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89화 (89/712)

<-- 방송 출연 -->

백성조는 현수에게 두 가지 선택권을 주었다.

하나는 그와 현수의 거처로 가는 것. 하지만 두 사람의 거처는 이곳에서 택시를 타고 한 시간 이상 가야 했다. 왔다 갔다 2시간이면 안 가는 것 만 못했다. 그래서 바로 포기.

그 다음은 선택은 바로 근처 모텔에서 그 것도 같이 자는 것. 호텔도 아니고 모텔인데 그것도 방 하나씩 따로 잡는 것도 아니고 같이 자야 한다니.

“혹시 남자에게 관심 있으세요?”

“전혀! 난 여자가 좋아.”

“그런데 왜?”

“아깝잖아. 돈 아껴야지.”

현수는 이 ‘짠도리’ 란 말이 입 밖으로 나오려는 걸 억지로 입안으로 우겨 넣었다. 결국 현수가 침대에서 자고 백성조가 밑에 이불을 깔고 누웠다.

잠들기 전 현수가 백성조에게 말했다.

“이지혜요.”

“누구?”

“한혜영씨 코디 아가씨요.”

“아아. 그 아가씨.”

“잡으세요.”

“잡다니?”

“들어 보니 싱어송 라이터라던데. 가수 소질도 있어 보이고. 키우면 무조건 돈 좀 될 겁니다.”

“그래?”

역시 백성조는 돈 얘기라면 바로 관심을 보였다.

“내가 볼 땐 돈 되는 건 너야. 어떻게 우리 회사 보이 그룹에 들어 올 생각 없어?”

“그 ‘신조’ 인가 하는 그룹 말이죠?”

“그래. 너만 좋다면 내일이라도 바로 멤버들 소개 시켜 줄게.”

“싫어요.”

“그 참. 남들은 못해서 난린 데.....”

백성조가 말한 그 신조란 그룹에 Sj엔터테이먼트 연습생들을 비롯해서 개인 연습생들은 못 들어가서 난리들이었다.

다들 현수보다 외모나 노래 실력에서 떨어지는 친구들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백성조가 현수를 그 그룹에 못 넣어서 환장하는 이유는 바로 끼였다. 백성조는 현수에게서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과 함께 그 끼를 발견한 것이다.

“우리 언제 일어나면 돼요?”

“이 매니저한테 연락 해 뒀어. 그가 와서 우릴 깨울 테니까 그때까지 푹 자.”

“그럼 주무세요.”

“응. 너도 잘 자.”

“그거 하지 마세요.”

“뭘?”

“잘 자라는 소리요.”

“왜?”

“남자한테서 들으니까 소름 돋아요.”

“그래? 잘 자. 내 꿈 꿔.”

하지 말라니까 더하는 백성조였다. 현수는 그냥 이불을 머리 위까지 덮어 버렸다. 그리고 꾸벅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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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쾅!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에 현수와 백성조는 잠에서 깼다. 해는 벌써 중천에 떠 있었다.

부스스한 얼굴로 현수가 모텔 방문을 열자 이 매니저가 안으로 들어왔다.

“자자. 어서 씻고 나오세요. 점심들 먹고 촬영장으로 가야 하니까.”

“방송국이요?”

“아니. 야외. 너 축구 하는 장면 찍기로 되어 있잖아.”

“아아. 그렇지.”

현수가 문을 여는 사이 백성조가 먼저 화장실에 들어 가 있었다. 그리고 그가 나올 때 불쾌한 냄새가 따라 나왔다.

“우욱!”

“이게 무슨 냄새야?”

“미안. 내가 변비가 좀 있거든. 근데 오늘이 그 변을 보는 날이라서.”

현수는 10분은 환풍기를 털어 놓았다가 겨우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래도 냄새가 났는데 이 매니저가 해결해 주겠다고 나섰다.

“냄새엔 이게 직빵이지.”

그러면서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웠다.

“아이 씨. 나가요.”

담배를 피우지 않는 현수에게는 그 냄새나 담배 냄새나 똑 같았다. 덕분에 환풍기를 10분 더 돌리고 나서 현수는 겨우 씻을 수 있었다.

남자 셋이서 대낮에 모텔에서 나오는 장면은 그리 썩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었다.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그들을 보고 수군거리는 거 같기도 했고 말이다.

해장을 겸해서 근처 콩나물 해장국 집에서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한 현수 일행은 곧장 차를 타고 상암동에 위치한 월드컵 경기장으로 향했다.

“우와! 촬영 팀이 신경 좀 썼네요.”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축구 경기장이었다. 현수의 그 말에 이 매니저가 바로 초 치는 소릴 내뱉었다.

“방송국에서 가까워서 여기서 찍는 거야.”

촬영은 30분 만에 급하게 이뤄졌다. 현수는 일반 엑스트라를 상대로 축구선수의 실력을 선보였는데 PD가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확실히 현역 축구 선수는 다르네요.”

“하하. 뭘요.”

“그럼 다음 촬영 장소로 이동하죠.”

시트콤 영 프렌즈의 촬영도 3-4개 팀으로 나뉘어서 촬영이 이뤄졌다. 그리고 그 촬영 분을 취합해서 메인 PD인 진영호가 편집을 하게 되고 말이다.

축구장 씬의 촬영을 끝낸 현수 일행은 상암동 MBS 방송국으로 향했다. 그곳 실내 촬영장에서 현수는 쪽 대본을 들고 자신의 출연 때를 기다렸데 오늘 처음 보는 배우들이 꽤 많이 보였다.

그 중에서 남자 주인공 중 한 명인 송구현이 현수를 보는 눈빛이 어째 예사롭지가 않았다.

당당한 체격과 얼굴선이 굵직하니 남자스럽게 생긴 게 현수와 비슷한 송구현은 자신과 겹치는 외모의 현수가 영 눈에 거슬리는 모양이었다.

“하여튼 작가님도 쓰잘데기 없는 배역은 잘도 갖다 붙여요. 축구선수? 여주인공인 남정만 너무 편애하는 거 아냐? 나도 레이싱 걸 좋아한다고 했는데 말이야. 난 언제 레이싱 걸과 찐한 연애 씬 한번 찍어 보나 몰라.”

송구현이 현수 옆을 지나가다 그 소리를 했다. 현수는 그 소리를 듣고 그냥 한 귀로 흘려버렸다. 막 말로 이번 주만 지나면 그가 송구현 볼 일이 뭐 있겠는가?

그때 이 매니저가 현수 옆에 다가와서 말했다.

“잘 참았어. 저 녀석 매너 없기로 유명해. 시비도 잘 걸고. 소문엔 격투기 좀 한 모양인데 하여튼 엮여 봐야 좋을 거 하나 없는 녀석이야.”

그렇게 또 언제 촬영 할지 모른 체 대기 중일 때 불청객이 나타났다. 바로 강남경찰서 마약반 윤중기 반장이었다.

“안녕들 하십니까?”

윤중기 반장이 능청스런 얼굴로 현수와 백성조 앞에 나타났다.

“무슨 일이죠?”

백성조가 딴엔 자기가 윗사람이라고 앞으로 나섰다.

“어제 여기서 마약 조직 행동파 대원들이 쓰러져 있는 걸 119에서 병원으로 싣고 갔더라고요.”

“그래서요?”

“혹시 두 분과 관계있는 게 아닌가 해서요. 뭐 CCTV협조 요청 해 뒀으니까 자세한 건 곧 알 수 있을 테지만요.”

CCTV란 말에 백성조의 얼굴 표정이 굳었다. 노련한 윤중기 반장은 그걸 놓치지 않았고 말이다. 하지만 요즘 머리가 좋아진 현수는 그리 어수룩하지 않았다.

어제 현수를 소품실로 데려 간 방송국 직원은 영리하게 방송국 내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쪽으로 현수를 데려 갔고 설혹 있다하더라도 사각지대로 돌아서 움직였다.

현수는 그런 방송국 직원이 온 길 그대로 촬영장으로 갔었다. 때문에 경찰에서 방송국의 협조을 얻어서 CCTV를 살핀다 하더라도 현수와 백성조가 소품실에 간 걸 알아 낼 수는 없었다.

당연히 소품실 안에는 전파 방해 장치가 있어서 애초에 CCTV가 작동도 되지 않았을 테고 말이다.

“저희와 아무 상관없는 일입니다. CCTV 열심히 보시고 거기서 저희와 연관 된 게 뭐라도 나오면 그때 얘기하도록 하죠. 지금은 저희가 바빠서 말이죠. 경비 부를까요?”

현수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그제야 백성조도 정신을 차린 듯 보였다. 그런 백성조를 보고 윤중기 반장이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럼 CCTV화면 보고 다시 오도록 하죠.”

윤중기 반장이 돌아가고 나자 백성조가 현수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눈치 챈 거 같지?”

“상관없어요. 저희가 그놈들과 연관 되었다는 어떤 정황도 경찰은 찾아 내지 못할 테니까요.”

그렇게 보면 확실히 마약 조직이 경찰 보다 한 수 위에 있는 거 같았다. 포섭한 사람을 쓰는 것과 전파 방해 장치와 같은 첨단 기계도 사용하는 걸 보면 말이다. 현수 생각엔 경찰 믿고 있다가 마약 조직에 제대로 발등을 찍힐 거 같았다.

‘아무래도 내일은 놈들의 아지트란 곳에 한번 가 봐야겠어.’

현수는 내일 스케줄을 봐야 알겠지만 그 마약 조직 행동파 대원들의 우두머리가 말한 그 정우 무역이란 사무실에 한 번 찾아 가보기로 했다.

“사무실이라니까 업무 중일 때 찾아 가야겠지?”

현수는 내일 낮 중에 비는 시간이 있는지 이 매니저에게 물어 봤다. 그러자 이 매니저가 고개를 내저었다.

“내일 수요일은 종일 촬영이야. 모레도 목요일도 마찬가지고. 금요일엔 오후에 촬영이 비네.”

“그럼 금요일 오후에 시간 좀 뺄 게요. 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어서요.”

“그렇게 해.”

현수가 이 매니저와 대화하는 걸 옆에서 듣고 있던 백성조가 현수를 힐끗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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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매니저가 잠깐 뭘 사러 매점에 간 사이 백성조가 현수에게 물었다.

“어쩌려고?”

“거기 가 봐야죠.”

“함정이라며?”

“그러니까 더 가야죠. 거기 가면 놈들 진짜 아지트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녀석이 있을 테니까요.”

“하아! 나 때문에 괜히 네가 위험을 자초하는 거 같아서...... 미안하다.”

“이젠 어쩔 수 없어요. 저까지 그 일에 깊게 개입 되어 버렸으니까요. 놈들을 뿌리 뽑지 못하면 저흰 항상 위험에 떨고 살아야 할 거예요.”

“그래서 말인데. 지금이라도 경찰에 도움을 요청 하는 게......”

“경찰은.....”

현수가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항상 마약 조직의 뒤통수나 맞는 경찰이었다.

현수도 자신에게 힘이 없었다면 경찰에 의지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그라면 그럴 필요가 없었다.

현수는 자기 혼자 힘으로도 마약 조직을 일망타진할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뭐 하러 번거롭게 경찰의 도움을 받는단 말인가? 무엇보다도 경찰에 대한 신뢰가 전혀 없는 마당에 말이다.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선배님은 가만 계시기만 하면 됩니다.”

현수의 확신에 찬 말에 백성조는 그를 믿고 기다려 보기로 했다.

현수의 오후 촬영은 순탄하게 끝이 났다. 그리고 밤이 되자 한혜영이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평소처럼 밝고 쾌활한 그녀 모습에 촬영장이 환해지는 것 같았다. 그런 그녀가 촬영장에서도 한곳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현수씨!”

그곳에 강현수가 있었고 말이다.

“네. 오셨어요?”

“오후 촬영은 어땠어요?”

“네. 잘 찍었습니다.”

“식사는요?”

“매점에서 컵라면과 삼각 김밥으로 대충 해결했습니다.”

“어머. 그걸로 되나요. 따라오세요.”

“네?”

“어서요.”

한혜영이 대뜸 현수의 손을 잡았다. 어제 이후 한혜영은 현수와의 스킨십에 전혀 꺼림 낌이 없었다.

현수는 한혜영의 손에 이끌려서 그녀의 대기실로 갔다. 그때 그 모습을 하필 송구현이 지켜 보았다.

“저, 저..... 씨팔, 지금 저게 무슨 시츄에이션이다냐?”

송구현은 시트콤 영 프렌즈 첫 촬영 때에 이미 한혜영에게 꽂혀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마음은 변치 않았다.

송구현은 지금껏 연기 중에도 한혜영의 손을 한 번도 잡아 보지 못했다. 그게 다 그의 여자친구 배역이 따로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저 놈은 한혜영과 만난 지 하루 밖에 안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손을 잡은 체 같이 대기실로 가고 있었다.

“저 새끼가.....”

송구현의 두 눈이 질투에 멀어서 활활 불 타 올랐다. 한혜영에게 무슨 야료를 부렸는지 모르지만 송구현의 눈에 제대로 찍힌 현수였다.

“너. 저 새끼 나오면 나한테 데려 와.”

송구현이 자기 매니저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씩씩거리며 자신의 대기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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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영에 이끌려서 그녀의 대기실로 들어간 현수는 곤욕스러운 지경에 처했다.

“아아. 해요.”

“아니. 제가 먹어도.....”

“어서요.”

“네. 아아.”

송구하게도 한혜영이 현수에게 초밥을 먹여 주었던 것이다.

“이것도.....”

거기다 미소 된장국까지 숟가락으로 떠 먹여 주었다. 현수는 황송해서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런데도 한혜영은 눈치가 없는지 좋아서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런 두 사람을 한혜영의 최측근 코디 이지혜가 지켜보고 서 있었다.

그녀는 어제 현수가 백성조 실장에게 자신에 대해 좋게 얘기 해 준 걸 알고 있었다. 어제 현수가 헤어지기 전 이지혜에게 그렇게 얘기한 것이다. 내가 잘 얘기 해 줄 테니까 꼭 Sj엔터테이먼트에서 가수 데뷔를 하라고 말이다. 그래서 그녀도 현수를 돕고 싶었다.

‘그래. 현수씨랑 언니가 잘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아.’

그녀는 진심으로 한혜영과 강현수가 잘 되길 바랐다. 그래서 그 둘의 애정행각을, 아니 한혜영의 눈꼴신 애정 세례를 아무 말 하지 않고 묵묵히 지켜만 보고 있었다.

원래 한혜영은 눈치가 좀 없었다. 그런 그녀를 일깨워 주는 역할이 이지혜였는데 그녀까지 참고 있다보니 한혜영의 현수에 대한 애정 공세는 완전 가관이었다.

“저, 잠깐 화장실 좀.....”

“빨리 갔다 와용. 기다릴 게 욤.”

현수는 별 수 없이 화장실을 핑계로 한혜영의 대기실을 빠져 나왔다.

“휴우! 이거 이상하게 꼬여가네.”

현수가 고개를 내젓고 있을 때 웬 남자가 그에게 다가와서 틱틱거리며 말했다.

“이봐요. 그쪽.”

“네? 저 말입니까?”

“그럼 여기 당신 말고 누가 있어? 아무튼 따라 와.”

그 남자는 초면인 현수에게 떡 하니 말을 놓더니 앞서 걸어갔다. 현수는 잠시 기가 차서 그 남자를 멍하니 지켜봤는데 그 남자가 뒤돌아보고 현수가 자기를 따라 오지 않자 버럭 화까지 냈다.

“빨리 안 오고 뭐해?”

“허어!”

현수는 기가 차고 코가 차서 그 남자를 따라갔다. 그런데 그 남자가 들어간 곳은 바로 송구현의 대기실이 아닌가? 보아하니 그 남자는 송구현의 매니저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현수를 부른 건 송구현이고 말이다.

‘이 새끼들이....’

안 그래도 한혜영 때문에 신경이 곤두 선 현수였다.

“딱 걸렸어.”

현수가 곧장 송구현의 대기실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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