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벌전 -->
휘휙!
현수는 상체의 흔들림과 엇박자를 이용해서 채재욱의 무게 중심을 한쪽으로 쏠리게 만들고 자신은 반대 방향으로 유유히 빠져 나갔다.
“헉!”
채재욱이 뒤 늦게 손을 뻗었지만 그의 손은 현수의 유니폼조차 낚아채지 못했다. 한서대 중앙 미드필더를 간단히 뚫어 낸 현수는 바로 페널티에어리어까지 접근해 들어갔다. 그때 페널티에어리어 앞에서 대기 중이던 한서대 센터백이 현수의 앞을 가로 막았다.
파팟!
현수는 공을 찰 것처럼 하다 페이크(Fake)로 공을 옆으로 빼내서 한서대 센터백마저 제쳤다.
그때 도우러 움직인 라이트 백이 센터백이 뚫리는 걸 보고 기겁해서는 현수에게 깊게 태클을 걸었다.
촤라라락!
“으아아악!”
현수도 의도적으로 걸어오는 태클은 피할 수 없었다.
삑!
주심이 바로 반칙을 선언했다. 태클에 제대로 다리가 걸린 현수가 잔디에 데구루루 나뒹굴었다.
페널티에어리어 안에서 이뤄진 반칙임으로 곧바로 페널티 킥이 선언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정작 연신대의 최고 핵심 선수인 강현수가 한쪽 다리를 잡고 고통에 겨운 듯 얼굴을 와락 일그러트린 채 그라운드에 계속 누워 있었던 것이다.
“현수야!”
이명신 감독이 반쯤 넋이 나간 얼굴로 그라운드로 뛰어들었다. 이명신 감독이 현수 앞에 나타나기 전에 현수가 여전히 일그러진 얼굴로 상체를 겨우 일으켰다.
“현수야. 괜찮니?”
이명신이 다급히 현수에게 물었다. 그러자 현수가 여전히 아픈 듯 다리를 잡고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괜찮.....아악!”
현수가 비틀 거리자 이명신이 다급히 현수를 부축했다.
“안 되겠다. 나가자.”
질겁한 이명신은 현수를 데리고 그라운드를 나갔고 현수대신 중앙 미드필더를 뛸 백업 멤버를 교체 투입 시켰다.
“현수야. 병원가자.”
이명신이 당장 현수를 병원으로 데려 갈 기세였다. 현수는 그런 이명신에게 괜찮다며 이제 고통이 많이 가셨다고 했다. 그러자 이명신이 벤치 선수들에게 외쳤다.
“빨리 얼음주머니 가져와.”
이명신의 호들갑에 현수는 다치지도 않은 다리에 얼음주머니를 올려놓고 있었다. 그 사이 경기가 재개 된 상태였다.
현수를 대신해서 비교적 킥이 정확한 왼쪽 미드필더 김석진이 페널티 킥을 찰 준비를 했다.
공을 놓고 뒤로 물러나서 주심의 신호를 기다리던 김석진이 주심의 휘슬과 함께 공을 향해 뛰어들었고 강하게 공을 찼다.
뻥!
출렁!
김석진은 대범하게 한 가운데로 공을 찼다. 그걸 예측하지 못한 한서대 골키퍼는 김석진의 발동작을 보고 몸을 왼쪽으로 날렸다가 그대로 골을 먹었다.
스코어 5대 0!
5골을 먹은 한서대는 완전히 넉 다운 상태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소극적으로 플레이를 계속 했고 이에 연신대가 더 강하게 압박을 가했다. 현수가 없어도 한서대 정도는 연신대도 잘 요리했다.
연신대의 강한 압박에 한서대는 패스미스가 빈번해지면서 볼을 전혀 점유하지 못했다. 그러자 연신대는 아예 하프라인 넘어 한서대 진영에서 내려오지 않고 계속 공격을 퍼부었다.
이에 한서대 선수들은 몸으로 연신대의 공세를 겨우겨우 막아냈다. 그렇게 근근이 버티던 한서대의 골문이 또 열렸다.
측면을 돌파해 들어간 왼쪽 미드필더 김석진이 올린 크로스를 공격수 고동찬이 멋진 점프 발리슛으로 골 망을 가른 것이다.
6대 0!
한서대는 축구하려는 의지마저 꺾인 듯 그라운드 위 선수들이 다들 고개를 떨궜다. 그런 한서대에 연신대는 끝까지 무자비했다.
후반전 종료 1분을 남겨 놓고 코너킥 상황에서 이번엔 오른쪽 미드필더 임호룡이 올린 공을 또 다른 공격수 나진목이 다시 골로 연결한 것이다. 이로서 나진목은 오늘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주심은 안쓰러운 얼굴로 한서대 선수들을 보면서 후반 45분이 딱 끝나자 바로 휘슬을 불었다.
삐이이이익!
스코어 7대 0!
대승을 거둔 연신대 벤치는 차분히 짐을 정리했다. 어차피 이길 거라 예상했던 터라 승리에 대해서는 선수들은 큰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현수에만 의존했던 골이 두 공격수들에게서 터져 나오면서 이틀 뒤 있을 고구려대와의 일전에 그들이 득점포를 가동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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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대와 연습 시합이 끝나고 현수가 멀쩡하게 걷는 걸 보고 연신대 이명신 감독의 놀란 가슴이 겨우 진정 되었다.
“현수가 진짜 병원 안 가 봐도 되겠어?”
“예. 이제 멀쩡합니다.”
“그래도 모르니까 병원 가자.”
“정말 괜찮아요. 안 좋으면 제가 먼저 가자고 했을 겁니다. 모레 중요한 시합도 있으니까요.”
“그래. 알았다. 일단 오늘은 두고 보자.”
골절상이란 게 그날은 괜찮았다가 자고 일어나면 붓고 아플 수 있었다. 하지만 현수의 얼굴을 보아하니 정말 괜찮은 거 같아서 이명신은 한시름 놓았다.
한서대와 연습 시합 뒤 선수들은 점심을 먹고 2시까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그때 현수는 점심 먹으러 학생식당으로 가는 선수들 사이에서 슬쩍 빠져 나왔다. 그리곤 연신대 정문에 위치한 스테이크 전문점 통나무 아저씨로 향했다.
현수가 그 가게 안에 들어서자 먼저 와서 자리 잡고 있던 김혜미가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현수야!”
“어.”
현수가 그쪽으로 가자 김혜미 옆에 그녀의 단짝 친구인 이미숙이 현수를 보고 웃는 얼굴로 말했다.
“오늘 한 턱 쏘신다면서요?”
“네. 뭐.... 근데 도서관에 있었나 봐요?”
“공부해야죠. 예전처럼 졸업하면 취직 되던 시대는 지났잖아요?”
불과 몇 년 전만해서 명문대학인 연신대를 나오면 거의 대부분이 취직이 되었다. 하지만 요즘은 취직하기가 워낙 어렵다보니 연신대를 나와도 시험을 봐야했고 또 성적이 좋지 않으면 취직이 어려웠다.
현수는 시스템을 통해서 눈앞의 이미숙이 자신에게 상당히 호감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예전보다 그녀를 대하는 게 더 편했다. 일단 자기 좋다는 여자를 싫어할 남자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녀들이 미리 주문을 해 둔 탓에 음식이 금방 나왔다. 현수는 안 그래도 배고팠던 터라 금방 스테이크를 먹어치웠다.
“이것도 먹어.”
그때 혜미가 반쯤 먹다 남은 스테이크를 현수에게 건넸다.
“땡큐!”
현수는 그걸 날름 먹어치웠다. 그런 현수를 보고 이미숙이 말했다.
“현수씨는 참 잘 먹어서 보기 좋아요.”
그 말에 현수는 씨익 웃었다.
‘원래 상대가 좋으면 뭐든 다 보기 좋아 보이는 법이지.’
그렇게 식사를 끝낸 그들이 후식으로 가게에서 제공 되는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현수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구하나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어. 하나야.”
현수는 꺼릴 거 없이 그 자리에서 바로 전화를 받았다.
-오빠. 지금 어디세요?
“나야 지금 학교에 있지.”
-아 맞다. 오늘 연습 시합 있다고 하셨죠?
“응. 안 그래도 오전에 끝내고 지금 막 점심 먹었던 참이야. 근데 왜?”
-저 지금 학교 조퇴하고 Sj엔터테이먼트에 가는 중이거든요.
“Sj엔터테이먼트?”
현수의 그 말에 이미숙이 움찔했다. 하지만 전화 받느라 신경을 핸드폰에 집중하고 있던 현수는 그걸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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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나는 혼자 Sj엔터테이먼트에 가는 게 무섭다며 현수보가 같이 가 줄 수 있는지 물었다. 하지만 오후에 전술 교육이 있는 현수로서는 구하나를 따라 가 줄 수 없었다.
“언니하고 같이 가보지 그래?”
-우리 언니요?
“그래. 은하라면 똑똑하니까 너 대신 꼼꼼하게 계약 조건을 따져 봐 줄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어차피 미성년자인 구하나가 오늘 당장 계약하는 일은 없을 터였다. 보호자와 같이 가서 계약을 해야 하니 말이다.
-언니하고는 어제 얘기를 해 봤는데..... 저보고 알아서 하랬거든요..... 으음. 알았어요. 그럼 언니에게 부탁해 볼게요.
구하나는 그렇게 전화를 끊었고 다시 현수에게 전화를 걸어오진 않았다. 아마 그녀의 언니인 구은하가 그녀와 같이 Sj엔터테이먼트에 가주기로 한 모양이었다.
띠리링!
아니나 다를까? 구하나에게 문자가 왔는데 언니가 따라가기로 했다고 했다. 현수는 속으로 잘 됐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현수의 머릿속에 시스템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띠링! 돌발 퀘스트! 김혜미의 친구 이미숙은 Sj엔터테이먼트의 회장인 이주만의 둘째 딸입니다. 그녀는 지금 당신이 Sj엔터테이먼트를 거론한 것에 놀라움과 함께 궁금함을 참지 못해 폭발 직전입니다. 그녀의 궁금증을 해소 시켜 주고 그녀와 관계를 돈독하게 만드세요.]
‘뭐? 이미숙이 Sj엔터테이먼트의 회장 딸이라고?’
현수는 놀랐지만 그걸 겉으로 티내지 않고 힐끗 이미숙을 쳐다보았다. 이미숙은 뭔가 골똘히 생각에 빠져 있었는데 현수가 먼저 얘기를 꺼냈다. 물론 이미숙이 아닌 그 옆에 있는 김혜미를 보고 말이다.
“혜미 너한테도 아까 얘기 했지만 그 얘한테 걸려 온 전화야.”
“아아! 그 구하나란 얘 말이야?”
“그래. 조금 우습지만 사실 어제 그 얘와 내가 길거리에서 캐스팅을 당했거든.”
“뭐?”
김혜미가 황당한 얼굴로 현수를 쳐다 볼 때 이미숙이 번뜩 두 눈을 빛내며 현수를 쳐다보았다.
“Sj엔터테이먼트의 스카우터라는 데 내 얼굴이 요즘 대세라나 뭐래나. 카메라 테스트 받으러 오라긴 하던데 말이야.”
“에이. 사기꾼 아냐?”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 여기 명함도 있어. 봐.”
현수가 어제 Sj엔터테이먼트의 백성조에게서 받은 명함을 꺼내 놨다. 명함에는 Sj엔터테이먼트 기획실장 백성조란 이름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그 명함을 보고 두 여자에게서 상반된 의견이 나왔다.
“에이. 사기꾼 맞네. Sj엔터테이먼트의 기획실장이 뭐 하러 길거리 캐스팅을 해.”
김혜미의 말에 그 옆의 이미숙이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아니야. 내가 Sj엔터테이먼트를 좀 아는 데 거기 기획실장 이름이 백성조 맞거든. 혹시 젊고 코가 살짝 매부리코가 아니던가요? 입술은 좀 두툼하고요.”
“네. 맞아요. 근데 그 분 알아요? 얼굴까지 자세히 알고 말이죠.”
“네? 그, 그게..... 제가 좀 아는 오빠라서요.”
“우와! 잘 됐네요. 그분 저희 동문이라서 서로 안면 트고 지내기로 했거든요.”
“그랬어요? 정말 잘 됐네요. 참 좋은 오빠거든요. 근데 오빠랑 어떻게 안면을.....”
딱 현수가 기다리던 타이밍이었다. 자신과 백성조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말이다.
“그게 실은......................”
현수가 빠르게 어제 있은 일을 이미숙에게 설명했다. 이미숙은 현수의 얘기를 듣고서 궁금했던 게 풀린 듯 연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아. 그랬었군요. 현수씨가 성조 오빠를 구해 주셨다니. 오빠가 운이 좋았네요. 그때 현수씨가 아니었다면 오빠가 크게 다쳤었을 지도 모르잖아요.”
“안 그래도 선배님이 많이 고마워 하셨어요.”
[띠링! 이미숙의 궁금증이 해소 되었습니다. 돌발 퀘스트를 완수 하셨습니다. 성공 포인트가 지급 됩니다.]
‘오예!’
이렇게 대화만으로 간단히 포인트를 챙기게 된 현수가 속으로 쾌재를 외칠 때 시스템이 성공 포인트를 지급했다.
[띠링! 30,000포인트 획득. 458,090]
‘헉! 3만 포인트!’
Sj엔터테이먼트 이주만 회장은 이때에도 연예인 주식부자 1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그 딸인 이미숙에 관한 돌발 퀘스트의 성공 포인트도 적지 않았다.
‘완전 꿀이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띠링! 이미숙이 당신에 대한 호감도가 더 상승했습니다. 여기서 그녀와 좀 더 친밀해진다면 추가 포인트가 지급 될 수 있습니다.]
‘추가 포인트!’
현수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그리고 동시에 그의 입이 열렸다.
“언제 시간 되면 미숙씨도 선배님과 같이 만나는 게 어떨까요?”
“오빠랑요?”
“네. 남자 둘이서 달랑 보는 건 좀 그렇잖아요.”
현수가 능청스럽게 얘기하자 이미숙이 살짝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그, 그렇게 해요. 오빠한테는 제가 말해 놓을 게요.”
[띠링! 이미숙과 당신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습니다. 이에 추가 포인트가 지급 됩니다.]
[띠링! 20,000포인트 획득. 478,090]
점심 한 끼 같이 먹고 5만 포인트를 획득한 현수는 보는 사람만 없으면 당장이라도 일어나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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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을 나선 현수와 김혜미, 이미숙은 나란히 교정을 걸어갔다. 하지만 중앙에 위치한 시계탑 앞에서 헤어져야 했다. 현수는 체육관으로 김혜미와 이미숙은 도서관으로 말이다.
“오빠랑 얘기 되면 연락드릴게요.”
이미숙은 기어이 백성조와 같이 현수를 만나려는 모양이었다. 현수도 그들을 만나는 게 싫진 않았다. 그들과 만나면 또 얼마나 포인트를 얻어 낼 수 있을 지 사실 기대도 됐다. 그때 혜미가 한 말이 현수를 웃게 만들었다.
“훈련 끝나면 전화 해.”
그 말은 오늘 그녀와 함께 할 수 있단 소리였다. 현수는 오늘 밤 그녀의 오피스텔에서 그녀를 안을 생각을 하자 그의 신체 가운데로 피가 확 쏠렸다.
‘어이어이. 진정하라고.’
현수는 거시기를 겨우 진정 시키고 어거적어거적 체육관을 향해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