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리그 -->
현수는 센터백 이기찬을 이해가 안 된다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심재국은 뻔한 축구를 했다. 때문에 상대 팀에서 가장 상대하기 쉬운 선수로 심재국을 꼽을 정도였다. 심재국은 전방에 찔러 주는 스루패스와 중앙에서 달려들어서 때리는 중거리 슛이 일품이었다.
그러니까 그 두 개만 막으면 심재국은 별거 아닌 선수란 소리였다. 그런 걸 주장인 이기찬이 몰랐다?
‘뭔가 사정이 있군.’
현수는 아까부터 이기찬이 보여준 물러터진 모습이 사실은 심재국을 비호하는 행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기찬이 왜 심재국을 비호할까? 이유는 간단했다.
‘심재국에게 뭔가 책잡힌 게 있군.’
이기찬이 현수에게 말하지 않는 한 그게 뭔지 알 길은 없었다. 그리고 사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다고 달라 질 건 없었으니까. 하지만 현수는 적어도 심재국이 자기 대신 U리그 본선에 뛰거나 아님 윤성찬이 경기에 뛰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후반전을 채 10분도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 현수는 이명신 감독에게 다가갔다.
“감독님?”
“어. 그래 현수야.”
이명신 감독은 현수를 보고 사람 좋은 얼굴로 웃었다. 그도 U리그 본선에서 소기의 성적을 거두려면 현수가 없으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저 주전 팀에서 뛸게요.”
“응? 지금 말이냐?”
이명신이 썩 내키지 않은 얼굴로 현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현수의 뜻은 확고했다.
“네. 그래도 주전 팀인데 이대로 지게 둘 순 없잖아요. 한 골이라도 넣어야죠.”
“크음. 뭐 그렇긴 한데. 주전 녀석들이란 게 비 주전들에게 저렇게 쩔쩔 매서야.....”
이명신은 영 주전 선수들이 탐탁지 않은 듯 고개까지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럼 저 교체해서 들어가겠습니다.”
“뭐.... 그러던지.”
이명신이 영 못 마땅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리자 현수가 터치라인 쪽으로 가서 주전 팀의 중앙미드필더를 보고 있던 1학년 배성재에게 외쳤다.
“성재야!”
현수의 외침에 배성재가 그를 쳐다보다 현수가 손짓으로 교체 사인을 넣었다. 그러자 배성재가 쪼르르 현수가 있는 터치라인 쪽으로 뛰어나왔다.
“수고했다.”
“네. 선배. 고생하십시오.”
현수는 배성재와 하이파이브를 한 후 그라운드로 뛰어 들어 갔다. 현수의 등장에 주전 팀의 사기는 바로 올라갔고 반면 비 주전 팀은 사기가 급락했다.
그럴 것이 연신대를 U리그 본선과 FA컵 16강 진출 시킨 장본인 바로 강현수란 걸 모르는 연신대 선수는 없었으니까. 그때 심재국이 고래고래 소리쳤다.
“기죽을 거 없어. 한 놈 바뀐 다고 경기가 뒤집어 지진 않아.”
그 소리를 듣고 현수가 피식 웃었다. 심재국만 몰랐다. 그 동안 연신대가 어떻게 축구를 해 왔는지 말이다. 현수는 그걸 알려 주기 위해서 손을 들었다. 마침 공은 주전 팀 수중에 있었다. 그래서 바로 현수에게로 공이 굴러왔다.
현수는 그 공을 가볍게 발을 갖다 대며 멈춰 세워 놓고 큰 소리로 외쳤다.
“공격수들 뭐하는 거야? 빨리 안 올라 가!”
현수의 외침에 연신대의 투톱인 나진목과 고동찬이 각기 비 주전 팀 진영 좌우로 빠르게 올라갔다. 그걸 보고 심재국이 소리쳤다.
“사람 잡아. 자기 자리만 잘 지켜. 그럼 절대 골은 안 들어간다.”
심재국의 외침이 효과를 발휘 한 듯 비 주전 팀 선수들의 움직임이 긴밀해졌다. 그걸 보고 심재국의 흡족해 할 때였다.
툭툭!
강현수가 직접 공을 몰아 하프 라인을 넘어 비 주전 팀 진영으로 들어왔다. 그걸 본 심재국이 앞쪽을 향해 외쳤다.
“타이트 하게 밀착 마크 하라고.”
그러자 전방의 공격수들이 현수에게 공을 뺏으려고 덤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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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하프 라인을 넘기 전에 머릿속에 카멜레온 축구복을 떠올리자 마법 아이템 창이 눈앞에 떴다.
[마법 아이템- 카멜레온 축구복(스킬 장착형)]
축구 기술이 장착 가능한 아이템이다.
1. 장착 스킬: 인사이드 드리블, 백숏, 마르세유 턴, 펜텀 드리블, 라보나 페이크(Ravona fake), Farfusio, 대포 슛, 무 회전 슛, 타킷 적중 프리킥, 공만 살짝 터치 태클, 바나나 킥, 타깃 맨 센터링, 타깃 맨 크로스, 정확한 얼리 크로스, 다이빙 헤딩, 몸싸움 뿌리치기
2. 유료 스킬(프리미엄): 언제든 구매 가능.
V자 드리블(+10,000), 플립플랩(+20,000), 크루이프 턴(+20,000), 시저스 킥(+20,000), 힐 스넵(+10,000), 스텝 오브 콤보(+20,000), 스텝오브 백 힐(+10,000) ............... 정확한 힐 킥(+10,000), 라보나 킥(+20,000), 불꽃 슛(+10,000), 뒤에 눈 달린 힐 킥(+10,000), 정확한 발리킥(+10,000).......정확한 땅볼 크로스(+10,000), 감각적인 뒷공간 패스(+10,000), 한방에 롱 패스(+10,000), 크로스 오버 턴(+10,000),원 바운드 헤딩(+10,000), 백 헤딩(+10,000), 사각지대 헤딩(+20,000)......... 순식간에 공 뺏기(+20,000), 패스 가로채기 태클(+10,000), 파워 태클(+10,000), 태클로 공만 쏙 빼내기(+20,000), 지저분한 몸싸움(+20,000) ............
현수는 카멜레온 축구복에 장착 된 스킬들을 눈에 담았다. 그리고 공을 툭툭 차고서 하프 라인을 넘었다. 그때 정면의 심재국이 그의 눈에 보였다. 심재국 역시 현수를 발견하고 소리를 내질렀다. 그러자 비 주전 팀의 공격수 둘이 현수에게 달려들었다.
“어딜....”
파파팟!
현수의 현란한 드리블에 비 주전 팀의 두 공격수가 맥없이 돌파를 당했다. 현수가 카멜레온 축구복에 장착 된 백숏과 마르세유 턴을 섞어 쓰면서 두 공격수를 농락하듯 돌파해 버린 것이다.
“헉!”
비 주전 팀의 두 공격수들은 자신들이 눈앞에서 당해 놓고도 믿기지 않은 듯 멍하니 서 있었다. 그 사이 현수는 공을 치고 비 주전 팀 진영으로 더 깊숙이 들어갔고 말이다.
그런 현수를 쫓아서 좌우로 주전 미드필더 김석진과 임호룡이 따라 왔고 심재국이 현수에게 달려 들 때 현수는 가볍게 툭 옆으로 공을 찼다.
그 공을 임호룡이 받아서 비 주전 팀 진영 페널티에어리어 안으로 침투해 들어갔다.
그때 심재국이 현수의 유니폼을 거칠게 잡아채며 현수가 안으로 침투해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넌 못가.”
심재국도 어디서 들은 얘기는 있는 모양이었다. 자신의 역할은 현수만 막으면 된다는 듯 아주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현수는 그가 알던 예전의 현수가 아니었다.
퍽!
“큭!”
현수가 팔꿈치로 교묘하게 심재국의 명치를 치고는 옆으로 빠져 들어갔다.
급소인 명치를 가격 당한 심재국은 짧은 비명성과 함께 잡고 있던 현수의 유니폼에서 손을 놓았다.
그 사이 유유히 그의 옆을 지나친 현수가 빠르게 페널티에어리어 안으로 뛰어 들어갈 때 우측에서 임호룡이 센터링을 올렸다.
파앗!
현수는 혼전 중인 페널티에어리어에서 달려 온 탄력을 그대로 이용해서 높이 솟구쳐 올랐다. 그때 임호룡이 센터링 한 공이 현수 머리에 맞았다.
현수는 공중에서 정확히 이마에 센터링 된 공을 맞췄다. 그리고 골대를 향해 머리를 틀었다.
공은 골대를 살짝 벗어 날 것처럼 보였는데 골대 앞에서 힘을 잃고 밑으로 뚝 떨어졌다.
“어어!”
비 주전 팀 골키퍼가 놀라서 허리를 젖히며 팔을 뻗었지만 공은 이미 골대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와아아아아!”
현수가 들어오자마자 바로 만회골을 터트리자 주전 팀 선수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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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곧장 비 주전 팀 골대로 들어가서 공을 챙겨 들고 하프라인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공을 센터서클 한 복판에 갖다 놓고는 큰소리로 외쳤다.
“한 골 더 넣자!”
그러자 그의 주위 주전 선수들이 일제히 외쳤다.
“연신대. 파이팅!”
굳은 얼굴의 비 주전 팀의 선축으로 청백 시합이 재개 되었다. 남은 시간은 5분여 남짓. 현수에게 한 골을 허용한 뒤 비 주전 팀은 크게 위축이 된 듯 2선에서 계속 공을 돌렸다. 그러자 현수가 게겐프레싱을 걸었다.
“앗!”
달리 주전이 아니란 듯 미드필더 싸움에서 주전 미드필더 김석진이 비 주전 미드필더로부터 공을 뺏어 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연신대의 중앙 미드필더인 현수에게 공을 패스했다.
공을 받은 현수가 또 다시 툭툭 공을 치고 비 주전 팀 진영으로 넘어 오자 심재국이 시끄럽게 소리쳤다.
“무조건 막아. 빨리 태클을 하란 말이야.”
심재국이 떠드는 소리를 들은 비 주전 팀의 공격수가 어설프게 현수에게 태클을 가해 왔다.
휙! 사삭!
하지만 현수는 공을 빼놓고 자신을 향해 태클을 걸어 온 비 주전 팀 공격수의 다리를 훌쩍 뛰어 넘었다. 그 다음 착지와 동시에 공을 앞으로 툭 차 놓고 뛰기 시작했다. 현수는 폭주하는 기관차 마냥 앞으로 질주 했고 그런 그의 앞을 비 주전 팀의 중앙 미드필더인 심재국이 막아섰다. 하지만 심재국의 실력으로는 현수가 카멜레온 축구복에 장착한 드리블 스킬을 막아 낼 수 없었다.
“헉!”
현수의 현란한 라보나 페이크(Ravona fake)에 심재국은 아무 대응도 하지 못했다. 뒤 늦게 손을 뻗어 현수의 유니폼이라도 잡으려 했지만 현수는 벌써 그를 지나쳐서 두 어걸음 전진한 뒤였다.
“막아!”
비 주전 팀의 센터백과 풀백이 현수 앞을 막아섰다. 하지만 그 둘로도 폭주 기관차를 막지는 못했다.
휘휙! 파파팟!
인사이드 드리블에 이은 백숏에 비 주전 팀의 센터백과 풀백도 맥 없이 뚫렸다. 그리고 뒤이어서 터져 나온 폭음소리!
뻥!
축구공이 터진 듯 소리를 내며 골대를 향해 쭉 뻗어 나갔다. 현수의 대포슛이 터져 나온 것이다.
비 주전 팀 골키퍼가 다급히 공의 방향을 보고 몸을 날렸지만 공이 골대를 들어간 뒤였다.
철썩!
골대의 골망을 가른 공이 데구루루 골대 밖으로 굴러 나왔는데 그걸 또 현수가 챙겨들고서는 몸을 돌려 하프라인으로 뛰어갔다.
현수는 동점골을 넣은 자신을 축하해 주러 뛰어오는 주전 선수들을 피해서 센터서클로 갔고 그라운드 한 가운데 공을 놓았다. 그리곤 중앙미드필더인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서 서서 외쳤다.
“자자. 한 골 더 넣고 끝내자.”
현수의 외침에 바로 주전 선수들이 호응해서 외쳤다.
“연신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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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가 들어가고 채 10분도 되지 않아서 두 골이 터지면서 주전 팀과 비 주전 팀은 2대 2 동점 상황이 되었다.
“이런 빌어먹을....”
오늘 청백 시합에서 주전 팀을 완전 엿 먹이려 했던 심재국의 의도가 완전 틀어져 버린 것이다.
“이게 다 저 새끼 때문이야.”
심재국이 곧 잡아먹을 뜻 현수를 쏘아보았지만 현수는 끄덕도 않고 오히려 비웃듯이 그를 보고 실실 웃었다.
“저, 저.....”
그걸 본 심재국의 얼굴이 시뻘게 졌을 때 비 주전 팀의 선축으로 시합이 다시 재개 되었다.
이번에도 비 주전 팀은 2선에서 공을 돌리다가 주전 팀이 강하게 프레싱을 걸어오자 아예 공을 수비진에 넘겼다. 그러자 주전 팀의 두 공격수 나진목과 고동찬이 비 주전 팀의 수비 진에 악착같이 달려들었다.
비 주전 팀의 수비진은 공을 받자마자 바로 패스를 했는데 센터백이 오른쪽 수비수에게 공을 받아서 그 공을 왼쪽 수비수에게 차면서 외쳤다.
“골키퍼에게 넘겨.”
왼쪽 수비수는 차분히 그 공을 받아서 골키퍼에게 패스를.....
툭!
데구르르!
“헉!”
왼쪽 수비수의 발에 비껴 맞은 공이 맥없이 골대 쪽으로 굴러갔다.
파파팟!
주전 팀 왼쪽 전방 공격수 나진목은 이게 웬 떡이냐며 득달같이 쇄도해 들어갔고 골대쪽으로 굴러 가던 공에 퍼스트 터치를 했다. 바로 그때 다급히 골에어리어에서 뛰어나온 골키퍼가 나진목을 향해 몸을 던졌고 나진목은 차분히 골키퍼 가랑이 사이로 공을 찼다.
그 사이 나진목과 골키퍼가 뒤엉켜 쓰러졌는데 공은 그대로 굴러서 골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허어!”
비 주전 팀 선수들은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수비수의 백 패스는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자칫 지금처럼 대 참사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말이다.
“야 이 씨발 새끼야!”
안 그래도 성질 더러운 심재국이 상대 공격수에게 킬 패스를 넣어 준 거나 마찬 가지인 왼쪽 수비수를 향해 대 놓고 욕을 퍼부었다.
비 주전 팀의 왼쪽 수비수 윤성찬은 반쯤 넋이 나간 체 자신의 다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분명 안정되게 공을 받았고 제대로 공을 보고 골키퍼를 향해 공을 찼다. 그런데 그의 다리가 공을 차는 순간 갑자기 뻣뻣하게 굳었다. 그러면서 공이 발에 비껴 맞았고 골대를 향해 천천히 굴러갔다.
‘어째서.....’
허탈한 얼굴로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보고 서 있는 윤성찬을 보고 현수가 피식 웃었다. 윤성찬이 공을 그렇게 찬 건 다 현수의 마법 때문이었던 것이다.
윤성찬이 골키퍼에게 공을 차려 할 때 현수가 홀드(Hold)마법으로 일시적으로 그의 차는 발을 굳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윤성찬이 제대로 공을 차지 못하고 골대로 공이 굴렀고 그 걸 나진목이 놓치지 않고 쇄도해 들어가서 골로 연결시켰다.
현수로써는 추가 골을 넣어서 좋았고 또 비 주전 팀에서도 윤성찬을 궁지로 내 몰 수 있게 되었다.
“얼마나 더 버티나 두고 보자.”
현수는 윤성찬이 제 발로 축구부를 떠나길 바랐다. 하지만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되는 게 꿈인 녀석이 이 정도에 쉽게 축구부를 떠날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래도 오늘 만큼은 녀석도 축구를 때려치우고 싶을 터였다. 저 성질 더러운 심재국 때문에 말이다.
삐익!
후반전 시간이 다 되자 감독인 이명신이 호루라기를 길게 불었다. 청백 시합이 끝난 것이다.
3대 2!
주전 팀의 역전승이었다. 현수는 심재국이 바득 이를 갈며 윤성찬에게 가는 걸 보고 기분 좋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