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87화 (87/712)

<-- 방송 출연 -->

사도철 생각하니까 사지희가 떠올랐다.

‘이것들 정리하고 나서 사지희에게 전화해봐야겠군.’

오늘 딱히 그녀에게 전화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자칫 그녀로 인해 사도철이 그에게 올 수도 있었다. 현수에겐 그 사도철이 그를 죽음으로 인도 할 사신이 될 수 있었다.

현수는 이미 그의 반경 2미터 안까지 들어온 녀석들을 보고 형의권의 내력을 두 팔에 집중 시켰다.

‘그래. 와라.’

이제 곧 한 방에 한 놈씩 쓰러져 나갈 터였다.

“쳐!”

가운데 우두머리의 외침에 두 녀석이 동시에 현수를 향해 군용 칼을 마구 휘두르며 덤벼들었다. 현수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서 그저 주먹 두 번을 휘둘렀다.

퍼펑!

동시에 두 차례 폭음소리가 일고 군용칼을 든 두 녀석의 몸이 뒤로 튕겨 나갔다. 뭔가 눈앞에 투명한 벽이라도 있는 듯 거기에 강하게 부딪쳤다가 뒤로 물러나듯이 말이다. 단지 차이점이라면 둘의 몸이 허공에 1미터 이상 떠올랐다가 추락했다는 정도?

터털썩!

바닥에 널브러진 둘은 이미 의식이 없었다. 현수의 주먹에 실린 경력이 녀석들에게 침투 되는 순간 뇌의 기능부터 정지 시켜 버린 것이다. 물론 영구히는 아니고 잠깐 동안 만 말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도 보통 사람은 기절을 했다.

“뭐, 뭐야?”

그걸 본 우두머리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척!

그때 언제 움직였는지 현수가 우두머리 앞에 서 있었고 그의 왼 손이 군용 칼을 쥐고 있던 우두머리의 오른손 손목을 잡았다.

“언제?”

놀란 우두머리가 현수를 빤히 쳐다 볼 때 현수가 ‘씨익’ 웃더니 손에 힘을 주었다.

“아아아악!”

우두둑!

내공이 실린 현수의 손은 인간의 힘을 넘어선 파괴력을 선보였다. 잡고 있던 우두머리의 손목을 뼈를 그대로 부러트린 것이다. 손목뼈가 부러진 마당에 어떻게 군용 칼을 쥐고 있겠는가?

터엉!

군용 칼이 바닥에 떨어지며 제법 청명한 소리를 냈다. 우두머리답게 칼도 꽤나 쓸 만한 녀석을 지니고 다닌 모양이었다.

우두머리가 부러진 손목을 잡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을 때 현수가 친절을 베풀었다.

퍽!

“아악!”

우두머리가 편하게 앉아 있게 발로 녀석의 다리를 걷어 찬 것이다. 그 힘이 어찌나 강했던지 현수의 발에 다리를 가격당한 우두머리는 그 자리에 폭 꼬꾸라졌다. 현수 앞에서 엎드린 꼴이 된 것이다.

그런 우두머리를 내려다보며 현수가 물었다.

“너희들 아지트가 어디야?”

“크으으으으....”

우두머리는 신음소리만 낼뿐 아무 대답이 없었다. 현수는 그런 녀석의 부러진 손목의 손을 발로 지그시 밟았다.

“아아아악!”

녀석이 처절하게 비명을 내질렀다. 부러진 손목의 뼈가 어긋나니 그 고통이 오죽하랴?

현수가 밟고 있던 손에서 발을 치우며 다시 물었다.

“니들 아지트 어디냐고?”

“이이..... 이러고도 네놈이 무사할 성 싶으냐?”

녀석이 표독스런 얼굴로 현수를 빤히 올려다보자 현수가 그의 머리끄덩이를 확 잡아서 뒤로 넘겼다.

현수의 우악스런 힘 앞에 우두머리는 꼼짝도 못하고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그때 현수가 우두머리가 사용하던 칼을 들어서 그의 가랑이 사이로 던졌다.

쿵!

제법 큰 소리와 함께 우두머리의 칼이 콘크리트 바닥에 박혔다. 그런데 그 위치가 우두머리의 사타구니 딱 사이였다.

1센티만 위였다면 자칫 우두머리의 거시기가 다칠 수 있는 거리였다.

“힉!”

우두머리는 자신의 거시기에 문제가 생기는 것 보다 자신의 칼이 콘크리트 바닥에 절반 이상 깊게 박힌 걸 보고 더 기겁했다.

‘내, 내공을 사용하는 고수다.’

우두머리 김재성은 상대가 감히 그가 대적할 수 없는 강자란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조직에도 내공을 쓰는 자가 있어 김재성도 알았다.

내공을 쓰는 자는 보통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힘을 소유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저런 자에게 총도 없이 딸랑 수하 9명을 데리고 나섰으니 이 자리에서 죽더라도 할 말이 없는 김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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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칼을 던져 놓고 후회했다. 내공이 깃든 칼이 콘크리트 바닥을 절반이나 깊게 파고 들어갈 거라곤 그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저놈이.....’

거기다 놈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의 눈빛이 이상했다. 아무래도 놈은 현수가 내공을 사용한 것을 알아보는 눈치였다.

‘그렇다면.....’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이유가 없었다. 저 놈이 자기 조직에 가서 현수가 내공 고수란 사실을 밝히는 건 그다지 바람직스럽지 못한 일이었다. 그래서 현수는 녀석을 통해 알아 낼 걸 알아 낸 뒤에 살짝 녀석을 손 봐 줄 생각을 했다.

‘어차피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을 괴롭혀 온 놈이다. 그 중 살인도 포함 되어 있을 테고. 그러니 양심에 가책 같은 거 느낄 필요 없어.’

이미 결심을 한 현수가 녀석에게 물었다.

“이제 그만 말하지? 아니면 거기부터 잘라 놓고 시작할까?”

현수의 시선이 그가 던진 칼 위쪽 우두머리의 거시기를 가리키자 녀석도 남자랍시고 본능적으로 아랫도리를 움츠렸다. 그리곤 열심히 눈을 굴리더니 불가항력적이라고 판단한 듯 입을 열었다.

“영등포 양천동 그랜드 백화점 맞은 편 그린 상가 10층에 정우 무역이라고 있다. 거기가 조직의 아지트다.”

녀석이 술술 대답하는 걸 보고 현수는 거기가 놈들의 아지트가 아니라 용담호혈인 함정이란 걸 바로 눈치 챘다. 악은 검정 물과 같았다. 아무리 빨아봐야 검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거기도 이런 녀석은 있을 테고 그 녀석을 또 족치면 될 테니까 말이다.

“눈감아요.”

그때 현수가 외쳤다. 그러자 시퍼렇게 눈을 뜨고 현수가 싸우던 걸 지켜보고 있던 백성조가 황급히 두 눈을 감았다.

현수는 우두머리 녀석 옆으로 가서 허리를 굽히며 녀석의 머리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우두머리 녀석은 잔뜩 경계 어린 눈으로 현수를 올려다보았다. 그때 현수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수작 부린 거 알아.”

현수의 그 말에 우두머리가 움찔했다.

“괜찮아.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그리고 다음 생에서는 사람답게 살아.”

현수의 그 말을 들은 우두머리가 다급히 외쳤다.

“사, 살.....크아아악!”

하지만 늦었다. 현수의 손에서 흘러나온 전격계의 마법이 그의 머릿속 뇌세포 절반가량을 태워 버렸으니 말이다.

털썩!

녀석은 두 눈을 까뒤집은 체 발작 증상을 보였다. 그러다 입에서 게거품을 내물더니 이내 몸을 축 늘어트렸다. 죽진 않았다. 단지 깨어나면 정상인의 삶은 살 수 없을 터였다.

우두머리를 처리한 현수가 몸을 일으키고는 곧장 한쪽에서 두 눈을 감고 있던 백성조에게 다가갔다.

“이제 그만 가죠.”

“응? 어. 근데 여기는....”

“우리가 뒤처리까지 할 순 없잖아요?”

현수의 그 말에 백성조도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신고 같은 걸 하면 괜히 귀찮은 일에 휘말리게 될 터였다.

그럼 자칫 현수의 촬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었다. 현수의 말뜻을 금방 이해한 백성조는 곧장 현수를 따라 소품실을 빠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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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장으로 가면서 백성조가 걱정스런 얼굴로 현수에게 물었다.

“놈들 아지트 말인데. 거길 그냥 경찰에 알리는 게 낫지 않을까?”

그 말에 현수가 백성조를 돌아보며 말했다.

“거긴 놈들의 아지트가 아닙니다. 함정이지.”

“뭐? 그럼.....”

“나를 놈들 조직의 함정으로 끌어 들이려고 거짓말을 한 겁니다. 그런 곳에 경찰을 보내 봤자 건질 건 별로 없을 테고요.”

“그, 그렇구나.”

“이 문제는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선배님은 신경 쓸 거 없습니다. 여기서 더 개입 했다가 진짜 위험해 질 수 있어요.”

“그, 그래. 알았다. 신경 끌게. 근데 이 사실을 강남경찰서 마약반 윤중기 반장에게는 알려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뭐 달라 진 게 있어요?”

현수의 그 말에 백성조도 짧은 한숨을 내 쉬었다. 경찰 쪽에 협조 할 만큼 했는데 그 결과가 지금과 같은 봉변이었다.

백성조도 더 이상 경찰에 기대를 접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촬영하러 가야지.”

그래도 전에 당했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번엔 비교적 차분해 보이는 백성조와 함께 현수는 촬영장으로 발걸음을 점점 빨리 했다. 그러고 보니 그가 출연할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다행히 그 사이 촬영장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촬영이 일시 중지 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러다 현수가 나타나자 막 촬영이 재개 되었다. 해서 현수는 뒤탈 없이 촬영을 할 수 있었다.

그 촬영을 끝내고 또 쪽 대본이 나올 때까지 무한정 대기 중일 때 현수는 사지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현수씨.

“늦은 시간인데 전화 한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벌써 시간이 11시 30분이었다.

-안 그래도 막 일기 쓰고 자려던 참이었어요.

“일기요? 와아. 대단하네요.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일기 쓴다는 사람은 지희씨가 처음입니다.”

-습관이 돼서요. 일기를 안 쓰면 왠지 양치 안한 거 같이 찜찜한 기분이랄까? 뭐 그래서 계속 쓰고 있어요.

“혹시 그 일기에 저도 나옵니까?”

-네. 하지만 실명을 적진 않았어요.

“실명이 아니면 저를 뭐라고 적는데요?”

-그, 그건.....

“비밀입니까?”

-비밀 까지는 아니고..... 사랑꾼이요.

“사랑꾼?”

-사전적으로는 사랑에 놀러 다니거나 놀러 온 사람들을 말하는 데 요즘은 서로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꾼이라고 해요. 저에게 현수씨는 사랑꾼이니까요.

사지희는 현수에게 제대로 꽂힌 것 같았다. 그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확인을 하니 현수도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 피도 눈물도 없는 사도철을 생각하자 그 기분도 확 사라졌다.

드디어 새벽 2시에 마지막 촬영이 시작 되었다. 여주인공 남정과 축구선수 현수가 우연히 교정에서 마주치는 장면이었다.

“여기서 또 보내요.”

“........”

현수는 예의 그 무표정한 얼굴로 남정만 쳐다보았다.

“우리 사귀지 않을래요?”

남정이 용기를 내서 현수에게 고백을 한다. 현수는 흠칫 놀란 얼굴로 그런 남정을 쳐다보았다.

“컷! 수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촬영이 끝났다. 새벽이라 그런지 실내도 추웠다. 그래서 한혜영의 코디가 쪼르르 달려와서 그녀어깨에 두툼한 파커를 둘러 주었다. 그걸 어깨에 걸친 한혜영이 현수에게 말했다.

“첫 촬영 후 소감이 어때요?”

현수가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대답했다.

“힘드네요.”

“축구보다 더요?”

“네. 축구는 전후반 45분으로 시간이 정해져 있잖아요. 추가시간이래야 길어도 4분이고 말이죠. 그런데 여긴......”

현수는 두 손을 들어 올리며 완전 졌다는 듯 시늉을 해 보였다.

“스케줄 더 없죠?”

“네.”

“그럼 저랑 같이 술 한 잔 하실래요?”

한혜영의 그 제안에 현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생각 했다.

‘시스템이 반응이 없네. 그렇다면.....’

한혜영은 그냥 별 사심 없이 현수와 술 한 잔 하려는 모양이었다. 만약 그녀가 현수와 그렇고 그런 관계를 원했다면 시스템에서 반응이 와도 벌써 왔을 테니 말이다.

“간단하게 치맥 어떠세요?”

현수의 역제안에 한혜영이 호호 웃으며 말했다.

“안 그래도 출출 했는데 좋아요.”

“근데 그거 먹고 아침에 얼굴 붓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

“축복인지 재앙인지 모르지만 전 저녁에 먹어도 얼굴이 붓거나 그러진 않아요. 대신 뱃살이 쪄요.”

“근데 껌딱지가 있는데 어쩌죠?”

“껌딱지요? 아아! 그거라면 저도 있어요.”

그 말을 하면서 한혜영이 힐끗 옆에 있는 젊은 코디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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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이 매니저를 먼저 퇴근 시키고 껌딱지 백성조와 같이 MBS방송국 근처 치킨 집으로 향했다.

“요즘은 24시간 영업하는 곳이 많아서 좋아. 예전엔 이 시간에 딱히 갈 때가 없었거든.”

백성조의 말에 현수가 기가 차다는 듯 말했다.

“누가 들으면 나이가 한 50대쯤 되신 줄 알겠습니다.”

백성조는 많아 봐야 30대 초 중반으로 보였다. 말하는 거에 비해서 얼굴은 상당히 동안이었던 것이다.

“현수씨!”

“어. 혜영씨!”

현수는 치킨 집 앞에서 한혜영과 마주쳤다. 그녀는 껌딱지로 그녀의 젊은 코디를 데려왔다.

“이쪽은 Sj엔터 기획실장이신 백성조님 되십니다.”

현수가 먼저 자신의 껌딱지를 두 여자에게 정식으로 소개했다.

“어머! 그냥 매니저가 아니라 높으신 분이셨구나? 여긴 제 여동생과 같은 이지혜. 저의 코디에요.”

“안녕하세요?”

이지혜가 제법 싹싹하게 백성조를 쳐다보며 인사를 했다. 아무래도 백성조의 실장이란 직함이 그녀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Sj엔터테이먼트면 HOF랑 소녀사랑이 있는 곳 맞죠?”

한혜영이 먼저 아는 척을 하자 백성조가 그녀에게 정중히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백성조입니다. 저희 Sj엔터테이먼트는 가수뿐 아니라 연기자들에게도 최적의 연기 환경을 제공해 드리고 있습니다.”

한혜영은 연기자 연예 소속사에 속해 있었는데 백성조는 그녀가 탐이 나는 듯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한혜영의 코디인 이지혜가 말했다.

“저도 명함 주시면 안 돼요?”

“네? 아! 네 뭐 여기......”

백성조는 주섬주섬 명함첩에서 자신의 명함을 꺼내서 이지혜에게 건넸다.

‘이지혜? 가만.....’

그때 현수가 이지혜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맞네. 싱어송 라이터 이지혜!’

2010년 현수가 일본에서 국내 리그로 복귀 했을 때 가장 핫 한 가수라면 바로 눈앞의 이지혜를 꼽을 수 있었다.

그녀는 귀여운 이미지에 탄탄한 노래 실력으로 그해 음반 시장을 석권했다.

현수는 이지혜가 유독 백성조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유를 그제야 알 거 같았다.

그녀는 한혜영의 코디보다는 노래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가수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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