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49화 (49/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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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섭은 뒤늦게 강현수가 축구 선수란 걸 생각해내자 수하 둘을 그 놈이 다니고 있다는 연신대로 보냈다. 그랬더니 그들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지금 강현수가 학교에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그 사이 알아본 바에 따르면 강현수가 속한 연신대 축구부가 이틀 전 대전으로 원정 경기를 갔고 오늘 돌아왔단 것이다.

“젠장. 그러니 그 놈 자취방에 가도 녀석이 거기 없었던 거로군.”

연신대로 향하는 길에 송태섭이 툴툴 거렸다. 그런데 그를 태운 차가 연신대에 다와 갈 때 그가 연신대에 보냈던 녀석들에게서 또 전화가 걸려왔다.

“뭐야? 지금 가는 길인데.”

-그게....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문제? 그게 뭔데?”

-사도철 딸내미가 여기에 나타났습니다.

“뭐? 그년이 거긴 또 왜 간 거야?”

-아무래도 그 놈 만나러 온 거 같습니다. 지금 정문 앞에서 서로 만나서 그년이 타고 온 차로 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어떡하긴. 어디로 갈 모양인 거 같은데...... 일단 쫓아.”

-네.

통화를 끝낸 송태섭이 신경질적으로 들고 있던 핸드폰을 차 안에 집어 던졌다.

“씨발. 축구하는 애새끼 하나 손봐주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 거야?”

씩씩 거리던 송태섭은 연신대 앞에 도착하자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강현수와 사지희가 탄 차를 추적 중인 것으로 예상되는 수하 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형님.

“어디야?”

-신촌 xx복합 쇼핑물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신촌이면 근처였다. xx복합 쇼핑몰이라면 송태섭도 몇 번 가 본 곳이었다.

“지금 바로 그쪽으로 갈 테니까 잘 감시해. 들키지 않게 멀리 떨어져 있고.”

-네. 형님.

그나마 안심인 건 연놈에게 붙여 놓은 수하들이 감시하난 안 들키고 잘 한다는 점이었다.

송태섭은 다시 차를 탔고 그를 태운 차가 신촌 방면으로 유턴해서 이동했다.

가는 동안 차가 막힌 데다 신호까지 계속 걸리면서 송태섭은 30분이 넘어서 신촌의 xx복합 쇼핑몰에 도착했다.

이미 강현수와 사지희를 감시하고 있던 그 수하로부터 그들이 여기서 쇼핑을 즐기고 있단 소식을 들은 송태섭은 곧장 쇼핑몰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들이 현재 쇼핑 중이라는 3층으로 올라갔는데 거기서 송태섭은 양동호를 발견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또 저놈인가?”

송태섭은 똑똑히 기억했다. 그제 밤 양동호가 그의 룸 문짝을 뜯어 버린 걸 말이다. 송태섭은 그때 양동호가 그녀석이란 걸 한 눈에 알아 보았다.

사채꾼 사도철에게 괴물 같은 수하가 있는데 지금껏 싸움에서 져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의 눈앞에 저 녀석이 그 놈이 맞다면 지금 송태섭이 나설 일이 아니었다.

“쳇! 운이 좋은 녀석이로군.”

송태섭의 눈에 사지희와 팔짱을 낀 체 쇼핑 중인 강현수가 보였다.

“오늘은 그냥 간다. 하지만.....”

어차피 가게 영업 때문에 강남 클럽 아레나로 돌아가야 하는 송태섭이었다. 녀석이야 연신대 축구 선수니 언제든 연신대에 가면 잡아 올 수 있는 놈이었다. 그런데 이대로 철수해 버리자니 지금까지 저 놈을 잡기 위해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깝다는 생각과 함께 열이 뻗쳤다.

“도저히 화딱지가 나서 안 되겠어. 저 새끼 오늘 내 손으로 조져 놓지 않으면 잠도 못잘 거야.”

송태섭이 근처 조직원 하나를 불렀다.

“연석아.”

“네. 형님.”

빠릿빠릿하게 생긴 젊은 클럽 조폭이 송태섭 앞으로 뛰어왔는데 그가 바로 김연석이었다.  김연석은 송태섭이 클럽 조폭들 중에서 가장 아끼는 수하였다. 대학물까지 먹은 녀석은 똑똑한데다가 다년간 복싱으로 다져진 싸움 실력까지 갖추고 있어서 송태섭 뿐만 아니라 조직의 상층부에서도 그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애들 둘 붙여 줄 테니까 네가 저놈 맡아라.”

송태섭이 턱짓으로 강현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형님.”

김연석이 군말 없이 대답했다.

“사지희하고 헤어지고 나면 그때 잡아서 가게로 데려와.

여기서 가게란 클럽 아레나를 말했다.

“그리고 저기 보이는 녀석 있지?”

송태섭이 양동호를 손짓으로 가리킨 후 말을 이었다.

“저 녀석과는 절대 엮이지 말고.”

한 마디로 건들어선 안 될 자란 소리였다. 똑똑한 김연석은 송태섭의 말을 바로 알아들었다.

“네. 신경 쓰겠습니다.”

“좋아. 그럼 수고해.”

그 말 뒤 송태섭은 김연석과 두 명의 클럽 조폭을 남겨 두고 그곳에서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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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와 사지희를 태운 차가 평창동 한 저택 앞에 멈춰 섰다. 그러자 그 차 옆으로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들이 우르르 나타났다. 양동호가 제일 먼저 운전석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 검은 정창 차림의 남자들에게 뭔가를 지시한 후 차 안의 사지희에게 말했다.

“지희야. 넌 그만 내려 집에 들어가렴.”

“네. 오빠. 현수씨. 그럼 이따 전화 할게요.”

그 말 후 사지희가 차에서 내리자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들이 그녀를 경호해서 저택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걸 지켜보고 있던 양동호가 그의 눈에 사지희가 사라지자 다시 운전석에 앉았다. 그리고 곧장 어딘가로 차를 몰았다.

“..........”

현수도 그렇고 양동호도 차 안에서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차는 한강으로 가서 그곳 둔치로 들어갔다.

둔치 한 쪽에 차를 세운 양동호가 호주머니 안쪽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며 말했다.

“태울 텐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현수가 바로 고개를 내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그러자 양동호가 혼자 차 안에서 담배를 피웠다. 담배를 절반가량 피운 양동호가 담배를 창밖으로 휙 던져 버리곤 현수에게 말했다.

“내려.”

현수는 올게 왔다는 생각을 하며 차에서 먼저 내렸다. 뒤이어 양동호도 차에서 내렸는데 그가 앞장서서 어딘가로 걸어갔다. 현수는 그런 그의 뒤를 말없이 따라 움직였다.

양동호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대나무 숲 안쪽의 공터로 들어갔다. 거기엔 희한하게도 가로등이 서 있어서 공터 안은 비교적 밝았다. 보아하니 양동호는 여기에 몇 차례 와 본 모양이었다.

아마 현수처럼 조용히 손 봐줘야 할 자들을 데리고 왔을 터였다.

“넌 굳이 넘지 않아도 될 선을 넘었어. 그래서 나한테 좀 맞아야겠다.”

그 말을 하면서 양동호가 걸치고 있던 검은 정장 상의를 벗었다. 그리고 목에 매고 있던 넥타이도 풀어내고 앞가슴 쪽 단추 하나와 양 소매 단추도 풀어 두 팔을 걷었다.

현수는 굳이 양동호가 하는 말에 대해 궁금하거나 묻고 싶은 건 없었다. 무공 고수인 그의 인정을 받으려면 어차피 몸으로 직접 부딪쳐서 해결 할 일이었다. 굳이 다른 말이 뭐가 필요할까?

현수도 목이며 어깨, 허리와 다리의 근육을 살짝 풀어 주었다.

“감히 그 더러운 입을 우리 지희 입에 갖다 대?”

파팟!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현수에게 접근해 들어 온 양동호의 주먹이 현수의 얼굴. 그것도 입을 향해 날아왔다.

제대로 화가 난 듯 그의 얼굴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현수는 몸을 뒤로 물리면서 양동호의 주먹을 피했다. 하지만 양동호의 연속 기는 그게 시작이었다.

휙! 휙! 휙! 휙!

주먹이 계속 현수의 얼굴로 날아왔다. 피하면 또 날아오고 피하면 또 날아오고 마치 맞을 때까지 주먹을 날릴 기세였다.

현수는 계속 뒷걸음질을 치며 주먹을 피하다가 이런 식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방향을 옆으로 틀어 봤는데 그것도 소용없었다.

양동호는 끈질기게 방향을 같이 따라 틀어서 쫓아오며 현수에게 주먹을 휘둘렀고 현수는 그제야 이 주먹은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공격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현수는 그 주먹을 받아 주기로 했다. 현수는 물러남과 동시에 한 팔을 들어 올렸다. 양동호의 주먹을 자신의 팔로 막아 내려 한 것이다. 동시에 양동호의 연속 기를 막으면서 현수는 반격을 준비했다.

파앙!

“크으윽!”

하지만 그건 명백한 현수의 실수였다. 양동호의 주먹, 아니 그 주먹에 실린 경력을 너무 우습게 본 것이다.

양동호의 주먹이 현수의 팔에 맞는 순간 현수의 팔뼈가 부러졌다. 그 고통에 현수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큭!”

이 사이로 신음성이 절로 새어나왔다. 현수도 나름 팔에 내공을 실었다. 또한 자신 팔의 두툼한 근육이라면 양동호의 주먹에 실린 파괴력도 어느 정도 상쇄 시켜 줄 거라 여겼다. 하지만 그건 큰 오산이었다.

양동호의 주먹에 실린 경력은 현수의 팔에 실린 내공을 흩어버렸고 근육을 뚫고 들어가서 뼈를 부셨다.

역시 경험이 문제요, 양동호와 같은 무공 고수와 싸워 본 적이 없는 현수의 한계였다.

팔이 부러지면서 한쪽 팔을 축 늘어트린 현수가 잽싸게 뒤로 물러났다. 반면 마음먹고 휘두른 주먹이 먹혀들자 양동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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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양동호에 밀리지 않은 내공과 무공을 갖춘 상태였다. 하지만 경험 차이가 너무 났다. 양동호는 지금껏 수많은 사람들과 싸워 온 백전노장이었다. 그에 비해 현수는 싸움보다는 축구를 더 오래 많이 한 축구 선수였고 말이다.

시스템의 힘을 빌어서 갖춘 현수의 내공과 무공으로 무공 고수인 양동호를 이긴다는 건 사실 어불성설이었다. 하지만 현수에겐 내공과 무공만 있는 게 아니었다.

현수에겐 무공보다 훨씬 더 익숙한 마법이 있었다. 거기다 현수가 양동호의 주먹에 맞아 팔이 부러지자 양동호가 살짝 방심을 했다. 바로 기세를 몰아서 현수를 제압했어야 했는데 오만하게 그에게 시간을 준 것이다.

그 몇 초의 시간 동안 현수는 달라졌다.

‘홀리큐어!’

먼저 3서클의 신성 마법으로 부러진 팔의 뼈를 도로 붙인 현수는 보조 마법인 리커버리로 몸 상태를 정상으로 원상 복귀 시켰다. 그리고 흑마법인 무스트를 사용 체력을 3배로 끌어 올렸다.

양동호는 현수가 달라 진 것도 모르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또 주먹을 휘둘렀다. 현수는 날아오는 주먹을 보고 부러졌던 팔을 다시 들어 막았다.

이번엔 내공에만 의지 하지 않았다. 팔에 3서클의 스킨스톤(Skin stone)을 걸었다.

돌덩이처럼 변한 팔을 양동호의 주먹이 때렸다.

쾅!

제법 크게 폭음이 일었다. 역시 양동호의 주먹에 실린 경력은 강력했다. 하지만 막혔다.

“뭐, 뭐야?”

자신의 주먹을 현수가 부러진 팔뚝으로 막아내자 양동호는 놀람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진짜 놀랄 일은 그때부터 시작 되었다.

현수를 공격하느라 근접해 있던 양동호를 향해 현수가 주먹을 내지른 것이다.

부웅!

역시 현수의 주먹에도 경력이 실려 있었다. 워낙 가까워 양동호는 그 주먹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현수와 달리 다 팔을 교차하며 동시에 이화접목의 수법으로 현수의 경력을 막는 것 보다 흘려 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현수의 힘에 밀려 그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바로 그때 현수의 입술이 달싹 거렸다.

“네크로 그리스!”

갑자기 공터 흙바닥의 마찰계수가 0으로 변하면서 양동호의 몸이 휘청거렸다. 제 아무리 무공 고수라도 미끄러운 바닥에서는 보통 사람과 다를 게 없었다.

“어어....”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는 그에게 현수가 재차 달려들며 경력이 실린 주먹을 내질렀다.

생각 같아서는 전격 마법으로 지져 버리고 싶었지만 참아야 했다. 어째든 이번 퀘스트는 무공 고수인 양동호에게 인정을 받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마법은 쓰더라도 결정적인 한방은 무공으로 끝장을 내야 했다.

그래야 양동호도 이 승부에 승복할 테고 말이다.

형의권은 전진할 때 앞발이 나가면 뒷발도 따라가면서 추진력이 강했다. 때문에 상대방이 생각한 것보다 공격 길이가 길어서 피하기 어려웠다. 그런 이점 때문일까?

중심이 무너진 양동호는 현수의 주먹에 어깨를 맞았다.

펑!

“크으윽!”

신음소리와 함께 양동호가 뒤로 튕겨 나가서 바닥을 몇 바퀴 나뒹굴었다. 하지만 그는 바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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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호는 현수에게 맞은 왼쪽 어깨를 움직여 보다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골절상을 입은 모양이었다.

양동호는 자신이 방심했다 당했다고 여겼다.

“여우같은 놈.”

그의 주먹에 맞아 팔뼈가 부러진 거 같았던 현수의 그 팔은 멀쩡했다. 놈이 연기를 한 것이다. 자신을 방심케 하기 위해서 말이다. 게다가 재수 없게 바닥에 병 같은 게 있은 모양이었다. 그걸 밟아서 중심이 무너진 것도 놈의 주먹에 맞은 결정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아직 싸움은 끝난 게 아니었다. 비록 왼쪽 어깨가 골절상을 입어 왼팔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순 없지만 그에겐 아직 오른 팔과 두 다리가 있었다.

“이야아앗!”

팔이 없으면 다리로 싸우면 됐다.

파파팟!

양동호의 다리가 현수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왔다. 앞서 공격이 주먹이라면 이번엔 발이었다.

붕! 붕! 붕! 붕!

마치 쇠방망이를 휘두르듯 섬뜩한 파공성과 함께 양동호의 발차기가 쉼 없이 날아왔다. 현수는 또 뒷걸음질을 치며 물러났다.

콰직!

그러다 대나무 옆을 스쳐 지났을 때 양동호의 다리가 그 대나무를 때렸다. 그랬는데 그 대나무가 터져 나갔다.

탄력이 강한 대나무였다. 칼로도 수평으로 휘두르면 잘라지지 않는 그 대나무가 양동호의 발차기에 박살이 나 버린 것이다. 그 만큼 양동호의 발차기에 실린 경력이 엄청났던 것이다. 그런 위력적인 발차기라면 앞서처럼 현수가 팔에 스킨스톤(Skin stone)을 걸고 막는다고 해도 그 반탄력에 족히 10여 미터는 떠밀려 날아갈 것이고 뒤이어 날아든 양동호의 발차기 연속 기에 속절없이 당하고 말 터였다.

‘막는 걸론 안 돼. 그렇다면.....’

연신 뒷걸음질을 치던 현수의 두 눈에 기광이 번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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