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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115화 (115/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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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가 사라지고 몇 분 뒤 심재국은 정신을 차렸다.

“으으으으!”

그는 정신이 들자 바로 주위를 둘러보고는 현수가 없자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휴우. 씨팔 새끼. 내 당장 경찰서로 가서 그 새끼 고소한다.”

그리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어라?”

그런데 현수에게 맞아 골병이 든 몸이 어째 아무렇지도 않았다.

“뭐, 뭐야?”

심재국은 자기 몸을 살폈다. 땅바닥을 뒹군 탓에 옷에는 흙먼지가 잔뜩 묻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몸 어디 한군데도 피나거나 멍들고 골절상을 입은 데 없이 멀쩡했다.

이런 아무 이상 없는 몸 상태로는 경찰서에 가서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자신이 강현수에게 무참히 얻어맞았다고 경찰에 얘기 한다고 치자. 근데 그걸 증명할 증거나 증인이 없었다.

무엇보다 또 다시 강현수에게 그렇게 무자비하게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심재국은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씨발. 이제 어쩌지?”

복학 신청은 벌써 한 터라 어쩔 수 없이 학교는 다녀야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당분간은 축구장 주위엔 안 얼씬 거리는 게 좋을 듯싶었다.

심재국은 유심이 박살 난 핸드폰을 챙겨 들고 조용히 체육관을 빠져 나와서 정문으로 향했다.

“심재국!”

그때 누가 그의 이름을 불렀고 뒤를 돌아보니 그와 같은 고등학교 동창인 조일국이었다.

“어! 일국아.”

조일국과 심재국은 같이 체육 특기생으로 연신대에 입학한 한 데다 이름도 끝에 ‘국’자가 한자로 같은 나라 국(國)을 써서 학교 안에서는 나름 사이좋게 지내는 편이었다.

특히 조일국 역시 작년에 농구 경기 손가락을 다쳐서 심재국처럼 병원 생활을 했었다. 단지 그는 계속 학교를 다녀서 지금은 4학년이었다.

“복학했다더니 축구부에 들어간 거야?”

조일국의 축구복 차림의 심재국을 보고 묻자 심재국이 짧게 한숨을 내 쉬며 말했다.

“말하자면 길다.”

조일국은 심재국이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있어 보이자 딴엔 위로라도 해 주어야겠다싶어서 술 한 잔 하자고 했다.

“술?”

심재국은 어차피 내일부터 축구도 못하는 거 잘 됐다 싶어서 낮부터 조일국과 같이 술을 퍼마셨다. 그러다 얘기 중에 조일국의 입에서 축구부 주장 이기찬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너희 축구부 주장 녀석 말이야. 몸 사리라고 해. 내 후배 녀석이 그 주장이란 녀석 단단히 벼르고 있거든.”

“왜?”

“왜긴. 그 놈이 내 후배 녀석의 애인을 뺏어 갔잖아.”

“뭐?”

안 좋은 쪽으로 머리가 비상하게 잘 돌아가는 심재국이었다. 그런 심재국이 술을 마시며 비릿하게 웃었다.

“흐흐흐흐. 그렇게 하면 되겠군. 이기찬! 어디 두고 보자.”

뭔가 기발한 생각이라도 난 모양이었다. 하지만 심재국의 꼼수에 당 할 상대, 즉 이기찬에게는 암울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심재국은 현수에게는 복수할 용기도 내지 못했다. 그 만큼 현수가 두려웠으니까. 하지만 이기찬은 달랐다.

심재국의 비뚤어진 복수 심리가 현수가 아닌 이기찬에게로 칼끝을 겨누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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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파에서 현수를 처리하기 위해 보낸 4명의 조직원들은 연신대 정문 앞 당구장에 짱 박혀 있었다.

“아아! 히네루가 너무 들어갔다.”

“쫑 났네.”

그들은 오전에 연신대를 왔지만 그들이 처리해야 할 그 강현수란 녀석이 축구부에서 축구 훈련 중이라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훈련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는데 너무 심심했다. 그래서 당구장을 찾았고 내기 당구로 짜장면까지 시켜 먹고 오후에도 열심히 당구를 치고 있었다.

“그런데 용태 형님. 축구장에 안 가 봐도 되겠습니까?”

“아아. 씨발. 안 그래도 저 새끼 후루꾸 나서 짜증 만땅인데...... 네가 갔다 와.”

“제가요?”

“딴 애들은 당구 치고 있잖아? 요구르트 그만 처먹고 축구장에나 가. 가서 축구 언제 끝나는지 알아 와.”

동구파에서 나온 4명의 조직원 중에서 유일하게 당구를 못 치는 장준하는 그래도 용태와 동구파에 들어간 시기가 비슷했다. 하지만 용태가 동구파 보스인 김동구의 신임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그 서열이 밀렸고 지금엔 형님으로 부르고 있었다.

“하아. 진짜 더러워서....”

당구장을 나서며 장준하는 하용태를 곱씹으면서 연신대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축구 유니폼을 착용한 녀석 하나가 정문으로 허겁지겁 걸어 나오는 게 보였다.

“어이!”

장준하는 곧장 그 녀석 앞을 가로 막았다.

“뭡니까?”

그 녀석이 장준하를 꼬나 봤는데 그 때 장준하가 한쪽 팔을 걷었다. 그러자 그의 팔에 화려한 용문신이 드러났고 순간 그 녀석은 꼬리를 말았다.

“너 축구부지?”

“네.”

“축구부 훈련 끝난 거냐?”

“아, 아뇨. 지금 마무리 훈련 중입니다.”

“너 이름 뭐야?”

“윤성찬인데요.”

“근데 너 왜 벌써 나와?”

“그, 그게....”

“새끼. 튀는 중인가 보네. 쯧쯧, 벌써부터 농땡이나 피우고. 가 봐.”

장준하는 윤성찬이란 축구부원을 보내고 곧장 축구장으로 향했다. 그 녀석 말대로 축구부는 아직 훈련 중이었다.

장준하는 잠깐 축구장을 지켜 보다 축구 마무리 훈련이 끝나고 축구부원들이 해산하는 걸 보고 하용태에게 전화를 걸었다.

“축구 방금 끝났습니다.”

-알았어. 바로 갈 테니까 거기서 기다려.

그래 놓고 30분이 지나도 하용태와 2명의 조직원들은 축구장 근처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다행히 그들이 처리해야 할 강현수란 놈은 아직 체육관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었다.

“에이 씨팔.....”

장준하는 기다리다 안 되겠다싶어서 하용태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전화 받은 하용태가 대뜸 그에게 욕부터 끌어 부었다.

-아아. 그 씹 새끼 전화 더럽게 해 대네. 다와 간다고.

그때 장준하의 눈에 체육관 밖으로 나오는 강현수가 보였다.

“놈이 학교를 나갈 것 같습니다.”

-뭐? 씨발. 안 들키게 뒤 쫓아.

핸드폰 너머로 ‘딱! 딱!’ 하고 당구공 치는 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니 아직 당구장인 모양이었다. 장준하는 입에서 욕이 튀어 나오려는 걸 겨우 참았다. 하용태와 전화를 끊은 장준하는 정문 쪽으로 걸어가는 현수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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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하는 현수가 정문 쪽으로 걸어서 교정 밖으로 나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현수는 정문 쪽으로 나가는 누군가를 불러서 잠깐 얘기를 나누고는 이내 방향을 돌려서 체육관 쪽으로 다시 움직였다.

“휴우.”

그걸 보고 장준하는 일행들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벌었다싶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씨발!”

현수가 체육관 주차장으로 가더니 차에 올라타는 게 아닌가? 이대로 저 차가 떠나버리면 그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어버릴 터였다.

그 다음은 동구파의 보스인 김동구에게 깨질 테고 말이다. 김동구는 분명 오늘 안에 저 놈을 잡아다 묻으라고 했다.

“하용태. 이 병신 새끼가.....”

장준하는 이 일에 자신을 끌어 들인 하용태를 싸잡아 욕하며 냅다 뛰었다. 그리고 강현수가 탄 차가 주차장 출구 쪽으로 나올 때 그 앞을 가로 막아섰다.

끼익!

현수는 갑자기 주차장 입구에 불쑥 튀어 나온 녀석 때문에 급브레이크를 밟아야 했다.

지이잉!

그리고 차창을 열고 고개를 내민 체 그 자에게 말했다.

“뭐하는 짓입니까? 비키세요.”

하지만 그 자는 두 팔을 벌리고 입구를 막아 선체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현수는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자에게 다가갔다.

“왜 이러시는 거죠?”

현수가 묻자 그자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너 강현수 맞지?”

“네. 그런데요?”

“너 나하고 어디 좀 같이 가 줘야겠다.”

“어디요?”

“그건 알거 없고.....”

그때 그 자가 안주머니에서 잭나이프를 꺼냈다.

착!

그리고 바로 날카로운 칼날이 튀어 나왔는데 그 녀석은 그걸 들고 곧장 현수에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잭나이프를 바로 찔러 들어오지 않는 걸로 봐서 어떡하든 현수를 제압하려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현수는 일단 가만있어 봤다.

슥!

녀석의 현수에게 바짝 들러붙으며 잭나이프를 현수의 배에 갖다 댔다.

“움직이면 배때기에 구멍 난다.”

녀석이 친절하게 안 해줘도 될 설명을 해 주었다.

“저쪽으로 가.”

녀석이 턱짓으로 주차장 구석 쪽을 가리켰다. 하지만 현수는 꿈쩍하지 않았다. 동시에 3서클 마법인 스킨스톤(Stone skin) 손바닥에 걸었다.

“허어. 이 새끼가.....”

장준하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현수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기 위해서 잭나이프를 슬쩍 그의 배에 찔러 넣었다.

“응!”

그런데 잭나이프가 뭔가에 붙잡힌 듯 꼼짝도 안 했다. 그제야 장준하가 시선을 아래로 내렸는데 그때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럴 것이 강현수가 한 손으로 그의 잭나이프를 쥐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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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스톤(Stone skin)마법으로 손바닥을 돌처럼 만든 현수는 자기 배에 닿아 있는 잭나이프를 손으로 잡았다. 그러자 곧 그 자가 잭나이프를 앞으로 쑥 밀었다. 그렇다는 건 그 자가 잭나이프로 현수를 찌르려 했단 소리였다. 순간 현수의 얼굴이 싸늘하게 변했다.

그때 그 자가 고개를 숙였고 현수가 자신의 잭나이프를 손에 쥐고 있는 걸 보고 놀란 얼굴 표정을 지었다.

“사람 좀 찔러 봤나 보네?”

현수가 그 말을 하며 동시에 잭나이프를 쥐지 않은 팔을 움직였다.

퍽!

“억!”

그대로 직선으로 내 뻗은 현수의 주먹에 얼굴을 맞은 그 자가 비틀 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황당하단 눈으로 현수를 쳐다보았다. 그럴 것이 그의 손에는 잭나이프가 들려 있지 않았다.

되레 현수의 손에 그의 잭나이프가 쥐어져 있었다. 그것도 손잡이가 아닌 칼날을 말이다. 현수가 바로 그자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누가 보냈어?”

“이런 씨팔..... 왜 아직 안 오는 거야?”

그 자가 재빨리 주위를 살폈다. 그 모습에 현수는 이 자 말고 다른 자들이 더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다행히 주차장 주위로 사람이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주위에 CCTV가 보였다. 그런데도 백주 대낮에 저 놈은 현수에게 칼을 겨눴다. 현수는 저 놈이 보통 놈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곧 나타날 다른 놈들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왔다.”

그때 그 자가 한쪽을 쳐다보고 외쳤다. 현수도 시선을 그쪽으로 돌리자 인상 더럽게 생긴 세 명의 남자들이 우르르 이쪽으로 뛰어오는 게 보였다.

현수는 그 자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자신에게 칼질을 한 녀석에게 먼저 몸을 날렸다. 시선을 딴 쪽에 두고 있던 그 자는 현수가 바짝 다가와서야 놀라며 몸을 빼려했다.

퍽!

하지만 그때는 현수의 주먹이 그자의 복부에 틀어박힌 뒤였다.

“커헉!”

그자가 현수를 향해 90도로 허리를 굽힐 때 여전히 손에 잭나이프를 쥐고 있던 현수의 팔꿈치가 그자의 뒤통수를 강하게 내려쳤다.

빡!

털썩!

뒤통수를 가격 당하는 순간 그 자는 정신을 잃고 길바닥에 엎어졌다. 그자가 꼬꾸라지고 나자 현수 앞에 인상 더럽게 생긴 3명의 남자들이 도착했다. 현수는 뛰어오느라 지쳐 헥헥 거릴 때 들고 있던 잭나이프를 차폐식재 된 관목사이로 휙 던져 버렸다.

“헉헉헉헉! 씨발. 이게 뭔 짓거리람.”

그 3명의 남자 중에서 제일 인상 더럽게 생긴 놈이 호흡을 고르며 현수 앞에 엎어져 있는 자를 쳐다보고 말했다.

“싸움 좀 하는 모양이네? 병신 새끼. 그 사이를 못 버티고...... 보아하니 좋게 말로 하긴 틀린 거 같고.”

녀석이 두 주먹을 가볍게 말아 쥐더니 현수에게 고개를 까닥거리며 말했다.

“드루와!”

녀석이 똥폼을 잡았다. 순간 현수가 움직였다.

파팟!

퍽!

동양챔피언의 풋 워크에다가 전광석화와 같은 잽에 녀석의 고개가 휙 젖혀졌다. 그래도 맷집은 있는지 주춤 거리거나 뒷걸음질을 치진 않았다. 현수는 그렇게 간단히 한 주먹 먹이고 바로 뒤로 물러났다.

주르르!

녀석의 코에서 코피가 흘렀다.

“피?”

녀석이 코피가 터진 걸 손으로 닦으며 확인하더니 눈을 까뒤집었다.

“이런 씹 새끼. 너 이리 와.”

들어오랄 땐 언제고 자신이 한 말은 생각도 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놈은 미친 들소처럼 현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상대도 상대 나름이다.

하용태는 깡 하나는 동구파 조직 내에서도 최고였다. 웬만큼 맞아도 녀석은 아픈 척도 하지 않았다. 그게 깡생깡사 하는 하용태였다.

보통 사람은 그런 깡을 접하면 두려워하거나 겁을 집어 먹는다. 하지만 현수는 아니었다.

그에게 하용태는 맞고 싶어 환장한 그런 미친놈일 뿐이었다. 미친놈에게는 매가 약인 법이었다.

퍽! 퍼퍽! 퍽!

하용태가 현수에게 접근하면서 얻어맞은 주먹은 딱 4방이었다. 첫 주먹은 아래 턱, 그 다음은 좌우 관자노리, 그리고 마지막 주먹은 녀석의 명치에 틀어 박혔다.

“컥!”

특히 마지막 4번째 현수의 주먹에 명치를 맞는 순간 하용태는 숨을 쉴 수 없었다. 그리고 머리가 핑하니 돌더니 해까닥 의식의 끈을 놓았다.

털썩!

“형님!”

녀석의 뒤쪽 두 동구파 조직원들이 잘린 고목나무가 맥없이 쓰러지듯 선 체 그대로 길바닥에 꼬꾸라지는 하용태를 보고 기겁해서 소리치며 달려왔다.

현수는 아무 방비 없이 달려오는 두 순진한 녀석들을 향해 감사의 인사말을 몸으로 전했다.

휘리릭!

퍽! 퍽!

현수의 돌려차기 두 방에 정확히 관자노리를 맞은 두 녀석들도 하용태 처럼 그대로 선체 차렷 자세로 땅바닥에 나란히 꼬꾸라졌다.

터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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