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83화 (83/712)

<-- 방송 출연 -->

MBS방송국 인기 시트콤 영 프렌즈의 메인 PD 진영호는 한 주를 시작하는 아침부터 정신없이 바빴다.

“뭐? 야외 촬영지가 아직 섭외가 안 돼? 너 지금 나하고 지금 장난 해?”

작년 입사한 새끼 PD가 야외 출연 장소의 섭외를 똑바로 하지 못한 탓에 아침부터 문제가 터진 것이다.

“빨리 섭외해. 오후엔 거기서 촬영해야 한단 말이다.”

“하지만 그곳이 사유지라 시청에서도 주인을 허락을 득하지 못하면 촬영할 수 없을 거라고.....”

“그러니까 그 사유지 주인을 네가 만나서 설득을 했었어야지. 아이고. 이 답답아.”

진영호는 이제 입사 2년 차니까 혼자 알아서 할만도 한데 요즘도 섭외 문제로 자신을 골치 아프게 만드는 새끼 PD가 당연히 마땅치 않았다.

“좀 전에 사유지 주인과 연락 됐습니다. 오전 중에 만나기로 약속 잡았고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작가 쪽에서 그게 커버가 되고 있단 점이었다. 메인 작가 밑에 빠릿빠릿한 보조 작가가 있는데 그가 주로 지금처럼 새끼 PD가 해 내지 못한 일을 대신 해결 해 주었다.

“수고했어요. 노작가.”

“뭘요.”

노작가는 어깨가 으쓱해진 반면 새끼 PD의 얼굴은 벌레 씹은 거처럼 변했다. 그때 그 앞에 눈에 익은 얼굴의 남자가 다가와서 인사를 했다.

“진 PD님! 안녕하세요.”

“아아! Sj엔터 쪽에 로드 매니저?”

“네. 맞습니다.”

“선배님!”

그때 이 매니저와 현수 뒤에 처져 있던 백성조가 앞으로 나섰다.

“어! 성조야.”

백성조와 진영호 PD가 반가운 얼굴로 서로 악수를 나눴다.

“바쁜 네가 현장엔 웬 일이냐?”

“한 일주일 여기서 민폐 좀 끼치려고요.”

“여기서?”

“네. 현장 돌아가는 거 좀 보려고 왔습니다. 너무 문전박대 마세요.”

“문전박대는 무슨. 잘 나가시는 소속사 실세한테 내가 오히려 잘 보여야지.”

“아! 이쪽은 여주인공인 남정이 첫눈에 반해서 쫓아다니는 축구선수 캐릭터를 연기할 신인 배우입니다. 현수씨?”

“안녕하십니까? 강현수라고 합니다.”

“네. 반갑.....헉!”

“어어!”

진영호 PD와 현수는 서로를 바라보며 놀란 얼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서 뵙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백성조가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물었다.

“뭐, 뭐야? 둘이 아는 사이입니까?”

둘은 그런 백성조는 쳐다보지도 않고 끼리 계속 얘기를 나눴다.

“아이는 어떻습니까?”

“그제 밤은 좀 놀라서 잠을 설쳤는데 어제부턴 정상적으로 돌아왔습니다.”

“잘 됐네요.”

“그쪽이 연기 지망생이라니. 이런 우연도 다 있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현수는 이곳에서 진영호를 만날 줄 전혀 몰랐다는 얼굴이었다. 그걸 보고 진영호가 의아한 얼굴로 현수에게 물었다.

“혹시 제가 준 명함 못 보셨습니까?”

“하하. 네. 그때는 워낙 정황이 그래서....... 뒤에 보려고 했는데. 그게 추워서 급하게 씻으려다가 그만 잊어 먹는 바람에.....”

“그러셨군요. 제 명함을 보셨다면 제가 누군지 아셨어야 정상인데 말입니다.”

“네. 전 다음 날 또 뵐 수 있을 줄 알았죠. 아이가 걱정이 돼서 다음 날 아침에 해안가로 가보니까 캠핑장을 떠나셨더군요.”

“집사람과 아이들이 너무 놀라서요. 다들 집으로 가자고 해서 그렇게 됐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촬영을 해야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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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호 PD는 현수에게 그가 맡을 캐릭터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했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잡니다. 대사는 거의 없지만 매 회 사투리로 몇 마디는 합니다. 오늘 대사는......”

“‘가시나 지랄하네.’ 아닙니까?”

“오오. 대사 숙지해 오셨네요?”

“대사랄 게..... 이게 다라서.... 하하하.”

“무표정한 얼굴 표정 한 번 지어 보시겠어요?”

“네.”

현수는 그냥 멍 때리는 얼굴로 서 있었다.

“오케이. 바로 그 표정입니다. 그렇게 서 계시기만 하면 됩니다.”

진영호 PD는 캐스팅 된 현수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자 그럼 여주인공 남정이 오는 대로 씬 #4부터 찍겠습니다.”

진영호 PD의 그 말이 있고 5분 쯤 지났을까? 시트콤 영 프렌즈의 여주인공 남정 역을 맡은 배우 한혜영이 나타났다.

그녀가 나타나자 순간 세트장이 환해지는 분위기였다. 현수도 잠시 넋이 나간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이 매니저가 말했다.

“혜영이 예쁘지요?”

“네. 뭐.....”

대답을 하면서 현수가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쁘긴 한데 어디선 본 것 같아서 말이다.

‘어디서 본 거지?’

현수가 한혜영을 어디서 봤는지 막 생각하려 할 때 FD가 현수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촬영 있으니 이쪽으로.....”

“네.”

이미 의상과 분장까지 끝내놓고 기다리고 있던 현수였다. FD를 따라 촬영 중인 세트 장 아래로 간 현수는 잠시 대기를 했다.

그 사이 먼저 촬영이 시작 되었다. 대학가 앞의 카페에서 남정이 여자 친구와 만나고 있을 때 현수가 등장하는데 그때 그를 보고 남정이 반하는 장면이었다.

현수는 카페 안으로 걸어 들어가서 먼저 와 있던 친구와 마주 앉기만 하면 되는 씬이었다.

“지금이에요. 들어가세요.”

FD의 말에 현수는 멍 때리는 얼굴로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를 기다리고 있던 친구가 손을 들자 그쪽으로 걸어가서 마주보고 앉았다.

“컷! 좋습니다. 다음 씬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첫 촬영이 무사히 끝났다. 현수는 NG 없이 촬영이 끝난 것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그 뒤로 촬영은 계속 되었고 드디어 오늘 실내 세트장에서의 마지막 장면이 녹화에 들어갔다. 바로 여주인공 남정이 현수에게 고백하는 장면이었다.

현수는 자기에게 다가온 남정을 보고 예의 그 무표정한 표정을 짓고 서 있기만 하면 됐다. 나머지 대사는 남정이 혼자 다 떠들어 댈 테니 말이다.

“반가워요.”

한혜영이 촬영 전 현수에게 먼저 인사를 했다.

“네. 저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한혜영은 지금껏 현수가 만나 온 미모의 여자들에 비해 한 수 위의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하긴 그러니까 여배우를 하고 있겠지만 말이다.

촬영은 바로 이뤄졌고 현수는 그녀를 보고 멍 때린 체 서 있기만 했다. 그 사이 그녀가 속사포처럼 대사를 읊어대다가 이내 시무룩해져서는 돌아섰다. 순간 고개를 돌리는 그녀의 옆얼굴을 본 현수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 여자다.’

어제 아산의 스파 온천에서 웬 풍채 좋은 대머리 아저씨와 같이 있던 그 젊은 여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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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영은 요즘 여자 연예인 중 청순의 대명사였다. 그런 그녀가 전혀 어울릴 거 같지 않은 중년 남자와 온천에서 같이 나왔다면 무슨 생각부터 들까?

‘스폰서로군.’

현수는 확신했다. 그럴 것이 그때 그가 본 중년 남자는 아주 만족스런 얼굴 표정이었다.  남자가 그런 표정을 지을 때는 두 가지 이유뿐이었다.

하나는 이루고 싶은 일을 성사 시켰을 때, 그리고 또 하나는 바로 가지고 싶은 여자를 가졌을 때였다.

현수의 기억에 따르면 중년 남자와 젊은 여자가 온천 밖에 나갔을 때 그 앞에 최고급 외제차가 대기 중이었고 기사가 차문을 열어 주는 걸 봤었다.

기사가 딸린 차를 탈 정도면 중년 남자는 상당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런 남자 옆에 미녀가 있는 건 사실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문제는 그 미녀가 요즘 대한민국의 모든 남자들의 연인인 한혜영이란 점이었다.

‘그렇게 안 봤는데.....’

누구나 사정은 있다. 한혜영도 마찬가지 일터였다. 하지만 그 이유가 어찌되었던 그녀가 사실과는 다른 가식의 가면을 쓰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현수가 싸늘한 눈길로 촬영을 끝내고 천사 같은 얼굴로 웃으며 세트장을 나서는 한혜영을 쳐다보고 있을 때 시스템의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을 울려왔다.

[띠링! 돌발 퀘스트! 인기 여배우 한혜영의 스캔들을 막아라. 찌라시에서 한혜영에게 남자가 있다는 소문이 오늘 파다하게 퍼집니다. 그 남자는 바로 한일그룹 셋째 아들 유정표 한일 정밀 대표. 둘은 연인 사이지만 어제부로 그 관계가 끝났습니다. 당신은 한혜영과 유정표 대표 사이의 관계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게 만들어야 합니다.]

‘뭐? 어제 연인 사이가 끝났다고? 그럼 그 중년 남자는 뭐야?’

하지만 현수도 한일그룹 셋째 아들인 유정표의 얼굴을 알았다. 그는 바로 국내 최정상의 톱 탤런트 진주희와 결혼한 행운아였으니까 말이다. 유정표는 올해 35살로 잘 생기고 스마트 한 남자였다.

어제 봤던 그 풍채 좋고 머리 벗겨진 중년 남자완 달랐다. 현수의 의문은 바로 시스템이 해결해 줬다.

[어제 한혜영은 아산의 한 온천에서 진주희의 고문 변호사를 만나서 확약서를 썼습니다. 유정표와의 관계를 깨끗하게 정리했음을 말입니다.]

‘그러니까 어제 내가 본 대머리 아저씨가 유정표의 아내인 진주희의 고문 변호사였단 말이로군.’

현수는 한혜영을 오해 한 거에 대해 조금 미안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잘했다는 건 아니었다. 어째든 그녀는 이미 한 가정이 이루고 있는 유부남과 사귀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나보고 이런 치정 문제를 어떻게 해결 하란 거야?’

이건 현수가 어떻게 해결 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자 시스템이 친절하게 그 해결 방법까지 제시했다.

[띠링! 당신이 한혜영의 남자가 되면 됩니다.]

‘뭐?’

현수는 기가 찼다.

[실제 한혜영의 이상형은 축구 선수입니다. 그녀의 첫 사랑이 축구 선수였기 때문이지요. 작가도 한혜영이 한 잡지사와 인터뷰에서 한 이 얘기를 듣고 남정 역의 그녀에게 실제 그녀가 좋아하는 이상형의 남자로 축구 선수를 캐스팅 하게 한 겁니다. 따라서 당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그녀가 당신의 매력에 빠질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나보고 오늘 처음 얘기 해 본 여자를 꼬셔서 내 여자로 만들란 건가?’

[오늘만 한혜영의 남자 인 척 해 주면 됩니다. 그 다음은 이번 주 촬영한 분량이 TV로 나가면 다 해결 될 문제입니다.]

‘다 해결 되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한혜영 소속사에서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몰아 갈 겁니다. 당신이 시트콤에서 뜨려고 한혜영을 이용한 것으로 말입니다.]

-뭐야? 그럼 나만 나쁜 놈이 되는 거잖아?

[상관있습니까?]

‘뭐라고?’

[당신은 축구 선수입니다. 혹시 연기자로 직업을 전향하실 의향이시라면 다른 방법을 찾겠습니다.]

‘그래도 이건.....’

[이번 퀘스트의 성공에는 많은 보상 포인트가 지급 됩니다. 지급전 얼마의 보상 포인트가 지급 되는지 알려 드릴 수 있습니다. 예상 지급 포인트 +200,000]

‘헉! 20만 포인트!’

백성조를 구했을 때 현수는 10만 포인트를 지급 받았다. 그런데 딱 그 두 배였다.

‘그래. 까짓것. 내가 계속 연기 할 것도 아니고. 한다. 해.’

작심을 한 현수에게 이 매니저가 다가와서 말했다.

“현수씨. 우리도 철수 하죠.”

“철수요?”

“네. 여기 촬영은 끝났습니다. 점심 먹고 야외 촬영 하러 일산으로 가야 하니까 이동 중에 점심은 해결해야 합니다.”

현수가 차에 오르자 이 매니저가 김밥과 샌드위치와 음료를 현수에게 건넸다. 그건 현수와 같이 차에 탄 백성조도 마찬가지였다.

현수는 이동 중에 점심을 김밥으로 때우면서 처음 배우란 게 참 쉽지 않은 직업이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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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으로 이동 중 백성조가 노트북으로 뭔가를 확인하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거 촬영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겠는데?”

백성조의 말에 운전하고 있던 이 매니저가 물었다.

“뭔데 그러십니까?”

“찌라시가 떴는데...... 한혜영에게 남자가 있다는 군. 그 유력한 남자로 한일 정밀 유정표 대표가 거론 되고 있고 말이야.”

“네? 하지만 유정표 대표라면 진주희씨 남편 아닙니까? 그 분이 뭐가 아쉬워서.....”

진주희는 미스코리아 출신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모의 여배우였다. 한혜영도 청순하고 예쁘긴 하지만 사실 미모로 놓고 봤을 때 진주희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현수는 백성조와 이 매니저 사이의 얘기를 들었으면서도 별 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럴 것이 그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오늘 중에 한혜영을 꼬실 건가로도 머리가 터질 거 같았으니 말이다.

‘에이. 나도 모르겠다. 축구 선수를 좋아한다니까 그걸로 밀고 나가 보자.’

요즘 들어 현수의 머리가 좋아지긴 했지만 당장 한혜영의 마음을 훔쳐 낼 기막힌 방법이 그렇게 금방 떠오를 리 없었다.

일산 호수 공원에서 야외 촬영이 시작 되었다. 그곳에서 우연히 한혜영와 현수가 만나는 씬이었는데 현수는 대범하게 한혜영이 있는 곳으로 먼저 다가갔다.

“식사 하셨어요?”

“네. 먹었어요. 현수씨도 식사 하셨죠?”

“네. 오는 도중에 김밥 먹었습니다.”

“호호호. 저도 마찬가지에요.”

“축구 좋아하신다면서요?”

“네. 어떻게 아셨어요?”

“작가님께서 캐스팅 할 때 얘기 해 주셨어요. 여주인공인 남정 역의 한혜영씨가 실제로 축구를 좋아한다고요.”

“그러셨구나.”

“언제 시간 되시면 축구 구경 오세요. U리그 본선 경기가 다음 주부터 시작 되거든요.”

“네?”

그게 무슨 소리냐며 의아한 얼굴로 현수를 쳐다보는 한혜영에게 현수가 웃으며 말했다.

“저.... 실은 배우 아니에요. 진짜 축구 선수에요.”

“진, 진짜요?”

“네. 연신대 중앙 미드필더로 뛰고 있습니다. 주전이니까 시합 구경 오시면 저는 무조건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현수는 그 말 후 한혜영에게서 물러나왔다.

‘일단 그녀에게 내가 축구선수란 건 확실하게 일깨워 줬고. 다음은......’

그녀를 매료 시킬 뭔가가 필요했다. 그때 시스템에서 소스를 제공했다.

[띠링! 단숨에 이성을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을 찾으십니까?]

‘그래.’

[그렇다면 시스템에서 추천하는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그걸 보시겠습니까? Y/N]

현수는 주저 없이 예스를 선택했다. 그러자 그 앞에 그 방법들이 나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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