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출연 -->
휙!
철컥!
결국 현수는 안방에서 쫓겨났다. 혜미는 방밖으로 베개와 이불 하나를 던져 주고는 안방 안에서 방문을 잠갔다.
“하아!”
한숨과 함께 현수는 거실 소파에 베개를 베고 이불을 덮고 누웠는데 신기하게 금방 잠이 들었다. 그런데 새벽 무렵 누가 그를 흔들어 깨웠다.
“으음.....헉!”
긴 머리의 혜미가 머리를 풀어 헤친 체 현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간이라면 제법 큰 현수도 그런 혜미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이내 귀신이 아니라 그게 혜미란 걸 알 수 있었다.
“뭐, 뭐야?”
“추운데 들어와서 자라고.”
해안가의 새벽녘이라 비록 7월이지만 제법 쌀쌀 했다. 하지만 이불도 있어 견딜 만 했는데 혜미가 굳이 왜 그를 방으로 데려 가려는 걸까? 현수의 입가에 웃음이 감돌았다.
“거기가 이제 안 쓰라린 모양이지?”
현수의 농담조 말에 혜미의 얼굴이 이내 굳었다.
“싫음 말고.”
“아, 아니야. 들어 가.”
현수가 베개를 챙겨들고 후다닥 안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침대에 뛰어들었는데 혜미가 데워 놓은 자리인지 온기가 남아 있었다.
“이리 와.”
현수가 침대에 누운 체 혜미를 향해 두 팔을 벌리자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현수의 품에 쏘옥 안겨 왔다.
“으음. 좋다.”
그녀에게서 나는 살 냄새를 맡느라 현수가 코를 킁킁거리자 혜미가 현수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아야!”
“좀 가만히 있어.”
그리곤 현수의 품에 포옥 안긴 체 새근새근 거리며 누워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 현수가 물었다.
“혼자 자기 무서웠던 거야?”
“.......”
잠시 말이 없던 그녀가 뒤늦게 대답했다.
“음, 뭐.....”
“함 할까?”
“..........”
그녀는 침묵했고 현수가 그녀의 몸을 더듬었다. 그녀가 전혀 저항을 하지 않았다. 현수는 그게 계속 해도 좋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본격적으로 그녀 옷 속으로 손을 넣었다.
“아아아앙!”
이내 방안에 색스런 혜미의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뒤이어서 살끼리 부딪치며 나는 소음이 뒤섞이더니 방안에 한 바탕 훈풍이 몰아쳤다.
“헉헉헉헉!”
가쁜 숨소리를 흘리며 현수가 침대 위에 대자로 뻗어 있었고 그런 그의 팔을 베고 혜미가 상기된 얼굴로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
둘이 어찌나 격렬하게 섹스를 했던지 침대 위에는 베개도 하나 보이지 않았다. 베개며 침대보, 그리고 이불이 침대 밑 방바닥에 널려 있었다.
“넌 갈수록 섹스를 잘하는 거 같아.”
혜미가 딴엔 칭찬이랍시고 현수에게 그 말을 했다. 현수는 이번에도 불끈 반지를 인벤토리에서 꺼내 끼고 섹스를 했고 혜미를 충분히 만족 시켰다.
현수는 그것 때문에 자존심이 좀 상했던지 섹스가 끝나자마자 그녀에게 들키지 않게 손가락에 끼고 있던 불끈 반지를 빼내서 인벤토리에 도로 넣었다.
“좋았어?”
현수가 남자가 여자와 섹스 후 묻는 가장 상투적인 질문을 혜미에게 했다.
“어! 진짜 좋았어.”
혜미가 바로 대답했다. 그녀는 남녀 관계에서 밀땅 같은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게 명확한 스타일이었다. 그런 그녀가 진짜 좋다고 했을 땐 이번 섹스가 그녀에게 아주 만족스런 섹스였단 소리였다. 그래서일까? 시스템에서도 반응이 바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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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혜미에 대한 시스템의 포인트 지급은 짰다. 하지만 예전보다는 높아지긴 했다. 그래도 현수에게는 그의 스토커들인 축구 후원자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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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포인트에 후한 현수의 축구 후원자들이었다. 현수는 속으로 자신의 축구 후원자들에게 고마워하며 웃는 얼굴로 스르르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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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잠에서 깼을 때 현수는 베개를 베고 이불까지 덮고 있었다. 그런데 옆구리가 어째 허전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옆에 붙어 있어야 할 혜미가 보이지 않았다.
현수는 침대 옆 테이블에 예쁘게 개어져 있는 자신의 속옷과 겉옷을 챙겨 입고 안방을 나섰다. 그때 그의 코로 확 북엇국 냄새가 났다. 이어 그를 먼저 발견한 혜미가 말했다.
“일어났어?”
“어. 근데 뭐해?”
“어제 산 즉석 북엇국으로 국을 끓였는데...... 쩝쩝, 먹을 만하네. 씻고 와.”
그 사이 혜미는 밥을 짓고 북엇국을 끓여 놓은 모양이었다. 현수는 혜미가 시킨 대로 화장실로 들어가서 간단히 세수를 하고 나왔다.
“먹자.”
반찬은 장조림통조림과 깻잎 통조림, 그리고 어제 김치찌개 끓여 먹고 남은 김치가 다였는데 북엇국에 밥을 말아서 먹으니 먹을 만 했다. 어제 술을 많이 먹은 건 아닌데 속이 시원했다.
“밥 먹고 거기 가자.”
혜미가 불쑥 말했다.
“거기? 아아!”
혜미가 말한 거기는 진영호 PD와 그 가족들이 캠핑하고 있는 델 말했다.
“그래. 뭐.”
혜미가 그렇게 진영호 PD와 만나고 싶다는데 그 정도 부탁도 못 들어 준 데서야 남친이라 할 수 없었다.
현수는 식사 후 설거지를 끝내 놓고 혜미와 같이 해안가로 향했다. 해안가 주위로 꽤 많은 텐트들이 줄 지어 쳐져 있는 것이 보였다. 현수는 그 중 한 곳으로 혜미를 데리고 갔다.
“어?”
그런데 어제 분명이 여기 있었던 진영호 PD와 그 가족들의 텐트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 옆 텐트 안에서 사람이 나왔고 현수가 물었다.
“어제 여기서 캠핑했던 분들 어디 가셨어요?”
“아아! 그 아이들 있는 가족 분들이요? 어젯밤에 떠났어요.”
“떠나요?”
“어제 그 집 아이가 물에 빠져 죽을 뻔 했거든요. 그 때문에 놀랐는지 부랴부랴 짐을 챙기더니 집으로 간다던데. 무슨 일이시죠?”
“네에. 어제 제가 그 집 아이를 구해 준 사람이거든요. 아이가 어떤가 보러 왔는데....”
“아아! 바다에 뛰어들어서 아이를 구했다는 그 용감하신 분! 어젠 밤이라 어두워서 자세히 못 봤는데..... 맞네. 어제 그분이. 대단하세요. 정말 장한 일 하셨어요.”
“아이고. 아닙니다.”
현수는 주위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 되는 걸 느끼고는 혜미를 데리고 서둘러 그곳을 빠져 나왔다.
“어쩌냐?”
“뭐 별 수 없지. 하지만 이게 있잖아?”
혜미가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현수가 어제 진영호 PD에게서 받은 명함을 꺼냈다.
“서울 가서 만나지 뭐. 나 데리고 방송국 가 줄 거지?”
집요한 혜미를 보고 현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대답했다.
“그래. 꼭 데리고 가 줄게.”
어차피 다음 주, 아니 내일 아침에 현수는 Sj엔터테이먼트에 들렀다가 아마도 바로 방송국에 가게 될 터였다. 그리고 그 주 내내 시트콤 영 프렌즈의 5회분 촬영을 해야 했다.
그 사이 혜미를 방송국으로 불러내서 진영호 PD도 만나게 해 주고 출연진들도 볼 수 있게 해 주면 될 일이었다.
현수가 철석같이 약속 하자 혜미가 좋아서 헤헤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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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으로 돌아가 현수는 바로 짐을 빼서 차에 실었다. 펜션 주인에게도 오늘 오전까지 있을 거라고 했기 때문에 현수는 주인집에 가서 펜션 키를 반납하고는 곧장 차를 몰고 만리포를 빠져 나갔다.
서울로 방향을 잡고 온 길을 다시 돌아가던 현수가 서해안고속도로에서 혜미에게 불쑥 물었다.
“혜미야. 몸도 찌뿌둥한데 우리 온천 갈까?”
“온천?”
혜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역시 현수의 예상대로 혜미는 좋다며 가자고 했다.
현수는 그 길로 서평택 IC로 빠졌다. 그리고 온양온천 및 아산방면으로 약 20분정도 가자 ‘아산관광온천단지’ 라는 이정표가 보였다.
그곳 단지 안에서 유명한 숯불 불고기로 점심을 먹은 뒤 현수는 인터넷에서 특별히 추천한 스파 온천에 객실 하나를 잡고 그곳 찜질방의 하루 이용권을 끊었다.
그때 현수의 눈에 풍채 좋은 대머리 아저씨와 그 옆에 챙이 큰 모자에 선글라스를 쓴 여자가 나란히 온천 밖으로 나가는 게 보였다.
근데 여자가 많이 젊어 보였다. 최대한 얼굴을 가렸지만 드러난 목선이나 옆얼굴을 보고 현수는 그 여자가 20대 중반 정도의 아가씨란 걸 알아 봤다. 그것도 보통 미모가 아니었다.
‘어디서 본 얼굴 같기도 하고.’
현수가 그 여자가 누군지 생각해 내려 할 때 혜미가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일단 헤어져서 사우나와 목욕을 하고 다시 만나는 게 좋겠지?”
온천이 남녀 공용일 리 없었다. 물론 가족탕이 있었지만 거기서 제대로 된 온천을 즐길 수는 없는 노릇. 혜미는 제대로 온천을 즐길 생각이었다.
“그, 그래. 뭐.”
혜미의 말에 대답하는 사이 현수의 뇌리에서 좀 전 본 젊은 여자의 얼굴도 지워졌다.
“그럼 지금이 2시니까.... 3시간 뒤인 5시에 여기서 만나.”
“그러자.”
현수는 그곳 찜질방에서 혜미와 헤어졌고 곧장 남자 사우나로 갔다. 그곳에서 묵은 때도 벗기고 땀도 뺀 뒤 한숨 잠까지 자고 나자 5시가 다 되어 있었다. 그래서 찜질방에 가니 아직 혜미는 보이지 않았다.
“미안!”
혜미는 약속 시간 보다 30분 늦게 5시 30분쯤 현수 앞에 나타났다.
“저녁 먹자.”
현수는 찜질방에서 파는 미역국이 나오는 정식을 먹었다. 생각보다 반찬들이 정갈 한 것이 먹을 만 했다.
그 뒤 그 둘은 따뜻한 찜질방에서 10시까지 TV나 보고 죽치고 있다가 그곳을 나와 객실로 향했다. 객실에서 둘은 누가 먼저 랄 것 없이 서로를 탐하며 오늘 새벽처럼 뜨겁게 불 타 올랐다.
“헉헉! 너 정말 대단한 거 같아.”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섹스 후 녹초가 되어 버린 둘은 씻지도 않고 그대로 잠들었다. 그리고 아침 6시에 깬 현수가 혜미를 깨웠다.
“혜미야. 우리 그만 가야 하거든.”
“으응......”
혜미는 일어나가 싫은 표정이었지만 오늘 아침에 취업을 위한 스터디 모임이 있었기 때문에 겨우 몸을 일으켰다.
둘은 간단히 세수만 한 후 스파 온천을 나와서 서울로 출발했다. 아산에서 서울까지는 1시간 거리였다.
이른 아침이라 차도 막히지 않아서 현수가 서울 혜미의 오피스텔에 도착했을 때는 7시 50분밖에 되지 않았다.
“즐거웠어.”
“나도.”
간단한 말 이후 혜미는 짐 가방을 챙겨 들고 오피스텔로 들어갔고 현수도 곧장 Sj엔터테이먼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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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늦지 않게 8시 20분에 Sj엔터테이먼트에 도착했다. 그리고 8시 30분 백성조가 현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찍 왔네?”
“네. 선배님.”
“오늘부터 너와 일주일 동안 함께 할 매니저 백성조다. 잘 부탁한다.”
“그건 제가 드릴 말씀이죠.”
백성조는 현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회사에 일주일 휴가를 신청했다. 물론 말이 휴가지 요즘같이 바쁠 때 그가 쉴 수 있는 상황은 못 됐다. 현수의 매니저 일을 하면서 그는 기획실장으로서의 자신의 일도 계속 해 나가야 했다.
“주말 동안 별 일 없으셨어요?”
현수가 마약 조직 때문에 걱정이 되어 백성조에게 물었다.
“응! 주말 내내 집에서 일만 했거든.”
“집 주위는 경호원들이 철통같이 지켜 주고 말이죠?”
“그렇지.”
“그런데 왜 지금은 그 경호원들이 안 보이는 겁니까?”
현수가 주위를 살펴도 경호원 비슷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야 너하고 있으니까 경호원이 따로 필요 없지.”
“네?”
“너 경호원 하루 고용하는데 얼만지 아냐?”
“헐!”
짠돌이 백성조는 현수와 같이 있다는 이유로 진짜 일주일 동안 경호원들을 철수 시킨 모양이었다.
“그래도 밤엔 선배님 지켜 줄 경호원들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러자 백성조가 피식 웃었다.
“야. 너 촬영을 낮에만 하는 줄 아는 모양인데. 그게 아니거든.”
“네?”
현수는 곧 알게 되었다. 방송에서 일주일 시간을 비우라는 의미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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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엔 변수가 많다. 그 중에서 특히 대본에 문제가 많았다. 달리 쪽 대본이 난무하는 게 아닌 것이다.
그런 쪽 대본 때문에 촬영도 수시로 이뤄졌다. 그게 낮이든 밤이든 가리지 않고 말이다. 물론 주연급 배우들에게는 시간을 배려 해 준다.
그 주연급 배우들의 스케줄까지 다 고려하다 보니 정작 촬영에서는 밤샘이 기본적인 일상이 되는 것이다.
백성조는 현수의 매니저를 자처 했지만 사실 매니저 일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를 대신해서 회사에서 붙여 준 로드 매니저가 따로 있었던 것이다.
그 로드 매니저가 운전을 하고 MBS 방송국으로 향했다.
“9시에 담당 PD와 미팅이 있으니까 서둘러야 합니다.”
자신을 이 매니저라고 소개한 로드 매니저가 현수에게 얘기 했다. 그렇다면 백성조는 뭘 하는가? 그는 현수 옆에 앉아서 노트북과 핸드폰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 그렇지. 결의서는 내가 작성해서 보낼 테니까 사장님 결제 받아서 그렇게 처리 하라고. 얘들 녹음은 어떻게 되어 가?......뭐? ........ 음. 아니지. 보컬 트레이너가 그렇게 얘기 했으면 ............ 댄스 연습도 게을리 하면 안 된다고 내가 그렇게 얘기 했는데............”
백성조는 눈코 뜰 사이 없이 바빴다. 그걸 보고 현수가 말했다.
“바쁘신 거 같은데 그냥 회사로 가시죠?”
그러자 옆에서 그 소리를 들은 백성조가 통화 중에 살짝 핸드폰을 떼어 내고는 현수에게 말했다.
“그럼 누가 날 지켜주고?”
그 말에 현수는 할 말이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이번 한 주 동안 현수는 시스템의 퀘스트를 완수하기 위해서라도 백성조가 무탈하게 지켜야 했다. 그를 회사로 보내서 될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네네. 제가 곁에서 잘 지켜 드리겠습니다요. 마님.”
“크음. 그래야지.”
백성조는 그 말 후 피식 웃더니 계속 하던 통화를 이어서 했다. 현수는 늦지 않게 MBS 방송국 안 시트콤 실내 촬영 세트에 도착을 했다.
“이쪽으로.....”
이 매니저가 앞장을 서고 현수가 그 뒤를 그리고 핸드폰을 들고 뭐라 계속 떠들어 대면서 백성조가 용케도 그들을 따라 움직였다.
“안녕 하세요. PD님은? 아네. 저쪽에 계시다고요?”
이 매니저는 이곳 촬영 팀 관계자들과 꽤 친한 듯 인사를 하더니 이내 시트콤 영 프렌즈의 메인 PD가 어디 있는지 알아내서는 현수를 그쪽으로 데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