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출연 -->
정장맨이 앞서 와 달리 현수의 발차기에 맞은 팔을 축 늘어트렸다.
‘오케이!’
그걸 보고 현수는 정장맨이 자신의 팔차기에 맞아 팔이 부러졌거나 골절상을 입었을 것으로 보고 입가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상대가 한 팔을 쓰지 못한다면 그 만큼 상대하기 쉬워 질 테니 말이다.
현수는 실제 그 때문에 살짝 방심을 했다. 그리고 그건 그를 바로 위기로 몰아넣었다.
파팟!
정장맨이 현수에게 빠르게 접근해 오더니 현수의 어깨와 앞섬을 잡았다.
“엇!”
한 팔을 못 쓰던 정장맨이 멀쩡히 두 팔을 다 쓰고 있었다. 현수의 두 눈이 휘둥그레진 반면 정장맨의 입가에 조소가 어렸다.
‘속았구나.’
정장맨은 현수가 방심을 하게 한 팔이 부러진 거처럼 행동을 한 것이다. 그러다 현수가 거리를 허용하자 득달같이 달려들었고 말이다.
현수는 정장맨이 잡은 팔을 뿌리치려 했다. 하지만 정장맨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휙!
현수의 몸이 한쪽으로 홱 쏠려다가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균형이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에 꼼짝 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후방 낙법을 적절히 활용해서 충격을 최대한 두 팔에 흡수했기에 뒤로 넘어져도 기절까진 하진 않았다.
와락!
하지만 현수가 쓰러진 순간 정장맨의 주짓수 기술이 바로 효력을 발휘 했다. 정장맨이 현수의 팔을 잡고 트라이앵클 초크를 걸려 한 것이다. 하지만 현수 역시 주짓수 기술을 알고 있는 몸이 아니던가?
몸을 비틀면서 역 트라이앵클 초크를 시도했다.
정장맨은 현수가 주짓수 기술을 알고 있자 놀란 듯 움찔 거렸다. 바로 그 빈틈에 현수는 기어코 역 트라이앵글 초크를 성공 시켰다.
우두둑!
“아아악!”
트라이앵글 초크에 팔의 관절이 부러져 나갔다. 정장맨은 정말 팔을 축 늘어트렸다. 현수는 그 팔을 자신의 몸 쪽으로 끌어 당겼다. 그러자 정장맨이 현수의 배 위로 올라왔고 순간 현수의 두 다리가 정장맨의 목을 휘감았다. 그리고 강하게 조르기 시작했다.
“끄으으으윽!”
경동맥이 눌러져서 이내 얼굴이 시뻘게진 정장맨은 손으로 현수의 허벅지를 두드렸다. 항복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건 스파링이나 경기가 아니었다. 항복 선언했다고 놔 준다? 우스운 소리다.
실전에서 항복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현수는 오히려 더 강하게 정장맨의 목을 졸랐고 정장맨이 이내 의식을 잃으면서 몸을 축 늘어트렸다.
그제야 현수의 감고 있던 두 다리가 정장맨의 목을 풀어 주었다.
웨에에엥!
그때 경찰 사이렌 소리가 요란히 일고 형사차가 나타났다. 그 차에서 형사 세 명이 내렸는데 그들 손에 권총이 들려 있었다.
그 중 중년 형사가 백성조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네. 저는 괜찮습니다.”
그 사이 나머지 형사들이 다 쓰러져 있는데 혼자 멀쩡한 현수를 향해 권총을 겨눴다.
“손들어!”
현수는 형사들의 지시대로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그때 백성조가 나섰다.
“제 동생입니다. 저를 노린 자들을 제 동생이 다 쓰러트렸어요.”
백성조의 그 말에 형사들도 경계를 풀고 권총을 치웠다. 그리고 쓰러져 있던 자들에게 하나씩 수갑을 채워 나갔다.
“이놈들은.....”
중년 형사가 쓰러져 있는 자들을 잘 아는 모양이었다.
“대단하군. 이놈들은 마약 조직원들로 행동파 대원들인데 말이야. 다들 각종 무술의 유단자들로 한가락 하는 놈들인데. 으음. 특히 저놈.....”
현수가 제일 힘들게 트라이앵글 초크로 기절 시킨 주짓수 유단자를 중년 형사가 손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강치수 저놈은 국내 주짓수 대회에서 우승까지 한 놈이거든. 저놈은 형사 두 명으로도 제압을 못하는 놈인데 말이야.”
중년 형사는 놀랍다는 듯 현수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이번에도 백성조가 끼어들며 현수를 두둔하는 말을 했다.
“제 동생도 못하는 운동이 없습니다. 그리고 유단자이기도 하고요.”
“그러시군. 아무튼 다행입니다. 저놈들은 저희가 데려가도록 하죠.”
그 사이 경찰차 두 대가 지원을 나왔다. 형사들이 현수에게 당해 기절하거나 쓰러져 있던 자들을 차례대로 경찰차에 태워서 경찰서로 데려갔다.
그제야 현수가 백성조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백성조가 말했다.
“네가 그놈들과 싸울 때 내가 경찰에 신고했다. 사실은.....................”
백성조가 오늘 경찰서에서 연락 온 걸 고스란히 현수에게 얘기했다.
“그러니까 배우 장석준 그 자가 배후의 마약 조직에게 독살을 당하고 그 조직에서 지금 선배님을 노리고 있단 말이로군요?”
“그렇지. 이렇게 대낮에 내 직장에서 나를 납치하려고 시도할 줄은 생각지 못했는데 말이야.”
백성조의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 그때 백성조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이미숙이었다.
“이런 미숙이가 기다리고 있겠네. 어서 가자.”
백성조와 현수는 허겁지겁 약속 장소인 바우 고개란 고기집으로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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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고기를 시켜 놓고 기다리던 이미숙은 단단히 화가 나 있었다. 10분이면 온다던 사람도 오지 않고 현수도 약속 시간이 지났는데 나타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백성조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은 이미숙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백성조와 현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마약 조직원이라면 정말 위험한 자들이잖아요?”
“그렇지. 강남경찰서 마약반 윤중기 반장에 의하면 사람 목숨을 무슨 파리 목숨처럼 여긴다고 하더군.”
그 말을 하며 백성조는 살짝 진저리를 쳤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놈이 그의 목에 칼을 갖다 댔을 때 그 공포심이 다시 생각났던 것이다.
현수가 놈들과 싸울 때 백성조가 전화를 한 게 바로 강남경찰서 마약반 윤중기 반장이었다. 소식을 들은 윤 반장은 채 10분도 되지 않아 현장에 나타났다. 그 만큼 백성조에게 신경을 써 주고 있단 소리였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요?”
“아무래도 경찰에 신변 보호 요청을 해야 할까 싶어.”
대낮에 직장까지 와서 백성조를 납치하려던 자들이었다. 그런 자들이 앞으로 어떤 짓을 할지 모르니 백성조로서도 경찰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어디 현수 너 같은 실력의 보디가드 있는지도 알아 봐야겠고.......”
백성조도 대한민국 경찰을 100% 신뢰하진 못하는 모양이었다. 생각이 많아 보이는 백성조에게 현수가 말했다.
“그래도 경찰이 개입하면 놈들도 대 놓고 선배님을 노리진 못할 겁니다.”
“하지만 그 바쁜 경찰이 계속 날 지켜 줄 것도 아니잖아?”
백성조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역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죽은 배우 장석준의 배후란 마약 조직을 경찰이 일망타진하는 건데 그게 어디 쉽겠는가?
백성조의 말에 의하면 마약반에서 그놈들을 잡으려고 벌써 5년째 뒤를 캐고 있는데 별 성과가 없다고 했다.
척! 척!
그때 이미숙이 숯불에 한껏 달아 오른 석쇠 위에 소고기 등심을 올려놓았다.
지글지글지글!
고기가 익어 가고 그 주위로 연기가 피어오르며 고기 굽는 냄새가 나자 백성조와 현수 입에 동시에 침이 고였다.
“그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는데 일단 먹고 나서 고민하자.”
“그러죠.”
백성조와 현수가 의기투합해서 젓가락을 놀리기 시작했고 그걸 보고 이미숙이 버럭 소리쳤다.
“내 고기까지 먹으면 어떡해욧!”
고기에 관한 이미숙은 양보와 타협이 없었다. 그녀의 고기를 건드렸다간 그녀가 좋아하는 현수도 그냥 두지 않을 기세였으니까 말 다했다.
세 사람은 한 동안 말없이 고기만 구워 먹었다. 그리고 제일 먼저 백성조가 젓가락을 놓았고 그 다음 현수, 마지막으로 이미숙이 더 이상 먹을 고기가 없자 숯불을 빼고 된장찌개와 밥을 먹었다. 물론 현수는 그런 그녀를 빤히 지켜만 봤다.
이미숙과 친구인 김혜미 만큼이나 고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김혜미와 달리 그녀는 뚱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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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가 끝나고 후식으로 수정과를 마실 때 백성조가 현수를 보고 말했다.
“너 TV에 출연 한 번 해라.”
“네?”
그게 무슨 소리냐며 현수가 백성조를 쳐다보자 백성조가 가방 속에 챙겨 온 시트콤 영 프렌즈의 대본을 현수에게 건넸다.
“이게 뭡니까?”
“어머. 그거 영 프렌즈 대본이네요.”
이미숙이 대본 표지를 보고 놀라며 말했다.
“영 프렌즈요?”
이 당시 현수는 일본에 있었다. 그래서 3년 동안 국내 TV에 어떤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었는지 잘 몰랐다. 하지만 시트콤 영 프렌즈는 알았다. 현수가 일본 가기 전에도 국내에서 아주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이었으니 말이다.
시트콤 영 프렌즈는 MBS방송에서 가족 모두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소재로 청춘의 웃음을 그린 프로그램이었다.
“거기 여주인공 남정이라고 알지?”
“네. 뭐....”
“그 남정이 첫눈에 반해서 쫓아다니는 축구선수 캐릭터가 필요하다네. 그래서 널 거기 꽂아 줄까 해.”
“하지만 저는 축구선수지 연기는........”
“연기 할 거 없어. 대본 보면 알지만 그냥 얼굴만 비추고 대사는 없는 캐릭터니까.”
“아아! 주한성!”
“뭐?”
“아, 아닙니다. 잠깐 생각 좀 할게요.”
일본에 갔을 때 초반 아는 사람도 없고 심심했던 현수는 숙소에서 한국 TV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서 봤었다.
그때 본 것 중에 영 프렌즈도 있었는데 조금 전 백성조가 말한 캐릭터의 남자가 나오는 편을 현수도 봤던 것이다.
실제 그 캐릭터로 연기한 배우는 주한성으로 신인 배우였다. 그는 Sj엔터테이먼트에서 배우 내기를 포기하자 다른 소속사에서 쓴 배우였는데 실제 대학 때 골키퍼 생활을 했었다고 했다.
주한성은 영 프렌즈에 나온 것을 계기로 인기를 얻어서 승승장구하며 후일 남자 배우로 톱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러니 현수도 잘 알 밖에.
‘그러니까 지금 나보고 주한성이 한 그 배역을 하란 거잖아.’
사실 현수는 욕심이 났다.
‘이번 기회에 축구 접고 확 배우를 해 봐?’
하지만 현수는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강현수는 축구를 해야 그게 맞지.’
현수는 결심을 한 듯 백성조에게 거절을 뜻을 말하려 했다. 그때 그의 머릿속에 시스템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띠링! 백성조는 향후 대한민국의 아이돌을 전 세계에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하게 되는 중요한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구해 준 당신에게 포상 보너스 포인트가 지급 됩니다.]
[띠링! 100,000포인트 획득. 남은 포인트 506,390]
‘10만 포인트!’
현수는 경악하며 입을 쩍 벌렸다. 그때 다시 시스템 목소리가 현수의 머릿속에 울렸다.
[띠링! 돌발 퀘스트! 일주일 동안 백성조를 보호하라. 일주일 사이 백성조의 신변이 위태롭습니다. 그가 안전하도록 그를 지키세요. 예외적으로 성공 시 지급 될 보상 포인트를 미리 알려 드립니다. +300,000 포인트]
‘맙소사. 30만 포인트라고?’
이건 꼭 해야 할 의뢰였다. 30만 포인트면 앞으로 사도철은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강해질 수 있었고 카멜레온 축구복에 현수가 장착하고 싶은 스킬을 최소 15개 최대 30개까지 장착할 수 있었다.
[의뢰를 받아드리시겠습니까? Y/N]
현수는 당연히 예스를 선택했다. 마침 축구에도 여유가 있었다. U리그 본선 경기는 보름 후인 7월 12일에 있으니 말이다.
훈련이야 현수가 일주일 정도 집에 일이 있어서 빠진다고 이명신 감독에게 얘기하면 될 일이었다.
이명신이 안 된다고 지랄하면 휴학해 버리면 될 일이었다. 어차피 현수는 올해 프로에 진출할 예정이었으니 말이다. 지금은 눈앞의 30만 포인트가 그 만큼 중요하단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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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조는 느긋하게 현수의 대답을 기다렸다.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마음이 흔들렸다는 거 아니겠는가?
백성조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예상이 적중했다.
“좋아요. 할게요.”
‘됐다.’
백성조가 속으로 쾌재를 외치고 있을 때 현수가 말을 이었다.
“대신 출연하는 기간 동안 선배님께서 제 곁에 있어주셔야겠습니다.”
“뭐?”
“선배님이 제 매니저가 되어 주시면 저도 그 역할을 하겠단 얘깁니다.”
“하지만 나는.....”
“아님 저도 싫어요.”
현수가 작심한 듯 시트콤 영 프렌즈의 대본을 백성조에게 다시 되돌려 주었다. 잠시 그 대본을 쳐다보던 백성조가 긴 한숨과 함께 말했다.
“그래. 내가졌다. 그 배역 촬영 기간까지 내가 너의 매니저가 되어 주마. 대신 너도 하나 해 줘야 할 일이 있다.”
“그게 뭔데요?”
“CF하나 찍자.”
“CF요?”
“그래.”
“농담이죠? 저 같은 인지도도 없는 놈이 무슨 CF를.....”
“그건 걱정 할 거 없어. 얼굴 안 나오는 CF니까.”
말인 즉 Sj엔터테이먼트에 잘나가시는 남자 톱 배우께서 CF를 찍는데 몸빵 배우가 필요하단다. 그걸 현수보가 하란 얘기였다. 그 배우가 키나 체구가 현수와 딱 맞다나 뭐래나.
“그런 건 대역 배우가 있지 않나요?”
“그야 있지.”
“그럼 저보다 프로인 대역 배우를 쓰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럼 돈이 들잖아.”
“네?”
“넌 공짠데 말이야. 흐흐흐흐.”
그 말을 해 놓고 백성조가 아주 음흉하게 웃었다. 현수는 그제야 알게 되었다. Sj엔터테이먼트 기획실장 백성조가 울트라 슈퍼 짠돌이란 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