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72화 (72/712)

<-- 방송 출연 -->

술이 원수란 말이 맞았다. 원래 고기를 먹다보면 술이 당긴다. 현수와 백성조는 고기를 먹을 때 각자 1병 씩 소주를 마셨다. 고기와 곁들여서 말이다.

그때 이미숙이 계속 소주병을 힐끗 거리면서 쳐다보는데도 불구하고 백성조는 결코 그녀에게 술을 권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수는 몰랐다. 그래서 말했다.

“한잔 하실래요?”

“네!”

잽싸게 이미숙이 대답하더니 술잔을 내밀었다. 현수는 딱 한잔 그녀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그걸 날름 원샷한 이미숙은 그때부터 얼굴이 불그스름해지더니 헤헤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백성조가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또 시작이군.”

현수는 그 소리가 무슨 소린지 몰랐다. 그리고 백성조가 고기집에서 계산을 하고 가게 밖으로 나왔을 때 재앙이 시작 되었다.

“오빠. 우리 노래방 가자.”

“네? 저 그쪽 오빠 아닌데요?”

“아앙!”

“허억!”

그 육중한 덩치의 이미숙이 현수 앞에서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쳐다봤다. 현수는 쪽팔려서 죽을 거 같았다.

“저, 저.....미숙씨. 이러지 마시고..... 정신 좀 차려 봐요.”

“아아앙! 노래 방 가자. 오빵!”

그걸 보고 뒤늦게 백성조가 말했다.

“그 녀석 알콜 들어가면 노래방에 꼭 가는 버릇이 있거든. 아마 그냥은 못 넘어 갈 거다.”

“그, 그러니까 지금 노래방 가야 한다 이겁니까?

“그렇지.”

갑자기 웬 노래방이란 말인가? 사실 현수는 음치였다. 노래방에 가게 되면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다. 그건 뺀다고 되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 문화가 그렇다.

현수는 자신이 음치란 사실을 두 사람 앞에 들킨다고 생각하니 쪽팔려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선배님께서 얘네 집에 좀 데리고 가시면......”

“오오빠아앙!”

이미숙이 현수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다.

“아, 안 돼!”

“아잉!”

현수는 더 큰 쪽팔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이미숙이 원하는 대로 해 줄 수밖에 없었다.

‘아아! 결국 오고야 말았구나!’

“야호! 노래방이다.”

신이난 이미숙은 마이크를 잡고 노래 선곡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백성조도 한쪽에 자리를 잡더니 노래 책을 펼쳤다.

둘 다 노래방 문화에 꽤 익숙해 보였다. 하지만 현수는 아니다. 벌써 등에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자, 잠깐 화장실 좀....”

현수는 일단 노래방을 나왔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찬물에 세수를 했다.

“정신 차리자. 어떻게 방법이...... 아! 시스템.”

현수가 시스템을 떠올리자 그 눈앞에 바로 상태창이 떴다.

[스테이터스]

이름: 강현수 (남, 22살)

칭호: 후기지수, 스위트 가이(Sweet guy)→ 호감도: 64/100, 성적 매력: 74/100

체력: 80/100

내공: 중급

격투기(Up): 도장 챔피언, 시도배 챔피언, 전국체전 챔피언, 유도 4단, 태권도 4단, 주짓수 (블루)

인지능력: 50/100

학습능력: 70/100

행운지수: 40/100

이성과의 친화력: 82/100

마법: 3서클

보유 마법

1서클- 록, 라이트닝 애로우, 다크실드, 네크로 그리스

2서클- 라이트닝 쇼크, 포커스 퓨플

3서클- 아이스 포그, 에어로 봄, 라이트닝 웨이브, 체인 라이트닝, 블러드 스웰, 무스트, 홀리큐어, 리커버리, 슬립(Sleep), 일루젼(Illusion), 언락(Unlock), 사일런스(Silence), 홀드(Hold), 스킨스톤(Stone skin)

인벤토리: 카멜레온 축구복, 날쌘 돌이 축구화, 불끈 반지, 신비의 물약(1회용)

보유 쿠폰: 아이템 20% 할인쿠폰, 게임 단기 무료이용 쿠폰

현수는 간절하게 생각했다.

‘시스템아. 노래방에서 노래 좀 잘하게 해 줄 수 없을까? 그것도 가능한 포인트가 적게 들어가는 방향으로 다가.’

현수의 그 생각을 읽은 듯 시스템이 반응했다.

[게임 단기 무료이용 쿠폰 사용이 가능하십니다. 사용 방법은 학습능력→게임→몸 쓰는 게임→노래방→단기 가수→가수 뺨쳐 선택]

“오오! 고맙다. 시스템아.”

현수는 시스템이 알려 준대로 머릿속으로 학습능력을 생각했다.

[학습능력]

이름: 강현수

학습능력: 70/100

1. 공부(지식 능력 향상): 전체 50/100, +1 상승 2,000포인트(단, 60까지)

2. 게임(놀이 능력 향상): 전체 80/100, +1 상승 12,000포인트(단, 90까지)

3. 상상(잠재 능력 향상): 전체 80/100, +1 상승 12,000포인트(단, 90까지

4. 애정(연애 능력 향상): 전체 90/100, +1 상승 17,000포인트(단, 100까지)

5. 모략(음모 능력 향상): 전체 50/100, +1 상승 2,000포인트(단, 60까지)

그러자 눈앞에 학습능력 창이 떴고 현수는 그 다음 2번 게임을 클릭했다.

[게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놀이]

1. PC 게임

2. 몸 쓰는 게임

현수는 시스템의 지시에 따라 몸 쓰는 게임을 선택했다.

[몸 쓰는 게임]

술래잡기, 비석치기, 윷놀이, 포커, 고스톱...... 장기, 바둑........노래방, 보도방, 스크린 골프방..........

‘허어. 무슨 보도방까지 다 있담.’

현수는 게임에 여성을 제공하는 성매매 알선 업체까지 있는 걸 보고 기가 찼다. 하여튼 현수는 노래방을 찾아냈고 그걸 선택했다.

[노래방]

1. 초보 -노래방에서 갓 마이크를 잡은 상태

2. 좀 하는 수준 -노래방 점수 80점 이상

3. 잘 하는 수준 -노래방 점수 90점 이상

4. 곧 잘 하는 수준 -노래방 점수 100점

5. 가수 뺨쳐 -준 가수 수준의 단계

6. 가수 - 가수 수준의 단계

7.단기 가수 - 하루 동안 가수 수준으로 노래를 부르게 해 준다.

현수는 빠르게 바둑 창을 훑고는 7번 단기 프로기사가 보이자 바로 클릭했다.

[단기 가수]

1. 가수 뺨쳐 - 하루 동안 가수 뺨칠 실력의 노래 수준 유지. +1,000포인트(쿠폰 이용 시 공짜)

2. 가수 - 하루 동안 가수 실력의 노래 수준 유지. +5,000포인트 (쿠폰 이용 시 +1,000)

3. 전설의 가수 - 하루 동안 전설급 가수의 노래 수준을 유지. +10,000포인트(쿠폰 이용 시 +3,000)

현수는 시스템이 시킨 대로 단기 가수에 가수 뺨쳐를 선택하려 했다. 그럼 쿠폰을 사용하게 되어 현수가 포인트를 하나도 쓰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현수는 잠깐 생각했다.

‘그래도 이용 부를 노랜 데 좀 더 잘 부를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가수 수준 정도로 말이야.’

시스템에서 쿠폰을 이용하면 +1,000포인트면 가수 수준으로 하루 동안 노래를 부를 수 있다고 하지 않은가?

‘그래 오늘 백성조를 구하고 10만 포인트도 획득했는데 까짓 1,000포인트 쯤이야.’

현수는 게임 단기 무료이용 쿠폰을 사용함과 동시에 가수를 선택했다.

[띠링! 게임 단기 무료이용 쿠폰을 사용하셨습니다. +1,000포인트 결제. 남은 포인트 505,390]

결제창이 뜨고 난 뒤 현수의 뇌리에 시스템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띠링! 귀하는 하루 동안 노래를 부르실 때 가수처럼 부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단기 가수 사용 중.]

“하하하하. 이제 됐다.”

현수는 허리를 쭉 펴고 고개를 한껏 세우고는 노래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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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안에서는 이미 이미숙이 한 곳 노래를 부른 듯 백성조가 마이크를 잡고 분위기 있는 노래를 불렀다.

‘제법이시네.’

연예소속사 실장님답게 노래도 수준급으로 부르는 백성조였다.

짝짝짝짝!

백성조는 박수를 쳐 줄 정도 실력자는 됐다. 백성조가 노래를 다 부르고 마이크를 놓자 이미숙이 쪼르르 노래 기계 앞으로 뛰어갔다. 그때 백성조가 말했다.

“미숙아. 우리 현수 노래도 좀 듣자.”

그게 노래방의 기본 에티켓이었다. 서로 돌아가며 노래 부르기.

“아아! 그렇지. 현수야. 나와.”

좀 전까지 오빠라고 부를 땐 언제고 노래방 오니까 친구 먹는 이미숙. 저 여자도 보통이 아니란 생각을 하며 현수가 드디어 노래 기계 앞으로 나섰다.

‘아. 떨린다.’

사람들은 모른다. 음치가 노래 기계 앞에 설 때 어떤 기분인지 말이다. 그건 처형장에 끌려가는 사형수와 같았다.

노래 번호와 시작 버튼을 누른 뒤 노래 전조가 흐를 때 그 비장함. 그리고 노래가 시작 되면 웃기 시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좌절과 절망........

그 생각만 해도 현수는 눈앞이 아찔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에겐 시스템이 있지 않은가?

현수가 선택한 노래는 ‘나만의 아픔’

이때 당시 젊은 층의 남자 중에서 노래 좀 한다는 사람이 아니면 부를 수 없는 수준 높은 노래였다.

“오오! 현수. 노래 좀 하는 모양인데?”

현수가 나만의 아픔을 선택한 걸 보고 백성조의 호감도가 급상승했다. 더불어 이미숙도 초롱초롱한 눈으로 현수를 쳐다보았다. 짧게 전조가 흐르고 바로 가사에 불이 들어왔다.

“내 소식을 그녀가 들으면 그땐 나 세상 어디에도 없겠지. 친구여. 그녀에게는............”

이 노래는 감성이 특히 중요했다. 현수는 최대한 그 감성을 살려서 노래를 불렀다. 평소의 그라면 벌써 주위에 웃음소리가 시작 되어야 했다. 하지만 웃음 소리 대신 탄식이 들려왔다.

“캬아....”

“어쩜....”

백성조와 이미숙 둘 다 현수가 노래를 부르는 걸 보고 입이 떡 벌어져 있었다. 시스템의 효과는 확실했다.

현수는 나만의 아픔을 부른 김돈수와는 또 다른 감성으로 노래를 소화했고 그게 두 사람의 가슴을 후벼 판 것 같았다.

“............그녀를 부탁해!”

현수가 마지막 가사를 소화하고 마이크를 내렸을 때 백성조와 이미숙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서 물개 박수를 쳤다.

짝짝짝짝짝!

“이야! 강현수. 너 가수해도 되겠다.”

“그러게요. 솔로 가수 데뷔도 가능하겠어요.”

한 명은 연예기획사의 실세인 기획실장이고 또 한 명은 그 기획사 회장 딸이었다. 그 둘의 입에서 극찬이 쏟아지자 현수는 마치 자신이 가수가 된 양 기분이 좋아졌다.

“아, 아닙니다. 그냥 딱 노래방 수준의 실력이죠.”

현수가 겸양을 떨며 얘기하자 백성조가 말했다.

“그런 감성적인 노래 말고 좀 밝은 노래 좀 불러 볼 수 없을까?”

“네?”

“그래요. 한 번 불러 봐요. 노래는.... HOF의 캔디 어때요?”

현수는 졸지에 두 사람에게 등을 떠밀려서 요즘 한창 인기 있는 아이돌 HOF의 캔디를 불렀다.

“으음. 역시 좋아. HOF의 메인보컬인 강수보다 나은 거 같은데?”

“그렇죠? 저 정도면 올해 데뷔하는 ‘신조’에 멤버로 넣어도 되지 않을까요?”

현수는 그 소리에 기겁을 했다. 신조라면 Sj엔터테이먼트가 HOF 데뷔 후 그 다음 해에 데뷔한 아이돌 그룹으로 이후 2016년까지 해체하지 않고 계속 활동한 국민 그룹이었다.

‘맙소사. 내가 신조의 멤버가 된다고?’

현수는 잠시 헛물을 켰지만 이내 자신이 축구선수란 걸 자각하고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그런 현수에게 백성조가 말했다.

“너 잠깐 우리 소속사에 같이 안 갈래?”

“거긴 왜요?”

“네 목소리 좀 녹음해 놓으려고. 목소리도 테스트 해 봐야 하거든. 내일 나 말고 보컬 전문가들에게 네 목소리를 들려주고 나서.....

“저 잠깐만요. 저 가수 할 생각 없거든요. 선배님. 제발 좀..... 저 축구 선수라고요. 그리고 시트콤에 출연하는 것도 선배님 얼굴 봐서 겨우 해드리는 거 아시면서..... 자꾸 이러시면 저 그것도 못해요.”

현수가 확실하게 선을 긋자 백성조와 이미숙이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그래. 뭐 네가 그렇게 싫다는 데 억지로 시킬 수 없는 노릇이지. 알았다. 대신 시트콤 출연은 꼭 하는 거다?”

“선배님이 제 매니저 하시는 거 잊지 마시고요.”

“그래 알았다. 임마. 나도 좀 쉬지 뭐. 너 매니저나 하면서 현장 실무나 경험해 보자.”

그렇게 얘기가 끝나고 세 사람을 돌아가면서 한 곡씩 노래를 불렀다. 현수는 그 동안 불러 보고 싶었지만 음치라서 차마 부르지 못했던 노래만 골라서 불러댔다.

“캬아. 잘 하는데....”

“이미지도 그렇고 딱 보이 그룹 리더의 재목인데 말이죠.”

“그렇지? 아깝다. 안 그래도 ‘신조’에 쓸 만한 리더가 없는 데 말이야.”

현수가 노래할 때마다 두 사람은 감탄을 하면서 보이 그룹 신조 얘기를 꺼냈다. 현수는 처음엔 그 얘기가 귀에 거슬렸지만 그 뒤로는 자신의 노래에 자기가 취해서 그 소리가 들리지도 않았다.

‘아아. 신난다.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게 이런 거로구나.’

현수는 자신의 원하는 음역대로 노래가 다 불려지는 게 신기하면서도 아주 황홀했다. 특히 고음이 절정에 다라랐을 때 그 짜릿한 느낌은 섹스의 오르가슴과도 비슷했다.

노래방의 시간이 다 되고 세 사람은 각자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곳을 나섰다.

“3차로 술 한 잔 더 하고 싶은 데 내일 아침 일찍부터 스케줄이 있어서 말이야. 출연 일정은 내일 우리 직원을 통해 너한테 연락이 갈 거야. 아마 다음 주가 아닐까 싶어. 그럼 다음 주에나 얼굴보자.”

백성조가 아쉽다는 듯 현수와 악수를 했고 먼저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미숙씨도 그만 들어가세요. 택시!”

“아니. 저는 좀 더.....”

현수는 왠지 집에 안 들어가고 싶어 보이는 이미숙을 억지로 택시 태워 보냈다. 현수도 여자라면 환장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보는 눈은 높았다. 음식은 가리지 않는 편이지만 여자는 미인 축에 들지 않는 여자와는 단 한 번도 같이 잠자리를 해 본 적이 없는 현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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