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50화 (50/712)

<-- 고수 -->

막기가 어렵다면 상대의 실수를 유발 시키는 것도 이기기 위한 한 방편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양동호는 어딜 봐도 실수 같은 걸 할 자가 아니었다. 시스템에서 달리 그를 고수라고 했겠는가?

‘저런 냉철한 자가 오히려 속기 쉬운 게 있지.’

양동호 같은 철저한 성격은 보통 자기 눈으로 보는 것만 믿었다. 그렇기에 현수가 변칙적으로 움직여도 절대 속지 않고 위력적인 발차기를 계속 가해왔다.

그런 그에게 현수는 잠깐 그의 시선을 딴 쪽으로 쏠리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 기회는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그의 요란한 발차기에 주위에 먼지가 풀풀 일었고 그 중 하나가 그의 눈에 들어간 것이다. 그 때문에 양동호는 몇 번 눈을 깜빡거렸다. 그리고 그 깜빡 거릴 때 현수의 눈속임이 시작 되었다.

현수는 일루젼(Illusion) 마법으로 자기 양옆에 자신과 똑 같은 모습의 현수를 만들어냈다.

양동호는 갑자기 현수가 셋으로 보이자 당황하기 시작했다. 자기 눈에 티가 들어가서 현수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줄로 아는 듯 했다. 그런 가운데 현수는 가짜 현수와 돌아가며 위치를 바꿨고 공격하는 입장의 양동호는 어쩔 수 없이 그 중 하나를 노리고 발차기를 가했다.

휙!

하지만 운 없게 그 현수는 가짜였다. 그가 가짜 현수에게 발차기를 하면서 순간 빈틈이 드러났고 그걸 그냥 지켜 볼 현수가 아니었다.

파앗!

눈 깜짝할 사이 양동호에게 역으로 쇄도해 들어간 현수가 그의 가슴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양동호는 놀라며 몸을 틀었다. 그래도 역시 고수답게 노련한 것이 앞서 다쳤던 어깨를 다시 내어주면서 몸을 틀었던 것이다.

펑!

폭음과 함께 양동호의 몸이 비틀거리며 한참 뒷걸음질을 쳤다. 그리고 걸음을 멈췄을 때 양동호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크윽!”

입에서 절로 신음소리도 새어 나왔다. 그럴 것이 왼쪽 어깨뼈가 완전히 부러졌다. 앞서 골절이 다시 충격을 받으면서 뼈에 무리가 갔고 결국 견디지 못한 뼈가 부러지고 만 것이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파파파팟!

승기를 잡은 현수는 양동호를 몰아쳤다.

휙! 휙! 휙! 휙!

양동호 처럼 현수도 연속 기로 쉬지 않고 주먹을 휘둘러댔는데 양동호는 뒷걸음질을 치면서 고수답게 차분히 그 공격을 피해 나갔다. 그러나 현수에겐 그의 몸을 속박할 수 있는 마법이 아직 남아 있었다.

‘끝을 내자.’

현수는 결심을 한 듯 공격 중에 입술을 달싹 거렸다.

“홀드(Hold)!”

그러자 양동호의 표홀한 보법의 축이 되는 왼 다리가 뻣뻣하게 굳었다.

“헉!”

돌아야 할 축이 굳어 버리자 양동호의 몸이 반쯤 돈 상태에서 멈춰 섰다. 그런 그의 안면으로 현수의 날카로운 카운트 펀치가 날아왔다.

양동호를 이기는 데 굳이 내가중수법이 가미 된 형의권을 쓸 필요는 없었다. 그럴 죽일 작정이 아니라면 말이다.

퍽!

“크윽!”

양동호의 안면에 빠르고 강한 펀치가 작렬했다. 전국체전 챔피언의 강펀치에 양동호의 몸이 비틀거렸다.

그 순간 현수가 양동호에게 바짝 접근했다. 그리고 폭풍처럼 펀치를 뿜어냈다.

퍼퍼퍼퍼퍼퍽!

단숨에 6방의 펀치가 양동호의 복부와 양 옆구리. 그리고 양쪽 턱, 그리고 정확히 관자노리에 박혔고 무공 고수 양동호도 인간인 이상 별 수 없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털썩!

“훅훅훅훅!”

현수는 일단 호흡을 고른 뒤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부러졌던 팔은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했다. 단지 흑마법인 무스트가 해제가 되면서 몸이 물 먹은 솜처럼 묵직했다. 하지만 그것도 보조 마법인 리커버리를 시전하자 금방 원래 상태로 되돌아왔다.

----------------------

현수는 기절해서 바닥에 대자로 뻗어 누워 있는 양동호를 발로 툭툭 찼다. 그러자 기절했던 그가 서서히 의식을 되찾았다.

“으으으으!”

양동호는 정신을 차렸지만 바로 몸을 일으키진 못했다. 현수가 막판에 내지른 카운트 펀치들에 맞은 복부와 옆구리가 여전히 결렸고 턱을 맞고 울린 머리가 아직도 멍하고 어질어질 했던 것이다.

그런 양동호에게 현수가 물었다.

“제가 이긴 거 같군요.”

그 말에 양동호가 순순히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그래. 내가졌다.”

그 순간 현수의 뇌리로 시스템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띠링! 축하합니다. 양동호가 당신을 자신과 같은 고수로 인정하였습니다. 돌발 퀘스트를 완수에 따른 성공 포인트를 지급합니다.]

[띠링! 50,000포인트 획득. 남은 포인트 380,590]

“역시....”

현수의 예상대로 많은 포인트를 잡아먹은 퀘스트답게 성공 포인트도 5만이나 화끈하게 지급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양동호와 같은 고수를 이긴 당신에게 추가 포인트를 지급합니다.]

[띠링! 10,000포인트 획득. 남은 포인트 390,590]

현수는 추가 포인트까지 지급 받자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졌다. 그런데 여기서 또 예상 밖의 보상이 또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신의 축구 후원자들께서 양동호와 격투에서 당신의 보여준 멋진 활극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 특별 액션 포인트를 지급합니다.]

“뭐?”

어떻게 자신의 축구 후원자들이 자신과 양동호가 싸움을 지켜 본 것일까?

[띠링! 20,000포인트 획득. 남은 포인트 410,590]

역시 현수의 축구 후원자는 포인트에 인색하지 않았다. 이어 현수의 궁금증에 대한 시스템의 설명이 있었다.

[당신의 축구 후원자들 중 특히 당신에게 관심이 많은 후원자들이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계십니다. 때문에 언제든 당신이 그들을 만족시키는 일을 할 시 포인트를 지급 받을 수 있습니다.]

‘하아. 나의 모든 걸 지켜보는 후원자들이라고?’

완전 스토커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현수에게 지급하고 있는 포인트를 생각한다면 그 불만은 거론할 게 못 되었다.

‘그래. 포인트만 많이 주라. 그럼 다 보여 줄 테니까.’

현수가 시스템에 넋이 나가 있을 때 몸 상태가 어느 정도 회복 된 양동호가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으윽!”

아직 어지러운지 살짝 비틀거리던 양동호가 곧게 몸을 펴고는 현수를 보고 말했다.

“네 나이에 너 정도 성취라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스승님께서 널 보면 아주 좋아하시겠어.”

그때 현수의 뇌리에 시스템의 울림이 있었다.

[띠링! 장기 퀘스트. 양동호의 스승인 무오 선사는 강원도 태백산 자락에 위치한 사찰 도통사 주지로 있다. 초고수인 무오 선사는 태을신공의 계승자인 그를 만나고 그의 인정을 받아라.]

‘장기 퀘스트?’

[장기 퀘스트는 기간에 제약이 없고 언제든 완수할 수 있다. 단 언제든 돌발 퀘스트로 바뀔 수 있다.]

앞선 돌발 퀘스트에서 양동호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고수 운운한 게 바로 무오 선사를 두고 한 말인 모양이었다. 어째든 기간에 제약이 없는 퀘스트라니 당장 신경 쓰지 않아도 될 터였다.

“괜찮으시면 저 먼저 가 보겠습니다.”

현수의 말에 양동호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가 봐. 난 운기조식을 하고 가야 할 거 같아.”

양동호가 자신의 부러진 왼쪽 어깨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마 운기조식을 통해 부상을 치료하는 무슨 방법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것까지 현수가 알 수 없는 노릇이고 현수가 예의를 차리며 물었다.

“제가 호법이라도 서 드릴까요?”

현수의 그 제안에 양동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호의는 고맙지만 괜찮다. 여긴 사람이 오지 않는 곳이고 설혹 온다고 해도 내가 먼저 기척을 느끼고 운기를 중지할 테니까.”

“뭐 그러시다면야.....”

현수는 양동호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인 뒤 대나무 숲 속 공터를 빠져 나갔다.

------------------------

송태섭으로부터 강현수를 잡아 오란 명령을 받은 김연석과 두 클럽 조폭들은 xx복합 쇼핑몰에서부터 시작해서 사지희의 집까지 들키지 않고 미행에 성공했다.

그들은 사지희가 차에서 내리는 걸 보고 이제 조금만 더 기다렸다 강현수만 잡아가면 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강현수가 사지희가 탔던 차에 계속 타고 있었고 그 차가 움직였다.

“쫓아.”

그 차는 한강으로 갔고 그곳 둔치에 차를 댔다. 그리고 그 차를 운전했던 자와 강현수가 대나무 숲으로 들어갔다. 그때 성질 급한 클럽 조폭하나가 김연석에게 말했다.

“연석아. 우리도 따라가야 하는 거 아냐? 그냥 가서 두 놈다 조져 버리고 강현수 그 놈은 잡아서 나오면 되지 않겠어?”

그 말에 김연석이 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운전했던 그 자는 형님께서 절대 엮이지 말라고 한 자다. 그러니까 강현수란 놈이 그 자와 같이 있는 한 우리가 나서선 안 돼.”

송태섭이 그렇게 시켜다니 그 클럽 조폭도 더는 그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답답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강가에서 담배나 한 대 피자.”

“그럴까?”

두 클럽 조폭은 김연석만 두고 강가로 걸어갔다. 김연석은 그런 그 둘에게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았다.

저들이 담배하나 피고 돌아올 때까지는 대나무 숲에 들어간 두 사람이 나올 거 같진 않았던 것이다.

김연석의 예상대로 대나무 숲에 들어간 두 사람은 10여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강가에서 담배를 피고 돌아 온 클럽 조폭들이 쑥덕거렸다.

“남자 둘이서 저 으슥한 대나무 숲에 들어가서 대체 뭘 하는 거지?”

“혹시..... 둘이 호모 아냐?”

“흐흐흐흐. 그럴 지도 모르겠다.”

둘의 쓸데없는 소리에 눈살을 찌푸리던 김연석이 대나무 숲 안에서 무슨 소리를 들은 듯 그쪽으로 시선을 뒀다.

“무슨 비명 소리 같았는데......”

김연석은 호기심에 당장이라도 대나무 숲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었다. 하지만 송태섭의 말이 그의 호기심을 이겼다.

그렇게 5분여의 시간이 지나고 대나무 숲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나온다.”

김연석과 두 클럽 조폭은 몸을 숨기고 대나무 숲을 지켜 봤다. 그러자 그 안에서 한 사람이 나왔다.

“누구지?”

“저건..... 강현수다.”

그들이 잡아가야 할 먹잇감의 등장이었다.

--------------------------

두 클럽 조폭들은 서로 눈이 마주치자 바로 움직였다. 김연석이 말리고 자실 틈도 없었다.

그들은 곧장 대나무 숲에서 나온 강현수에게 다가갔다.

“어이! 거기 서봐.”

그 중 하나가 강현수를 불러 세웠다. 그걸 보고 김연석은 긴 한숨과 함께 그들을 따라 나섰다.

“너 강현수 맞지?”

“그런데?”

“우리 좀 따라 가야겠다.”

“내가 왜?”

“하아! 이 새끼 봐라?”

“간이 배 밖으로 기어 나와서 소풍을 갔네. 이런 새끼는 좀 맞아야 정신을 차려.”

그 말과 동시에 두 클럽 조폭 중 하나가 강현수의 멱살을 잡았다. 보통 이 정도면 일반인은 기가 죽었다. 하지만 강현수는 일반인이 아니었다. 그것도 조금 전 무공 고수 한 분을 때려눕힌 강현수가 아니던가?

“이 손 놔라. 쌍코피 터지기 싫으면.”

“뭐?”

“이 씹 새끼가 뭐라고 씨부.....컥!”

현수의 멱살을 잡은 클럽 조폭은 끝까지 말을 하지 못하고 짧은 비명성과 함께 잡고 있던 현수의 멱살을 놓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자신의 코를 만지고는 쌍욕을 끌어 부었다.

“저 씨발 새끼가...... ”

현수가 말한 대로 현수의 멱살을 잡았던 클럽 조폭은 쌍코피를 주르륵 흘리고 있었다. 현수가 그냥 가볍게 그의 얼굴에 잽 한방 먹였을 뿐이었다. 전국 체전 챔피언의 잽은 클럽 조폭의 코에 쌍코피를 터트리기 충분한 위력인 모양이었다.

“하아! 이 새끼가 주먹 좀 쓰나 보네.”

그 때 현수의 멱살을 잡았던 동료가 현수의 잽에 맞는 걸 옆에서 지켜 본 다른 클럽 조폭이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현수에게 다가왔다.

그렇게 현수와 거리를 좁힌 클럽 조폭이 냅다 현수에게 달려들더니 오른 손으로 그의 뒷덜미를 잡아채고 왼손으로는 그의 왼 팔뚝을 잡더니 오른 다리를 깊숙이 밀어 넣으면서 상체가 앞으로 넘어지는 기분으로 후리고 메쳤......

“어!”

그의 몸이 ‘부웅’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중력의 법칙에 따라 아래로 추락했다.

쿵!

머리부터 땅바닥에 떨어졌고 그 충격에 클럽 조폭은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강현수가 상대의 밭다리 후리기를 완벽에 가깝게 되메쳤던 것이다. 유도 4단의 현수에게 어설프게 유도 기술을 걸었다가 호되게 당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에이 씨.....”

동료가 눈앞에서 꼬꾸라져 기절한 걸 지켜 본 쌍코피 터진 클럽 조폭이 미친 척 현수를 향해 달려들더니 그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그리곤 씨름이라도 하는지 다리로 현수를 걸어 쓰러트리려 했다.

하지만 거기에 넘어 갈 현수가 아니었다. 현수는 그 클럽 조폭의 등을 팔꿈치로 내려 찍었다.

퍽!

“크으윽!”

비명성과 함께 클럽 조폭이 한쪽 무릎을 꿇고 주저 앉자 그 조폭의 얼굴에다 니킥을 먹였다.

우지끈!

얼굴에서 뼈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현수의 니킥이 하필 조폭의 코에 틀어박히면서 코뼈가 주저앉아 버린 것이다.

끔찍한 고통에 클럽 조폭의 입에서 비명성이 터져 나오려 할 때 재차 현수의 니킥이 녀석의 턱에 작렬했다.

콰자작!

이번엔 턱뼈가 부서졌다. 동시에 엄청난 충격이 뇌에 전달되면서 녀석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이런.....”

두 클럽 조폭이 땅바닥에 널브러진 뒤에야 김연석이 강현수 앞에 나타났다.

“늦었네.”

김연석이 기절해 땅바닥에 누워 있는 두 동료를 보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 현수를 쳐다보고서 물었다.

“싸움 좀 하나 봐?”

현수가 대답 대신 그를 향해 손을 내밀더니 손끝을 까닥거렸다. 빨리 덤비라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