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88화 (88/712)

<-- 방송 출연 -->

“이모!”

“아이고. 이게 누구야? 이리로 들어와.”

한혜영은 이곳 치킨 집 사장과 잘 아는 사이인 모양이었다. 치킨 집 사장은 연예인인 한혜영을 배려해서 매장 안쪽 방을 일행에게 내어 주었다.

“카아! 바로 이 맛이야. 역시 일한 뒤엔 치맥이죠. 우걱우걱!”

현수가 거품이 넘치기 직전의 500cc 맥주잔을 거의 반 정도 마시고는 치킨 다리를 뜯으며 말했다. 그런 현수를 보고 한혜영이 흐뭇하게 웃으며 맥주를 한 모급 마시더니 불쑥 물었다.

“내일은 몇 시 촬영이죠?”

그 물음에 그래도 무늬만이긴 하지만 현수의 매니저인 백성조가 대답했다.

“저희는 오전은 비고 오후부터 촬영 있습니다.”

“그렇구나. 전 저녁부터 촬영이에요”

“우와. 그럼 낮엔 쉬시는 겁니까?”

현수가 부럽다는 듯 한혜영을 보고 물을 때 이번엔 그녀의 껌딱지 이지혜가 대신 답했다.

“쉬기는 요. 아침부터 스케줄이 빡빡하게 잡혀 있는데. 사실은 그 일 때문에 촬영도 밤으로 미룬 거예요.”

“일이 많은가 봐요?”

“광고 촬영부터 잡지사 인터뷰, 타 방송 녹화, 봉사 활동까지. 쉴 틈이 없어요.”

이번에도 한혜영은 씁쓸하게 웃고 있는 대신 이지혜가 대답했다.

“그럼 이렇게 계실 게 아니라 어서 마시고 일어나죠. 들어가셔서 쉬셔야죠.”

현수의 그 말에 그제야 한혜영이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요즘은 잠도 잘 오지도 않고. 사실 수면 장애가 좀 있거든요. 그래서 억지로 자는 거 보다 지금처럼 기분 좋게 웃고 떠드는 게 저 한 텐 더 좋은 거니까 현수씨가 부담가질 필요 전혀 없으세요.”

한혜영이 그렇다니 현수도 더는 그녀에게 들어가서 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사실 한혜영을 옆에서 챙기는 이지혜도 가만있는 마당에 여기서 현수가 더 나서서 말하는 건 괜한 오버다 싶었던 것이다.

‘이지혜라.....’

현수는 모르면 몰랐지 이지혜에 대해 알 게 된 마당에 그녀를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가수가 되고 싶은 모양인데 내가 좀 도와 봐?’

이거야 바로 님도 보고 뽕도 따고 가랑치고 가재 잡는 거나 진배없었다. 이지혜는 가수로 데뷔할 수 있어 좋고 백성조와 Sj엔터테이먼트는 대박 가수를 잡을 수 있어 좋고 말이다.

‘내가 다리를 한 번 놔 봐야겠군.’

현수가 어떻게 이지혜를 Sj엔터테이먼트에 넣어 줄까를 고심하고 있을 때였다.

“우리 지혜 술 한 잔 들어가니까 또 노래가 나오네?”

한혜영이 흐뭇한 얼굴로 이지혜를 보며 말했다. 그 말에 현수가 이지혜를 돌아보자 그녀가 혼자 신이나서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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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본인 스스로가 알아서 판을 깔아 주고 있었다. 현수는 그 옆에서 살짝 거들기만 하면 됐다.

“지혜씨가 노래를 잘하나 봐요?”

“네. 전에 노래방에서 회식 한 적이 있었는데 제법 잘 하더라고요.”

한혜영의 그 말에 현수의 껌딱지 백성조도 가만있지 않았다.

“노래라면 우리 현수도 잘 합니다.”

“그래요?”

한혜영의 눈빛이 강렬해졌다.

‘이런.....’

판을 깔아주려다 되레 현수가 판에 끼일 판이었다.

“아니 뭐.....”

현수가 어떻게든 그 판에서 빠져 나오려 했지만 이미 늦어 버렸다.

“그럼 1차는 이쯤에서 접고 우리 노래방 가요. 바로 옆 노래방 가게도 제가 잘 알거든요.”

한혜영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걸 백성조가 제일 먼저 찬성했고 그런 백성조를 보면서 이지혜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현수의 입에서는 긴 한숨만 나왔다.

일행은 남은 닭과 맥주를 마저 먹어치우고 치킨 집을 나섰다. 한혜영의 말처럼 바로 치킨 집 옆 지하에 노래방이 있었다.

“어머! 혜영씨!”

“이모! 그간 안녕하셨죠?”

“너무 오랜 만이다.”

“바빠서요.”

“나야 혜영씨 바쁜 거 잘 알지. 맨날 TV에 나오는데 안 바쁠 수 있나? 방은 그 방이지?”

“네. 음료수 좀 넣어 주시고요.”

“알아서 서비스도 팍팍 넣어 줄게.”

그렇게 일행은 20명도 넘게 들어가서 놀 수 있는 노래방에 들어갔다.

“원래 노래는 이렇게 넓어야 불러도 제 맛이 나거든요.”

한혜영의 그 말에 다들 동의한다는 얼굴 표정인데 어째 현수만 입에서 한숨을 푹푹 내 쉬었다.

한혜영도 노래방에 오는 걸 아주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백성조야 더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그들이 노래방 책을 챙겨서 선곡 준비를 할 때 현수는 화장실로 향했다.

“하아! 이런 데서 아깝게 게임 단기 무료이용 쿠폰을 사용해야 한다니......”

이렇게 아무 의미 없이 노래 자랑하느라 쓰기엔 아까운 쿠폰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여기서 자신이 음치란 게 드러나서 개 쪽팔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현수는 전의 기억을 더듬었다.

“학습능력→게임→몸 쓰는 게임→노래방→단기 가수→가수 뺨쳐, 아니지 가수로 해야지.”

현수가 생각을 하자 그의 앞에 학습능력 창부터 차례로 뜨기 시작했다.

[학습능력]

이름: 강현수

학습능력: 70/100

1. 공부(지식 능력 향상): 전체 50/100, +1 상승 2,000포인트(단, 60까지)

2. 게임(놀이 능력 향상): 전체 80/100, +1 상승 12,000포인트(단, 90까지)

3. 상상(잠재 능력 향상): 전체 80/100, +1 상승 12,000포인트(단, 90까지

4. 애정(연애 능력 향상): 전체 90/100, +1 상승 17,000포인트(단, 100까지)

5. 모략(음모 능력 향상): 전체 50/100, +1 상승 2,000포인트(단, 60까지)

[게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놀이]

1. PC 게임

2. 몸 쓰는 게임

[몸 쓰는 게임]

술래잡기, 비석치기, 윷놀이, 포커, 고스톱...... 공놀이, 자치기........ 장기, 바둑.......노래방, 보도방, 스크린 골프방..........

[노래방]

1. 초보 -노래방에서 갓 마이크를 잡은 상태

2. 좀 하는 수준 -노래방 점수 80점 이상

3. 잘 하는 수준 -노래방 점수 90점 이상

4. 곧 잘 하는 수준 -노래방 점수 100점

5. 가수 뺨쳐 -준 가수 수준의 단계

6. 가수 - 가수 수준의 단계

7.단기 가수 - 하루 동안 가수 수준으로 노래를 부르게 해 준다.

[단기 가수]

1. 가수 뺨쳐 - 하루 동안 가수 뺨칠 실력의 노래 수준 유지. +1,000포인트(쿠폰 이용 시 공짜)

2. 가수 - 하루 동안 가수 실력의 노래 수준 유지. +5,000포인트 (쿠폰 이용 시 +1,000)

3. 전설의 가수 - 하루 동안 전설급 가수의 노래 수준을 유지. +10,000포인트(쿠폰 이용 시 +3,000)

현수는 쿠폰 사용에 이어서 +1,000포인트를 더 써서 가수를 선택했다.

[띠링! 1,000포인트 결제. 남은 포인트 310,390]

결제창이 뜨고 난 뒤 현수의 뇌리에 시스템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띠링! 귀하는 하루 동안 노래를 부르실 때 가수처럼 부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단기 가수 사용 중.]

가수 실력을 갖춘 현수는 곧장 화장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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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도 이판사판이었다. 쿠폰에다 포인트도 무려 1,000포인트나 들여서 가수가 된 마당에 이제 남은 건 원 없이 노래 하는 거 밖에 없었다.

벌써 한혜영이 마이크를 잡고 열창을 하고 있었다. 한혜영도 원래 걸 그룹 출신이었다. 물론 인기는 그다지 없었지만 그곳에서 탈퇴 후 연기자로 전향한 후 그녀는 뜬 케이스였다. 그러니 노래는 기본적으로 잘 불렀다. 하지만 그녀는 메인 보컬은 아니었기에 가수라고 할 만큼의 노래 실력은 아니었다.

한혜영은 요즘 인기 있는 여성 3인조 R&B 보컬그룹 주니의 ‘결혼할까요.’ 를 불렀다.

“............. 우리 결혼 할까요~”

“와아아아!”

“짝짝짝짝!”

한혜영의 노래가 끝나기 무섭게 함성과 박수에 이어 백성조가 나섰다.

그는 노래방 기계를 작동 시켜 놓고 혼자 똥 폼은 다 잡았다. 그런 그를 오직 한 사람 이지혜만 초롱초롱 눈빛을 빛내며 쳐다보고 있었다.

백성조도 요즘 최고 유행 중인 노래인 유종혁의 ‘사랑이 그래요.’를 불렀다.

무슨 최신 가요 따라 부르기도 아니고 말이다. 덕분에 현수도 최신 가요 위주로 곡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현수가 최신 곡 중에는 현수가 아는 곡이 없었다.

이 당시 일본에 있었던 현수는 대충 노래를 듣기는 했지만 직접 불러 본 노래가 없었던 것이다.

‘에라. 모르겠다.’

노래방에서 남자가 불러선 안 될 노래 중에 손꼽히는 진짜 어려운 노래를 현수는 선곡해 버렸다.

현수도 실제 흥얼거리기만 했지 따라 부르는 건 엄두도 내지 못했던 노래였다. 하지만 가수인 지금 그는 이 노래를 완벽하게 불러 낼 수 있을 거 같았다.

현수는 최재운의 비의 랩소디를 선곡하고 뒤로 물러나서 마저 백성조의 노래를 들었다. 백성조는 비교적 무난하고 편하게 노래를 불렀다.

“와아아아아!”

짝짝짝짝짝!

그의 노래가 끝나자 역시나 함성과 박수가 재빨리 흘러 나왔고 다음 노래를 선곡한 이지혜가 앞으로 나섰다.

“음, 음....”

그녀는 노래방에서 노래하는 거 치고는 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무래도 국내 최고 음반 기획사인 Sj엔터테이먼트의 기획 실장 앞에서 노래를 불러서 그런 모양이었다. 이지혜가 선곡한 노래는 역시 이 당시 젊은 여자들이 많이 따라 부른 윤아의 비밀번호 488이었다.

“한 시간마다 보고 싶다고 감정 없이 말하지 말아.......”

이지혜가 노래를 시작하자 그녀의 목소리에 백성조가 깜짝 놀라 그녀를 쳐다보았다.

“하루에 네 번 사랑을 말하고.............”

이지혜가 시원하게 고음부분을 소화해 내자 백성조가 팔짱을 끼고 두 눈을 감더니 본격적으로 그녀의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You`re my secret boy~.”

“.......................”

그리고 이지혜의 노래가 끝났을 때 아무 반응도 없었다. 그 침묵을 한혜영이 깼다.

“지혜야. 너 노래 진짜 잘 부른다. 전에 불렀을 때 이 정도는 아니었지 않니?”

그때 백성조가 끼어들었다.

“혹시 가수 해 볼 생각 있으시면 저희 Sj엔터테이먼트를 찾아오십시오. 제가 언제든 테스트 받을 수 있게 얘기 해 놓을 테니까요.”

“고, 고맙습니다. 꼭 갈게요.”

백성조의 말에 이지혜가 아주 신이 났다. 백성조라면 이지혜의 가능성을 알아 볼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현수의 예상 대로였다.

“헉! 비의 랩소디!”

그리고 다음 현수의 선곡 노래가 노래방 기계 화면에 나왔고 그걸 본 노래방 안의 사람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어지간히 노래 좀 한다는 사람들도 부르기 어려워 한다는 그 노래를 현수가 떡하니 선곡해 놓은 것이다.

현수는 깊게 호흡을 하면서 마이크를 들고 노래방 기계 앞에 섰다. 현수가 노래를 잘한다는 걸아는 백성조도 사뭇 호기심 어린 눈으로 현수를 지켜보았다.

“이젠 눈물 그쳐 나를 봐요 우는 그대 더 아름다워.”

현수는 최대한 감성을 살려서 초반 첫 소절을 불렀다. 그러자 벌써 한혜영과 이지혜의 두 눈에서 하트를 뿅뿅 날려 댔다. 달리 가수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다.

현수는 천천히 가사의 내용을 음미하며 노래를 불렀다. 그 사이 그의 감성은 점점 더 고조 되었고 클라이맥스에서 현수의 고음이 터졌다.

“.................떠나가요 아주 먼 곳으로 그대소식 내게 올수 없을 그만큼 다 잊어요~”

“우와아!”

“오빠아!”

현수의 노래에 노래방 안 사람들은 난리가 났다. 백성조도 현수가 이 정도 노래 실력인 줄은 몰랐던 듯 눈빛이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건 마치 너는 내가 반드시 데뷔 시키고 말겠다는 제작자의 눈빛이었다.

“..................우 그렇게 우 믿어요.”

현수의 노래가 끝나자 한혜영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서 박수를 치며 현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대뜸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예상치 못했던 그런 한혜영의 대담한 반응에 현수는 물론 노래방안 사람들도 다들 깜짝 놀랐다.

“현수씨. 진짜 매력 있다. 딱 내 이상형이야. 나하고 사귀자.”

한혜영의 안고 있던 현수에게서 떨어져 나오면서 현수를 빤히 쳐다보며 한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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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조는 어느 새 자기 옆에 다가 와 앉아 있는 이지혜로부터 한혜영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언니는 보기엔 청순가련해 보이지만 정말 성격 털털하고 직설적이거든요. 저거 보세요.”

현수의 노래가 끝나자 한혜영이 벅찬 얼굴로 현수에게 다가가서 그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현수에게 하는 말도 그야말로 직설적이었다.

“맞죠?

“헐!”

한혜영은 좋고 싫고, 호불호가 누구보다 확실했고 한 번 마음에 들면 끝까지 갔다. 그런 성격 때문에 그녀는 당대 최고 미녀 배우 진주희의 남편과 불륜 관계를 이어 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한혜영의 눈에 현수가 제대로 꽂힌 것이다.

그 뒤 한혜영은 현수 옆에 착 달라붙었다. 그리고 수시로 현수의 팔을 만지고 그의 손을 잡는 등 스킨십을 계속 시도했다. 하지만 현수는 쉽사리 한혜영의 유혹에 넘어 가지 않았다.

그가 한혜영에게 원하는 게 명확했기 때문이었다. 현수는 한혜영과 사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단지 그녀에게서 받아 낼 포인트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노래방은 딱 한 시간 만에 나왔다. 주인이 보너스로 30분을 더 넣어 주었지만 현수가 피곤하다고 하자 한혜영이 그럼 쉬러 가야한다며 더 난리를 친 것이다. 마치 현수가 그녀의 남친이나 애인이라도 된 듯 말이다.

“그럼 내일, 아니지 오늘 저녁에 봐. 현수씨. 아잉!”

한혜영이 지금껏 현수에게 보여 주지 않은 애교 넘치는 목소리와 함께 윙크까지 날렸다.

“한혜영이 널 진짜 좋아하는 거 같은데?”

한혜영과 헤어져서 근처 모텔로 가는 도중 백성조가 현수를 보고 말했다.

“하아.”

현수는 그런 백성조를 보고 한숨부터 내쉬었다.

“저 지금 기분 별로거든요.”

“왜?”

“이 시간에 남자랑 둘이서 모텔이라니......”

“그게 뭐 어때서 그래?”

아무래도 백성조는 여자관계가 깨끗한 모양이었다. 현수의 지금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걸 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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