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출연 -->
오늘 저녁 촬영도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현수와 섹스 뒤 기분이 좋아진 한혜영으로 인해 촬영장의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던 것이다.
“호호호호! 너무 짓궂으시다. 저 한테만 그러셔.”
현수는 시트콤 영 프렌즈에서 여 주인공 한혜영의 영향력을 새삼 실감했다. 그녀가 보여 주는 긍정의 에너지가 촬영장의 분위기도 덩달아 UP 시켰달 까? 뭐 덕분에 현수는 편안하게 마지막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
“컷!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새벽 1시에 드디어 현수의 마지막 촬영이 끝났다.
“현수씨. 그 동안 수고 했어요.”
“고맙습니다. PD님! 덕분에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해 준 게 뭐 있다고. 그 보다 언제 시간 되면 우리 집에 놀러 와요. 내가 현수씨 얘기를 했더니 아내가 꼭 한 번 집으로 데려 오라더라고. 우리 집사람이 요리 실력은 별론데 맛있는데 배달은 잘 시켜요. 하하하하.”
“네. 아이들도 볼 겸 조만간 한 번 찾아 가겠습니다.”
“가만. 우리 집 주소는.......”
진영호 PD는 자신의 명함을 꺼내서 현재 살고 있는 곳의 주소를 명함 뒤에 적어서 현수에게 건넸다.
“이번엔 잃어 먹지 말고.”
“물론이죠. 이렇게 지갑 속에 잘 넣어 두겠습니다.”
현수는 진영호 PD가 보는 앞에서 지갑을 꺼내서 그 안에 명함을 끼워 넣는 걸 직접 보여 주었다.
현수는 진영호 PD 다음으로 촬영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들과 인사를 나눴고 끝으로 마지막까지 같이 촬영한 배우들과 작별을 했다.
그 중에는 한혜영도 있었는데 그녀는 현수보고 내일 보자고 했다. 보아하니 이지혜가 Sj엔터테이먼트에서 오디션 볼 때 따라 오려는 게 분명해 보였다.
“자. 이제 가자.”
그때 백성조가 현수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백성조에 대한 시스템의 의뢰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에이. 이럴 줄 알았으면 차는 괜히 가져 왔네.’
현수가 속으로 투덜거릴 때 오랜 만에 시스템이 좋은 소식을 전해 왔다.
[띠링! 일주일 동안 백성조를 보호하란 의뢰가 완수 되었습니다. 당신에 의해 영등포 양천동 정우 무역이 붕괴 되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마약 조직이 긴급 도피를 결정합니다. 이에 백성조을 납치하려던 마약 조직에서 이를 포기했습니다. 백성조는 이제 안전합니다. 그에 따른 보상 포인트가 지급 됩니다.]
[띠링! 300,000포인트 획득. 남은 포인트 814,890]
포인트가 80만을 훌쩍 넘자 현수의 입이 절로 벌어졌다.
“뭐야? 왜 입은 벌리고 난리야. 빨리 다물어. 파리 들어가겠다.”
그런 현수를 보고 백성조가 뭐라고 할 때 이내 정신을 추스른 현수가 그에게 말했다.
“이젠 제가 지켜 드릴 필요도, 보디가드도 필요 없어요.”
“뭐?”
“이제 실장님은 안전하다고요.”
“그, 그게 진짜야? 아니. 그런데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다 아는 수가 있어요. 그럼 전 이만 갑니다. 이따가 회사에서 봐요.”
빠이빠이 하고 돌아서 가는 현수를 백성조가 물끄러미 쳐다만 보다 후다닥 그에게 뛰어갔다.
“야. 나 진짜 괜찮은 거 확실해?”
“그렇다니까요.”
“나 납치당하면 네 책임이다.”
“네. 제가 다 책임질게요.”
현수가 그렇게 확언을 하자 그제야 백성조도 그의 말을 믿는 듯 얼굴 표정이 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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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조는 그 동안 꽤나 스트레스를 받은 듯 현수가 안전하다는 말에 누구보다 기뻐했다.
“근데 이따가 회사에서 보자는 건 무슨 소리야?”
“조만 간 회사 한 번 찾아오라면서요?”
“아아. 그 말이었어? 언제 오려고?”
“오늘 오후에요. 사실은 이지혜가 좀 따라 가 달래서 겸사겸사 가려는 거예요.”
“아아. 한혜영 씨 코디 인 그 아가씨! 그러고 보니 오늘 오후에 오디션 있구나. 원래는 월요일인데 ‘신조’ 데뷔 때문에 일정이 앞으로 밀렸거든.”
“저 이제 가야겠어요.”
“그래. 가서 자고 오후에 회사서 보자. 나도 오늘은 오랜만에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겠다.”
백성조와 헤어진 현수는 곧장 주차장으로 갔다. 그리고 자신의 애마를 타고 방송국을 나섰다. 현수는 곧장 자신의 원룸으로 가서 씻지도 않고 그대로 이불만 편 체 꼬꾸라져 잠이 들었다. 그렇게 현수가 잠에서 깼을 때 시간이 11시를 넘어 있었다.
현수는 그제야 몸을 일으켜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쏴아아아아!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자 정신이 번쩍 든 현수는 대충 트레이닝 복 차림으로 근처 편의점으로 가서 샌드위치와 우유로 배를 채운 뒤 원룸으로 돌아왔다. 그때 한혜영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어제 헤어지기 전 한혜영이 현수에게 핸드폰을 줘 보라고 해서 줬더니 자기 개인 핸드폰 번호를 입력 시킨 모양이었다. 핸드폰 액정 화면에 ‘♡이쁜 혜영♡’이 떴다. 현수는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네. 혜영씨.”
-어디야?
“편의점 들렀다가 집에 가는 중입니다.”
-오후에 지혜랑 같이 너희 회사 갈 거거든. 위치가 어디야?
현수는 역시나 했다. 그의 예상대로 한혜영도 같이 따라서 Sj엔터테이먼트에 올 모양이었다.
“Sj엔터테이먼트는 강남역에서...................”
현수의 설명을 듣던 한혜영이 말했다.
-아아! 나 거기 알아. 거기에 Sj엔터테이먼트가 있었구나.
“그쪽으로 바로 오시려고요?”
-응. 2시까지라니까. 1시50분까지는 너도 거기로 와.
“네. 그럼 그때 거기서 봐요.
한혜영과 통화를 끝낸 현수가 원룸에 갈 때였다.
“현수씨!”
누가 그를 불러서 돌아보니 사지희가 그를 보고 환하게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지희씨!”
현수는 자기도 모르게 먼저 주위부터 살폈다. 혹시 누가 사지희를 감시하고 있지 않나 싶어서 말이다. 다행히 의심스런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여긴 어쩐 일이에요?”
현수가 그녀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어쩐 일은요. 현수씨 보고 싶어서 왔죠.”
“아버님 일은?”
현수가 사도철의 일을 거론하자 사지희의 얼굴이 이내 굳었다.
“요즘 아빠랑은 말도 안 해요.”
그때 사지희 뒤에 서 있던 양동호가 말했다.
“보스께서도 지희가 자기 일기장을 본 것 때문에 그런 줄 이미 알고 계신다. 아무래도 조만간 보스가 네 앞에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
우려했던 사태가 기어코 벌어질 모양이었다.
“하아. 결국은 그쪽 보스와의 만남은 피할 수 없단 소리네요?”
“그렇지. 그래서 지희를 여기로 데려 왔다. 어차피 들킨 거 실컷 너라도 보라고 말이다.”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 게 무슨 죄랴. 현수는 사지희 때문에 자신이 곤경에 처했지만 그걸 원망하기 보다는 운명으로 받아 드리기로 했다. 하지만 순순히 사도철에게 당해 줄 생각도 없었다.
현수는 일단 형의권 부터 8성으로 끌어 올릴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에겐 사도철이 가지지 못한 능력인 마법이 있었다. 그걸 잘 활용한다면 그와 싸워도 맥없이 당하진 않을 터였다.
“우리 점심 같이 먹을까요?”
현수는 그의 눈치를 보고 있는 사지희에게 다정히 물었다. 좀 전에 편의점에서 대충 끼니를 때웠지만 현수는 아직 배가 부른 상태가 아니라서 한 끼는 무난히 더 먹을 수 있을 거 같았다.
“네.”
사지희가 좋다며 대답했고 그들은 곧 사지희의 차를 타고 근처 맛 집으로 향했다.
뭐든 튀기면 맛이 있다고 튀김 전문점으로 간 현수는 사지희와 같이 튀김으로 배를 채웠다. 점심 식사를 그렇게 같이 한 후 현수가 사지희에게 말했다.
“2시에 약속이 있어서 그만 헤어져야겠네요.”
“무슨 약속인데요?”
“아는 사람 따라서 어디 좀 가야 하거든요.”
현수는 자신이 시트콤에 출연 한 거랑 Sj엔터테이먼트와 계약한 사실을 사지희에겐 일체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현수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길 원했지만 현수는 아니었다.
가능한 그녀에게서 멀어지는 게 그의 신상에 이로운 게 사실이니 말이다. 그래서 그녀와 일정하게 거리를 두려고 그는 나름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럼 내일 볼 수 있을까요?”
사지희는 상당히 적극적으로 나왔다. 진짜 양동호의 말처럼 이왕 아빠에게 들킨 거 문제가 터지기 전에 실컷 만나기라도 하자는 식으로 말이다.
“내일도 선약이 있는데....”
현수는 내일 혜미와 같이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에 잔뜩 실망한 얼굴의 사지희를 본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저녁에 시간이 날 거 같네요.”
현수의 그 말에 언제 그랬냐는 듯 사지희의 얼굴이 급 방긋해졌다.
“그럼 내일 5시 30분에 여기로 올게요.”
“그냥 6시에 오세요. 그리고 제게 문제가 생겨서 못 만날 사정이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현수씨 보려면 내일 아무 문제도 안 생겨야겠네요.”
현수는 원룸 앞에서 사지희를 보냈다. 그리고 원룸에 들어가서 외출 준비를 했는데 딱히 입을 만한 옷이 없었다.
“온통 트레이닝 복 뿐이니.”
현수는 그냥 몇 벌 옷을 사기로 하고 차 키를 챙겨서 원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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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Sj엔터테이먼트로 가는 도중 강남의 한 백화점에 들렀다. 돈이라면 포인트로 얼마든지 환전이 가능하니 가격에는 구애 받지 않고 해외 유명 명품 매장에서 현수가 자기에게 어울릴 만한 옷을 찾고 있을 때였다.
“현수?”
현수는 그곳에서 뜻밖의 인물을 만났다. 바로 유혜란이었다. 그런데 그녀 옆에는 예쁘장하게 생긴 중년의 여자가 같이 있었다. 현수는 둘이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때 현수의 뇌리에 시스템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띠링! 돌발 퀘스트! 백화점에서 곤경에 처한 유혜란 모녀를 도와주세요. 의뢰 완수 시 보상 포인트가 지급 됩니다.]
‘유혜란 모녀? 그렇다면 저 중년 여자가.....’
현수는 환하게 웃으며 유혜란의 모친에게 인사를 했다.
“혜란씨 언니 되시나 봐요?”
그리고 여자라면 누구나 듣고 싶어 하는 립 서비스를 유혜란의 모친에게 날렸다.
“언, 언니요? 호호호호.”
역시나 현수의 그 말에 유혜란의 모친이 좋아서 웃음을 터트렸다. 유혜란은 그런 엄마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던 말던 유혜란의 모친은 주위 신경 쓰지 않고 웃다가 딸에게 물었다.
“근데 여기 잘 생긴 분은 누구니?”
“네? 그, 그게....”
유혜란에게 현수란 원 나잇 스탠드 한 남자였다. 물론 얼마 전에 그녀가 위치에 처했을 때 그녀를 구해 준 생명의 은인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데 막상 그걸 엄마에게 설명하기가 애매했다. 그런 그녀의 고민을 현수가 단 번에 해결해 주었다.
“혜란 누나 친구 동생입니다.”
“어. 그래. 혜선이라도 내 대학 동창 있잖아? 그 애 동생이야.”
“그렇구나. 이렇게 만나서 반가워요. 전 혜란이 언니가 아니라 엄마에요.”
그 말에 현수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정말이요? 이렇게 젊고 아름다우신데. 혹시 결혼 빨리 하셨어요?”
“호호호호. 아니에요. 젊기는...... 50을 넘긴 지 제법 됐어요.”
“우와. 제 눈엔 30대 중 후반으로 보이시는데.”
현수의 띄워주기 식 말이 유혜란의 모친은 듣기 싫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때였다.
시커먼 정장 차림의 남자들이 우르르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 중에 한 중년 남자가 유혜란과 그녀의 모친 앞에 나서서 말했다.
“평창동에서 왔습니다. 두 분을 모시고 오라십니다.”
평창동이란 말에 유혜란의 얼굴이 굳었고 그 옆의 모친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저희가 거기 갈 일은 없을 거 같은데요?”
유혜란이 그 중년 남자를 보고 차갑게 말했다. 하지만 그 중년 남자는 그녀의 말은 귓등으로 흘려버리면서 자신의 말을 계속 이어했다.
“괜한 추태 보이시지 마시고 그냥 따라 가시죠?”
“이이.....”
유혜란이 그런 그를 쏘아보고 분노할 때 그는 그런 그녀의 눈빛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뒤돌아서 말했다.
“모셔라.”
그러자 검은 정장 차림의 젊은 남자들이 둘씩 유혜란과 그녀의 모친의 양팔을 붙잡으려 했다. 그때 그걸 지켜보던 현수가 외쳤다.
“그 손 놔!”
그 소리에 중년 남자와 정장 차림의 젊은 남자들의 시선이 현수에게로 일제히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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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들이 나타났을 때 이미 그들이 시스템이 말한 유혜란 모녀를 곤경에 빠트릴 자들이란 걸 바로 알아봤다. 그리고 그들이 두 여자를 제압하려 할 때 그가 나섰다.
“젊은이는 그냥 가던 길 가지?”
중년 남자가 가소롭다는 듯 현수를 쳐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돌발 퀘스트를 두고 그냥 물러날 현수가 아니었다. 더욱이 유혜란과 관련된 미션은 포인트가 엄청났다. 이런 꿀 의뢰를 그냥 포기하라고?
“그러는 그쪽들이나 조용히 물러나는 게 어떨까요?”
“으음. 말로는 안 될 젊은이로군.”
중년 남자가 다시 뒤로 고개 짓을 하다 정장 차림 남자 둘이 현수에게 다가왔다. 그 순간 현수가 말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하지만 그 말에 두 젊은 정장 남자가 피식 웃더니 현수의 어깨에 한손씩을 올렸다. 마치 손대면 어쩔 건데 라는 식으로 말이다.
휙! 휙!
순간 현수의 두 손의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린 두 젊은 정장 남자들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밑으로 살짝 내렸다.
우두두둑!
“크아아악!”
두 젊은 정장 남자들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성이 울리며 둘 다 맥없이 현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팔꿈치가 역으로 꺾인 두 젊은 정장 남자들은 덜렁거리는 팔을 다른 손으로 붙잡은 채 고통에 겨워했다.
“저, 저.....”
웅성웅성!
순간 그 비명 소리 때문인지 백화점 안에 있는 사람들이 그들 주위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중년의 남자도 사람들의 시선은 신경이 쓰이는 듯 현수와 두 여자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외쳤다.
“철수한다.”
그 말에 유혜란과 그녀의 모친을 붙잡고 있던 젊은 정장 남자들이 현수에 의해 팔이 꺾인 동료들에게 달려가서 그들을 부축했다. 그리곤 현수를 살벌한 눈으로 째려보는 걸 잊지 않고 부축한 동료들을 데리고 신속하게 그 자리를 떴다. 그때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중년 남자가 현수를 쏘아보며 말했다.
“오늘 일은 기억해 두지.”
그리고 유혜란과 그 모친을 향해 고개를 돌린 뒤 그녀들을 향해서 말했다.
“그럼 다시 뵙죠.”
그가 떠날 때 뒤늦게 백화점 보안 요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