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106화 (10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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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의 어린 시절 기억 중에 하나가 바로 엄마가 만들어 주신 수제비였다. 감자가 들어간 그 수제비는 전분 때문인지 좀 뻑뻑했지만 참 맛이 있었다.

안영미가 끓여 준 수제비는 바지락이 들어가고 풋 고추를 썰어 넣어서 칼칼하고 뒷맛이 시원했다.

“후루룹.....쩝쩝쩝....”

특히 안영미가 오늘 무친 겉절이와 같이 먹자 그 맛이 진짜 꿀 맛 같았다.

“한 그릇 더 주세요.”

“그래. 많이 먹어라.”

현수는 수제비를 3그릇이나 먹었다.

“맛있었어?”

“네. 진짜 맛있어요. 잘 먹었습니다. 어머니.”

“그래. 잘 먹었다니 다행이네. 아들.”

현수가 점심을 먹은 뒤 구하나 가족과 같이 거실에 모여 앉았다. 구하나의 가족들은 다들 현수가 사온 빵과 케이크, 롤링핀을 먹고 있었고 현수는 안영미가 내어 준 포도를 하나씩 따서 입에 넣고 있었다.

“내가 단팥빵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았어?”

구진모가 단팥빵을 한 입 베어 문 상태에서 현수를 쳐다보며 물었다.

“저번에 어머니께서 소보로 빵 좋아한다고 하실 때 옆에서 ‘나는 단팥빵이 더 좋다.’ 라고 하셨잖아요?”

“그랬었나? 아무튼 맛있게 잘 먹으마.”

구진모가 흡족해 하며 단팥빵을 마저 먹을 때 치즈 케이크를 맛있게 먹고 있던 구하나가 현수를 보고 물었다.

“근데 오빠. 어제 혹시 우리 회사 오지 않았어요?”

“어제?”

“네. 연습하고 집에 가는 길에 얼핏 오빠처럼 생긴 사람을 본 거 같아서요.”

“얼핏 본 게 아니라 내가 맞아.”

“그럼?”

“그래. 어제 Sj엔터테이먼트에 갔다.”

“왜요?”

구하나뿐 아니라 그 가족 모두가 현수를 쳐다보았다.

“그게 실은 그곳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했거든.”

“그럼 축구 그만 두고 연예인 하시는 거예요?”

구하나가 동그랗게 두 눈을 뜬 체 현수를 쳐다보았다.

“그게 아니라 스포츠 에이전트도 그쪽에서 한다기에 이왕 하는 거 아는 사람이랑 하자 싶어서.”

“아아. 백실장님 말이구나. 그 분 참 대단하신 거 같아요. 회사 사람들이 다들 그분 참 유능하시다 며 칭찬 일색이더라고요.”

“사람은 괜찮아. 유능한 건 모르겠고.”

현수의 눈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이지혜를 알아보지 못하는 백성조가 그다지 유능해 보이진 않았던 모양이었다.

“우와. 그럼 오빠랑 저랑 소속사가 같은 거예요?”

“그런 셈이지.”

“야호! 그럼 회사에서 우리 자주 보겠네요?”

“자주는 아니고 가끔은 보겠지. 난 축구선수니까 그라운드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을 테니까.”

“아! 맞다. 그래도 보는 게 어디에요. 회사 오시면 저 꼭 보러 오셔야 해요.”

“알았어.”

현수가 구하나랑 얘기하는 걸 쭉 지켜보던 구진모가 현수에게 물었다.

“스포츠 에이전트 계약을 했으면 이제 너도 편해지겠구나? 에이전트가 어지간한 건 다 챙겨 주니까 말이다.”

“그렇지도 않아요. 아직 제가 프로 팀에 입단한 건 아니라서 당분간 에이전트가 해 줄 일도 없거든요. 그래서 한 동안 평소처럼 저 혼자 움직이게 될 거 같아요.”

“넌 뭘 하든 잘 할 거다. 항상 열심이고 또 최선을 다하니까 말이다.”

구진모의 칭찬에 현수가 쑥스러워하자 그걸 보고 안영미가 말했다.

“네 아버지가 저렇게 칭찬을 할 때는 꼭 뭔가 원하는 게 있어서 그래. 당신 혹시 현수와 바둑 두고 싶어서 그러는 거죠?”

“응? 그, 그게.....”

구진모가 어지간히 현수와 바둑이 두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현수도 그런 구진모를 더는 모른 척 할 수가 없었다.

‘단기 게임 무료이용 쿠폰을 쓰는 게 아깝긴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가 없네.’

단기 게임 무료이용 쿠폰이야 또 의뢰자들을 통해 받아 낼 수 있을 테니 현수는 구진모와 바둑을 둬 주기로 했다.

“제가 오후에 약속이 있어서.... 딱 한 판만 둬 드릴게요.”

“하하하하. 그래. 고맙다.”

구진모가 입이 귀에 걸려서는 후다닥 큰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바둑판과 바둑알을 들고 거실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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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화장실 좀....”

“그래. 빨리 갖다 와.”

구진모는 벌써부터 신이 나 있었다. 현수는 거실에서 곧장 화장실로 들어갔다.

“어디 보자.”

현수는 예전의 기억을 더듬었다.

“게임→몸 쓰는 게임→바둑→단기 프로 기사 선택→초단을 선택했었지?”

현수가 생각하자 바로 시스템에서 게임 창을 띄웠다.

[게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놀이]

1. PC 게임

2. 몸 쓰는 게임

현수는 기억나는 대로 순차적으로 몸 쓰는 게임→바둑→단기 프로 기사 선택→초단을 선택해 나갔다.

[몸 쓰는 게임]

술래잡기, 비석치기, 윷놀이, 포커, 고스톱...... 장기, 바둑........

[바둑]

1. 기초 -바둑돌을 처음 들고 배우는 단계

2. 초급 -바둑을 처음부터 끝까지 둘 수 있는 단계

3. 중급 -바둑을 두고 나서 복기가 가능한 단계

4. 고급 -바둑을 둘 때 10수 까지는 내다 볼 수 있는 단계

5. 아마기사 - 준 프로 수준의 단계

6. 프로기사 - 프로 수준의 단계

7.단기 프로기사 - 프로 기사 수준의 바둑을 둘 수 있게 해 준다.

[단기 프로기사]

1. 초단 - 하루 동안 초단 실력을 유지한다. 1,000포인트

2. 2단 - 하루 동안 2단 실력을 유지한다. 5,000포인트

3. 3단 - 하루 동안 3단 실력을 유지한다. 10,000포인트

.

.

.

9. 9단 - 하루 동안 9단 실력을 유지한다. 10,000,000포인트

현수가 마지막으로 초단을 선택하자 시스템의 결제 창이 떴다.

[띠링! 1,000포인트 결제. 남은 포인트 375,890]

바둑 초단 실력을 갖춘 현수는 이내 화장실을 나섰다. 구진모가 비장한 얼굴로 바둑판 앞에 앉아 있었다.

“오늘은 저번과 다를 거야.”

구진모는 뭔가 단단히 준비를 한 듯 보였다. 현수가 그와 마주 앉고 구진모가 흑, 현수가 백을 쥐고 이내 둘의 대국이 시작 되었다.

둘 다 초반 포석은 안정적으로 두었다. 잔잔하던 대국에 먼저 변화를 가져온 것은 흑돌을 쥔 구진모였다.

그가 흑13을 기본행마인 날일자행마를 사용함으로 진정한 싸움 바둑이 시작 된 것이다. 그 뒤 치열한 싸움이 시작 되었는데 현수가 축을 이용한 단수를 쳐서 흑의 돌을 잡아내면서 싸움의 기세가 백이 유리해졌다.

“이, 이런.....”

싸움에 당한 구진모는 긴장하기 시작했고 백이 안정적인 형태를 갖추며 좋게 형세를 이어나갔다.

흑은 나름 백의 약점을 뚫어 보려 했지만 백이 그 단점을 보강하는 수를 두면서 우세한 형세를 이어 나갔고 끝에 대마까지 잡자 별 수없이 흑이 돌을 던졌다.

“하아. 또 졌네.”

대국은 비교적 빨리 1시간 만에 끝이 났다. 구진모가 나름 그 동안 바둑 책을 본 모양인데 역시 그 실력이 프로에겐 미칠 바가 못 됐다.

“현수야. 한판 만 더 하면 안 될까?”

구진모가 하도 간곡하게 애원하며 말하자 현수도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 판 더 뒀다. 결과는 30분 만에 현수의 불계승!

“.............”

구진모는 충격이 큰 듯 시무룩해서는 큰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때 구은하가 현수보고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한 번 져 드리면 좋아하실 텐데. 너도 참 눈치 없다.”

그러자 그 옆의 구하나가 바로 언니의 말을 받아쳤다.

“승부의 세계에서 져 주는 게 어디 있어? 잘 했어. 오빠. 오늘 져주면 다음에 또 바둑 두자고 설칠 게 뻔 해. 그러니까 다시는 바둑 두자는 소리가 안 나오게 확실히 그 싹부터 밟아 버려야 해.”

“야! 너 어떻게 아빠한테 설친다느니 밟아버려야 한다는 말을 써?”

“말,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러니까 언니가 왜 아빠랑 오빠가 바둑 둔 걸 가지고 오빠한테 뭐라고 하냔 말이야.”

“뭐? 그럼 아빠가 저렇게 침울해 하시는 데 딸인 입장에서 그런 말도 못해?”

현수든 둘이 또 티격태격 거리자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현수를 보고 슬그머니 부엌에 들어간 안영미가 두 손에 반찬통을 들고 나왔다.

“이거 가져 가.”

“아이고. 뭐 이런 거 까지.....”

현수는 황송해 하며 안영미가 건네는 반찬통을 받아 챙겼다. 사실 현수도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사먹는 밥과 라면과 인스턴트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는 게 좋을 리 없었다. 이렇게 반찬이 있으면 즉석 밥만 있어도 언제든 한 끼 집 밥을 먹을 수 있으니 좋았다.

“잘 먹을 게요. 어머니.”

“그래. 다 먹으면 바로 연락해. 바로 준비해 줄 테니까.”

“고맙습니다.”

현수는 왠지 안영미를 보고 있자니 어릴 적 그를 버리고 떠난 엄마가 생각나서 괜스레 기분이 울적해졌다. 하지만 이내 그걸 털어내고 반찬통을 챙겨 들고서 현관문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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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서 티격태격 거리던 구하나와 구은하가 그래도 현수가 간다니 배웅을 나왔다. 어른인 구진모와 안영미는 현수가 극구 만류해서 집에 남았고 말이다. 그런데 그녀들 눈에 자기 집 앞에 떡하니 대어져 있는 차가 보이자 그걸 보고 호들갑을 떨었다.

“누가 남의 집 앞에 차를 대 둔 거야?”

“그러게. 전화해서 빨리 빼라고 해.”

그런 그들에게 현수가 말했다.

“저 차 내 차야.”

“뭐? 진짜?”

“오빠 차 샀어요?”

“응. 중고차지만 쓸 만해.”

현수는 안영미에게 받은 반찬통을 쓰러지지 않게 조심해서 뒷좌석에 넣고는 운전석에 올랐다. 그런 현수를 보고 구하나가 말했다.

“오빠. 차도 있으니까 이제 자주 집에 놀러 와요.”

“그럴게.”

구은하도 현수가 시동을 걸자 재빨리 말했다.

“운전 조심해.”

“어. 은하 너도 유학가려면 공부 열심히 해.”

“응?”

현수의 말에 구은하가 깜짝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안 그래도 요즘 구은하는 유학을 고민 중이었다.

제대로 된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었던 구은하는 언론 선진국인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싶었다. 하지만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부모님께는 말도 못하고 있었는데 현수가 그걸 어떻게 안 모양이었다.

‘내가 현수에게 그런 말을 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적이 없었던 구은하가 어리둥절해 할 때 현수의 차가 그녀들의 집을 떠나서 저 멀리로 사라졌다. 그때 차 안에서 현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휴우. 큰일 날 뻔 했네.”

구은하가 기자가 되고 또 그 유명한 기자 사회의 노벨상이란 퓰리처상을 받게 되는 건 미래의 일이었다. 현수가 미래의 일을 안다는 게 알려져서 좋은 건 없었다.

무엇보다 어떻게 현수가 그런 정보를 알게 되었는지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시스템이 알려줬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구하나의 집에서 나온 현수는 곧장 원룸으로 향했다. 그리고 원룸의 냉장고에 반찬통을 넣고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5시였다.

사지희를 만날 때까지 한 시간의 여유가 있었던 현수가 TV를 보고 있을 때였다.

딩동!

누가 그의 원룸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

“강현수씨?”

인터폰 카메라에 슈트 차림의 멀끔한 중년 남자가 웃는 얼굴로 서 있었다.

“누구세요?”

“네. 저는 씨큐리티 대표 윤명철이라고 합니다.”

“누구요?”

현수는 씨큐리티가 뭐하는 곳인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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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이제 꽤 많은 경호업체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최고라 자부하는 경호 회사가 있었으니 그곳이 바로 씨큐리티였다.

그곳 대표인 윤명철은 미국에서 대통령을 경호했던 자신의 경험을 살려서 한국에서 경호 회사를 차렸다.

그 뒤 그는 미국 대통령 경호원 출신들을 대거 국내로 스카우트해 와서 그들을 교관으로 회사의 역량을 키워 나갔다.

그렇게 10년! 그는 경호 업계에서 최고라고 자부할 만한 회사를 키워냈다.

씨큐리티에 속한 경호원의 수만 500명이 넘었다. 그런데 어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평창동 삼정 가의 경호 팀 중 하나와 경호 실장이 웬 젊은 남자 하나에게 묵사발이 난 것이다.

처음에 윤명철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병원을 찾았다.

“으으으으!”

병실에 누운 경호원의 수가 10명이 넘었다. 그들 중 몸 성해 보이는 요원은 한 명도 없었다. 죄다 머리에 붕대를 감고 목, 팔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엔 경호 실장 중 한 명인 김태일도 보였다.

그는 곧장 다리에 깁스를 하고 침대에 누워 있던 김태일에게 다가갔다.

“대표님!”

윤명철을 발견한 김태일이 놀란 얼굴로 몸을 일으키려 했다.

“괜찮아요. 그냥 누워 계세요.”

씨큐리티 대표의 출현에 병실 안 경호원들이 얼굴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 윤명철이 누구던가?그는 씨큐리티 소속 경호원들의 사장이기 이전에 그들에게는 전설이었다.

미국 대통령을 경호하며 그 이뤄낸 무수한 업적은 경호원들에게는 신화와 같은 이야기였다. 그런 존경해 마지않는 시큐리티 대표 윤명철의 등장에 부상당한 경호원들의 시선이 그에게 온통 집중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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