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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108화 (108/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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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윤명철과 마주보고 섰다. 그런데 그 거리가 12미터 언저리. 즉 현수의 형의권 사정권 안에 윤명철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

‘이건 해보나 마나한 싸움이야.’

상대는 내공은 사용하나 그 수준이 중급에도 오르지 못한 상태였다.

‘시스템이 사도철의 수준이 나보다 위라고 했으니까 그럼 그의 내공이 상급이란 소릴까?’

하지만 현수는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너무 섣부른 생각이었다. 지금 현수만 해도 형의권 9성의 경지였다. 그 위로 10성, 11성, 12성의 경지가 있었고 말이다. 사도철은 바로 그 세 경지 중 하나 일 공산이 컸다.

[..................]

현수의 생각에 시스템에서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역시.....’

현수는 자신의 이 생각이 맞다고 거의 확신했다.

“자. 덤비세요.”

윤명철이 여전히 얼굴에 웃음기를 지우지 않은 채 현수에게 손짓을 했다. 현수가 싸움꾼의 자질을 가진 건 맞지만 그의 상대는 아니었다.

윤명철은 한 5분 정도 현수를 가지고 놀다가 진짜 싸움이 뭔지 알려 줄 생각이었다.

“그럼 갑니다.”

현수는 윤명철을 향해 몸을 날렸다. 당연히 형의권의 9성 위력이 가미 된 내가중수법이나 침투경은 사용하지 않았다.

파파파팟!

동양챔피언의 빠른 풋 워크로 순식간에 윤명철과의 거리를 좁혔다.

휙휙휙!

동시에 윤명철의 안면 쪽으로 빠르고 날카로운 쨉 3방이 날아들었다. 윤명철은 고수답게 살짝 상체를 흔들면서 여유 있게 현수의 주먹을 피했다.

현수는 그 과정에서 윤명철이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 걸 보고 역시 고수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현수는 이와 같은 고수와 싸워 본 경험자였다.

무공 고수 양동호를 상대할 때 어떻게 그를 제압했는지 생각하던 현수는 이번에는 좀 색다르게 싸워보고 싶었다. 그래서 마법은 쓰지 않고 그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무공만으로 윤명철을 상대해 보기로 했다. 왠지 그래도 이길 수 있을 거 같았던 것이다.

현수의 날카로운 쨉을 보고 윤명철이 살짝 한 걸음 뒤로 물러 날 때였다.

휘리릭!

현수의 몸이 360도 회전하며 그의 발이 어느 새 윤명철의 얼굴에 다다랐다.

“헉!”

윤명철이 기겁하며 팔을 들었다. 피하긴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빵!

윤명철이 들어 올린 팔에 현수의 발차기가 작렬하면서 제법 큰 타격 음이 울렸다.

“호오!”

윤명철은 현수의 발차기를 막은 팔이 살짝 저려 옴을 느끼고 입 밖으로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동시에 그의 몸이 조금씩 긴장하기 시작했다.

‘오랜 만이로군.’

윤명철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요 몇 년 윤명철은 현장이 아닌 사무실에서 거의 살았다. 외출을 해도 계약할 때나 접대하는 것 이외에 그가 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 나머지 시간 윤명철은 무공을 수련했다.

그래서 지금 그의 실력은 몇 년 전 현장을 떠났을 때보다 훨씬 강해져 있었다. 그런 그를 바로 눈앞의 젊은 남자가 긴장감을 갖게 만들었다. 그 만큼 상대가 강하단 소리였다. 그런데 그 뒤가 더 무서웠다.

빵! 빵! 빵!

현수의 발차기가 연속기로 윤명철을 몰아쳤다.

“크으으!”

윤명철은 막기 바쁜 가운데 팔이 찌릿하게 계속 저려 오자 이대로 당하기만 하다가는 자칫 망신살이 뻗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거 생각보다 더 괴물이군.’

윤명철은 상대가 단순히 자신의 현재 체력과 실력으로 제압하기 어려운 강적임을 직감했다. 이런 강자를 굴복 시키려면 결국 그 힘을 쓸 수밖에 없었다.

윤명철은 팔극권의 기수 식을 취하며 단전에서 그 힘을 끌어 올렸다. 그러자 그의 몸에 새로운 에너지가 생성 되면서 그의 두 눈에서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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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윤명철이 내공을 끌어 올리는 걸 보고 어디 계속 막아보라며 발차기 연속기를 이어 나갔다.

뻥! 뻥! 뻥! 뻥!

현수의 발차기가 윤명철의 가드를 연속으로 때렸다. 하지만 앞서와 달리 타격음 자체가 달라졌다. 더불어 좀 전까지 착착 감기던 발차기가 마치 샌드백을 두드린 듯 충격이 윤명철의 가드에 흡수되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내공의 힘은 대단해.’

현수는 그게 다 윤명철이 자신의 팔에 내공을 불어 넣어서 생긴 현상임 알면서도 계속 공격의 끈을 놓치는 않았다.

반면 윤명철은 내공을 사용하자 충격이 한층 완화되면서 여유를 되찾았다. 그리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현수의 연속기를 방어하며 역습의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현수도 한 번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계속 맹공을 퍼부었다.

턱!

그러다 윤명철이 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공터 끝까지 현수에게 내몰리면서 거기 벽이 그의 등에 와 닿은 것이다.

‘이런!’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어쩔 수 없지.’

결국 윤명철은 자신의 숨겨 둔 힘을 쓰기로 작정했다.

슈아앙!

현수의 빠르고 강력한 발차기가 그의 얼굴로 거침없이 날아 올 때 윤명철은 가드 대신 한 팔은 앞으로 내뻗었다.

팔차기를 손으로 잡아채려 한 것이다. 이건 무술을 아는 사람이 보면 미친 짓이라 할 만한 행위였다.

발의 위력은 팔의 3배 정도로 본다. 그런 발로 차기를 할 경우 그 위력은 주먹질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발차기를 손으로 잡는다? 자칫 팔의 관절이 꺾이거나 부러질 수 있었다.

그런 위험 속에서도 윤명철이 현수의 발차기에 손을 내 뻗을 수 있었던 건 내공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척!

“헉!”

현수는 자신의 체중까지 실린 발차기를 윤명철이 한 손으로 잡아내자 경악어린 얼굴 표정을 지었다. 물론 현수는 이럴 줄 알고 있었다. 내공의 힘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니까 말이다. 그걸 알면서도 현수가 태연히 연기를 한 건 윤명철을 방심시키기 위함이었다.

휙!

윤명철이 잡고 있던 현수의 다리를 가볍게 밀쳤다. 그러자 현수가 뒤로 다섯 걸음이나 물러났다. 윤명철은 가볍게 밀었지만 그 팔에 실린 내공의 힘은 그렇지가 않았던 것이다.

현수는 잠시 놀란 얼굴로 윤명철을 쳐다보았지만 다시 그를 향해 짓쳐 들어갔다. 그런데 방어만 하던 윤명철이 대뜸 발차기를 날려 왔다.

바아앙!

대기를 가르며 날아 든 윤명철의 발차기는 딱 보기에도 그 위력이 엄청나 보였다. 현수는 막는 건 엄두도 못 내고 몸을 옆으로 틀었다. 그때 기다렸다는 듯 윤명철의 두 손이 현수를 향해 뻗어 왔다.

내공을 사용하는 그의 두 손에 현수가 잡히는 순간 무슨 사달이 날 게 분명했다. 그래서 현수는 몸을 뒤로 빼면서 발을 내 뻗었다.

슈가각!

윤명철의 두 팔보다 현수의 두 다리가 더 길었다. 그래서 현수의 발이 먼저 윤명철의 가슴을 찼다.

퍽!

그런데 발차기를 맞은 윤명철이 탱크처럼 밀고 들어오면서 현수의 몸이 뒤로 홱 밀려났다. 현수는 연신 뒷걸음질을 쳤고 그런 현수를 윤명철이 계속 뒤쫓아 왔다. 이대로라면 현수가 윤명철에게 잡힐 수밖에 없는 상황.

그때 현수가 영리하게 몸을 살짝 숙이며 동시에 허리를 틀었다. 그리고 자신을 덮쳐 오는 윤명철을 엉덩이에 걸어서 넘겼다. 유도의 허리 후리기를 적절히 사용한 것이다.

윤명철은 현수를 붙잡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가 현수의 역습에 꼼짝도 못하고 당했다.

휘이잉!

윤명철의 몸이 허공으로 솟구쳤다가 중력의 법칙에 의해 땅바닥으로 추락했다. 하지만 그가 허공에서 몸을 틀자 유연하게 텀블링이 되면서 바닥에 안전하게 착지를 했다. 그러나 그게 바로 현수가 기다리던 타이밍이었다.

파파파팟!

윤명철을 유도 허리 기술로 던져 놓고 현수는 곧장 그가 추락할 지점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가 안착했을 때 현수는 이미 그 앞에 서 있었다.

“헉!”

윤명철이 놀란 눈으로 현수를 쳐다 볼 때 현수의 주먹이 그의 복부에 꽂히고 있었다.

퍼퍼퍼퍼퍼퍽!

현수의 주먹은 윤명철의 복부와 옆구리, 가슴, 그리고 안면으로 차례차례 틀어 박혔고 윤명철은 가드를 올리다 만 채로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내공을 사용 중이라 현수의 주먹은 윤명철에게 그리 큰 타격을 주진 못했다. 하지만 사람의 몸엔 급소란 게 있었다.

그 급소는 약하게 쳐도 아프고 데미지가 들어갔다. 그래서 그게 급소인 것이다. 제아무리 윤명철이 내공을 사용 중이라도 급소를 맞으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먼저 복부와 옆구리를 맞는 순간 그의 다리가 풀렸고 턱과 관자노리에 주먹이 꽂히자 머리가 띵하며 어지러웠다. 그래서 그는 지금껏 누구에게도 꿇어 본 적 없는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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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윤명철을 무릎 꿇려 놓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윤명철은 자신이 현수에게 당한 게 도무지 믿기지 않은 듯 멍하니 계속 무릎을 꿇은 체 있었다.

“제가 이겼죠?”

현수의 그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윤명철이 몸을 일으켰다. 내공이 벌써 그가 받은 데미지를 없애버린 뒤라 그는 멀쩡했다.

“맞아요. 제가 졌습니다.”

윤명철이 순순히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자신은 내공을 쓴 반면 상대는 내공을 쓰지 않고 자신을 무릎 꿇렸다. 명백한 패배였다. 하지만 진짜로 싸운다면 윤명철은 눈앞의 젊은 남자를 10초 안에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

좀 전에 자신이 당한 건 순전히 방심을 했기 때문이었다. 실전 이었다면 그의 다리를 잡았을 때 그 다리부터 부러트려 놓았을 터였다. 내공의 힘이라면 그게 충분히 가능했다. 하지만 그는 현수를 완벽하게 제압하길 원했고 영악한 상대는 그걸 알고 그를 유인해 끌어들였다. 그리고 윤명철은 그가 파 놓은 함정에 걸려들게 만든 것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말이다.

‘저 녀석...... 싸움에 천재다.’

윤명철은 현수에게 바로 반했다.

‘저 정도 싸움 실력이면 어디 내놔도 톱클래스다. 거기다 내가 무공을 전수한다면............’

아마 최강의 전사로 거듭 날 수 있을 터였다. 벌써부터 가슴이 벌렁거리며 흥분이 되는 윤명철이었다.

‘반드시 우리 씨큐리티에 영입해야 해.’

그래서 막 그에게 씨큐리티에 영입 제안을 하려 할 때였다.

“저 지금 약속이 있어서 가봐야 하거든요.”

그 말 후 현수가 후다닥 공터를 빠져 나갔다. 그런 그를 윤명철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바라 보다 뒤늦게 소리쳤다.

“자, 잠깐만! 내 말은 좀 듣고.......”

윤명철은 일단 현수를 쫓았다. 그런데 그의 원룸 앞에서 현수가 대뜸 웬 차에 올라타는 것이다. 그 차는 현수가 타자 바로 출발했고 말이다.

“저, 저런.....”

윤명철은 현수를 놓치고 허탈한 얼굴 표정을 지었다. 그때 그런 그의 옆으로 그의 비서가 나타났다.

“대표님. 괜찮으세요?”

비서가 보기에 윤명철은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우선 그의 슈트가 먼지투성이였고 머리 상태도 엉망이었던 것이다. 누가 보면 좀 전에 싸움이라도 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윤명철은 생각 같아서는 당장 저 차를 쫓고 싶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내저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지.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말이야.”

“네?”

그의 말에 어리둥절해하는 비서를 보고 윤명철이 말했다.

“돌아가자.”

그리곤 주차 되어 있던 자신의 차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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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희는 약속 시간 보다 10분 빨리 현수의 원룸에 도착했다. 원래라면 차는 근처에 세워 두고 그녀 혼자 차에서 내려서 원룸 앞에서 현수를 기다려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바람이 있어 날씨가 춥다며 양동호가 아예 차를 현수 원룸 앞에 대 놓았다. 그래서 사지희가 차에서 내릴 필요가 없어졌다.

“어?”

그런데 그때 현수가 나타났다. 헐레벌떡 원룸으로 뛰어오던 현수가 사지희의 차를 발견하고 쪼르르 차로 뛰어오더니 뒷좌석의 문을 열었다.

“헉헉! 일찍 왔네요?”

“네. 그, 그런데 왜....”

사지희가 현수에게 뭐라 말도 하기 전에 현수가 대뜸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운전석의 양동호를 향해 말했다.

“출발하죠?”

눈치 빠른 양동호는 누가 현수의 뒤를 쫓아오는 걸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그래서 바로 차를 몰아서 원룸 건물을 휑하니 빠져 나갔다.

사지희는 자기 옆의 현수가 거칠어진 호흡이 진정 되어보이자 그제야 그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었어요?”

“네. 누가 절 좀 귀찮게 해서요.”

“아아. 그래서 도망 다니신 거구나.”

“뭐 그런 셈이죠. 근데 우리 어디 갈까요?”

현수가 화제를 전환하자 사지희가 바로 말했다.

“일단 맛있는 거부터 먹으러 가요.”

“맛있는 거 뭐요?”

사지희와 데이트를 하면 좋은 점은 그녀가 알아서 맛 집을 데려간다는 점이었다.

“오늘은 멕시코 음식 어때요?”

“멕시코요?”

“그쪽이 의외로 우리나라와 입맛이 비슷하거든요.”

“타고 같은 거 말이죠?”

“네. 타코뿐 아니라 께사디야, 부리또보울에 맥주 맛이 기막힌 데가 있거든요. 오빠 우리 연남동 오싸타코스로 가줘요.”

사지희가 운전석을 향해 말하자 양동호가 바로 대답했다.

“알았다.”

그리고 바로 차선을 바꾸고 유턴을 하더니 홍대 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차로 20여분 쯤 가자 홍대가 나왔고 양동호가 근처 주차장에 차를 대는 동안 사지희와 현수는 맥시코 음식점에 들어갔다.

멕시코 음식점은 아기자기하면서 은은한 조명이 매력적이었는데 인테리어도 센스가 있었다.

현수와 사지희가 안쪽에 자리를 잡자 직원이 바로 메뉴판을 가져 왔다. 사지희가 그 메뉴판을 받아서 바로 주문을 했다.

“일단 타코 2개에 프라이즈, 께사디야, 그리고 맥주 2병 주세요.”

사지희가 능숙하게 주문하는 걸 보고 현수가 물었다.

“자주 오나 봐요?”

“자주는 아니고 1년에 4-5번 정도 와요.”

현수가 사지희와 도란도란 멕시코 음식 얘기를 나눌 때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온 양동호가 저 마치 떨어진 자리에 혼자 앉았다.

그런 그에게도 멕시코 음식점 직원이 쪼르르 메뉴판을 들고 뛰어갔는데 그도 자주 와 본 듯 능숙하게 멕시코 음식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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