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리그 -->
청백 시합은 전 후반 30분, 하프 타임 10분으로 치르기로 했다. 심재국이 이명신 감독 앞에 청백 시합을 치를 선수 명단을 건네며 말했다.
“이렇게 짜 봤습니다.”
이명신 감독이 그 명단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주전 멤버와 비 주전 멤버 간의 청백 시합이었다.
이 청백 시합으로 그간 주전 멤버의 기량이 얼마나 향상 되었는지 지켜 볼 수 있을 터였다. 그때 이명신 감독이 주전 멤버 중에 한 선수를 손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현수는 오늘 막 팀에 복귀했는데 시합 뛰게 하긴 좀 그렇지 않아?”
“하지만 현수가 빠지면 주전 팀이.....”
“1학년 중에 배성재라고 있지? 그 애를 현수 대신에 넣어.”
강현수에 관한 이명신 감독의 신임은 맹목적이었다. 그래서 심재국도 감히 그 선을 넘지는 못했다.
“알겠습니다.”
그래도 강현수를 빼고는 심재국이 계획했던 대로 이뤄졌기 때문에 그는 일단 물러났다. 그리고 축구부원들에게 청백 시합에 뛸 선수들의 명단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10분 뒤 주전 멤버와 비 주전 멤버간의 청백 시합이 시작 되었다.
“패스!”
“야야! 사람 잡아!”
처음엔 주전 멤버들이 우세하게 경기를 이끌어 갔다. 하지만 전반이 끝나갈 무렵 주전 선수들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영수야!”
그때 비 주전 팀의 미드필더에서 깨끗한 스루패스가 전방으로 연결 되었다. 심재국이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제법 정확하게 공을 차 준 것이다.
그 공을 비 주전 팀의 공격수 이영수가 잘 트래핑 해서는 패널티어에어리어로 진입해 들어갔다. 그런 이영수 앞을 주전 팀 센터백 이기찬이 막아섰다.
이영수는 바로 이기찬을 돌파해 들어갔고 이기찬은 이를 악물고 그를 막았지만 이미 다리가 풀려 버린 그로서는 체력이 남아돌아 펄펄 나는 이영수를 막지 못했다. 그렇다고 패널티어에어리어 안에서 반칙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뻥!
이영수는 이기찬을 돌파하자마자 바로 골대를 향해 공을 찼다. 공은 골키퍼 정면으로 날아갔는데 방주혁이 허겁지겁 그 공을 펀칭했다. 그런데 그 펀칭한 공이 다시 이영수에게 날아갔고 이영수가 머리로 가볍게 공을 방향만 틀어 놓았다.
퉁! 퉁!
공은 두 번 바운드 된 뒤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비 주전 팀이 선제골을 터트린 것이다.
역모션의 방주혁은 꼼짝도 못하고 선 체 골을 먹었다.
“에이 씨..........”
“우와아아아!”
방주혁이 신경질 적으로 욕을 하면서 골대 안에 들어 간 공을 걷어 찰 때 심재국과 비 주전 팀 멤버들은 폴짝폴짝 뒤고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들 했다. 하지만 그걸 지켜보고 있던 이명신 감독은 벌레 씹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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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헉헉!”
전반전이 끝나고 다들 지친 기색이 역력한 주전 팀에 이명신 감독이 다가갔다.
“너희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훈련을 그렇게 했는데 왜 이렇게 형편없어 졌어? 허어. 그 참, 비 주전 팀에게도 밀리고 말이야. 이러고도 너희가 주전 멤버라고 할 수 있겠어?”
이명신이 주전 팀 선수들을 대 놓고 힐난했다. 그러자 주전 선수 중 몇 명이 욱한 마음에 뭐라고 하려 할 때 주장인 이기찬이 나섰다.
“죄송합니다. 후반전엔 꼭 만회하도록 하겠습니다.”
“에잇! 주전을 바꾸던지 해야지.”
이명신은 곧장 비 주전 팀으로 갔다. 그리고 그들을 칭찬했다. 특히 그들을 이끌고 있는 심재국을 극찬했다.
“재국아. 역시 너답다. 비 주전 팀을 이끌고 주전 팀을 리더하다니 말이야.”
“이게 다 여기 있는 비 주전 선수들이 열심히 뛰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감독님께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십시오.”
“다시 생각해?”
“그렇습니다. 주전도 못하면 그 자리를 내 놔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심재국의 말에 주전 선수들이 발끈했는데 그 역시 이기찬이 나서서 만류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명신이 그 말에 혹했단 점이었다.
“으음. 그래. 틀린 말도 아니야. 영원한 주전은 없는 법이니까. 열심히들 해 봐. 내가 봐서 주전으로 경기 나가도 될 거 같으면 너희들도 주전으로 뛸 수 있게 기회를 줄 테니까.”
“고맙습니다. 감독님.”
“죽어라고 뛰겠습니다.”
현수는 그런 축구부의 천태만상을 벤치에서 전부 지켜보고는 코웃음을 쳤다. 심재국의 의도가 훤히 다 엿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바보처럼 당하고만 있는 주장 이기찬도 짜증이 났고 말이다.
현수가 볼 때 주장 이기찬은 너무 물렀다. 심재국 같은 놈은 선배 대우를 해주면 밑에 후배를 더 깔아뭉개고 이용만 해 먹으려 들었다. 그걸 알았기에 작년에 현수는 심재국과 매번 부딪쳤고 여러 번 싸움까지 났었던 것이다.
“재미있네.”
현수는 당장 자신에게 피해가 없자 현 상황을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심재국과 윤성찬은 성향이 비슷했다. 실력도 없는 것들이 주전으로 뛰려고 하는 걸로 말이다. 하지만 그 결과가 어떨 거란 것까지 그들은 몰랐다.
축구란 스포츠는 지연, 학연, 그리고 돈이 연관 되면 망조로 접어들었다. 현수가 볼 때 그건 당연한 결과였다.
축구는 오로지 실력이 모든 걸 증명했다. 다른 게 개입 되면 결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었다.
당장 대한민국 축구를 보아도 알 수 있었다. 2002년 월드컵 이후 대한민국 축구는 발전이 없이 답보 상태였다. 그에 비해 다른 나라의 축구는 눈부시게 발전을 했고 말이다.
그 결과 국가 대표 A매치에서 한국은 저조한 성과를 냈고 국민들은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툭하면 나오는 소리가 감독 경질이었다. 감독 바꾼다가 갑자기 못하는 축구가 잘해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연신대 축구부도 마찬가지였다. 심재국과 윤성찬 같은 놈들이 저런 식으로 주전을 꿰찬다고 봤을 때 과연 U리그 본선에 출전하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 동안 현수가 있어서 본선까지 겨우 올라간 연신대 였다. 현수에다가 주전 멤버들까지 빠진 상태라면........
참담한 결과가 나올 거라 현수는 확신했다. 아마도 연신대는 본선에서 바로 광 탈락할 게 불을 보듯 자명했다. 물론 현수가 그걸 그냥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을 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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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오전 전경련 모임을 마치고 곧장 원주 반도체 공장 시찰에 나선 삼정그룹 유정만 회장은 이동 중에 비서실장으로부터 아침에 지시 내린 사항을 보고 받았다.
“그러니까 혜란이가 도움을 받았다는 그 녀석이 혜란이와 가장 많이 만난 자란 말이지?”
“그렇습니다. 혜란양은 삼정물산에 다니는 관계로 일 밖에 모른 상탠데 유독 이성으로 그 자만 만난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습니다.”
“그럼 그 자가 혜란이에게 무슨 영향을 준 게 맞을 거 같군. 근데 그 자가 아직 학생 신분이라고?”
“그렇습니다. 이름은 강현수. 나이는 22살이고 현재 연신대 축구선수로 있습니다.”
“축구선수?”
“네. 알아보니 제법 전도유망한 선수인 모양입니다. 저희가 후원하고 있는 수원FC에서도 그 선수를 영입하려고 준비 중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집안은?”
“그게..... 고아원 출신입니다.”
“으음. 그런데 축구선수가 씨큐리티의 경호원들을 박살내 놨다고?”
“싸움을 상당히 잘 하는 모양입니다. 씨큐리티에 쪽에 알아보니 윤 사장이 그 친구를 직접 영입하러 나선 것 같더군요.”
“윤 사장이? 그렇다면 싸움도 축구만큼이나 잘 하는 모양이군. 아니지. 그 아일 그렇게 바꿔놨다면 다른 뭔가가 더 있을 수도 있겠고...........”
“어떻게 할까요?”
“일단 두고 보지.”
“하지만 평창동에서 가만있진 않을 텐데요?”
“사람은 붙여. 그리고 그 친구 위기에 처하면 구해주고. 아님. 계속 지켜보기만 하라고 해. 물론 보고는 계속 하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럼 그 일은?”
“씨큐리티에 맡겨. 윤 사장의 반응도 지켜보고 재미있겠어.”
“네. 그럼 그렇게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평창동 말인데......”
잠시 생각에 잠겼던 유정만 회장이 말을 이었다.
“그 여자의 손발을 좀 잘라 놓을 필요가 있겠어.”
“손발을 말씀이십니까?”
“그 여자 측근들부터 뒤를 캐 봐. 그리고 나오는 게 있으면...... 법의 심판을 받게 해. 그럼 그 여자도 느끼는 게 있을 거야.”
“하지만 그럴 경우 자칫 주위가 시끄러워 질 수 있습니다.”
“괜찮아. 그 나이 먹으니 얼굴도 두꺼워 지더군.”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첫째 도련님과 둘째 도련님께서 가만 계시지 않으실 텐데요?”
“그 놈들도 깨달을 때가 됐어. 이 자리가 그저 주어지는 자리가 아니란 걸 말이야.”
“그러시다면.....”
“혜란이를 중용할까해. 그 애가 맡으면 좋을 만한 데가...... 으음. 삼정 백화점 어때?”
“정, 정말 그렇게 하시려고요?”
비서실장이 꽤나 놀란 얼굴로 유정만 회장을 쳐다보았다.
“대충 그 어미와 먹고 살 정도 주식을 주고 끝내려 했는데 말이야. 싹수가 보여. 그렇다면 기회는 줘 봐야 하지 않겠어?”
유정만 회장이 유혜란에게서 뭔가 가능성을 발견했단 소리였다. 사람 보는 눈이라면 누구보다 정확한 유정만 회장이었다. 그가 그렇게 결정 했다면 향후 모든 건 그의 뜻대로 이뤄질 터였다.
“발령은 언제로.....”
“시간 끌 거 있나? 내일 바로 발령 내. 직위는 삼정 백화점 부 사장이 좋겠군.”
현 삼정 백화점 사장은 유정만 회장의 장남 유희권의 부인이 맡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장 바로 밑에 유혜란을 보낸다?
아마 내일부터 그간 조용했던 삼정가에 평지풍파가 거세게 일어 날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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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구는 광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다. 그는 다른 건 못해도 싸움하난 기막히게 잘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광주 전역의 고등학교를 평정하고 광주 토종 조직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사나이가 태어났으면 서울로 가야지.”
하지만 그 제의를 거절한 김동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바로 불알 두 쪽 차고 서울로 상경했다. 김동구는 싸움 말고도 제법 의리도 있어 그를 따르는 똘마니들이 제법 되었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동구파를 결성했다. 그런데 문제는 밥벌이가 안 된다는 점이었다.
그 넓은 서울 바닥에 그들이 있을 곳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우연히 범서구파의 2인자로 불리는 제종환을 소개 받게 되었다.
제종환은 김동구에게 몇 가지 일을 시켰고 그때마다 입에 풀칠 할 정도의 수고비를 주었다.
“동구형! 진짜로 그 자만 믿고 있어도 되는 거야?”
“전국구 조직의 2인자다. 현재로서는 그 자 밑에서 이렇게 잔일이나 하며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게 나아.”
알고 보니 서울은 무서운 곳이었다. 동구파라고 왜 자신의 구역을 가지고 싶지 않았겠는가?
그래서 몇 차례 잘 나가는 유홍업소에 접촉을 시도했는데 그 결과 서울 조직이 쳐 둔 함정에 빠져서 다 죽을 뻔했다.
다행히 그들을 묻으려는 서울 조직 안에 김동구의 학교 선배가 있어서 살았지 아니었으면 김동구를 비롯한 그 밑에 동구파 조직원 모두 산에 암매장 당했을 터였다.
서울의 조직들은 그들 생각보다 훨씬 더 체계적인 조직망과 많은 조직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서울의 조직들은 지방에서 올라 온 조직 따위가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그런 조직들이 아니었다. 때문에 동구파 역시 그런 거대 서울 조직 중 한 곳 밑에서부터 조직을 키워 나갈 수밖에 없었다.
김동구는 그 거대 서울 조직 중에서 범서구파를 선택했고 그곳 2인자 제종환의 신임을 얻기 위해 무슨 일이든 다 했다. 그러던 차에 김동구가 제종환으로부터 괜찮은 제안 하나를 받았다.
“그러니까 그 대학생 놈만 처리해 주면 서울 외곽에 우리 구역을 떼어 준다고 했다고요?”
“그렇다니까.”
“하하하하. 동구형님의 그간 노력이 헛고생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동구파는 대학생 하나 묻는 걸 일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그 동안 그들이 처리해 온 일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그들은 제종환이 그냥 나와바리를 뚝 떼어 주기 그러니 형식적으로 대학생 하나를 처리하라고 시킨 줄 알았다.
“용태야. 네가 애들 3명 데려 가서 오늘 밤 그 놈 묻고 와라.”
그래서 동구파에서 가장 실력이 떨어지는 하용태에게 그 임무가 맡겨졌다.
“알겠습니다. 형님.”
동구파 안에서도 가장 과격한 성격의 용태였지만 그 만큼 사람 겁주는데 일가견이 있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이미 몇 차례 산사람을 산에 묻어 본 경험도 가지고 있었기에 동구파 보스 김동구는 하용태가 이번 일은 무난히 처리해 줄 거라 여겼다.
“조용히 처리하는 거 알지?”
“물론입니다. 쥐도 새도 모르게 잡아다가 묻고 오겠습니다.”
하용태는 동구파 밑에 애들 중 특히 삽질을 잘하는 녀석으로 다가 3명을 뽑아서 연신대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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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간의 휴식이 끝나고 연신대 축구부의 주전 팀과 비 주전 팀 간의 청백전 후반 경기가 시작 되었다.
그래도 10분간 쉬었다고 주전 팀은 초반부터 강하게 비 주전 팀을 압박했다. 이에 비 주전 팀을 이끌고 있던 중앙 미드필더 심재국은 방어 위주로 나갔다.
“뚫리지 마. 몸으로 막으라고.”
심재국의 호통에 비 주전 팀 선수들은 거의 몸으로 육탄 방어를 했다. 안 그래도 경기를 풀어 나갈 플레이 메이커가 없는 주전 팀은 공격은 하는 데 골은 넣지 못하고 괜히 헛힘만 썼다.
그러다 후반 중반이 넘어가자 주전 팀 선수들은 또 다시 지쳐서 헉헉 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심재국이 그걸 보고 기다렸다는 듯 미드필드 진을 위로 끌어 올리며 반격에 나섰다.
“받아!”
그리고 전반전 처럼 심재국의 깨끗한 스루패스가 전방으로 이어졌고 그 공을 또 다시 비 주전 팀의 공격수 이영수가 잡았다. 하지만 주전 팀도 이번엔 쉽게 골을 내어 주진 않겠다는 듯 센터백 이기찬 말고 오른 쪽 수비수 이도영이 협력해서 이영수를 막았다. 그러자 돌파가 여의치 않아진 이영수가 공을 뒤로 뺐다.
“저런....”
그걸 보고 벤치의 현수가 안타깝다는 듯 말할 때 흘러나온 그 공을 심재국이 뛰어들며 강하게 슛으로 연결했다.
앞쪽에 아무런 커버도 없는 가운데 심재국의 중거리 슛은 그대로 골대로 날아갔고 주전 팀 골키퍼 방주혁이 나름 반응은 했지만 공은 그의 손을 스치고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야아아아!”
골을 넣은 심재국이 괴성을 내질렀고 그런 그 주위로 비 주전팀 선수들이 몰려들어서 그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