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출연 -->
“동민아!”
그걸 본 부부는 둘 다 정신없이 바다에 뛰어들려 했다. 그때였다.
철벙철벙!
그들보다 빨리 웬 젊은 남자가 바다로 뛰어들고 있었다. 남자는 한 마리 물개 마냥 파도를 헤치고 바다 쪽으로 쭉쭉 헤엄쳐 나갔다.
“우파....우파.....아빠!.....우웁....엄마!”
아이는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며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을 쳐댔다. 그 때문인지 그나마 바로 바다 속에 가라앉지는 않았다.
아이의 엄마 아빠는 그런 아들을 향해 계속 랜턴을 비췄다. 하지만 아이의 체력은 한계가 있었다.
“동민아. 안 돼!”
아이가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자 아이의 아빠 엄마가 발을 동동 굴렀다.
“후웁!”
그때 아이를 구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었던 젊은 남자가 그걸 보고 긴 호흡 뒤 바다 속 깊이 잠수해 들어갔다.
그리고 10여초 뒤 그 젊은 남자가 아이를 구해서 수면 위로 떠오르는 걸 보고 부부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됐어.”
“아아. 하느님, 부처님, 알라 신. 암튼 다 고맙습니다.”
젊은 남자는 아이를 한 팔로 껴안은 채 유유히 파도를 헤치고 바닷가 모래사장 쪽으로 수영해 나왔다.
“와아아아! 진짜 장하다.”
“짝짝짝짝짝! 대단한 젊은일세.”
그걸 보고 해안에 있다가 바닷가로 구경 나온 사람들이 그 젊은 남자를 향해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치며 한 소리씩 했다.
잠시 후 그 젊은이가 아이와 함께 바다 밖으로 나왔다.
“동민아!”
“아빠! 엄마!”
아이는 생생한 얼굴로 뛰어 엄마 아빠의 품에 안겼다. 그 뒤에 약간 지친 기색의 젊은 남자가 걸어 왔는데 그 남자를 보고 아이 엄마 아빠가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그들의 인사에 젊은 남자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밤바다가 시원하네요.”
넉살 좋은 젊은 남자의 대답에 주위에 순식간에 훈풍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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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아까 혜미와 같이 걸었던 백사장을 걸었다.
“아아! 시원하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속이 다 시원해지는 느낌에 현수의 입에서 절로 웃음이 났다. 그때 바다에서 웬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뭐, 뭐지?”
현수는 밤바다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바다 쪽은 어두워서 보이는 게 없었다. 하지만 아이의 울음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그렇다는 건 아이가 지금 위급한 지경이란 소리였다.
“어, 어쩌지?”
그때 현수는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저 아이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순간 시스템에서 반응이 왔다.
[띠링! 아이를 구하려면 직접 바다에 뛰어드셔야 합니다.]
‘하지만 난 수영을 잘 못하는데.....’
[수영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시스템에 있습니다.]
시스템에 있단 건 곧 포인트를 써야 한단 소리였다. 안 그래도 포인트를 많이 쓴 탓에 시스템이 포인트 좀 되는 돌발 퀘스트를 해 주길 기다리고 있던 현수였다.
‘어떻게 포인트 안 쓰고 아이를 구할 수 없을까?’
그러자 시스템에서 바로 그 방법을 찾아내서 알려 주었다.
[게임 단기 무료이용 쿠폰 사용이 가능하십니다. 사용 방법을 알려 드릴까요? Y/N]
현수는 당연히 예스를 선택했고 시스템이 바로 그 방법을 제시했다.
[학습능력→게임→몸 쓰는 게임→공놀이→물에서 하는 공놀이→단기 수영선수→준 수영선수 선택]
“오케이!”
현수는 시스템이 알려 준대로 머릿속으로 먼저 학습능력을 떠올렸다.
[학습능력]
이름: 강현수
학습능력: 70/100
1. 공부(지식 능력 향상): 전체 50/100, +1 상승 2,000포인트(단, 60까지)
2. 게임(놀이 능력 향상): 전체 80/100, +1 상승 12,000포인트(단, 90까지)
3. 상상(잠재 능력 향상): 전체 80/100, +1 상승 12,000포인트(단, 90까지
4. 애정(연애 능력 향상): 전체 90/100, +1 상승 17,000포인트(단, 100까지)
5. 모략(음모 능력 향상): 전체 50/100, +1 상승 2,000포인트(단, 60까지)
눈앞에 학습능력 창이 뜨자 현수는 바로 2번 게임을 클릭했다.
[게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놀이]
1. PC 게임
2. 몸 쓰는 게임
현수는 2번 몸 쓰는 게임을 이어 선택했다.
[몸 쓰는 게임]
술래잡기, 비석치기, 윷놀이, 포커, 고스톱...... 공놀이, 자치기........ 장기, 바둑.......노래방, 보도방, 스크린 골프방..........
현수는 재빨리 게임 속에서 공놀이를 찾아냈다.
[공놀이]
1. 땅에서 하는 공놀이
2. 물에서 하는 공놀이
현수는 바로 물에서 하는 공놀이를 선택했다.
[물에서 하는 공놀이]
1. 초보 -물에 뜨는 수준 +100
2. 좀 하는 수준 -개헤엄 수준 +500
3. 잘 하는 수준 -수영장 왕복(100m) 가능 수준 +1,000
4. 곧 잘 하는 수준 - 500m 수영 가능 +5,000
5. 준 수영 선수 수준 - 2Km 수영 가능 +10,000
6. 수영선수 수준 - 5Km 수영 가능 +50,000
7. 단기 수영 선수 - 하루 동안 수영 선수 수준으로 헤엄치게 해 준다.
현수는 7번 단기 수영 선수를 클릭했다.
[단기 수영선수]
1. 준 수영 선수- 하루 2Km 수영 선수 실력 유지. +1,000포인트(쿠폰 이용 시 공짜)
2. 수영 선수 - 하루 5Km 수영 선수 실력 유지. +5,000포인트 (쿠폰 이용 시 +1,000)
3. 국가대표 수영선수 - 하루 동안 국가대표 선수 급 수영 실력 유지. +10,000포인트(쿠폰 이용 시 +3,000)
현수는 시스템이 시킨 대로 준 수영 선수를 선택했다. 그때였다.
“동민아!”
“동민아. 어디 있니?”
아이를 부르며 랜턴을 든 부모가 나타났다. 그들은 바다로 랜턴을 비췄고 이내 튜브를 타고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는 아이를 찾아냈다.
아이의 부모 중 아버지가 바다에 뛰어들려 하자 현수는 바로 시스템에 물었다.
‘쿠폰 아직 쓰지 않았으니까 사용 취소 가능하지?’
그러자 시스템이 친절히 대답했다.
[띠링! 한번 사용하려 선택한 쿠폰은 반드시 사용하셔야 합니다.]
“뭐?”
현수가 버럭 시스템에 화를 내려 할 때였다. 부모들의 비명성이 들려왔고 현수가 바다를 보자 아이가 튜브에서 바다로 빠져 있었다.
“젠장!”
어차피 사용해야 할 쿠폰이었다. 현수는 거침없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바다를 가르고 수영을 해서 아이에게로 갔는데 아이가 그 사이 바다 속에 가라앉았다.
현수는 잠형으로 바다 속으로 들어가서 아이의 상체를 겨드랑이에 끼운 뒤 수면 위로 올라왔다.
“커헙!”
다행히 아이는 바닷물을 많이 먹지 않은 모양이었다. 숨도 무리 없이 쉬었고 말이다. 현수는 아이의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넣으며 말했다.
“움직이지 말고. 그냥 힘 빼고 바다에 누워있다고 생각해.”
아이는 생각보다 영특해서 현수의 말을 바로 알아듣고 몸에 힘을 뺐다. 현수는 그런 아이를 옆에 끼고 육지 쪽으로 수영을 해 갔다. 그리고 10여분 뒤 현수와 아이는 무사히 해변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동민아! 흑흑흑!”
“아빠! 엄마!”
가족 상봉을 지켜보던 현수는 가슴이 뭉클했다. 동시에 바다에 뛰어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고맙습니다. 혹시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아이 아빠가 현수에게 명함을 한 장 건넸다.
“아네.”
현수는 그저 형식적으로 그 명함을 받아서 내용은 전혀 보지도 않고 손에 쥔 체 그대로 있었다. 뒤늦게 해경이 나타났는데 상황이 좋게 끝나 있자 이내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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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차가운 바다 바람에 오들오들 떨면서 펜션으로 뛰어갔다.
“으으으으. 추워라.”
현수가 물에 빠진 고양이 꼴로 거실에 들어서자 혜미가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이 밤에 수영이라도 한 거야?”
“어? 넌 언제 깼어?”
“좀 전에.”
“으드드드. 일단 씻고 나올게.”
현수는 자신의 지금 처지를 혜미에게 설명하다가는 저체온 증에 걸릴 거 같아서 쪼르르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쏴아아아!
따듯한 샤워 물에 몸을 갖다 대자 떨리던 현수의 몸이 점차 진정이 되었다. 현수가 씻는 사이 혜미는 현수의 짐 가방에서 그의 속옷과 겉옷을 꺼내 화장실 앞에 놔두었다.
현수는 씻고 나서 화장실 문을 열자 갈아입을 옷이 있는 걸 보고 혜미에게 외쳤다.
“고마워.”
그리곤 그 옷을 챙겨 입고 화장실을 나왔다. 그때 혜미가 현수 앞에 따듯한 커피 한잔을 내밀었다.
펜션 안에 주인이 서비스로 놔 둔 거 같은 믹스 커피였다. 현수는 그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제 살 거 같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런 현수에게 혜미가 자초지종을 물었고 현수는 좀 전 바닷가에서 있었던 사건을 이야기 했다.
“어어! 강현수. 착한 일 했네.”
“그렇지? 헤헤헤.”
혜미는 현수에게 아이를 구해 준 건 잘한 일이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화장실로 향하며 물었다.
“옷은 화장실 안에 벗어 뒀지?”
“어. 근데 뭐하려고?”
“뭐하긴. 지금 씻어서 밖에 내 놓으면 내일 갈 때 쯤 다 마를 거야.”
혜미는 현수의 옷을 빨래하러 화장실에 들어갔던 것이다.
“어? 이건 뭐야?”
그때 혜미가 화장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명함 하나를 주워들었다.
“아아. 그건 아까 내가 구해준 아이 아빠가 고맙다며 언제든 연락하라고 준 명함이야.”
“어머! 이 사람 PD 라는 데?”
“PD?”
“어. MBS 진영호 PD? 가만 혹시 시트콤 영 프렌즈의 그 진영호 PD는 아니겠지? 어떻게 생겼어?”
혜미는 시트콤 영 프렌즈의 열혈 팬이다. 특히 남자 주인공도 아닌 조연급 배우인 홍경우의 광팬이었다. 홍경우는 그리 잘 생긴 편은 아닌데 연기력이 좋았다. 혜미는 홍경우가 죽은 자신의 오빠랑 닮아서 좋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누구나 아픔은 있구나.’
혜미는 죽은 오빠가 있다고만 했지 언제 어떻게 왜 죽었는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말을 안 하는데 섹스 파트너 일 뿐인 그가 그걸 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떻게 생겼냐면............”
현수가 아이 아빠에 외모를 설명하자 혜미가 박수를 치며 좋다고 외쳤다.
“MBS 진영호 PD 맞네. 너 진PD가 우리 학교 선배 인 거 모르지?”
“어. 뭐.....”
혜미는 잘 하면 이 밤에 진PD를 보러 가겠다고 나설 판이었다. 하지만 그녀도 시계를 보고서는 생각을 접었다.
“이 시간에 가는 건 예의가 아니겠지?”
“당연하지.”
“가만.”
혜미는 물에 젖은 MBS 진영호 PD의 명함을 드라이기로 말린 후 자신이 읽으려고 가져 온 책 사이에 꽂더니 그 책을 밟고 섰다. 그걸 보고 현수가 말했다.
“그렇게 까지 할 필요 있어?”
“당연히 있지. 너 나 데리고 방송국 가 줄 거지?”
“방송국은 왜?”
“왜긴. 영 프렌즈 촬영하는 거 보는 게 내 버킷리스트에 있거든.”
“버킷리스트?”
“너 설마 버킷리스트도 모르는 건 아니지?”
물론 현수는 버킷리스트가 뭔지 안다. 바로 내년에 개봉 될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이란 영화를 일본에서 봤기 때문에 말이다. 솔직히 이 당시 현수는 버킷리스트가 뭔지 몰랐다.
“당연히 알지. 버킷 리스트(bucket list)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과 보고 싶은 것들을 적은 목록을 말하는 거잖아.”
“오오! 우리 현수 똑똑한데. 맞아. 원래 ‘죽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속어인 ‘킥 더 버킷(kick the bucket)’으로부터 만들어진 말인데 중세 시대에는 교수형을 집행하거나 자살을 할 때 올가미를 목에 두른 뒤 뒤집어 놓은 양동이(bucket)에 올라간 다음 양동이를 걷어참으로써 목을 맸는데, 이로부터 ‘킥 더 버킷(kick the bucket)’이라는 말이 유래되었데.”
확실히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혜미는 똑똑했다. 현수는 그런 똑똑한 혜미가 좋았다. 아마 그래서 다른 여자와는 달리 혜미와는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지도 몰랐다.
“내일 거기 가 보자.”
“거기?”
“진영호 PD가 가족들과 캠핑 와 있다며?”
“아아. 거기 가자는 얘기였어?”
현수는 그러면서 당장 월요일에 진영호 PD를 만날 걸 생각하니 슬쩍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런 걸 두고 인연이라고 하는 건가?’
하필 현수가 놀러 온 이곳에 진영호 PD와 그 가족이 놀러왔고 또 진영호 PD의 아들이 바다에 빠진 걸 현수가 구했다. 그리고 월요일부터 진영호 PD가 연출하는 시트콤에 현수가 출연하게 된다. 인연이 아니고선 이렇게 며칠 사이에 진영호 PD와 자신이 엮일 수 없는 노릇이었다.
현수로써는 월요일 극적인 만남을 생각하면 내일 진영호 PD를 만나는 것은 사실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두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는 혜미를 보아하니 그건 아무래도 틀린 거 같았다.
혜미는 현수가 벗어 놓은 젖은 옷들을 빠르게 손빨래 했다. 그리고 그걸 펜션 밖의 건조대에 걸고 다시 거실로 들어왔다.
“아아아함!”
현수는 갑자기 떨어서 그런지 졸음이 몰려왔다. 늘어지게 하품을 한 후 현수가 혜미에게 말했다.
“혜미야. 우리도 그만 자야지.”
그 말을 하며 현수가 슬그머니 혜미에게 접근하자 그녀가 기겁하며 말했다.
“너 설마 또 하려는 건 아니지?”
“그럼 따로 자?”
혜미는 잠시 현수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오늘 각방 써야지.”
“왜?”
“나 지금 거기가 쓰라리고 아프단 말이야.”
“그럼 안하고 같이 자기만 하면 되지.”
“그래 놓고 슬쩍 덮칠 거잖아.”
“아, 아니야. 안 한다니까.”
현수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당연히 새벽에 그녀를 덮칠 생각이었다. 남자는 원래 새벽에 원기가 더 왕성해 지는 법이니까 말이다.
“못 믿겠어.”
‘오빠 못 믿어?’ 라는 말과 함께 여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말이 현수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손만 잡고 잘게.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