에 들어가는 걸 봤데.”

“어떻게 그런.....”

박준혁은 남자다운 면이 강했다. 그래서 자기 싫다고 헤어지자는 전 여친의 말에 좋게 헤어져 주었다. 남자라면 모름지기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구질구질하게 여자에게 매달리는 건 남자가 할 짓이 못됐다. 하지만 그녀가 바람둥이에게 속고 있다면 얘기는 달라졌다.

박준혁은 곧장 이재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녀의 핸드폰은 꺼져 있었다. 그는 그녀가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 전화를 꺼둔다는 걸 알았다. 그렇다면 그녀는 지금 학교 도서관에 있을 공산이 컸다.

그런데 지금은 점심시간이었고 이 시간에 도서관에 있진 않을 터. 그래서 그녀가 갈만한 곳을 생각하다가 동아리 방이 떠올랐다. 그는 곧장 그녀의 동아리 방으로 향했고 거기에 그의 전 여친인 이재은이 있었다.

이재은을 보는 순간 박준혁은 괜히 더 화가 났다.

‘저런 바보가...........’

자기를 버리고 딴 놈한테 갈 때 그녀가 진심으로 더 행복해지길 빌었다. 그런데 이게 뭔가? 어디서 그런 바람둥이 놈과......

화난 박준혁은 일단 이재은을 끌고 동아리 방을 나섰다. 그런데 그녀 친구로 보이는 여자가 그를 제지했다.

박준혁은 그런 그녀를 가볍게 밀쳤는데 그녀가 소파에 벌러덩 쓰러졌다. 좀 미안한 마음은 있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박준혁은 곧장 이재은을 끌고 동아리 방 밖으로 나갔다. 그때 소파에 쓰러졌던 이재은의 친구가 핸드폰을 들고 어딘가 전화를 했다.

보아하니 경찰에 신고하는 모양이었다. 경찰까지 연루 되는 건 박준혁이 바라는 바는 아니지만 이제 어쩔 수 없었다.

그녀를 그 놈에게 데려가서 그놈과 사생결단을 낼 생각이었다. 그녀 앞에서 그놈이 어떤 놈인지 밝히고 그녀만 괜찮다면 그녀와 다시 만나고 싶었다. 전 여친을 포용할 만큼 큰 아량을 가진, 그게 진짜 사나이가 아니겠는가?

“어이. 거기 서.”

그때 그의 앞에 웬 놈이 나타났다. 그런데 입고 있는 유니폼이 축구부 녀석이었다.

“현수야!”

박준혁의 뒤를 따라 온 이재은의 친구가 그 녀석을 보고 아는 척을 했다.

“저놈이야?”

자기 앞을 막아선 녀석이 턱짓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이재은의 친구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 친구가 바로 대답했다.

“응. 맞아. 저 남자가 갑자기 나타나서 날 밀치고 재은이를 납치해 갔어.”

박준혁은 어이가 없었다. 납치라니? 자신은 전 여친을 위해 나선 것뿐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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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점심을 먹고 막 식당을 나서다가 구은하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뭐? 알았어.”

그리고 그녀가 말한 곳으로 냅다 달려갔다. 그때 그의 눈에 웬 키 큰 녀석이 여자를 끌고 가는 게 보였다. 현수는 그쪽으로 뛰어가서 그 앞을 가로 막았다. 그때 그들 뒤에서 구은하가 나타났다. 그런데 구은하의 말에 키 큰 남자가 황당한 얼굴 표정을 지었다.

“누가 납치했다는 거야? 난 재은이 전 남친이라고.”

키 큰 남자가 억울하다는 듯 말하며 드디어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그러자 구은하가 친구인 이재은을 쳐다봤는데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내 전 남친 박준혁이야.”

“뭐? 그럼 그 농구선수?”

“응. 준혁씨. 이 손 좀 놔.”

이재은의 말에 그제야 박준혁은 쥐고 있던 이재은의 손목을 놔 주었다. 그러자 이재은이 박준혁을 확 째려보면서 말했다.

“무슨 일인지 말해?”

이재은이 아는 그의 전 남친인 박준혁은 약간 멍청한 면이 있었다. 사람 말을 너무 잘 믿었던 것이다. 보아하니 누가 그녀에 관한 얘기를 박준혁에게 악의적으로 얘기한 게 분명했다.

“그, 그게..... 난 네가 걱정이 돼서.....”

“그러니까 말하라고. 네가 왜 날 걱정하는지.”

결국 박준혁이 사실대로 털어 놨다. 그 말에 이재은이 꽤나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현수가 말했다.

“제가 기찬이 친구라서가 아니라 사실을 말하는 겁니다.”

현수는 기찬과 전 여친이 어쩌다 모텔로 들어가게 되었는지 전후 사정을 얘기했다. 그리고 그 광경을 축구부 선배란 자가 몰래 찍어서 그 동안 이기찬을 협박해온 사실까지 모두 다 말이다.

현수의 얘기를 듣고 난 이재은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박준혁을 보고 말했다.

“들었지? 너한테 그 딴 소릴 지껄인 사람이 이제 누군지 말해 줄 때인 거 같은데?”

“미, 미안. 난 선배가 그렇다기에.....”

“그러니까 그 선배가 누구야?”

박준혁은 결국 그에게 이기찬에 대해 악의적은 루머를 흘린 농구부 주장이 누군지 밝혔다. 이재은은 곧장 그 선배란 작자를 찾아가서 따지려고 했는데 현수가 말렸다.

“재은씨가 가 봐야 그 사람은 자기가 그런 적 없다고 시치미를 뗄 겁니다. 그러니 이일은 제게 맡겨 주십시오.”

“그래. 재은아. 네가 가봐야 좋은 꼴 못 볼 거야.”

구은하게 화난 이재은을 겨우 달래서 도서관으로 데려가자 현수가 박준혁에게 물었다.

“그쪽 선배란 그 조일국이 지금 어디 있다고?”

“일국 선배는 지금 농구 코트에....”

“그럼 체육관에 있단 소리네?”

현수는 곧장 체육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실내 농구 코트에 들어가자 연신대 농구부원 몇 명이 보였다.

“조일국이 누구지?”

현수의 말에 농구부원 중 하나가 손을 들며 말했다.

“난데. 뭐냐?”

조일국은 현수가 연신대 축구복을 입고 있는 걸 보고 바로 말을 놨다. 어째든 자신은 4학년이고 연신대 축구부원 중에 그보다 학년이 높은 5학년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잠깐 보자.”

현수가 먼저 농구 코트 밖으로 나가자 조일국이 그 뒤를 따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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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일국은 농구 선수답게 키가 현수보다 10센티는 더 컸다. 그래서 그가 현수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왜 보자고 한 거야?”

“너 이기찬이 알지?”

“이기찬?”

“축구부 주장 이기찬.”

“아아. 그 바람......컥!”

조일국은 자기보다 키도 작은 녀석이 손을 뻗어 그의 목을 쥐자 얼굴이 시뻘게지면서 머리가 어질했다.

“여기서 더 세게 경동맥을 누르면 어떻게 될까?”

현수는 그 말과 함께 손에 좀 더 힘을 줬다. 그러자 조일국은 의식이 흐릿해지면서 그 자리에 픽 꼬꾸라졌다.

툭툭!

기절한 조일국을 현수가 발로 차서 깨웠다.

“으으으!”

신음성과 함께 조일국이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그런 조일국을 보고 현수가 말했다.

“내가 묻는 말에 똑바로 대답해라. 안 그럼 다시는 못 깨어나게 만드는 수가 있다.”

현수의 협박에 조일국은 움찔거리며 몸을 사렸다. 조일국도 눈치는 있었다.

그는 키가 198센티에 몸무게도 100kg이 훌쩍 넘었다. 그런 거구를 한 손으로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이기찬이 여자와 같이 모텔로 들어간 걸 봤다고 한 게 누구야?”

“그, 그건.....”

“확! 더 처 맞아야......”

“심재국입니다. 재국이가 그랬습니다. 자기가 직접 봤다고.”

“역시....”

현수는 바로 발길을 돌렸다. 이 일의 화근은 바로 그 심재국의 입에 있었다. 현수는 눈앞에 심재국이 있다면 그 주둥이를 뭉개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심재국은 오늘 학교에 나오지 않았고 그게 녀석의 그 나불거리는 입을 구했다.

현수는 축구부실로 향했는데 그곳에 이기찬이 있었다.

“기찬아.”

“응?”

“얘기 좀 하자.”

현수는 좀 전의 일을 이기찬에게 얘기했다. 그러자 이기찬이 긴 한숨을 내 쉬었다.

“결국 재은이가 알고 말았네.”

“내가 자세한 내막은 다 얘기했다. 그러니까 그녀가 널 오해하는 일은 없을 거야.”

“고맙다. 번번이.”

“고마운 줄 알면 그 여자한테 더 잘해. 그리고 축부도 더 열심히 하고.”

“그럴게.”

현수는 이기찬의 얼굴이 한결 밝아진 걸 보고 나름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자긍심을 느꼈다. 그때 뒤에서 이기찬과 그의 이름을 동시에 불렀다.

“기찬씨!”

“현수야!”

둘이 동시에 고개를 돌리자 이재은과 구은하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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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와 구은하는 이기찬과 이재은이 서로 얘기를 할 수 있게 자리를 비켜 주었다. 그때 구은하가 현수에게 빈정거리며 말했다.

“유명해져서 좋겠다.”

“하아!”

그런데 갑자기 현수가 긴 한숨을 내 쉬며 어깨까지 축 늘어트리자 그녀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무슨 일 있어?”

그제야 현수가 그녀를 돌아보고 말했다.

“말도 마라. 아침에 멋모르고 편의점에 갔다가...............”

현수가 편의점의 일을 얘기하자 구은하가 배를 잡고 웃었다.

“호호호호! 그래서 결국 경찰이 출동하고 나서야 거길 빠져 나올 수 있었단 말이지?”

“응.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몰리 줄 알았나. 뭐.”

“시트콤 영 프렌즈는 주로 학생들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이잖아. 그 편의점 알바 녀도 아마 대학생일 테고. 여학생들은 인근 여고 다니는 애들일 거고 말이다. 그런 델 버젓이 들어간 네 잘못이 커.”

“그런 가?”

“학교 등하교 시간엔 조심할 필요가 있겠어. 아무래도 그때 너의 광팬들이 많을 거 같거든.”

그때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기찬과 이재은이 두 사람 앞에 나타났다.

“뭐가 그리 재미있어? 네 웃는 소리가 우리 있는데 까지 들리더라.”

이재은의 말에 구은하가 입을 가리고 웃으며 말했다.

“거기까지 들렸어?”

“뭔데?”

“그건 이따 얘기해 줄게. 그 보다 얘기는 잘 된 거야?”

“응. 현수씨 고마워요.”

“아닙니다. 그 정도 가지고 무슨......”

“그래서 말인데 이따 훈련 끝나면 저희랑 같이 삼겹살 먹어요.”

“네?”

“은하야. 너도 같이 먹자.”

“그, 그래도 돼?”

“당연하지.”

그렇게 약속이 잡히고 이재은과 구은하가 체육관을 떠나고 나자 이기찬이 멋쩍게 말했다.

“우리도 그만 오후 훈련하러 가자.”

“그래.”

현수와 이기찬은 나란히 체육관을 나가 그라운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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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대 축구부가 오후 훈련을 막 시작하려 할 때 이명신 감독이 그라운드에 나타났다.

“전달 사항이 있다. 내일 오후 이 시간에 안산대와 평가전을 치를 계획이다. 그런 줄 알고 주전들은 훈련 중에 부상당하는 일 없도록 하고. 현수야. 내일 스타팅 멤버는 네가 짜도록 해라.”

“네. 감독님.”

“자. 그럼 훈련들 하고. 주장 5시까지 훈련하고 해산 해.”

이명신 감독은 그 말을 하고 휑하니 사라졌다. 체육관으로 안 가는 걸 봐서는 어디로 샐 모양이었다. 현수에게는 이명신이 훈련에 참견 하는 것 보다 저렇게 겉도는 게 더 나았다.

“자. 다들 훈련하자.”

이기찬이 선수들에게 훈련을 지시할 때 현수는 내일 안산대와 시합에 나설 선발 명단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역시 현재 연신대에서 믿을 수 있는 선수들은 주전 멤버들뿐이었다.

그래서 현수는 고구려대를 상대한 멤버로 내일 안산대를 상대하기로 했다.

“현수야!”

“어. 그래.”

오후엔 전술 훈련을 주로 했다. 그래서 중앙 미드필더인 현수의 역할이 컸다. 현수는 쉬지 않고 계속 패스의 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 중 절반은 아쉽게도 공격수들이 못 받아먹었다.

수비들도 볼 돌리는 속도가 현수의 예상치를 훨씬 밑돌았다. 하지만 U리그는 대학 리그다.

현수는 이 정도면 대학 팀을 상대로는 충분한 전력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여기서 한 단계 더 진화를 할 수 있다면 U리그 우승은 따 놓은 당상이겠지만 말이다.

그러려면 감독이 유능해야 하는데 이명신 감독으로는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어쩔 수 없지. 내가 다 하는 수밖에.”

현수는 올해 가능한 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싶었다. 그래서 축구선수로써 자신을 세상에 인정받길 원했다. 그리고 예전엔 감히 생각지도 못했지만 국내 리그를 넘어 더 큰 무대로 나가고 싶은 생각도 이젠 들었다.

현수가 그런 욕심이 생긴 건 바로 시스템 때문이었다. 시스템은 현재 현수를 반 초인에 가깝게 만들어 놓았다. 그 시스템이 있는 한 현수는 뭐든 다 해 낼 자신이 있었다.

“메시? 호날두? 기다려라. 내가 다 뭉개 줄 테니까.”

현수는 지금처럼만 성장해 나가면 몇 년 안에 그들을 능가하는 축구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주장!”

“어. 현수야.”

“전술 훈련은 여기까지 하고 내일 시합에 대비해서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훈련과 역습 훈련을 해 보자.”

“그러자.”

현수의 말이 곧 진리인 연산대였다.

“내일 안산대는 아마도 날 집중 마크할 거야. 하지만 난 내일 고구려대 보다 더 적극적으로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할 거거든. 그럼 어떻게 될까?”

“반칙이 난무하겠군.”

“맞아. 더불어 세트피스 상황이 많아 질 거야. 그래서 말인데................”

현수는 페널티에어리어를 두고 가운데부터 시작해서 좌우로 위치를 옮겨가며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전술을 연신대 선수들에게 지시했다.

현수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공격수들뿐 아니라 미드필더, 수비들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즉 세트피스 상황에서 연신대는 골키퍼를 뺀 전원이 공격에 나서게 한 것이다.

“혼전 상황에서는 역시 쪽수 많은 게 최고거든. 공이 가는 쪽이면 누구든 상관없어. 패스 같은 거 생각 말고 바로 상대 골대로 공을 차란 말이야.”

“현수야. 그러다 역습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뒷일은 내게 맡겨. 세트피스 상황에서 역습으로 골 먹는 일은 절대 없게 할 테니까.”

현수가 저렇게 대 놓고 자신 있게 말하니 다른 선수들도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훈련과 상대가 공격으로 올라 왔을 때 한방 킬 패스를 통한 역습 훈련이 모두 끝나자 벌써 시간이 5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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