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수 -->
후반 추가 시간. 이제 곧 주심의 휘슬이 곧 불리고 경기가 이대로 끝날 거 같았다. 하지만 주심은 호각을 잡지 않았고 대전 시티즌의 노장 중앙 미드필더 장현식은 대전 선수들에게 끝소리로 외쳤다.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 빨리 뛰어!”
그 외침에 대전 선수들이 황급히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연신대 선수들까지 급할 건 없었다. 연신대 선수들이 느긋하게 자기 진영으로 걸어가자 주심이 힐긋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확인했다. 하지만 주심의 손은 여전히 호각을 잡진 않았다.
연신대 선수들이 하프 라인을 넘기 무섭게 대전 시티즌에서 킥오프를 했고 경기가 재개 되었다.
“심판! 뭐하는 거야!”
연신대 감독 이명신은 버럭 그라운드를 향해 소리를 쳤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자신이 차고 있는 손목시계를 가리켰다. 시간 다 됐는데 왜 경기를 끝내지 않느냐는 제스처였다. 하지만 주심은 이명신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빨리 올라 가!”
대전 시티즌의 사령관답게 장현식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팀을 지휘했다. 그리고 그에게 공이 오자 지체 없이 그 공을 전방으로 찼다.
워낙 급한 상황이라 공이 사람이 있는 쪽으로 날아가는 게 아니라 사람이 공을 쫓아 움직였다. 대전 시티즌의 원톱 스트라이커 김신현은 눈썹이 휘날리게 뛰었다.
파앗!
그리고 점프했고 공이 그의 머리를 스쳐 옆으로 향했다. 마침 그 옆에 유가람이 있었고 그가 공을 잡고 내 달았다.
김신현은 착지 후 바로 앞으로 달렸다. 올해 들어 후반에 이렇게 죽어라 뛴 건 처음이었다.
FA컵 16강에 진출하지 못해도 사실 상관없었다. 그에겐 리그가 더 중요했으니까. 하지만 대학팀에게 패해 16강에 진출하지 못했다면 그건 사정이 달랐다.
‘쪽팔리게....’
김신현은 마지막 남은 체력을 전부 쏟아 부어서 달렸다. 두 다리에 과부하가 걸렸지만 이를 악다물고 뛰었다.
“형!”
유가람의 외침과 함께 옆으로 패스가 이뤄졌고 연신대 수비수를 지나치며 김신현 앞으로 공이 왔다.
‘됐다.’
공이 바로 눈앞에 보였다. 타이밍도 딱 맞았다. 그의 오른발이 힘차게 공을 차려는 순간이었다.
“억!”
갑자기 그의 오른발이 뻣뻣하게 굳었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공을 찼다.
툭!
데구르르!
그의 발에 맞은 공은 허무하게 땅볼로 굴렀고 연신대 골키퍼 방주혁이 몸을 숙여 그 공을 끌어안고 쓰러졌다.
그 순간 주심이 드디어 호각을 잡았고 입으로 가져갔다. 마지막 대전에 한 번의 기회를 주었는데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으니 더는 시간을 지체 할 수 없었다.
삐이이익!
주심의 긴 휘슬소리와 함께 경기가 끝났다.
“이야아아아!”
“이겼다!”
“하하하하. 우리가 대전을 잡다니....”
그라운드 안에서 연신대 선수들이 고성을 지르며 서로를 끌어안고 승리를 자축했다. 연신대 벤치의 이명신 감독은 마지막 순간 동점골이 터지는 게 아닌가 가슴이 철렁 했다가 결국 골이 터지지 않고 연신대가 승리하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과 함께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스코어 6대 5!
프로팀인 대전이 무난히 승리할 거란 예상을 뒤엎고 장장 11골이 터지는 난타전 끝에 연신대가 FA컵 본선 16강으로 가는 티켓의 주인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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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한 대전 측은 기분이 얼마나 나빴던지 연신대 벤치와 인사도 하지 않고 그대로 라커룸으로 들어가 버렸다.
특히 경기 끝나기 직전 절호의 찬스를 날려 버린 김신현은 잔뜩 화가 나 있었다. 그런 김신현을 보고 현수가 속으로 사과를 했다.
‘미안해요. 하지만 거기서 골을 먹으면 귀찮아져서.....’
사실 김신현의 발이 굳은 건 현수 때문이었다. 현수가 김신현이 슈팅을 때리기 전 3서클 마법인 홀드(Hold)를 썼던 것이다. 그랬기에 김신현이 제대로 슈팅을 못하고 그의 발에 힘없이 맞은 공이 골키퍼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 갔고 골키퍼가 그 공을 잡으면서 경기가 끝났다.
현수가 방해하지 않았다면 김신현의 타고 난 골 결정력이었다면 충분히 동점골을 뽑아 냈을 터였다. 뭐 어째든 결과적으로 연신대의 승리였다.
대전 시티즌의 서포터즈는 충격적인 패배에 한 동안 넋이 나가 있다가 대전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사라지자 음료수 통과 과자 봉지 등의 쓰레기를 경기장 안에 집어 던지면서 괜한 화풀이 후 쓸쓸이 퇴장했다.
승리한 연신대는 다들 싱글벙글 웃으며 라커룸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 입었다.
“네네. 하하하하. 회식이요? 해야죠. 하하하하. 고맙습니다. U리그요? 물론 결승 진출까지 자신 있습니다.”
라커룸에 들어 온 이명신의 손에서 핸드폰이 떨어질 줄 몰랐다. 대전 시티즌에 승리했단 소식을 들은 연신대 총장이 특별 격려금으로 회식을 하라는 말을 했고 연신대 선수들은 곧장 대전 월드컵 경기장 근처 한우 전문점으로 갔다.
거기서 연신대 선수들은 양껏 소고기를 먹었고 음식 값이 무려 5백만 원이나 나왔다.
“으으! 자알 먹었다.”
“역시 고기가 진리야.”
“그렇지. 씹어야 맛이지.”
연신대 선수들이 흐뭇한 얼굴로 배를 두드리고 한우 전문점을 나설 때 이명신의 얼굴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연신대 총장이 주기로 한 특별 격려금이 딱 5백만 원이었던 것이다. 그 돈을 좀 전 음식 값으로다 날렸으니 그 속이 쓰릴 만도 했다.
특별 격려금 같은 경우 감독의 재량으로 지출이 가능했다. 즉 회식 후 남기는 돈은 다 감독의 호주머니로 들어 갈 예정인 돈이었던 것이다. 그 돈이 하나도 남지 않았으니 이명신이 기분 좋을 리 없었다.
서울로 가면 제일 먼저 윤성찬에게 받은 천만 원치 상품권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데 말이다.
‘에이 씨. 도대체 누가 한우 전문점으로 가자고 한 거야?’
자기도 맛있게 잘 먹고 괜한 신경질인 이명신이었다. 하긴 그냥 돼지 불고기 집으로 갔으면 음식 값은 100만원도 나오지 않을 텐데.
한우 전문점을 나오며 구겨진 얼굴의 이명신을 보고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강현수였다. 점심으로 한우 전문점으로 선수들을 데려 간 것도 알고 보면 현수였다.
현수는 총장이 주기로 한 특별 격려금이 이명신의 수중에 떨어지는 게 불만이었던 것이다. 예전에 사이좋은 관계였다면 또 모르지만 이제 그와는 청산할 것만 남은 사이였다.
점심 식사 후 연신대 선수들은 대전 월드컵 경기장 주차장에 대기 중이던 학교 버스에 올랐다. 숙소를 나올 때 이미 짐을 다 챙겨 나온 터라 버스는 대전 시내를 벗어나서 고속도로를 탔고 서울을 향해 빠르게 내달렸다.
2시간 뒤 학교 버스가 연신대에 도착했고 이명신은 버스에서 내린 선수들을 한 곳에 모은 뒤 외쳤다.
“오늘 수고들 많았다. 집에 가서 푹 들 쉬고 내일 아침 10시까지 축구장에 집합하도록. 다들 알겠지만 닷새 뒤에 U리그 본선 진출을 두고 고구려대와 일전이 있다. 그 경기도 오늘처럼 이겨서 본선에 안착하도록 하자.”
비교적 짧게 할 말을 다한 이명신이 그만 해산하라고 하자 선수들이 흩어졌는데 그때 이명신이 현수를 불렀다.
“강현수!”
현수는 대답은 하지 않고 뒤돌아 이명신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이명신이 그를 보고 손짓을 했다. 와보라고 말이다. 현수는 딱 귀찮은 얼굴로 이명신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이명신이 길게 한숨부터 내 쉬며 말했다.
“현수야. 내가 윤성찬을 갑자기 엔트리에 넣은 건.....”
“됐습니다. 변명을 듣고 싶지 않네요.”
“현, 현수야.”
“피곤해서 그만 들어가 쉬어야겠습니다. 그럼....”
현수는 대충 이명신에게 고개를 까닥거린 뒤 휑하니 뒤돌아섰다. 이명신은 그런 싸늘한 현수의 반응에 이 일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다.
“윤성찬! 내 새끼를.....”
뒤늦게 화풀이 할 대상으로 이명신은 윤성찬을 찾았지만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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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가 자취방으로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향할 때였다. 그의 핸드폰 벨이 울렸다.
“혜미네.”
확인하니 김혜미에게 걸려 온 전화였다.
“어. 혜미야.”
-어떻게 됐어?
“뭐가?”
-시합 말이야.
“이겼어.”
-진짜? 지금 어딘데?
“학교 앞.”
-올래?
혜미가 오라는 곳은 한 곳 뿐이었다. 그녀의 오피스텔. 학교 정문에서 뛰어가면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다.
“가도 돼?”
-응.
“10분 안에 갈게.”
-안 그래도....
그녀가 뭐라 말했지만 현수는 종료를 누르고 벌써 뛰고 있었다. 현수는 정확히 8분 만에 그녀의 오피스텔 방문 앞에서 설 수 있었다.
운 좋게 그가 오피스텔 로비에 들어섰을 때 마침 엘리베이터가 지하에서 올라오던 중이었던 것이다. 현수는 바로 1층에서 버튼을 눌렀고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탈 수 있었다.
현수가 초인종을 누르자 바로 혜미가 문을 열어 주었다.
“어서 와.”
환하게 웃으며 그를 반겨 주는 혜미를 보며 현수는 긴장의 끈이 풀리는 거 같았다. 현수는 일단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갔다.
혜미가 그의 짐 가방을 받더니 현수에게 물었다.
“세탁해 줘?”
“그래 주면 고맙고.”
현수는 그 말을 하면서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
“씻어도 되지?”
“물론.”
집 주인의 양해를 얻은 현수는 화장실 앞에서 훌훌 옷을 벗었다. 마지막 남은 팬티까지 벗자 그의 역삼각형 상체에 성난 힙업 된 엉덩이, 그리고 그 아래 혜미의 허리보다 두꺼워 보이는 허벅지가 보였다. 허벅지와 그 아래 종아리는 오늘 경기를 뛴 선수답게 근육이 한껏 부풀어 올라 있었다.
‘아름답다.’
혜미가 현수의 뒤태에 반쯤 넋이 나가 있을 때 현수가 그녀에게 부탁의 말을 건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이것들도 같이 세탁 좀 해줘.”
“어. 그, 그러지 뭐.”
현수가 화장실에 들어가고 샤워기 물소리가 들릴 때 혜미는 현수가 벗어 놓은 옷가지들을 챙겨서 그의 짐 가방에 있던 옷들과 같이 세탁기에 넣었다. 그녀는 49분 만에 세탁부터 건조까지 한꺼번에 해결 해 주는 드럼 세탁기 기능을 클릭했다.
그 뒤 현수가 먹을 만한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어제 사 놓은 과일이 떠올랐다. 그녀는 냉장고 안에서 복숭아와 포도를 꺼냈다. 그녀가 포도를 씻고 복숭아를 깎아 자르고 나자 현수가 막 화장실에서 나왔다.
수건 한 장으로 앞을 가리고 말이다. 그 수건 위 탄탄한 가슴과 초콜릿 복근이 혜미의 눈을 어지럽혔다. 그리고 양팔에 갈라진 저 근육의 질은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혜미는 얼굴이 붉게 상기 되면서 성욕이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여긴 그녀의 오피스텔이고 괜히 먼저 덤비는 건 자칫 현수에게 헤픈 여자로 보일 수 있었다.
혜미는 막 그 생각 이후 피식 웃었다.
‘내가 언제부터 저 녀석에게 이렇게 신경을 썼지?’
그녀에게 있어 현수는 딱 섹파(섹스 파트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요 며칠 사이 녀석이 계속 그녀의 눈에 밟혔다.
“먹어!”
혜미가 쟁반에 담긴 포도와 깎은 복숭아를 현수 앞에 내밀었다.
“고마워.”
현수는 그걸 받아서 복숭아부터 포크로 찍어 맛있게 먹은 뒤 포도도 날름날름 잘 따서 먹었다. 그런 현수를 멍하니 지켜보고 있던 혜미가 그에게 물었다.
“맛있어?”
“응? 어어어. 으음. 맛있어.”
자신을 보고 살짝 미소 지으며 대답하는 그의 천진난만한 얼굴에 혜미는 머릿속에 온갖 잡생각이 싹 사라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본능이 그녀의 이성을 잠식했다.
혜미가 득달같이 달려들더니 현수의 목을 한 손으로 휘감고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갖대 댔다.
“우우웁!”
포도를 먹고 있어서 그런지 그의 입에서 향긋한 포도 냄새와 함께 달짝지근하면서도 시큼한 맛이 났다.
“쪽쪽! 할짝! 할짝! 쩝쩝쩝!”
혜미는 그런 현수의 입을 입술로 빨고 혀로 핥으며 한참을 탐닉했다. 현수도 그녀와의 키스가 싫지는 않은지 혀를 내밀어 그녀의 혀와 뒤엉켜 딥 키스를 나눴는데 혜미의 손이 과감하게 그의 가슴을 쓸고 밑으로 내려가자 현수가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고 그에게서 떼어 냈다.
“헉헉! 왜?”
두 볼이 붉게 달아 오른 혜미가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현수를 쳐다보았다. 원래대로라면 현수가 달랑 하나 걸치고 있던 수건을 혜미가 걷어 내고 그 안의 물건을 손으로 잡고 자극하면 현수가 극도로 흥분해서 혜미를 안아 들고 침대로 달려가고 있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현수는 비교적 차분한 얼굴로 혜미를 보고 말했다.
“혜미야. 미안한데 좀 있다 하면 안 될까?
“왜?”
“오전에 시합 뛴 데다 대전에서 서울까지 버스 타고 와서 그런지 힘이 좀 빠지네.”
“그, 그래. 그럼.”
현수가 힘들다니 여기서 더 보챘다간 진짜 섹스에 환장한 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혜미는 일단 한 걸음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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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도 혜미와 섹스를 하는 게 싫진 않았다. 아니 사실 흥분이 됐다. 오늘 시합을 위해 요 며칠 섹스를 자제해 왔으니 이제 풀어 줄 때도 되었다. 하지만 하필 그때 그의 머릿속에 시스템이 반응을 했다.
시합 끝나고 대전에서 서울로 올 때까지 시간도 많았는데 왜 하필 지금일까? 현수는 시스템이 현수의 불평불만에 나름 이런 식으로 복수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띠링! 축하드립니다. 의뢰자들의 요구에 의한 퀘스트, FA컵 26강전에서 승리 하셨습니다. 그에 따른 보상 포인트가 지급 합니다.]
보상 포인트가 지급 되는 마당에 어떻게 섹스에 집중을 할 수 있겠는가? 현수는 바로 혜미를 떼어내고 그녀에게 사과 후 좀 있다 섹스를 하자고 양해를 구했다.
[띠링! 63,000포인트 지급. 남은 포인트 410,090]
‘63,000포인트?’
[후원자들께서 70,000포인트를 지급하셨고 10%수수료를 뺀 63,000포인트가 지급 되었습니다.]
‘와우! 7만 포인트!’
기대했던 것 보다 더 엄청났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띠링! FA컵 26강 전 대전 시티즌과의 경기에서 당신이 보여 준 플레이에 후원자들이 전부 만족하셨습니다. 앞으로도 멋진 경기 기대하신다며 후원자님들께서 특별 장려 포인트를 지급합니다.]
‘오예!’
[띠링! 27,000포인트 지급. 남은 포인트 437,090]
‘3만 포인트! 합이 10만 포인트라니!’
뭐 비록 망할 놈의 시스템이 수수료로 1만 포인트나 떼어 갔지만 경기 한 번 이겼다고 9만 포인트라면 진짜 꿀이었다.
“하하하하하!”
현수는 너무 기분이 좋아서 대 놓고 웃었고 그걸 보는 혜미는 눈살을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