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컵 (본선) -->
대전의 원톱 스트라이커 김신현은 천천히 상대 진영으로 파고들었고 미드필드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현수와 맞닥트렸다.
퍽!
“헉!”
무슨 철벽에 부딪친 듯한 걸음 물러난 데 비해 상대 미드필더는 그대로였다. 맥없이 자리싸움에 패한 김신현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공을 받지 못했다.
턱!
강현수가 김신현에게 넘어 온 롱 패스를 가슴으로 트래핑 후 몸을 틀었다. 그리고 유유히 사라졌다.
“쳇! 그냥 둘까 보냐!”
그래도 한 성질 하는 김신현이었다. 자신이 볼을 빼앗기면 끝까지 쫓아가서 그 공을 다시 뺐던지 아니면 공을 걷어 내던지 해야 직성이 풀리는 김신현이었다. 김신현은 강현수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휙!
하지만 그는 강현수의 역모션에 속아서 그보다 몇 걸음 더 앞으로 나갔고 그때 현수는 느긋하게 동료 미드필더에게 공을 패스 했다. 그리고는 김신현을 지나쳐서 대전 시티즌 진영으로 넘어갔다.
“이이....”
분한 김신현이 강현수를 뚫어져라 노려봤다. 하지만 그는 최전방 공격수이니 더 밑으로 내려 갈 순 없었다.
김신현은 자기 팀 선수들이 연신대의 공을 뺏어서 자기에게 차주기를 바라며 하프 라인에서 어슬렁어슬렁 거렸다.
공만 넘어 오면 언제든 달려 나갈 준비를 하고서 말이다. 하지만 김신현에게 공은 넘어오지 않았다.
강현수가 기점이 된 연신대 2선은 쉽게 공을 뺏기지 않고 대전 진영을 공략했다. 김신현이 힐끗 전광판의 시계를 확인하니 벌써 후반전도 절반가량 시간이 흐른 상황이었다.
이대로 후반 뒤로 시간이 흐르게 된다면 연신대가 골문을 잠그고 버티게 될 것이고 자칫 3대 2로 대전 시티즌이 패하는 사태가 벌어질지 몰랐다.
“뭐하는 거야?”
김신현이 자기 진영을 보고 툴툴 거리고 있을 때 상황은 대전에 상당히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현수의 중앙 돌파는 장현식이 어떻게든 막아내고 있었는데 양 측면이 문제였다. 현수의 찔러 주는 날카로운 패스에 양 측면이 번번이 뚫렸다. 그걸 풀백들이 어떻게든 걷어내고 있는데 그 공을 현수가 귀신 같이 자리를 잡고 받아내면서 한 동안 공이 대전 진영 안에서만 맴돌았다.
‘분위기가 우리 쪽으로 넘어 왔을 때 골을 넣는 게 좋겠지.’
지금이 후반전 들어 연신대에 있어서 가장 좋은 득점 찬스인 건 맞았다. 그래서 현수는 꼭 골을 넣을 생각으로 대전 좌우측면을 휘젓고 있는 연신대의 공격 자원인 나진목과 고동찬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들 옆에는 대전의 수비수들이 이미 들러붙어 있었다.
패스를 넣어 줘도 막힐 공산이 컸다. 개인 기량에서 나진목과 고동찬은 대전 수비수들을 압도하지 못했다. 그래서 몇 차례 현수가 넣어 준 킬 패스를 홀라당 날려 먹었다.
둘에 대한 확실한 신뢰가 없는 한 반드시 골을 넣어야 할 지금 그들에게 공을 넘겨 줄 순 없었다.
‘지금 넣지 못하면 흐름은 대전 쪽으로 넘어 갈 거야.’
그때 주위를 살피던 현수의 눈에 왼쪽 미드필더 김석진이 보였다. 그의 위치와 맞은 편 전방을 보니 마침 그쪽 공간이 비어 있었다.
대전의 수비도 연신대의 투톱인 나진목과 고동찬에게만 시선이 가 있지 김석진을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래. 김석진. 너로 골랐다.’
현수는 손을 들어서 자신에게 공을 달라고 한 뒤 카멜레온 축구복에 스킬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그에게 공이 오자 받아서 바로 앞으로 치고 들어갔다. 그러자 현수 앞을 장현식이 막아섰다.
“어딜....”
현수는 후반에만 5차례 돌파를 시도했고 그 중 3번이 장현식에게 막혔다. 나머지 2번은 돌파 했는데 장현식 뒤에 나타난 수비수까지 돌파하지 못해 뒤쪽과 옆으로 패스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후반에 들어 현수의 돌파는 전부 막힌 것이다. 현수는 또 다시 장현식을 돌파 할 것처럼 모션을 취하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석진아! 뛰어!”
그때 그 소리를 들은 석진이 움찔했지만 이대 앞을 보고 냅다 뛰었다. 현수는 그런 석진이 달리는 것을 보고 카멜레온 축구복에 장착 된 스킬인 타깃 맨 크로스를 사용했다.
팟! 뻥!
장현식 앞에서 공의 방향을 튼 뒤 오른 발로 왼쪽 빈 공간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그 공이 날아가는 쪽을 돌아보던 장현식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언제 움직였는지 연신대의 미드필더가 빈 공간 안에 뛰어 들어오고 있었고 크로스 된 공이 그 미드필더에게 정확히 전달 된 것이다.
김석진은 현수가 넘긴 공을 가슴으로 트래핑 하고는 오른팔로 힘껏 찼다. 그 공은 사선으로 날아갔는데 골대 오른쪽 구석으로 향했고 골키퍼가 팔을 뻗었을 땐 이미 그 옆을 지나쳤다.
툭!
그때 다급히 뛰어 들어오던 대전 수비수의 다리에 그공이 맞았고 굴절 된 그 공이 운좋게 골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우와아아아!”
대전 수비수의 자살골이지만 어째 건 자신의 슈팅 때문에 들어간 골이기 때문에 김석진은 고성을 지르며 현수에게로 달려왔다. 그리고 현수를 번쩍 끌어안아서 한 바퀴 돌린 뒤 내려 놓았다.
“야! 이런 거면 진작 얘기하지. 좋은 일은 무슨. 하하하하.”
김석진이 기분 좋게 웃었고 그런 그 주위로 연신대 선수들이 모여 들어서 추가골이 들어 간 것에 대한 기쁨을 함께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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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하하하하!”
1골 차로 아슬아슬하게 이기고 있던 상황에서 김석진의 슛이 대전 수비수의 다리에 맞고 들어가면서 추가골이 터지자 연신대 감독 이명신은 너무 기뻐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여기가 연신대 축구장이었다면 실제 춤을 췄을 텐데 여긴 엄연히 대전의 홈구장이었다. 그랬다간 대전 시티즌의 서포터즈에게 맞아 죽을지 몰랐다.
반면 대전 시티즌 벤치는 분위기가 싸늘했다. 윤태봉 감독은 팔짱을 낀체 굳은 얼굴로 서 있었고 코치들은 선수들에게 뭐라 계속 소리를 치고 있었다. 그러면서 손짓은 계속 연신대 진형을 향하는 게 빨리 공격해 올라가란 요구를 하는 것으로 보였다.
연신대에 추가골을 내어 준 대전 시티즌의 킥 오프로 경기가 재개 되었다. 동점골은커녕 추가골을 내어 준 대전은 빠르게 공격에 나섰다. 대전의 중앙 미드필더 장현식이 킥오프 된 공을 받자마자 바로 전방에 로빙패스를 올렸다.
파파파팟!
그때 언제 움직였는지 대전의 원톱 스트라이커 김신현이 연신대 수비수들을 통과해서 장현식의 패스를 받아 하프 발리킥을 날렸다. 김신현의 슛은 그대로 연신대 골대 구석으로 날아갔다.
툭!
그 공은 연신대 골키퍼 방주혁이 쭉 뻗은 손끝에 살짝 맞으면서 굴절이 됐고 그 공이 하필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 나왔다.
“헉!”
그때 골대로 쇄도해 있던 유가람이 발로 공의 방향만 살짝 바꿔 놓았다. 공은 데구루루 굴러서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 제법 선방을 하고 있던 연신대의 골키퍼 방주혁도 그 땅볼은 막지 못했다.
“와아아아!”
추가골을 내주고 나서 바로 추격 골이 터지면서 대전 시티즌 서포터즈의 함성이 대전 올림픽 경기장에 가득 울렸다.
둥! 둥! 둥! 둥!
“오오오오! 오오오오! 대전! 대전! 파이팅!”
유가람은 골을 넣었음에도 골 세레머니 없이 곧바로 골대 안의 공을 챙겨 들고 하프라인으로 뛰어갔다.
아직 지고 있는 상황인지라 대전 시티즌 선수들도 기쁨 대신 결연한 얼굴로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갔다.
대전의 추격골은 현수도 어쩌고 자실 틈도 없이 벌어진 일이라 별 수 없었다.
‘한골 먹으면 또 한 골 넣으면 되지.’
현수는 그 추격 골이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장현식이란 생각을 했다. 추가골을 넣고 연신대 수비진이 방심한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한번의 킬 패스로 골을 만들어 낸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대전의 원톱 스트라이커인 김신현의 역할이 가장 컸다.
현수는 연신대 센터백이자 주장인 이기찬에게 좀 더 김신현을 타이트 하게 막아 줄 것을 부탁했다.
“걱정 마라. 더는 김신현이 골에 간여 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이기찬의 다부진 대답을 듣고서 현수는 다시 시선을 전방인 대전 진영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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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달아나는 추가골을 넣었는데 바로 추격골을 허공하자 연신대 감독 이명신이 버럭 소리를 쳤다.
“김신현을 놓치면 어떡해! 철저히 막아. 아예 공이 그쪽으로 안 가게 하라고.”
그 소리에 연신대 수비진이 일제히 눈살을 찌푸렸는데 그런 그들을 주장인 이기찬이 다독였다.
“신경 쓰지 말고 자기 자리나 잘 지켜. 김신현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이기찬의 그 말에 살짝 동요 될 뻔 했던 연신대 수비 진영이 다시 공고하게 진영을 구축했다.
스코어 4대 3!
추격골을 내어 준 연신대에서 킥 오프로 경기가 재개 되었고 공은 곧바로 연신대 공격의 핵인 현수에게 전달되었다. 현수는 중앙의 장현식을 피해 좌측면으로 이동했고 그곳의 대전 왼쪽 미드필더를 개인기로 제쳐 버렸다.
장현식과 달리 그 미드필더는 현수의 카멜레온 축구복에 장착 된 인사이드 드리블 스킬을 막아 내지 못했다. 그 뒤 현수는 곧바로 앞쪽 연신대의 공격수 나진목에게 킬 패스를 넣어 주었다.
나진목은 수비가 정면을 막고 그 뒤에서 협력 수비까지 나오자 재빨리 옆으로 툭 공을 차 놓고 터치라인을 따라 드리블을 해 들어갔다. 그걸 본 연신대의 또 다른 투톱 고동찬이 페널티에어리어 안으로 침투해 들어갔다.
그때 현수도 슬그머니 연신대 2선에서 벗어나서 위로 올라왔다. 그걸 장현식이 발견하고 외쳤다.
“4번잡아.”
그 소리에 대전의 세컨 스트라이커 유가람이 현수를 마크했다. 중거리 슛이 가능한 현수이기에 그의 침투에 대전 수비의 신경이 그에게 쏠려 있을 때 왼쪽 측면의 나진목이 낮게 땅볼 크로스를 올렸다. 그 공을 고동찬이 잡아서 슛을 하려 했는데 그 전에 수비가 그를 밀쳤고 중심이 무너진 고동찬은 다급한 나머지 왼발로 어설프게 공을 찼다.
공은 골대로 향했지만 골키퍼의 가슴팍에 폭 안겼다.
“뛰어! 뛰어!”
공을 잡은 대전의 골키퍼가 전방을 향해 소리를 쳤고 그 소리에 대전의 원톱 공격수 김신현이 냅다 뛰기 시작했다.
대전의 골키퍼는 그런 김신현을 보고 손에 들고 있던 공을 뻥하고 찼다. 그 공을 힐끗 돌아보고 김신현이 방향을 잡고 뛸 때였다.
휙!
누가 김신현의 앞에서 점프를 했다. 김신현은 달리던 기세를 죽이지 못하고 그 선수와 부딪쳤고 주심이 바로 휘슬을 불었다.
김신현에 부딪쳐서 쓰러졌던 연신대의 센터백 이기찬이 이내 몸을 일으켰다.
“쳇!”
이기찬의 방해로 절호의 찬스를 놓친 김신현이 아쉬워 할 때 이기찬이 곧장 전방을 향해 프리킥을 찼다. 그 공은 아직 대전 진영에 남아 있던 현수에게 전달되었고 현수가 대전 진영을 돌파 하려 하자 그에게 대전 수비가 집중 되었고 그때 나진목의 움직임이 자유로워졌다.
짧은 틈이었지만 현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나진목에게 로빙 패스를 넣었다.
현수의 발을 떠나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린 공이 문형도의 발 바로 앞에 떨어졌다. 수비수가 점프를 하기는 했지만 아슬아슬하게 머리 위를 넘어가는 정교한 패스였다.
그 공에 나진목은 공격수의 본능에 따라 다리를 뻗었고 그 발에 맞은 공이 또 골대 앞에 있던 대전 수비수의 몸에 맞아 굴절 되면서 골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출렁!
수비에 시선이 가려 있던 대전의 골키퍼는 꼼짝도 못하고 선체 골대 안 그물을 맞고 흘러나오는 공을 멍하니 지켜봤다.
“와아아아!”
연신대 벤치가 또 한 번 난리가 났다. 반면 겨우 추격했는데 또 다시 2점차로 벌어지자 대전 시티즌 벤치는 또 다시 초상집 분위기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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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3!
후반전도 이제 10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2골 차로 벌어지자 대전 시티즌은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반면 연신대는 최대한 느긋하게 공을 돌리며 시간을 지연 시켰다.
추가 시간까지 해도 10분밖에 남지 않은 지금 2골을 넣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전 시티즌으로서는 그 쉽지 않은 일을 꼭 해내야 했다.
FA컵 16강으로 가는 단판 승부인 만큼 동점 일 경우 연장전을 치른다. 연장에도 승부를 가르지 못하면 승부차기를 해야 하고 말이다. 물론 대전은 연장전에 얼마든지 승부를 뒤집을 자신이 있었다. 팀 전력이라면 아무래도 대학팀 보다 프로팀인 대전 시티즌이 더 나으니까. 그렇게 연장 승부를 보려면 우선 2골이 필요했다.
대전이 조급해 하는 가운데 연신대는 무리수를 두지 않으면서 짧은 패스 플레이로 경기를 운영했다. 그 중심에 현수가 있었고 그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중앙 미드필더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공을 받으면 곧장 동료에게 패스를 했고 지역 방어가 느슨한 곳으로 이동해서 패스를 받을 공간을 확보했다. 그러면서 항시 전방을 주시하다 기회다 싶으면 공격수에게 킬 패스를 찔러 넣었다.
물론 그 킬 패스를 대부분 연신대 공격수들이 살려 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시간은 충분히 잡아먹었다.
그 뒤 현수는 연신대 허리 라인을 대폭 위로 끌어 올리면서 전 방위적인 압박을 가했다. 그러자 바쁘게 공격을 해야 할 대전 진영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허리 싸움이 치열해 지면서 대전 진영에서 공이 전방으로 뿌려지지 못했다.
‘젠장.’
대전의 원톱 스트라이커 김신현은 아무리 기다려도 공이 그가 있는 쪽으로 오지 않자 이를 갈았다. 시간은 없고 빨리 골을 넣어야 하는 데 공격수에게 공을 보내주지 않으면 어쩌란 말인가?
결국 김신현은 전방에서 밑으로 내려왔다. 치열한 중원싸움에 자신도 힘을 보태 우선 대전이 주도권을 확보하게 만들 속셈으로 말이다.
순간 대전 진영에서 롱 패스가 날아왔다. 공교롭게도 공이 날아오는 곳에 현수와 김신현이 있었다.
‘기회다.’
177센티의 김신현은 현수보다 10센티가 작았다. 하지만 현수는 제자리에서 점프를 했고 김신현은 전력으로 질주하여 러닝 점프를 했다. 김신현은 특유의 탄력으로 높게 뛰어 제공권은 비슷해졌다.
남은 것은 몸싸움. 달려 온 기세가 있어서 김신현은 자신이 결코 밀리지 않을 거라 여겼다.
꽝!
서로 부딪치는 순간 김신현은 거대한 충격을 받았다. 마치 담벼락에 다가 몸을 부딪친 거 같았다. 아찔한 통증과 함께 김신현의 몸이 그대로 튕겨 나갔다. 볼썽사납게 바닥을 뒹군 그가 본 것은 널찍한 현수의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