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100화 (100/712)

<-- 방송 출연 -->

현수는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커피숍으로 유혜란과 그 모친을 데려 갔다. 두 여자 모두 아직 놀란 가슴이 진정 되지 않은 듯 직원이 물을 가져 오자 둘 다 벌컥벌컥 그 물을 들이켰다.

“괜찮으세요?”

현수의 물음에 그제야 유혜란이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현수씨 아니었으면 또 봉변당할 뻔 했어요.”

“또요?”

“.......”

유혜란은 희미하게 웃을 뿐 그에 대한 얘기는 더 하지 않았다. 두 모녀는 서로 눈치를 보다가 현수에게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지 않기로 합의를 한 듯 입을 꾹 다물었다. 대신 화제를 돌렸다.

“여긴 어쩐 일이에요?”

유혜란의 물음에 현수가 사실대로 대답했다.

“옷이 좀 필요해서요.”

“그럼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같이 쇼핑해요.”

그녀들은 주문하면 제일 빨리 나오는 메뉴로 오렌지 쥬스를 시켜 마시고 현수를 데리고 백화점 쇼핑에 나섰다. 하지만 그녀들과 같이 느긋하게 쇼핑을 즐길 시간이 현수에겐 없었다.

“2시까지 근처 약속 장소로 가야 해서요.”

“아쉽네. 그럼 그쪽 옷부터 사러 가요.”

유혜란의 모친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녀는 해외 유명 명품 옷가게로 현수를 데려가서 이것저것 현수에게 어울릴 만한 옷을 골랐다. 그리고 그 옷들을 현수에게 입혀 보고 넋이 나간 듯 말했다.

“우리 진철이가 살아 있었으면 저 나이였을 텐데.”

그 말에 유혜란이 발끈 화를 냈다.

“엄마! 그 애 얘기는 하지 않기로 했잖아!”

“그, 그래. 미안하다.”

유혜란의 모친이 황급히 소매로 눈가를 훔쳤다. 현수가 봐도 그녀들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것 까지 현수가 알 필요는 없었다. 중요한 건 그가 그녀들을 도우란 돌발 퀘스트를 완수했단 사실이었다.

현수가 돌발 퀘스트를 생각하자 시스템에서 바로 보상을 해 주었다.

[띠링! 유혜란 모녀를 도우란 미션을 완수하셨습니다. 이에 보상 포인트가 주어집니다.]

[띠링! 30,000포인트 획득. 남은 포인트 844,890]

간단한 미션임에도 무려 3만 포인트가 주어졌다. 현수는 흡족했는데 거기다 선물까지 받았다.

“아니. 저도 돈 있습니다.”

“아니에요. 우릴 도와줬는데 이 정도는 해 줘야지.”

현수가 극구 만류했지만 유혜란의 모친은 그녀가 현수에게 골라 준 옷을 전부 다 자신의 카드로 계산을 했다. 그 덕분에 현수의 양손에 가득 옷가방이 들렸다.

“잘 입겠습니다. 시간이 있으면 두 분과 더 같이 쇼핑하고 싶은데. 아쉽네요.”

“그러게. 나도 그쪽과 더 같이 있고 싶은데......”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다음에 제가 연락 할게요.”

유혜란의 모친은 조금이라도 더 현수와 있고 싶어 하는 반면 유혜란은 어서 현수를 보내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어째든 약속 시간에 늦을 수 없었던 터라 현수는 옷 가방을 들고 백화점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옷 가방을 뒷좌석에 넣고 운전석에 앉은 채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많이도 사 주셨네.”

해외 유명 명품 옷들이기에 가격이 만만찮았을 텐데 유혜란의 모친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카드를 긁었다. 적어도 돈에 구애 받지 않는 삶을 사시는 분 같았다.

유혜란이 삼정그룹 유정만 회장의 딸이라고 했으니 그녀를 낳아 준 모친은 유정만 회장의 부인이란 소리였다. 하지만 딱 봐도 유혜란의 모친은 유정만 회장과 결혼한 합법적인 부인 같아 보이진 않았다.

유혜란 모친의 미모만 봐도 현수는 대충 유정만 회장과의 사이에서 그녀 사이에서 어떻게 유혜란이 태어났는지 알 거 같았다.

“이크. 빨리 가야겠다.”

차에 시계를 본 현수가 서둘러 차를 몰아서 백화점을 빠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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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정확히 1시 50분에 Sj엔터테이먼트가 있는 건물 주차장에 차를 댔다. 그때 현수보다 먼저 와 주차 해 있던 벤에서 두 여자가 내리며 그를 불렀다.

“현수씨!”

“오빠!”

현수가 그쪽을 쳐다보자 한혜영과 이지혜가 그의 눈에 보였다. 한혜영은 딴엔 자신을 숨겨 보겠다고 나름 힙합 모자에 큰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반면 오늘 오디션을 보러 온 이지혜는 비교적 편안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현수가 그 두 여자에게 다가가자 한혜영이 손목시계를 보고 중얼거렸다.

“좀 늦었어?”

“미안해요. 입을 옷이 없어서 백화점에 좀 들렀다가 왔거든요.”

“에? 그게 백화점에서 사 입은 옷이야?”

한혜영이 현수의 지금 옷차림을 보고 의아한 얼굴 표정을 지었다.

“아뇨. 새로 산 옷은 차 안에 있어요.”

“그럼 그 옷으로 갈아입어.”

“네?”

“난 옷 잘 입은 남자가 좋더라.”

결국 한혜영의 성화에 현수는 자신의 차에서 새 옷으로 갈아입고 나와야 했다.

“와아. 사람이 달라 보이네. 그렇지?”

“네. 오빠. 멋있어요.”

비싼 명품 옷답게 그 값어치를 하는 지 현수가 봐도 옷에 태가 달랐다.

“가자.”

현수와 이지혜는 같이 2시에 딱 맞춰 Sj엔터테이먼트에 들어섰다. 그들 곁엔 오늘 하루만큼은 그들에게 떨거지로 전락한 한혜영이 따라 들어왔고 말이다.

안내 데스크에서 현수와 이지혜가 왔단 소식을 들은 백성조가 직접 그들을 데리러 나왔다. 그리고 그는 한 눈에 변장한 한혜영을 알아봤다.

“혜영씨가 웬일이에요?”

“헤! 들켰다. 그냥 Sj엔터테이먼트 구경 왔다고 생각해 주세요.”

“저희야 혜영씨가 오신다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백성조는 그들을 오디션 현장으로 데려갔다. 더불어 자신이 오디션 심사위원 중 한명이란 사실도 일행에게 알려 주었다.

Sj엔터테이먼트는 매달 발굴해 낸 능력 있는 인재들을 모아서 오디션을 봤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뛰어난 능력을 서 보인 인재들을 그들 소속 연습생으로 받아들였다.

물론 아주 특출 날 경우 바로 데뷔 무대를 가질 수도 있었고 말이다. 현수와 같이 Sj엔터테이먼트에 영입 제의를 받았던 구하나 역시 이런 오디션을 보고 그 재능을 인정받아서 지금은 Sj엔터테이먼트의 연습생이 되어 있었다.

“사람이 제법 되네요?”

현수가 오디션 장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현수가 보기에도 얼추 20여명은 됨직했다.

오디션 보는 사람이 많아선지 이지혜는 더 긴장 된 얼굴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녀에게 한혜영이 옆에서 한 마디 했다.

“무대에서 네가 진짜 겁내야 할 상대는 저들이 아니라 심사 위원들이다. 괜히 쫄 거 없어. 넌 가수가 되고도 남을 재능을 타고 났으니까.”

그런 한혜영의 말이 도움이 된 것일까? 긴장해 보였던 이지혜의 얼굴이 한결 편해졌다.

그때 오디션 장의 무대 위에 누가 나타났다.

“와아아아!”

그 누군가를 보고 다들 입에서 함성이 나왔다. 그럴 것이 그 누군가가 바로 Sj엔터테이먼트소속 진행자인 강우동이었기 때문이었다. 강우동은 올림픽 레슬링 국가대표 출신에다 금메달 리스트였다.

그런 그가 우연히 몇 번 방송에 나갔다가 특유의 입담이 화제가 되면서 연예계에 발을 들여 놓았는데 지금은 방송계의 손꼽히는 진행자가 되어 있었다.

“오늘 오디션 보러 오신 분들이시죠?”

강우동의 물음에 오디션 장을 찾은 20여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네에!”

“오늘부터 통합 오디션을 본다고 해서 저도 심사위원의 한 사람으로 여기 나오게 되었습니다.”

강우동의 통합 오디션이란 말에 주위가 웅성거리자 강우동이 보충 설명을 해 주었다.

“오늘부터 저희 Sj엔터테이먼트에서는 한 달 혹은 그 인원이 적을 시 두세 달에 한 번 오늘 같은 오디션을 보게 됩니다. 예전에는 가수면 가수, 연기자면 연기자를 따로 오디션을 봐 왔는데 이제부터는 그 모든 것은 한 번에 보게 됩니다. 그 만큼 끼와 재능이 넘치는 인재를 뽑아서 가수뿐 아니라 연기자, 혹은 진행자로서도 키워 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게 이번 통합 오디션의 취지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네에!”

“자, 그럼 첫 번째로 무대에 오를 사람은 추자영 양?”

“네!”

깜찍하게 생긴 여자 아이가 손을 들었다. 강우동은 그 아이를 무대 위로 올렸다.

“뭘 보여 주시겠어요?”

“전 춤과 노래, 그리고 연기를 해 볼게요.”

추자영이 제법 다부진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실제 추자영의 춤과 노래, 연기는 수준에서 좀 떨어졌다. 하지만 Sj엔터테이먼트의 심사 위원들은 그녀의 가능성을 보고 그녀를 연습생으로 받아 드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차례대로 오디션 장을 찾은 사람들이 자신의 끼와 재능을 심사위원 앞에 선보였고 그 중 절반은 탈락해서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나머지 절반은 Sj엔터테이먼트의 연습생으로 선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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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는 거의 끄트머리인 20번째에 오디션 무대에 올랐다.

“이지혜양. 심사위원들에게 뭘 보여 줄 건가요?”

여전히 오디션 무대엔 강우동이 사회와 심사를 동시에 보고 있었다.

“제가 직접 작사, 작곡한 곡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이지혜가 긴장이 되었는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오오! 싱어 송 라이터? 기대 되네요. 한 번 들어 보죠.”

이지혜는 직접 MR을 만들어 왔고 그걸 틀고 바로 노래를 불렀다.

“.......눈물이 흘러 이별인 줄 알았어. 그대가 나를 떠나.................”

감미로운 멜로디에 이지혜의 감성적인 목소리가 어울리며 꽤나 들을 만 한 노래였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반응은 시원찮았다. 이지혜의 노래가 끝나고 서로 쑥덕거리던 심사위원들이 이지혜에게 물었다.

“이지혜양의 재능은 충분히 알겠어요. 하지만 저희 Sj엔터테이먼트는 솔로 가수보다는 걸 그룹을 더 선호해요. 그래서 노래뿐 아니라 춤까지 춰야 하는데 이지혜 양이 그걸 할 수 있을지 그게 궁금하네요.”

이지혜는 춤이란 말에 얼굴이 굳었다. 그녀는 솔로 가수 데뷔를 원했지 걸 그룹의 멤버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현수는 그걸 보고 혀를 찼다.

“쯧쯧! 저렇게 보는 눈들이 없어서야.....”

이지혜는 2년 뒤 앨범을 내고 3년 뒤에는 국내 최고 솔로 가수로 각광을 받았다. 그녀가 부른 곡은 그녀가 전부 작사, 작곡을 했기에 그녀를 가리켜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했다.

Sj엔터테이먼트 심사위원들은 그런 황금알을 낳을 거위를 못 알아보고 있는 것이다.

“아쉽네요. 저희와 이지혜 양은 서로 코드가 맞지 않는 거 같군요.”

심사위원들은 소극적으로 대답하는 이지혜에게 결국 오디션 탈락을 통보했다. 시무룩한 얼굴로 내려 온 이지혜를 한혜영이 다가가서 달래주었다.

“괜찮아. 대한민국의 연예 소속사가 여기뿐인 건 아니잖아. 딴 곳에 또 오디션을 보면 돼. 누군간 너의 진가를 알아 봐 줄 거야.”

현수는 백성조에게 그렇게 이지혜를 꼭 영입해야 된다고 말했는데도 그녀가 오디션에 탈락하자 아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때 오디션 도중 잠시 휴식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현수가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던 백성조에게 가서 따졌다.

“제가 이지혜는 꼭 뽑아야 한다고 했잖아요?”

“나도 그러려고 했지. 하지만 나 말고 다른 심사위원들이 다 그녀와 우리 회사의 색깔이 맞지 않다는데..... 어쩔 수가 없었어.”

“그래도......”

현수는 3년 뒤, 그녀를 오디션에서 탈락 시킨 걸 두고 Sj엔터테이먼트에서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거란 말 까지는 차마 하지 못했다. 그런 그를 힐긋 쳐다보며 백성조가 말했다.

“그녀를 구제할 방법이 하나 있긴 한데....”

“그게 뭔데요?”

“네가 그녀와 듀엣을 하는 거야.”

“네?”

“내가 듣기에 이지혜양이 부른 노래는 좋은데 뭔가 몇 % 부족해. 그걸 네가 옆에서 서포터 해준다면 노래도 살고 분위기도 한결 좋아질 거야. 어때?”

“하아!”

이게 현수를 연예계로 끌어들이려는 백성조의 꼼수란 걸 알면서도 현수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백성조의 말이 전혀 틀린 건 아니었던 것이다. 현수가 생각해 보니 조금 전 이지혜가 부른 노래는 실제로도 듀엣으로 불러서 인기를 끌었다. 당시 가장 인기 있었던 솔로 남자 가수 이승준과 같이 말이다.

만약 현수가 이 자리에서 이지혜와 같이 듀엣으로 그 노래를 부른다면............

“좋아요. 그렇게 하죠. 대신 그녀의 노래를 싱글 앨범으로 제작해 주세요.”

“싱글 앨범 제작이라. 좋다. 단, 네가 그녀와 듀엣으로 노랠 불러준다는 조건이라면. 바로 싱글 앨범을 내 주도록 하지.”

“하지만 전 가수 활동 못합니다.”

그러자 백성조가 손가락을 쫙 펼쳐 보이며 말했다.

“5번만 출연해. 그 다음은 너 말고 우리 소속사 남자 가수로 대체 할 수 있으니까.”

“3번!”

현수가 바로 깎으며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였다.

“4번!”

그러자 백성조가 바로 손가락 넷을 폈다. 그리고 덧붙여서 말했다.

“참고로 이게 마지노선이다. 싫음 싱글 앨범 물 건너가는 거고.”

한번 아니면 아닌 백성조의 성격을 아는 현수가 먼저 백기를 들었다.

“하아. 알았어요. 4번으로 하죠.”

현수의 대답에 백성조가 입이 귀에 걸려서는 쪼르르 심사위원석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그곳에 있던 심사위원들을 열심히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이례적으로 탈락한 이지혜에게 한 번 더 오디션을 볼 기회가 주어졌다. 단 현수랑 같이 듀엣으로 무대에 오른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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