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65화 (65/712)

<-- 라이벌전 -->

전반전이 시작 되고 5분도 되지 않은 빠른 시간에 골을 넣은 연신대는 U리그 예선전 마지막 시합에서 쾌조의 출발을 선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고구려대도 만만치 않았다. 고구려대 센터백인 조재훈이 빠르게 팀을 정비하더니 곧장 반격에 나섰다.

“자자. 동점 만들자.”

고구려대의 미드필더들이 빠르게 패스를 주고받다가 연신대의 빈틈이 드러나자 곧장 그쪽으로 패스를 찔러 넣었다.

바로 왼쪽 측면으로 공이 날아갔고 고구려대의 윙어가 그 공을 잡고 빠르게 연신대 진영으로 치고 올라왔다.

그때 고구려대의 원톱 스트라이커 하재봉이 빠르게 페널티에어리어로 쇄도해 들어갔다. 현수는 그걸 보고 곧장 하재봉을 마크 하려 했다.

턱!

하지만 현수를 고구려대 미드필더가 가로막았다. 현수는 그 미드필더를 밀쳐내고 다시 움직였다.

꽈악!

하지만 그런 현수의 유니폼을 그 미드필더가 잡아채서는 잡고 늘어졌다.

“놔!”

현수가 그 미드필더가 유니폼을 잡은 손을 뿌리치고 움직이려하자 이번엔 그의 팔을 잡아챘다. 현수는 그 팔도 억지로 뿌리쳤다. 고구려대 미드필더의 집요한 마크에 현수가 주춤 거릴 사이에 결국 일이 터졌다.

연신대 진영으로 쭉 치고 올라간 고구려대 윙어의 정교한 패스가 고구려대의 스트라이크 하재봉에게 공이 배달된 것이다. 하재봉은 연신대 수비수들이 자리를 잡기 전에 감각적으로 돌파해 들어갔다.

“잡아!”

“앗!”

힘과 기술에서 우위인 하재봉은 연신대 수비 2명을 뚫었고 황급히 달려 나오는 골키퍼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툭 차 넣었다. 공을 데구루루 굴러서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이야호! 하하하하!”

골을 터트린 하재봉은 큰 소리로 웃으며 뒤돌아서 자기 진영으로 가며 고구려대 동료들과 가볍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 사이 축구장 주위로 연신대 학생들이 제법 모여 들었는데 고구려대가 골을 넣자 야유를 퍼부었다.

“우우우우우!”

현수가 하재봉을 놓치자 바로 이렇게 허무하게 골을 내주고 만 것이다.

‘내가 너무 안일했다.’

자신을 마크 한 고구려대 미드필더는 얼마든지 떨쳐 낼 수 있었다. 아예 그를 붙잡지 못하게 스피드로 압도했어야 했다. 자책한 현수는 그 뒤로 다시는 그와 같은 실수를 번복하지 않았다.

“엇!”

그건 바로 그라운드에서 증명이 되었다. 하재봉에게 들어가는 패스를 죄다 현수가 중간에서 끊어 버린 것이다.

뻥!

거기다 현수가 별 대수롭지 않게 걷어 찬 공이 크게 원바운드 되면서 고구려대 미드필더의 키를 훌쩍 넘겼고 그걸 고동찬이 잡아내서 고구려대 진영 페널티에어리어 안으로 치고 들어갔다.

“막아!”

고구려대의 골키퍼가 다급히 소리를 치며 골에어리어 밖으로 달려 나올 때 고동찬은 그의 앞을 막고 있던 수비를 가볍게 제치고 인 프런트로 로빙패스를 할 때처럼 공을 감아 찼다.

“헉!”

골대를 비우고 나온 고구려대 골키퍼는 공이 날아가는 방향대로 고개를 돌렸고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출렁!

고동찬이 감아 찬 공이 왼쪽 골포스트와 크로스바 사이의 구석진 곳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추가골이 터지면서 연신대가 다시 2대 1로 앞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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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습에 맥없이 한 골을 헌납한 고구려대가 센터서클에서 선축으로 시합이 재개 되었다.

고구려대는 하재봉에게 찔러주는 빠른 패스가 번번이 현수에게 막히자 좌우 측면을 활용해서 돌파를 감행했다.

그렇게 측면에서 올라오는 공은 전부 하재봉에게 크로스가 되었다. 그 공을 하재봉이 잡는다면 강력한 피지컬을 가진 그가 돌파를 하거나 다른 고구려대 선수에게 공격 찬스를 내어 줄 수 있을 터였다.

당연히 그걸 내버려 둘 현수가 아니었다.

퉁!

현수가 하재봉 앞에서 크로스 된 공을 간단히 헤딩으로 걷어 냈다. 체력에서 예전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향상 된 현수였다. 그 때문인지 점프도 전 보다 10센티는 더 뛰어 올랐고 하재봉에게 가는 공을 머리로 막아 낸 것이다.

“젠장.....”

그걸 본 하재봉이 사납게 얼굴을 찌푸렸다. 그럴 것이 어디로든 패스가 넘어오면 현수가 나타나서 다 막아버리니 하재봉은 하프라인을 기점으로 연신대 페널티에어리어 사이를 오고 가기 바빴던 것이다. 무슨 똥개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고구려대는 골게터 하재봉이 막히자 공격에서 답답한 양상을 선보였다. 좌우 측면으로 계속 돌파는 시도했지만 그 공을 받아 골을 터트려 줄 공격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대 놓고 진영을 끌어 올렸다간 연신대의 역습이 두려웠고 말이다.

이럴 때 고구려대의 김창수 감독이 믿을 건 측면 윙어 장국영이었다. 하재봉의 만회골이 터질 때 하재봉에게 정확한 패스를 넣어 준 게 바로 장국영이었다.

장국영은 고등학교 때 U-17 국가대표로도 뛰었던 유망주였다. 하지만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고구려대에 진학한 그를 김창수 감독이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재활 훈련 시켰고 그게 성공하면서 올해부터 주전으로 뛰게 된 것이다.

장국영은 거의 예전 기량을 회복했고 그 때문에 U리그에서 고구려대는 파죽의 3연승을 올리며 본선 진출을 노릴 수 있게 되었다.

김창수 감독은 장국영에게 더 적극적으로 연신대 진영으로 공을 치고 올라가라고 신호를 넣었다. 그걸 보고 장국영이 하프라인을 넘어서 연신대 진영으로 움직였다.

그때 고구려대의 센터백이 앞쪽 중앙 미드필더에게 길게 스루패스를 넣어 주었다. 그 공을 잡은 고구려대의 중앙 미드필더가 빠르게 공을 치고 올라갔고 그걸 막기 위해서 현수가 움직일 때였다.

고구려대의 중앙 미드필더가 현수가 오는 걸 보고 급히 측면으로 공을 찼고 그 공을 장국영이 받아서 바로 페널티에어리어로 치고 들어갔다. 그러자 연신대 수비수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장국영에게로 쏠렸다.

“기찬아!”

연신대 골키퍼 방주혁이 소리칠 때 센터백 이기찬은 이미 점점 안쪽으로 들어오는 장국영을 확인하고 몸을 날리고 있었다.

그렇게 이기찬이 앞으로 달려 나가면서 하재봉을 마크하고 있던 연신대 수비수가 움직였고 그 짧은 순간 노련한 하재봉이 더 기민하게 옆으로 이동하며 패스 받을 공간을 확보했다.

장국영은 그런 하재봉에게 바로 공을 찔러 넣었고 하재봉은 그 공을 잡지 않고 바로 힐 킥으로 살짝 방향만 꺾었다.

“앗!”

그 공은 그대로 골대로 향했고 골포스트를 맞고는 방향이 꺾여서 골대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 현수는 장국영이 하재봉에게 패스를 넣을 때 하재봉에게로 움직였다. 하지만 하재봉이 그 공을 잡지 않고 바로 처리 한 탓에 현수도 그를 막지 못한 것이다.

“제길....”

골을 먹은 연신대 골키퍼 방주혁이 신경질적으로 골망을 향해 공을 걷어찼다.

“그렇지! 하하하하!”

그 골로 고구려대 벤치에 웃음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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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날카로운 패스로 골을 만들어 내고는 유유히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고구려대의 측면 윙어 장국영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하재봉에 이어서 장국영도 현수가 더 신경을 쓰면 됐다.

장국영이 하프라인을 넘어오면 바로 측면 미드필더로 하여금 그를 마크하게 한 것이다. 그러자 장국영에게서 더 이상 날카로운 패스가 나오지 않았다.

거기다 부상으로 인해 예전보다 속도며 민첩성이 다소 떨어진 장국영이 현수가 붙인 측면 미드필더에게 다소 허무하게 공을 뺏기면서 오히려 공격의 맥을 끊어 놓았다.

그걸 보고 현수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번졌다.

‘구멍 발견!’

고구려대는 만회골을 넣기 위해서 장국영를 끌어 올렸지만 그건 스스로 자신들의 약점을 드러낸 결과를 초래했다.

파팟!

“헉!”

후방으로부터 패스를 받은 현수가 하프라인을 넘자 바로 장국영의 빈 측면을 돌파했고 너무도 쉽게 돌파를 한 것이다.

고구려대의 장국영으로는 빠른 발에 개인기까지 갖춘 현수를 막을 수가 없었다. 이에 즉시 고구려대의 센터백이 달려 나왔고 그 틈을 보고 현수가 앞쪽으로 킬 패스를 넣었다.

그 공을 연신대 포워드 나진목이 잡아서 페널티에어리어를 돌파했고 골키퍼와 1대 1 상황에서 로빙슛으로 골키퍼 머리를 넘기며 골을 터트렸다. 동점골을 넣고 기뻐하던 고구려대 벤치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란 점이었다. 상대의 약점을 간파한 현수는 사정없이 그 약점을 후벼 팠다.

보란 듯 다시 측면을 돌파했고 장국영의 느린 발로는 현수를 막을 수 없었다. 현수는 카멜레온 축구복에 장착 된 스킬은 전혀 사용하지도 않고 장국영을 간단히 제쳐 냈다. 그 만큼 장국영은 지금 멘붕 상태로 현수를 막을 수 있는 상태가 전혀 아니었다.

“이이....”

별수 없이 현수를 막기 위해 센터백이 움직였고 현수는 다시 빈틈으로 공을 찔러 넣었다.

이번에 현수의 킬 패스는 고동찬에게로 향했고 고동찬은 수비의 방해가 없는 상태에서 현수의 공을 차분히 인 프런트로 다시 감아 찼다.

출렁!

고동찬의 환상적인 바나나킥에 고구려대의 골키퍼는 멍하니 서 있었다. 그가 몸을 날린다 고해서 막을 수 있는 슛이 아니었던 것이다.

불과 5분 사이에 측면이 와르르 무너지며 2골을 내어준 고구려대는 측면으로 미드필더를 보강 시켰다. 그러자 그걸 기다렸다는 듯 현수가 중앙으로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 넣었고 고구려대의 미드필더와 수비들은 연신대의 공세를 막기에 급급했다. 현수는 미드필드 진을 끌어 올리면서 파상적으로 고구려대를 몰아 붙였다.

“헉헉헉!”

나진목은 숨이 조금 가쁘고 땀도 좀 났지만 몸 컨디션은 최고였다. 공격수인 그는 벌써 한 골 넣었다. 공격 포인트를 올렸기 때문에 부담 없이 한결 가볍게 뛸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경쟁자인 연신대 투톱 고동찬은 그 보다 한 골을 더 넣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진목도 한 골 더 넣고 싶은 욕망이 강하게 일었다.

그래서 강현수에게 여러 차례 눈짓을 보냈다. 중원의 사령관인 현수라면 그에게 추가골 맛을 보게 해 줄 수 있을 터였다.

현수가 그 대답으로 측면으로 패스를 넣었고 연신대 측면 미드필더가 윙어로 터치라인을 타라 고구려대 진영으로 치고 올라갔다.

그대 측면을 뚫고 올라온 연신대 윙어를 고구려대 측면 미드필더가 태클로 저지하면서 터치라인 밖으로 공이 나갔다.

“뒤로. 더 뒤로.”

그 공을 스로잉으로 받은 나진목은 고동찬와 짧게 패스를 주고받으며 공격 기회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고구려대의 수비가 그럴 틈을 전혀 주지 않았다.

고구려대 센터백 조재훈이 풀백들과 철통 같이 나진목과 고동찬을 마크 한 것이다.

“여기!”

그때 언제 올라왔는지 페널티에어리어에서 자기에게 공을 달라고 손을 들고 있는 현수가 나진목의 눈에 띠었다.

현수는 앞쪽을 손짓으로 가리켰다. 현수 앞쪽 빈 공간으로 크로스를 올리란 소리였다. 나진목은 중원의 사령관이 시킨 대로 바로 현수 앞쪽 공간을 향해 크로스를 올렸다.

현수와 나진목이 서로 사인을 주고받는 걸 고구려대의 조재훈도 지켜보았다. 그러니 당연히 현수가 노마크 찬스를 맞게 그냥 내버려 둘 조재훈이 아니었다. 조재훈은 두 풀백에게 나진목과 고동찬을 맡기고 조재훈이 현수가 있는 쪽으로 크로스를 올리기 전에 빠르게 먼저 그쪽으로 내달렸다.

현수과 비슷한 키와 다부진 체격의 고구려대의 센터백 조재훈이 막 나진목이 올린 크로스를 트래핑하려는 현수를 압박했다.

퍽! 퍽!

아직 공은 허공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조재훈이 현수과 몸싸움을 시작 한 것이다.

손으로 현수의 유니폼을 잡는 건 예사였다. 하지만 현수는 쉽게 조재훈에게 밀리지 않았다.

파팟!

이때 공이 떨어져 내렸고 둘이 동시에 점프를 했다. 하지만 몸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한 현수가 좀 더 빨리, 그리고 높이 솟구쳐 올랐고 공이 타깃으로 현수를 정했는지 그에게 정확히 날아왔다.

현수는 허공에서 정확히 이마에 공을 갖다 대면서 살짝 공의 방향을 틀었다.

골키퍼가 놀라운 반사 신경으로 그 공의 방향을 쫓아 몸을 날리는 걸 보고 현수는 그라운드로 내려섰다.

그때 그와 같이 뛰었던 조재훈이 뒤늦게 떨어지며 현수와 뒤엉켜서 쓰러졌다. 현수는 쓰러지며 골대를 쳐다보았는데 공이 골키퍼 손끝을 살짝 넘어 드롭 되면서 골대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나이스!’

현수가 헤딩으로 추가골을 넣은 것이다. 현수는 원래 멋진 다이빙 헤딩골을 넣을 생각이었다. 나진목에게 앞 공간으로 크로스를 넣으라고 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카멜레온 축구복에 다이빙 헤딩 스킬도 장착했고 말이다. 하지만 눈치 빠른 조재훈의 방해로 어쩔 수 없이 그 스킬은 쓰지 못하고 대신 몸싸움 끝에 헤딩으로 우연찮게 골을 터트린 것이다.

5대 2!

스코어가 크게 벌어지면서 고구려대 벤치의 분위기가 암울하게 변했다.

“삐이이익!”

주심의 길게 휘슬을 불었고 그렇게 전반전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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