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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68화 (68/712)

<-- 라이벌전 -->

고구려대는 오른 기세를 이용해서 단숨에 동점까지 만들려 했다. 하지만 현수가 이끄는 연신대의 미드필더 라인이 제 기량을 발휘하면서 공격의 흐름을 끊어 놓자 그 기세도 이내 사그라들었다.

좌우 미드필더와 풀백들이 현수의 지시에 따라 민활하게 움직이자 수비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던 것이다.

수비가 안정 되자 공격수들도 하프라인 밑으로 내려오지 않고 공격에 더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공수에 걸쳐 팀워크가 살아났고 연신대의 전력이 급격히 끌어 올려졌다.

고구려대 김창수 감독은 중앙미드필더 하나로 인해 연신대의 팀 분위기가 확 바뀌는 걸 보면서 준비해 둔 변칙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바로 1대 1 대인 방어 전술로 연신대 선수들을 강하게 압박한 것이다.

“붙어!

고구려대 선수들의 박력 넘치는 압박에 연신대 선수들이 꽤나 당황한 듯 허둥지둥 거렸다. 그때 현수가 보란 듯 고구려대 진영으로 빠른 속도로 드리블해 들어갔다.

“어디를!”

고구려대의 장국영이 현수의 앞을 적극적으로 막아섰다. 하지만 전반전에도 현수의 빠른 스피드에 농락당했던 장국영이었다.

현수가 옆으로 공을 차 놓고 달리자 장국영은 현수를 따라 잡지 못했다. 장국영이 뚫리는 걸 본 고구려대의 센터백이 나섰다.

여기서 현수에게 뚫리면 또 실점할 공산이 컸기에 고구려대의 센터백을 몸을 사리지 않고 현수에게 태클을 가했다.

촤아아악!

하지만 현수는 태클 위로 공을 살짝 띄우고는 자신도 몸을 날렸다. 태클이 지나가자 공과 같이 그라운드 위에 착지한 현수는 툭하니 공을 골대 방향으로 차 놓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파파파팟!

고구려대의 센터백은 현수가 너무 쉽게 자신의 태클을 피해 달려가는 걸 허탈한 얼굴로 뒤돌아보았다. 그때 하재봉이 현수에게 뛰어드는 게 보였다. 개인 기량이 뛰어난 하재봉이라면 현수의 돌파를 막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수는 하재봉이 접근하기 전에 먼저 슛을 때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보기에도 20미터가 훌쩍 넘는 거리. 하지만 문제없었다. 현수는 카멜레온 축구복에 장착 된 축구 스킬들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마법 아이템- 카멜레온 축구복(스킬 장착형)]

축구 기술이 장착 가능한 아이템이다.

1. 장착 스킬: 인사이드 드리블, 마르세유 턴, 라보나 페이크(Ravona fake), Farfusio, 대포 슛, 무 회전 슛, 타킷 적중 프리킥, 공만 살짝 터치 태클, 바나나 킥, 타깃 맨 센터링, 타깃 맨 크로스, 정확한 얼리 크로스, 다이빙 헤딩, 몸싸움 뿌리치기

2. 유료 스킬(프리미엄): 언제든 구매 가능.

V자 드리블(+10,000), 백숏(+10,000), 펜텀 드리블(+10,000), 플립플랩(+20,000), 크루이프 턴(+20,000), 시저스 킥(+20,000), 힐 스넵(+10,000), 스텝 오브 콤보(+20,000), 스텝오브 백 힐(+10,000) ............... 정확한 힐 킥(+10,000), 라보나 킥(+20,000), 불꽃 슛(+10,000), 뒤에 눈 달린 힐 킥(+10,000), 정확한 발리킥(+10,000).......정확한 땅볼 크로스(+10,000), 감각적인 뒷공간 패스(+10,000), 한방에 롱 패스(+10,000), 크로스 오버 턴(+10,000),원 바운드 헤딩(+10,000), 백 헤딩(+10,000), 사각지대 헤딩(+20,000)......... 순식간에 공 뺏기(+20,000), 패스 가로채기 태클(+10,000), 파워 태클(+10,000), 태클로 공만 쏙 빼내기(+20,000), 지저분한 몸싸움(+20,000) ............

현수는 그 장착 된 축구 스킬 중 무 회전 슛을 준비시키고 바로 골대 사각지점을 보고 그대로 강하게 공을 찼다.

빵!

제대로 현수의 발등에 얹힌 공은 풍선 터지는 소리와 함께 눈 깜짝할 사이 골대에 다다랐다. 사선으로 쭉 뻗은 공은 그대로 크로스바 위를 넘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골대 근처에서 그 공이 뚝 떨어졌다. 그리곤 현수가 노린 골대 사각지점으로 슉 들어가며 골망을 흔들었다.

그야말로 완벽! 환상적이라고 밖에 표현 할 수 없는 무회전 슛이었다.

고구려대의 골키퍼는 또 다시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한 체 멍하니 서 있었고 주위 모든 선수들이 다들 떡 벌어진 입으로 강현수를 쳐다보았다.

현수는 그 골로 자신의 수준을 증명했다. 또한 그 골로 인해 고구려대의 1대 1 대인 방어 전술도 제대로 빛도 보지 못하고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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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처럼 혼자 휘젓고 다니는 선수가 있을 때 1대 1 대인 방어 전술은 효과를 보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김창수 감독은 바로 그 전술을 접고 패스로 계속해서 공의 소유권을 이어나가면서 만회골을 넣을 기회를 엿봤다.

하지만 연신대 선수들도 비록 두 골 앞서 있지만 더 이상 자만하지 바삐 몸을 움직이며 고구려대 선수들의 압박하는 걸 늦추지 않았다.

그런 노력이 통했던지 순간적으로 현수가 접근하는 것에 당황한 고구려대의 측면 미드필더의 발을 공이 맞고 터치라인으로 벗어났다.

고동찬이 터치라인에서 공을 들고 어디로 던질지 고개를 돌리고 있을 때 현수가 접근해 오는 걸 보고 바로 그쪽으로 공을 던졌다.

현수는 가슴으로 그 공을 트래핑 한 뒤 볼 키핑 후 터치라인을 따라 뛰기 시작한 고동찬을 향해 빠른 땅볼 패스를 연결했다.

고동찬은 절묘한 볼 컨트롤로 그 공을 잡아서는 옆을 돌아보았는데 그때 박민철이 슬금슬금 고구려대의 페널티에어리어에 들어서는 걸 보고는 바로 그쪽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고동찬을 쫓던 고구려대의 측면 미드필더가 발을 뻗었지만 공은 이미 페널티에어리어 안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고동찬이 공을 차는 순간 박민철은 고구려대 수비수들과 자리싸움을 하고 있었고 공이 날아오자 점프를 하려는 데 수비수 중 하나가 그의 팔을 잡아챘다. 그러자 박민철은 오히려 등으로 수비수를 밀며 최대한 자기 앞에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공간으로 고동찬의 크로스가 날아왔고 박민철은 그 공을 향해 발을 내뻗었다. 그 발에 공이 맞고 골대로 날아갔다.

터억!

그때 그 공이 고구려대 선수의 무릎에 맞고 각도가 꺾였다. 공은 골키퍼가 움직인 역방향으로 날아갔다.

고구려대의 골키퍼가 박민철이 공을 찰 때 그 방향으로 잽싸게 몸을 날렸다.

박민철이 중심이 무너진 체 날아오는 공에 발을 갖다 댄 것뿐이기에 공은 힘없이 골키퍼 정면으로 날아왔다. 골키퍼가 얼마든지 잡을 수 있는 공이었다.

“헉!”

그런데 갑자기 고구려대의 미드필더가 그 앞에 불쑥 나타났고 그의 무릎에 공이 맞으면서 공의 방향이 바뀌며 골인이 되어 버린 것이다.

졸지에 자살골을 넣은 고구려대의 미드필더 잠시 황당해 하다가 잔뜩 화난 얼굴로 누군가를 쏘아보았다. 그때 강현수가 슬그머니 골에어리어 밖으로 나갔다.

현수는 그 고구려대 미드필더의 홀딩 파울로 인해 몇 차례 하재봉을 놓쳤고 하재봉은 그때마다 골을 넣었다. 그 골들은 고구려대 미드필더가 반칙을 하지 않았다면 현수에게 막혀서 넣지 못했을 골들이었다.

현수는 고동찬에게 공을 패스하고 페널티에어리어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수비를 돕고 있던 고구려대의 미드필더를 발견했다.

그때 고동찬의 크로스가 날아왔고 박민철이 뛰어난 피지컬로 수비수들과의 몸싸움에서 지지 않고 버티면서 찬스를 맞았다.

현수는 박민철이 어렵게 고동찬의 크로스에 발을 갖다 대는 걸 보고 골대 근처에 있던 고구려대의 미드필더를 슬쩍 밀었다.

현수에 밀린 고구려대의 미드필더는 골대로 움직였고 그때 그의 무릎에 박민철이 발로 찬 공이 가 닿았고 공을 방향이 틀어지며 골대 안으로 들어 간 것이다.

현수의 홀딩 파울이지만 심판이 보지 못했으니 반칙이 아닌 셈이었다. 고구려대의 미드필더가 심판에게 항의를 했지만 심판의 판정이 번복 되는 일은 없었다.

스코어 8대 5!

연신대가 다시 3골을 앞서 나갔고 고구려대는 어떡하든 추격의 골을 넣으려 했지만 현수가 이끄는 연신대의 수비가 워낙 견고해서 더 이상 골을 뽑아내지 못했다. 오히려 공격에 집중하느라 무모하게 공격 라인을 끌어 올린 게 화근이 되었다.

빵!

멀리 골킥으로 이어진 공이 전방에 나가 있던 공격수 고동찬에게 이어졌고 고동찬은 자신을 마크하던 고구려대 수비수의 태클을 피하고는 그대로 페널티에어리어를 넘어갔다.

다른 수비수가 득달같이 달려오고 골키퍼도 뛰어 나올 때 고동찬은 가볍게 공 밑을 찍어 찼고 허공에 떠 오른 공은 골키퍼를 넘어서 골대를 향해 굴러갔다.

그걸 보고 수비수가 다급히 골대 안으로 슬라이딩을 하며 발을 뻗었지만 공은 골대 안으로 들어갔고 수비수와 같이 골망을 갈랐다.

9대 5!

후반전 남은 시간이 5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는 골이었다. 그래도 고구려대는 라이벌 답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연신대를 골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현수가 가담한 연신대의 수비라인은 더 이상 고구려대에 골을 허용하지 않았다.

삐이이이익!

후반전의 종료를 알리는 심판의 휘슬소리가 그라운드에 울려 퍼졌다. 연신대과 고구려대의 U리그 예선전 마지막 시합은 무려 14골이 터지는 난타전 끝에 결국 연신대의 승리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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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한 연신대 축구부원들이 관중석으로 뛰어가서 그들을 응원해 준 연신대 학생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자 관중석에서 환호성과 함께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와아아아!

“짝짝짝짝!”

그때 관중석에서 웬 여자 목소리가 크게 일엇다.

“강현수. 최고다.”

현수는 그 목소리의 주인을 너무도 잘 알았다. 큰 소리는 쳐 놓고 쑥스러웠던지 김혜미는 쪼르르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그런 그녀를 보고 현수의 입가에 스르르 미소가 번졌다.

그 사이 패배한 고구려대는 서둘러 짐들을 챙겨서 타고 온 고구려대 스쿨버스를 올라 휑하니 사라졌다.

대회 운영위원들과 심판들까지 떠나고 축구장에 연신대 선수들만 남았을 때 이명신 감독이 승리한 선수들을 격려했다.

“다들 열심히 뛰어 주었다. 물론 후반전에 선수 교체 문제로 인해 팀워크가 잠깐 삐걱거리기는 했지만 강현수가 중심을 잘 잡아 주어서 승리할 수 있었다.”

이명신은 슬그머니 현수를 칭찬하며 그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현수는 그저 무표정하니 정면만 보고 서 있었다.

“U리그 본선 경기는 보름 후인 7월 12일부터 7월 30일까지 치러진다. 또 8월 1일부터 8월 20일까지 FA컵 본선이, 9월 1일부터 9월 17일까지는 험멜 코리아 전국 추계 대학 축구 연맹전, 10월 8일부터 10월 14일까지는 제 88회 전국체육대회가 있다. 7월, 8월, 9월, 10월까지 우리가 참가해야 할 대회가 줄줄이 이어진다. 다들 체력 관리 잘하고 적어도 올 연말에는 우승 트로피 하나 정도는 들어 올릴 수 있도록 하자. 내일 하루는 푹 쉬고 모레 10시에 여기에 집합하도록 한다. 이상. 해산하도록.”

이명신 감독의 지시에 의해 연신대 축구부원들이 그 자리에서 해산을 했다. 현수가 체육관 샤워장에서 몸을 씻고 라커룸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을 때 혜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아직 점심 안 먹었어?”

그 말을 하며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12시 30분이었다.

-응. 같이 먹으려고 기다렸지.

“그래.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그러고 보니 혜미에겐 항상 얻어만 먹었던 현수였다. 그제 스테이크를 쏘긴 했지만 그거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현수는 오늘도 그녀에게 고기를 쏘기로 했다. 혜미가 워낙 고기를 좋아하는 걸 현수가 누구보다 잘 알았으니 말이다.

현수는 시계탑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혜미를 만나서 학교 정문으로 나갔다.

“삼겹살 어때?”

현수의 제안에 혜미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삼겹살? 나야 좋지. 내가 잘 아는 고기집 있는데 거기로 가자.”

혜미는 곧장 현수를 데리고 신촌의 차 없는 거리에 위치한 신촌고기집으로 향했다. 그 곳은 연탄으로 초벌구이를 해주기 때문에 불 맛이 살아 있어 고기가 더 맛있었다.

현수는 그곳에서 혜미와 삼겹살 5인분을 먹고 입가심으로 그 집에서 유명하다는 동치미 국수를 한 그릇 후루룩 먹어치웠다.

“아아. 배불러.”

“맛있지?”

“응. 고기가 맛있네.”

“당연하지. 제주도 흑돼지거든.”

혜미는 고기 얘기를 할 때 항상 눈빛이 빛났다. 신기한 건 이렇게 고기를 좋아하고 또 잘 먹는 그녀지만 막상 벗겨 놓으면 군살 하나 찾아 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혜미의 말에 따르면 타고 난 몸매라는 데 그건 아닌 것 같고 몰래 무슨 운동을 하는 게 분명했다. 먹은 고기의 칼로리를 다 소모 시킬 수 있을 정도로 격렬한 운동 말이다.

현수는 계산서를 집으려는 혜미보다 먼저 계산서를 챙겨 들고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했다.

“얼마 나왔어. 내가 반 값 낼게.”

“됐어. 여친한테 고기 사 줄 정도는 나도 벌어.”

“여친? 호호호!”

“왜 웃어?”

“아니 그냥 웃겨서. 네 입으로 나를 여친이라고 한 건 이번이 처음인 거 같은데?”

“그런가?”

그러고 보니 혜미와는 먹고 섹스 하는 것 말고는 이렇다할 추억 같은 게 전혀 없었다. 그러니 둘 다 섹스 파트너라는 생각만 가졌지 서로를 남친이나 여친으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 주말에 바다 보러 갈래?”

“바다?”

“응. 너하고 언제고 꼭 여행을 같이 가고 싶었거든.”

“좋아!”

“어?”

현수는 혜미가 너무 쉽게 자신과 같이 여행을 가자는 제안에 동의를 하자 놀란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뭘 그리 놀라? 우리가 어디 보통 사이야. 서로의 몸에 대해 모르는 것도 없는 사인데 말이야.”

혜미의 서슴없는 그 말에 오히려 남자인 현수가 얼굴을 붉혔다.

“야! 그래도 주위 시선도 좀 생각하고 말을 내뱉어라.”

안 그래도 지나가던 남녀가 혜미의 그 말을 듣고 이상한 눈빛으로 둘을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너무 직설적으로 얘기했나? 아무튼 내 말이 맞잖아. 우리 사이에 바다 보러 가는 게 뭐 대수라고 그리 놀라고 그래?”

“알았어. 그럼 토요일 아침에 널 데리러 내가 오피스텔로 갈게.”

“준비할 거 있어?”

“아니. 넌 몸만 가면 돼. 내가 다 준비할 테니까.”

“오오! 기대 되는데. 그럼 난 그만 공부하러 도서관으로 간다.”

“잘 가라.”

현수는 고기집 앞에서 혜미와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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