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67화 (67/712)

<-- 라이벌전 -->

원맨쇼!

연신대 페널티에어리어 바로 앞에서 시작 된 현수의 폭주는 70여 미터를 내달려 고구려대 페널티에어리어 안에서 끝이 났다. 그리고 터져 나온 대포 슛 한 방에 연신대는 다시 한 골을 더 넣으면서 6대 5로 앞서 나갔다.

고구려대 김창수 감독을 비롯한 벤치 선수들은 다들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현수는 골을 넣고 뒤돌아서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프라인을 넘어 자기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 자리로 돌아오자 그제야 연신대 선수들이 환한 얼굴로 그를 반겼다.

그런 그들을 향해 중원의 사령관인 현수가 외쳤다.

“자자. 힘들 내고 파이팅!”

현수의 파이팅에 그라운드 위의 연신대 선수들이 일제히 큰소리로 파이팅을 외쳤다. 물론 그 중에 윤성찬도 끼어 있었다.

현수는 여전히 윤성찬이 눈엣가시같이 그의 눈에 거슬렸지만 관중석에서 그를 쏘아보고 있는 혜미와 연신대 학우들을 보고 참아 보기로 했다.

다른 시합도 아니고 U리그 본선 진출이 걸린 중요한 경기이면서도 절대 질 수 없는 라이벌인 고구려대였다. 그리고 아직 오늘 새로 장착한 다이빙 헤딩은 써 보지도 못한 상태라 현수는 그건 꼭 테스트 해 볼 생각이었다. 그래서 후반에 교체해 들어 온 공격수 박민철과  왼쪽 미드필더 문일수에게 기회를 줘 보기로 했다.

현수가 그 둘에게 뭐라고 몇 마디를 할 동안 현수에게 허망하게 한방을 허용한 고구려대는 서둘러 킥오프를 했다. 그리고 여지없이 연신대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 약점은 더 이상 고구려대가 얼마든지 통과해 들어갈 수 있던 그 구멍이 아니었다.

파악!

현수가 어느새 달려들어서 간단히 몸싸움으로 고구려대 미드필더 장국영에게서 공을 뺏어냈다. 반대로 장국영은 현수에게 구멍이자 고구려대의 약점이었던 것이다.

“막아!”

장국영이 공을 빼앗기자 고구려대 스트라이커 하재봉이 현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 전에 현수가 공을 옆으로 돌렸다.

현수의 패스를 받은 왼쪽 미드필더 문일수는 그 공을 오른쪽 측면을 향해 롱 패스를 넣었다. 그때 연신대 공격수 박민철이 어느 새 오른쪽으로 돌아들어가서 측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문일수의 패스를 받아서 빠르게 터치라인을 따라 고구려대 진영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잡아!”

그걸 보고 고구려대 수비진이 부산해졌다. 문일수는 거의 골라인 까지 공을 몰아오다 옆으로 센터링을 올렸다.

그저 높게 뜬 공은 골 에어리어로 떨어졌고 고구려대 골키퍼가 무난히 잡아 낼 수 있는 롱 볼이었다.

“헉!”

그런데 고구려대 골키퍼 앞에 갑자기 강현수가 나타났다. 그리고 점프를 했는데 골키퍼가 한참 고개를 들어야 할 만큼 점프가 높았다.

툭!

공은 강현수의 머리에 맞고 옆으로 흘렀는데 그 곳에 연신대의 오른쪽 전방 공격수 고동찬이 있었다.

“생큐!”

고동찬이 큰소리치며 안정되게 인사이드로 공을 텅 빈 골대를 향해 차 넣었다.

“와아아아아!”

이번에도 강현수는 70여 미터의 거리를 불과 6초 안에 끊고 고구려대 골에어리어로 들어가서는 헤딩으로 골이나 다름없는 어시스트를 한 것이다.

“허어!”

고구려대 선수들은 그런 강현수를 무슨 괴물 쳐다보듯 바라만 보았고 고구려대 골키퍼는 골대 안의 공을 강하게 걷어차며 괜히 공에게 화풀이를 해댔다.

---------------------------

7대 5!

무려 골이 12골이나 터져 나온 가운데 연신대가 2골 차로 앞서가자 그제야 이명신 감독도 여유를 되찾고 벤치에 팔짱을 끼고 앉았다.

반면 고구려대 벤치는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분주했다. 아무래도 김창수 감독이 선수 교체로 반전을 꾀하려는 모양이었다.

‘그래 봐야 소용없어.’

현재 고구려대의 전력으로는 현수가 카멜레온 축구복에 장착한 스킬들을 막아 낼 수 없었다. 선수 교체가 진행 되면서 잠시 경기가 중단 될 때 현수가 카멜레온 축구복을 머릿속에 떠올리자 바로 아이템 창이 떴다.

[마법 아이템- 카멜레온 축구복(스킬 장착형)]

축구 기술이 장착 가능한 아이템이다.

1. 장착 스킬: 인사이드 드리블, 마르세유 턴, 라보나 페이크(Ravona fake), Farfusio, 대포 슛, 무 회전 슛, 타킷 적중 프리킥, 공만 살짝 터치 태클, 바나나 킥, 타깃 맨 센터링, 타깃 맨 크로스, 정확한 얼리 크로스, 다이빙 헤딩

2. 유료 스킬(프리미엄): 언제든 구매 가능.

V자 드리블(+10,000), 백숏(+10,000), 펜텀 드리블(+10,000), 플립플랩(+20,000), 크루이프 턴(+20,000), 시저스 킥(+20,000), 힐 스넵(+10,000), 스텝 오브 콤보(+20,000), 스텝오브 백 힐(+10,000) ............... 정확한 힐 킥(+10,000), 라보나 킥(+20,000), 불꽃 슛(+10,000), 뒤에 눈 달린 힐 킥(+10,000), 정확한 발리킥(+10,000).......정확한 땅볼 크로스(+10,000), 감각적인 뒷공간 패스(+10,000), 한방에 롱 패스(+10,000), 크로스 오버 턴(+10,000),원 바운드 헤딩(+10,000), 백 헤딩(+10,000), 사각지대 헤딩(+20,000)......... 순식간에 공 뺏기(+20,000), 패스 가로채기 태클(+10,000), 파워 태클(+10,000), 태클로 공만 쏙 빼내기(+20,000), 지저분한 몸싸움(+20,000), 몸싸움 뿌리치기(+20,000)............

현수는 장착 된 스킬 중 새로운 스킬인 다이빙 헤딩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두 차례나 헤딩을 통해 득점에 관여는 했지만 아직 제대로 된 다이빙 헤딩을 써 보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현수의 시선이 자연 유료 스킬 쪽으로 옮겨 갔다. 그때 현수의 눈에 확 띠는 스킬 하나가 있었다.

바로 몸싸움 뿌리치기였다. 축구는 몸싸움이 필수였다. 어깨싸움에서 밀리면 그 공을 빼앗기는 거다. 숄더 차지(Shoulder charge-어깨로 상대방의 어깨를 밀면서 몸의 균형을 잃게 하는 방법)는 어깨를 정확히 쓰면 반칙이 아니었다. 따라서 몸싸움이 약한 선수가 공을 지키려면 빠르거나 드리블 탬포를 조절하는 유연함이 있어야 한다.

현수는 전 후반에 걸쳐서 고구려대 선수들과 거칠게 몸싸움을 했다. 물론 체력이 여전에 비해 훨씬 좋아진 현수는 몸싸움에서 그들에게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고구려대 선수들의 몸싸움이 더티(Dirty) 해지고 있었다.

거기다 오늘 심판은 웬만한 몸싸움은 묵인하는 눈치고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몸싸움을 뿌리칠 수 있는 스킬이 있다니 당장 구입하고 싶었다. 하지만 포인트가 2만이나 되어서 구매하기가 살짝 꺼려졌다.

바로 그때 시스템에서 마침 반응이 왔다.

[띠링! 당신의 축구 후원자들께서 김혜미에 대한 당신의 사랑에 감명하셨습니다.]

‘엥? 이게 무슨 소리야?’

[이명신 감독과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진 당신을 다시 뛰게 만든 위대한 사랑의 힘에 감복하여 특별 보너스 포인트가 지급 됩니다.]

아무래도 현수의 축구 후원자들이 경기를 포기한 것 같았던 현수를 다시 뛰게 만든 게 김혜미 때문이라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그 말도 맞지만 그가 다시 뛴 건 김혜미 주위에 굳은 얼굴로서 있던 연신대 학생들 때문이었다. 연신대에서 치르는 숙적 고구려대와의 경기에서 연신대가 진다면 그들이 가만있겠는가? 현수는 순간 그게 두려워서 마음을 고쳐먹고 이렇게 이기려고 열심히 뛰고 있는 것이다. 뭐 어째든 포인트 지급에 후한 축구 후원자들이 특별 보너스 포인트를 준다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띠링! 20,000포인트 획득. 남은 포인트 396,390]

‘오케이! 좋았어.’

딱 필요했던 2만 포인트였다. 현수는 바로 유료 스킬 창에서 몸싸움 뿌리치기 스킬을 구입했다.

[띠링! 20,000포인트 결제. 남은 포인트 376,390]

현수가 몸싸움 뿌리치기 스킬을 구입해서 카멜레온 축구복에 장착 시켰을 때 고구려대의 선수교체가 끝나고 경기가 재개 되었다.

---------------------------------

2골 차로 이기자 연신대 선수들이 또 긴장을 풀고 느슨한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다. 방심은 금물인데 말이다.

공격에서도 교체해 들어 온 공격수 박민철이 골때리는 플레이를 펼쳤다. 현수가 정확히 찔러 넣어 준 패스를 받은 연신대의 포워드 박민철은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컸던지 무턱대고 개인 돌파를 시도했다.

현수가 선보였던 드리블 어택(Dribble Attack)을 그도 해 낼 수 있을 거라 여긴 모양이었다. 여기서 드리블 어택이란 개인 기술이 월등히 뛰어날 때 흔히 사용되는 전법으로, 상대 팀의 풀백 진영을 뚫고 들어가 골인을 시도하는 공격 기술을 말했다.

최근 축구의 전술은 빠른 공수전환과 패스를 강조하기 때문에 드리블로 상대를 돌파하는 플레이가 줄어든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상대 수비 선수를 돌파하는 일은 축구 경기에 있어 선수 자신과 관중들에게 가장 흥미로운 묘기 중 하나인 건 맞았다. 즉 박민철은 튀고 싶어서 드리블 어택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연신대와 비슷한 전력을 갖춘 고구려대였다. 게다가 수비가 강하기로 유명한 고구려대의 수비라인이 주전도 아닌 연신대의 백업 공격수가 뚫릴 리 없었다.

“이런, 시발!”

고구려대 수비수들의 협력 수비에 바로 공을 뺏긴 박민철이 씩씩 거릴 때 공은 벌써 하프라인을 넘어서 미드필더 이자 고구려대 공격의 진두지휘를 맡은 장국영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장국영은 그 공을 얼리 크로스로 연신대 페널티에어리어 안에 차 넣었다. 현수는 그 공이 하재봉에게 가는 걸 보고 바로 그쪽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누가 그의 유니폼을 붙잡았다. 고구려대의 미드필더가 현수를 붙잡고 늘어진 것이다. 현수는 바로 카멜로엔 축구복에 장착 된 스킬을 사용했다.

‘몸싸움 뿌리치기!’

“어!”

현수가 가볍게 팔을 휘두르자 전후반에 걸쳐서 무던히도 현수를 괴롭혀 왔던 고구려대의 미드필더가 간단히 현수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현수는 바로 하재봉을 향해 대시(Dash-짧은 거리에서 속력을 내어 달리는 동작)해 들어갔다.

그때 장국영의 크로스를 발을 뻗어 공을 탄력을 죽인 하재봉이 볼을 안전하게 키핑한 뒤 곧바로 연신대 진영 안으로 치고 들어갔다.

“막아! 빨리 붙어!”

점점 가까워지는 하재봉의 모습에 연신대 골키퍼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수비수가 바로 하재봉에게 달려들어서 그와 어깨를 부딪쳤다. 하재봉은 그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버티면서 동시에 슛을 때렸다.

터억!

그런데 그 슈팅을 가로 막는 발이 있었다. 어느 새 달려 온 현수가 하재봉의 슈팅을 발을 뻗어 터치라인 밖으로 걷어 내 버린 것이다.

씨익!

현수가 하재봉을 향해 웃어 보이고 그 앞을 가로 막고 섰다. 현수가 수비에 자리를 잡자 고구려대의 공격은 맥없이 막혔고 역습 찬스까지 내주었다.

하지만 연신대의 공격수 박민철이 그들을 살렸다. 기껏 현수가 찔러 넣어 준 스루패스를 받고 골키퍼와 1대 1 찬스를 맞은 박민철이 공중으로 똥볼을 차 버린 것이다.

“야! 나한테 내 줬어야지.”

그 옆에서 같이 쇄도해 들어갔던 고동찬이 화를 냈지만 박민철은 뻔뻔한 얼굴로 미안하다며 한손을 들어 보였다.

---------------------------

연신대 벤치의 이명신 감독은 박민철이 번번이 골 찬스를 놓치는 걸 보고 분통을 터트렸다.

“어휴! 내가 저 개다리가 진짜 확 분지르든지 해야지......”

조금만 욕심을 버리고 옆을 돌아 봤으면 지금 찬스도 100% 골로 연결 될 수 있었다. 그걸 박민철이 뻥하니 허공으로 걷어 찬 것이다.

“하여튼 윤성찬이나....박민철이나....”

이명신이 휙 벤치 쪽을 쬐려 보았다. 그에게 후반전 선수교체를 제안했던 선수가 어디로 튀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이명신은 경기가 끝나면 당장 그 새끼부터 축구부원 명부에서 그 이름을 지워 버릴 결심을 했다.

그런데 그라운드에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우측 미드필더인 임호룡이 현수를 배제하고 중앙 미드필더인양 중앙으로 공을 끌고 들어가서는 포워드인 박민철에게 공을 넣어 준 것이다.

박민철은 고맙게 그 공을 받아서 화려한 개인 돌파로 고구려대 수비수에게 그 공을 헌납했고 말이다.

“에이 씨!”

그래놓고 잔디를 걷어차며 성질은 자기가 다 내는 박민철.

박민철이 임호룡의 공을 받았을 때 고동찬이 측면을 돌아 들어오고 있었다. 박민철이 옆으로 공을 내어 주기만 했어도 고동찬이 직접 돌파를 했든지 아니면 중거리 슛을 때렸을 터였다.

하지만 정작 박민철은 욕심에 눈이 멀어서 그런 고동찬의 움직임도 알지 못했다. 좁은 시야의 공격수는 최악이나 마찬가지였다. 즉 박민철은 지금 최악의 플레이를 펼치고 있었는데 정작 본인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뻥!

고구려대 센터백은 박민철에게서 뺏은 공을 지체 없이 길게 차서 장국영에게 연결시켰다.

장국영은 그 공을 지체 없이 전방으로 연결시켰고 말이다.  공은 역시나 스트라이크 하재봉에게 향했고 그걸 이미 예측 중이던 현수가 중간에 그 공을 커트 하려 했다.

“어딜!”

그런데 또 고구려대의 미드필더가 현수의 유니폼을 잡아 당겼다. 명백한 반칙임에도 심판은 그걸 못 본 건지 보고도 모른 척 하는 건지 휘슬을 불지 않았다.

현수도 갑자기 나타난 고구려대 미드필더가 그의 유니폼을 잡아당기니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 촌각의 상황에서 카멜레온 축구복의 스킬을 쓸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때문에 현수가 헛발질은 했고 공은 하재봉에게 연결 되었다.

불리(Bully-선수들이 한 곳에 모여 볼을 서로 혼잡하고 몰고 있는 상태)에서 하재봉은 그 공을 받자 좌우에서 연신대 수비수들이 달려들었다. 하재봉은 두 팔을 크게 벌리고 두 수비수를 등진 체 버티며 볼을 키핑한 뒤 앞으로 툭 하니 공을 차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때 달려 온 장국영이 하재봉이 내어 준 공을 강하게 찼다. 그 공은 하재봉이 주저 않은 머리 위로 날아갔고 하재봉과 수비수에 시선이 가려져 있던 연신대 골키퍼 방주혁은 멍하니 선체 자신의 옆으로 빨려 들어가는 공을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골이다!”

스코어 7대 6!

다시 한골 차로 따라 붙은 고구려대의 기세가 무서울 정도로 치솟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