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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철이 사람 좋은 얼굴로 김태일에게 물었다.
“몸은 좀 어떠세요?”
“괜찮습니다. 그 보다 죄송합니다. 이런 꼴 보여서....”
경호원이 경호를 하다 다치는 거야 다반사였다. 그리고 그때 회사에서는 그 경호원의 치료는 물론 생계 지원까지 다 해주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경호 외의 일에 다쳐서 입원을 하게 되면 회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번 일은 김태일이나 경호원들이 임의로 저지른 일은 아니었다. 분명 의뢰자로부터 지시가 있어서 그 일을 처리하려다가 당한 일임으로 업무 중 부상을 당한 건 맞았다. 하지만 그 상대가 1명이었고 또 일반인이란 게 문제였다.
“대략적인 얘기는 들었습니다. 그 집 사모가 그 남자를 린치 해 달라고 했다면서요?”
“네. 그것도 있고 또 팀원 둘이 그 자에게 당한 터라 갚아 줄 것도 있고 해서 팀원들을 이끌고 그 자를 찾아 갔는데..................”
김태일이 사고 경위서에 적은 내용보다 좀 더 상세하고 디테일하게 윤명철에게 설명을 했다.
“으음. 그러니까 그쪽은 손도 못 대보고 우린만 당한 꼴이군요?”
“면목 없습니다.”
김태일은 자신의 위신과 밑에 경호원들의 얼굴을 생각해서 말을 일부 지어 낼 수도 있었지만 사실대로 얘기를 했다.
김태일을 처음 영입했을 때 그를 팀장으로 뽑은 것도 윤명철이었다. 그리고 3년 만에 실장으로 진급 시킨 것도 그였고 말이다.
윤명철이 이렇게 김태일을 아끼는 이유는 바로 그가 정직하단 것 때문이었다. 그래서 윤명철은 김태일이 한 점 가감 없이 당시의 일을 그대로 얘기했다고 믿었다.
“그 자가 누군지 파악은 됐습니까?”
윤명철의 물음에 김태일이 바로 답했다.
“네. 이름은 강현수. 나이는 22세. 희망 고아원 출신이고 현재 연신대 축구부 선숩니다.”
“축구 선수요?”
“네.”
김태일의 대답하는 목소리 크기가 더 줄어들었다. 하긴 유단자들로 이뤄진 경호팀이 축구 선수하나에게 당해서 이 모양 이 꼴로 입원들을 해 있으니 목소리에 힘이 빠질 만도 했다.
“어디 살고 있다고 했죠?”
보아하니 윤명철이 그 강현수란 축구선수에게 관심이 있는 모양이었다. 김태일이 막 강현수가 사는 원룸의 위치를 윤명철에게 얘기하려 할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을 확인한 김태일이 윤명철의 눈치를 살폈다.
“받으세요.”
윤명철의 말에 김태일은 바로 핸드폰을 받았다.
“네. 네. 일이 그렇게 됐습니다. 네. 사모님께 송구하게 되었단 말씀 전해 주십시오. 네. 저희 측에서요?”
김태일이 윤명철을 쳐다보았다. 윤명철은 대충 무슨 전화인지 짐작이 가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리 의뢰자라도 정도가 있었다. 더 이상 그런 사적인 요구를 계속해서 들어 줄 순 없었다. 그걸 보고 김태일이 핸드폰에 대고 말했다.
“죄송하지만 저희 회사에선 더 개입하는 건 무립니다. 네. 네. 그렇습니다. 이건 저희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표명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통화를 끝낸 김태일이 윤명철에게 보고했다.
“삼정가에서 저희 요원들을 철수 시켜야겠습니다. 다음 달부터 다른 업체를 쓰겠다고 하네요.”
그 말에 윤명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어쩔 수 없죠. 어차피 평창동에서 그쪽 요원 절반이 이 모양이라서 손을 뺄까 했는데 잘 됐네요.”
윤명철은 상관없다고 했지만 씨큐리티가 삼정가에서 철수한다는 건 분명 회사로썬 큰 데미지로 작용할 게 분명했다. 그걸 아는 김태일이 맥없이 고개를 숙일 때 윤명철이 웃으며 말했다.
“무슨 생각하는지 아는데 우리가 삼정가에서 완전 손을 떼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단지 평창동 본가에서만 철수 할 뿐입니다.”
“네? 하지만 그 집 집사가 분명히 삼정가에서 전부 철수를.......”
“그 집사는 평창동 사모의 집사 일뿐입니다. 저는 삼정 그룹 유정만 회장과 계약을 했지 그 집 사모와 계약 한 적은 없거든요.”
윤명철은 그 만큼 씨큐리티에 자신이 있었다. 그건 삼정그룹 유정만 회장도 알고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씨큐리티 만한 경호 업체는 없단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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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 사모님!
사람들은 그녀를 그렇게 불렀다. 그녀 이름은 이일화. 올해 70살인 그녀는 관리를 잘한 탓에 50대 중 후반의 나이로 보였다.
“씨큐리티가 배가 불렀군요.”
집사가 평창동 본가의 경호 책임자와 통화를 끝내자 그녀가 퉁명스럽게 내 뱉은 말이다.
“다른 경호회사를 즉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그리고 그 녀석 말인데......”
“네. 사모님.”
“굳이 깨끗한 손에 피를 묻힐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네. 뭐 그렇긴 하군요. 그럼 그쪽으로 알아보고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는 그 녀석이 거론 되는 일이 없도록 하세요. 또 다시 그 녀석의 얘기가 들리면 그때는........”
이일화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집사를 쏘아보았고 집사는 움찔하며 몸을 움츠렸다.
집사는 잘 알고 있었다. 사모의 피가 얼마나 차가운지 말이다. 그녀는 한다면 꼭 했다. 그걸 알기에 집사가 그녀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 두 년은......”
이일화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이었다.
“당분간 내버려 두세요. 그 양반이 그 때문에 혈압 약까지 먹었다는 데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욘 없을 테니까.”
이일화는 결코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 그래서 평창동 본가를 자신의 수중에 틀어 쥘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 중 하나가 삼정그룹을 물려받게 될 터이고 그럼 그녀의 영향력은 더욱 더 커지게 될 것이다.
이일화가 거론한 두 년은 바로 유혜란과 그녀의 모친인 김애란이었다. 특히 유혜란은 첩의 딸년 주제에 넘봐선 안 될 걸 넘보고 있었다. 그래서 이일화가 그녀 때문에 요즘 심기가 편치 않았다.
평소의 그녀였다면 벌써 유혜란을 처리해 버렸을 터였다. 하지만 유정만 회장이 요즘 특히 그녀를 많이 아끼고 있었기에 함부로 손을 쓰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유혜란을 없애지 못할 그녀가 아니었다. 사람은 죽는다. 특히 사고로 많이.
“먼저 간 동생과 아들이 그렇게 보고 싶다는 데야...... 만나게 해 줘야지.”
이일화는 그 말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사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았다. 그래서 온 몸에 소름이 다 돋았다. 그리고 사모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겼다.
“쯧쯧! 그러게 쥐 죽은 듯 살 것이지.”
혀를 차던 집사가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서 뭔가를 열심히 찾았다. 그의 핸드폰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의 이름이 있었는데 그 중 그가 찾고 있는 한 명의 이름은..........
“제종환! 찾았다.”
집사는 곧장 그 제종환이란 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중후한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핸드폰을 울렸다.
“제종환씨? 여기는 평창동입니다.”
-평창..... 아 네. 말씀하십시오.
“오랜 만이죠?”
-7년 만 인거 같습니다.
“조직은 어떻습니까? 그쪽 보스 이름이.....”
-전규환입니다.
“아. 맞다. 전직 대통령과 이름이 비슷했었지. 그분도 잘 계시고요?”
-네. 덕분에 조직도 전국구 조직으로 발돋움 했고 보스께서도 건강하게 잘 계십니다.
“잘 됐군요. 제가 왜 전화 했는지는 아시겠지요?”
-그분께서 조용히 처리할 일이 생긴 거겠지요.
“맞습니다. 손 봐줘야 할 자가 있습니다.”
-누굽니까?
“이름은 강현수. 연신대 축구선수고 사는 곳은 강남의.........................”
-알겠습니다. 어떻게 처리해 드릴까요?
“그분께서 그 자 얘기는 다시 듣고 싶지 않아하십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처리하고 나서 연락드리겠습니다.
“아니요. 처리 하셨으면 그냥 연락하지 마세요. 단 문제가 생겼을 때 연락 주세요.”
-그럼 연락드릴 일이 없겠군요.
“그럼 좋죠.”
통화를 끝낸 집사의 입가에 만족스런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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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구 조직인 범서구파의 총 보스가 바로 전규환이고 그의 오른팔이 바로 제종환이었다.
제종환은 강남에 위치한 클럽 아레나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그곳 영업 부장 송태섭이 갑자기 머리가 해까닥 돌아서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 것이다.
“대체 뭔 짓거리를 하고 다녔기에......”
제종환은 생각 같아서는 송태섭을 통나무로 장기매매 조직에 넘겨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조직 내 보는 눈들이 있어서 그러지 못했다.
“그 새끼 정신 병원비만 한 달에 200만원이라는데.....”
당연히 그 돈이 아까운 제종환이었다.
“그나저나 어떤 녀석에게 클럽 아레나를 맡기지?”
클럽 아레나는 강남에서도 노른자위 업소였다. 거길 관리하고 싶어 하는 중간 보스들이 조직 내 줄을 선 상황이었다. 그래서 하루에도 수십 통의 전화가 그에게 걸려왔다. 그와 안면 있는 조직 중간 보스는 죄다 그에게 연락을 취해 왔던 것이다. 그래서 아예 핸드폰도 꺼둔 제종환이었다. 그런데 그의 안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순간 제종환의 얼굴이 굳었다. 그 핸드폰의 번호는 제종환이 특별히 관리하는 분들만 알았다. 제종환이 신중하게 그 전화를 받았다. 평창동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
평창동의 그 분은 범서구파의 입장에서 보면 은인이었다. 그들을 전국구 조직으로 거듭나게 해 준 중요한 자금줄이었으니 말이다.
그분께서 범서구파에 의뢰를 해 왔다. 애송이 하나 제거해 달라고 말이다.
“이런 일에 적합한 놈들이 있지.”
동구파라고 최근 광주에서 올라 온 녀석들이 있었다. 벌써 두어 번 써 먹어 봤는데 일처리가 제법 깔끔했다. 제종환은 동구파의 보스인 김동구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네. 형님.
“이 새끼가 또.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조폭 티내는 것도 아니고. 내가 전무님이라고 부르라고 했지?
-죄송합니다. 형, 아니 전무님.
“일 하나 더 해라.”
-뭡니까?
“한 놈 더 묻어.”
-또 말입니까?
“왜? 싫어?”
-아, 아닙니다. 하겠습니다.
“이번 일만 잘 처리하면 서울 변두리에다 너희들 나와바리 하나 알아봐 주지.
-정말입니까? 형, 아니 전무님?
“이 새끼가 속고만 살았나? 나 범서구파의 제종환이야. 약속한 건 칼 같이 지켜.”
-알겠습니다. 어떤 놈인지 문자로 보내 주십시오.
제종환은 김동구와 통화를 끝낸 뒤 제거해야 할 녀석의 신상과 주소를 문자로 전송했다.
그 다음 그는 다시 누구에게 클럽 아레나를 맡길까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평소 조직에서 특별히 관리하는 분에게 연락이 오면 보스인 전규환에게 꼭 보고하는 제종환이었지만 이번 일은 그냥 대충 넘어갔다.
일 같지도 않은 일을 두고 굳이 총 보스에게 보고까지 할 필요도 없다고 그 스스로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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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씨큐리티가 경호 회사이며 자신이 그 회사의 대표라고 소개 한 윤명철에게 인터폰으로 말했다.
“저 보디가드 필요 없는데요.”
-그게 아니라 저희 회사 직원과 불미스런 일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현수는 속으로 뜨끔했다. 보아하니 어제 현수가 작살 내 놓은 그 검은 정장남들, 그 보디가드들의 사장이 지금 그를 찾아 온 것이다.
-그 때문에 사과 차 찾아 왔습니다.
“사과요?”
-네. 어찌 되었던 경호원이 일반인에게 린치를 가하려 한 건 잘못 된 일이니까요.
현수는 씨큐리티에서 자기에게 소송이라도 걸러 온 줄 알고 쫄았는데 되레 사과를 하겠다니 좀 어안이 벙벙했다.
-잠깐 저와 얘기 좀 하시지요. 그쪽에 해 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현수는 잠깐 생각을 하다가 문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반갑습니다.”
윤명철이 먼저 현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현수는 약간 경계 어린 눈으로 그를 힐끗 쳐다 보다 그의 손을 잡았다.
‘응?’
현수는 그의 손을 잡는 순간 그에게서 뭔가 께름칙한 기운을 느꼈다.
‘이건.....’
현수는 윤명철에게서 내공을 감지했다. 하지만 윤명철은 현수에게서 아무것도 느낀 게 없는지 아니면 느꼈는데 모른 척 하는 건지 표정에 아무 변화도 없었다. 둘은 가볍게 악수를 한 후 손을 놓았다.
그때 현수의 머릿속에 시스템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띠링! 돌발 퀘스트! 또 다른 내공 고수 윤명철의 인정을 받아라. 윤명철은 일제 강점기 도미한 무공고수 윤극명의 손자로 팔극권을 익히고 있습니다. 그를 무공으로 꺾는다면 그의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무공으로 꺾으란 건 싸우란 소리였다. 현수가 보기에 윤명철은 그 보다 한참 하수였다. 형의권을 9성까지 성취한 현수의 상대가 아닌 것이다.
‘양동호와 비슷한 수준?’
하지만 시스템에서 그와 굳이 싸우라고 했을 땐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였다. 현수가 시스템의 의뢰를 두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윤명철이 말했다.
“축구선수라고 하던데...... 싸움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네. 뭐..... 혹시 저랑 붙어 보고 싶지 않으세요?”
“네?”
현수의 말에 윤명철이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그가 여기 온 건 현수의 실력이 진짜인지 보고 가능하면 씨큐리티로 영입하기 위해서였다.
윤명철도 미국에 살 때 여러 운동을 했지만 결국 뛰어나지 못한 운동선수는 돈을 벌기 어려웠다.
무명 축구선수보다 씨큐리티의 경호원이 받는 연봉이 훨씬 더 쎘다. 그래서 윤명철은 그의 영입 제의를 현수가 받아 드릴 거라 여기고 있었다.
“지금 저와 대련을 하고 싶단 말씀이신가요?”
윤명철이 눈빛을 빛내며 현수에게 물었다.
“네. 뭐 대련이라고 해 두죠.”
어째든 현수야 윤명철만 꺾기만 하면 되니까 그게 싸움이든 대련이든 상관없었다. 윤명철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도 현수의 실력을 한 번 보고 싶긴 했다.
“여기 대련할 만한 곳이 있나요?”
윤명철의 물음에 현수가 옳다구나 대답했다.
“저기로 좀 들어가면 공터가 하나 있습니다. 거기서 싸우, 아니 대련하면 됩니다.”
“그럼 그쪽으로 가시죠.”
윤명철의 말에 현수가 바로 앞장을 섰다. 윤명철은 자신과 대련하는 게 뭐 그리 좋은지 신이나 보이는 현수를 보고 가볍게 웃었다.
‘애송이로군.’
윤명철은 그 동안 수많은 싸움을 해 봤다. 그 중에는 실제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어떤 싸움에서도 패하지 않았다. 그가 조부에게 배운 권법은 무적이었다. 지금까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