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37화 (37/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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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시티즌 윤태봉 감독은 내일 있을 FA컵 26강전에서 붙게 될 상대 팀의 전력 분석을 보고 섣불리 신승(辛勝)을 낙관했다.

“이거 별 거 없는 팀이로군.”

상대는 감독은 전형적인 4-4-2 포메이션의 맹신자였고 다른 전술적인 변화를 쓸 줄 몰랐다. 쓸 만한 선수는 중앙 미드필더 한 명 뿐이라 딱히 신경 쓸 선수도 없었다.

4-4-2 포메이션의 메커니즘은 매우 단순했다. 골키퍼를 제외한 10명의 선수들이 그라운드 전 지역을 커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시스템이다. 때문에 각 선수들이 자신이 맡은 지역을 지키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복잡한 약속 없이 지역 방어에 기반한 수비를 펼치므로 팀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용이하고 라인 사이의 간격만 잘 유지하면 그라운드의 모든 지역에서 손쉽게 수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어 강한 압박을 가하기에 좋은 시스템이다.

4-4-2 포메이션은 기본적으로 횡으로 늘어서 포백과 4명의 미드필더가 좁은 간격을 유지하면서 그라운드 전 지역에서 압박을 가하고 볼을 탈취 후에는 발 빠른 양쪽 날개를 활용해 공격으로 전환한 뒤 투톱에게 마무리를 맡기는 취한다.

이런 4-4-2 포메이션은 철저한 지역 방어에 기반을 둔 시스템이기 때문에 4명의 미드필더들이 적정기량을 갖춰야 했다.

그렇지 못할 시 지역 방어란 콘셉트 자체가 무너질 뿐 아니라 전 지역에서 수적 우위를 갖고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장점조차 희석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노련한 윤태봉 감독은 이런 대학팀을 여럿 봐 왔고 상대해 봤다. 때문에 어떻게 해야 이기는 지 너무도 잘 알았다.

“중미에 누구라고 했지?”

윤태봉 감독이 수석 코치에게 물었다.

“3학년에 강현수라고 알려진 선숩니다. 저희 쪽에서도 올해 우선지명을 고려하고 있는 선수이기도 하고요.”

“그놈 묶으면 끝이네.”

그 후에 초반부터 강하게 압박하면 그런 류의 대학팀은 와르르 무너지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프로 팀이 아마 팀을 상대로 그런 식의 플레이를 한다는 건 너무 가혹했다. 그래서 윤태봉 감독은 팀의 새로 구상 중인 전술도 시험할 겸 상대를 풀어주고 경기를 최대한 즐기며 진행시킬 계획이었다.

“1.5군으로 준비합니까?”

수석 코치가 윤태봉 감독에게 물었다. 그러자 윤태봉 감독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게 해.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공격 라인에 현식이랑 가람이는 교체 멤버에 넣고.”

“네. 감독님.”

윤태봉 감독은 그 말 후 감독실에서 나갔다. 오랜만에 가족과 주말 외식을 즐기기 위해서 말이다. 리그 중이라 늘 바쁜 윤 감독은 저번 주 아이의 생일도 챙겨주지 못했다. 그걸 만회하기 위해 오늘 부득불 시간을 낸 것이다.

FA컵 경기가 내일 있지만 쉬운 상대라 윤태봉 감독이 신경 쓰지 않아도 코칭스태프들이 어지간히 알아서 준비를 해 놓을 터였다.

윤태봉 감독이 퇴근하자 수석 코치가 선수들을 소집해서 전술 회의를 가졌다.

“상대가 대학 팀인데 굳이 이런 전술 회의를 해야 합니까?”

“그러게. 내일 뛰지 않는 주전은 빠져도 안 됩니까?”

“안 돼! 내가 누누이 말하지만 축구는 모르는 거다. 상대가 아마 팀이라고는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깐깐한 수석 코치의 말에 대전 시티즌 선수들이 툴툴 거렸지만 막상 전술 회의가 시작 되자 다들 프로답게 눈빛을 초롱초롱 빛내며 회의에 집중했다.

“연신대는 올해 춘계대학축구연맹전도 그렇고 FA컵, U리그 예선전에서도 전부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그래서 아마 우리도 마찬가지 일 텐데 그 대책으로 뭐 다들 알겠지만 상대 미드필드 라인과 수비 라인을 최대한 벌어지게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야 그들의 바이탈 존(Vital zone)이 붕괴 될 것이고 대신 우리는 그 안에서 자유롭게 볼을 잡아서 골을 넣을 수 있을 테니까.”

바이탈 존 혹은 크리티컬 존은 페널티 박스 부근에 부채꼴 모양으로 형성되는 지역으로 현대 축구의 득점 가운데 약 90%가 그곳에서 나왔다. 그 만큼 양 팀 공수에서 있어서 가장 중요한 위치였다.

대전 시티즌의 수석 코치는 약 한 시간가량 선수들과 전술 회의를 한 후 끝을 냈다.

평소 2시간은 하는 전술 회의였는데 상대가 상대인 만큼 수석 코치도 그 시간을 절반으로 확 줄인 것이다.

축구에서 프로와 아마의 격차는 컸다. 그 만큼 연신대가 대전 시티즌을 이길 확률은 높지 않다는 소리였고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봐도 그게 사실이었고 말이다.

그걸 아는 대전 시티즌 선수들은 은연 중 연신대를 얕잡아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결과가 어떤 참변을 가져 오게 될지 이때까지 대전 시티즌의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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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경기를 펼칠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서 그라운드 적응 훈련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온 연신대 선수들은 곧장 숙소 옆 식당으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훈련으로 몸은 땀에 쩔어 있었지만 씻고 저녁을 먹으러 나오기 귀찮아서 다들 먼저 식사부터 숙소로 들어가서 씻고 그 뒤 편하게 휴식을 취하려 한 것이다.

“쩝쩝쩝! 맛있네.”

“우와! 여기 김치 두루치기가 제대로 인데?”

“그래? 후루룹! 카아! 진짜네.”

운동 후 먹는 저녁이라 그런지 그 맛이 꿀맛이었다. 식사 후에 연신대 선수들에게 2시간이란 꿀맛 같은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그리고 저녁 8시에 숙소 내 가장 큰 방에서 내일 있을 대전 시티즌과의 시합에 대비한 전술 교육이 있었다.

프로 선수들은 전술 회의지만 대학 선수들은 감독이 직접 주관해서 선수들을 가르치는 식이어서 이걸 두고 흔히들 전술 교육이라고 불렀다.

이명신 감독이 자신을 빙 둘러 싸고 앉은 연신대 선수들을 ‘휘익’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그 동안 훈련하느라 고생들 많았다. 드디어 내일 FA컵 본선 진출을 하느냐 마느냐가 갈리는 중요한 시합이다. 다들 최선을 다해 뛰어 주리라 믿는다.”

그 말을 하면서 이명신은 유독 현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현수는 시선을 딴 데 두고 이명신의 눈을 외면했다. 그러자 이명신의 얼굴도 점차 굳어졌는데 그래도 자신이 나선 소정의 목적은 달성하기 위해 계속 하던 말을 이어갔다.

“알다시피 내일 우리 상대인 대전 시티즌은 K리그 1부 리그에 속한 팀이다. 현재 성적도 중위권으로 그리 나쁘지 않고 말이다. 다들 대전 시티즌이 이길 거라 여기는 모양인데 우리가 그걸 뒤집어 보도록 하자.”

이명신이 딴엔 선수들의 투지를 불러일으키려 한 소린 데 주위 선수들의 반응은 영 시원찮았다. 그러자 이명신은 바로 내일 있을 시합에 대한 전술적인 부분으로 넘어갔다.

“대전 시티즌은 주로 4-2-3-1 전술을 사용하는데 더블 볼란치(수비형 미드필더)와 원톱을 중심으로 하는 이 전술은 기본적으로 미드필더를 많이 두어서 중원 싸움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간다.”

이명신은 그래도 나름 준비한 게 있는지 대전 시티즌의 리그에서의 전술을 분석해서 선수들에게 얘기했다.

“그 동안 대전 시티즌은 리그에서 주로 두 명의 수비 형 미드필더들이 안정적으로 수비를 해주고 필요시 롱패스로 빌드 업을 수행하는.............. 에, 그래서 공격형 미드필더는 고립되기 쉬운 포지션으로 이 위치가 헤매게 되면 전체적인 플레이가 살나나기 힘든 데 대전 시티즌 선수들은 뛰어난 볼 간수 능력과 패싱력으로 그걸 극복하고 오히려 앞쪽에서 플레이가 진행 되고 있다.”

이명신은 대전 시티즌의 장점들을 연신대 선수들에게 쭉 설명한 후 그들에게 어떤 식으로 대전 시티즌을 공략할 지 물었다. 그러자 주장인 이기찬이 제일 먼저 말했다.

“공격형미드필더를 두어 양쪽 폭을 좁히고 윙백의 오버래핑을 자주 주문하는 것이 어떨까요?”

“좋은 생각이다. 3명의 공격형 미드필드가 자주 스위칭 해서 볼을 점유한다면 상대 수비라인을 혼란시키고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겠구나. 다음.”

“윙 포워드를 두어 크로스를 올라오지 못하게 사전에 컷을 하는 겁니다.”

“그것도 괜찮은 생각이다. 선수비후역습 할 때 효과 적이겠다. 또?”

이명신은 선수들과 이런 식으로 토론을 하며 연신대 선수들에게 내일 대전 시티즌을 어떻게 공략할 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4-2-3-1 전술은 기본적으로 선수비후역습을 지향하지만 미드필더를 많이 두기 때문에 점유형의 전술을 펼치기에도 용이하다. 수비라인을 끌어올리고 5명의 미드필더가 연계를 통해 볼을 점유하게 된다면 그 수비라인을 뚫고 골을 넣기가 그리 쉽지 않아. 거기다가 수비형 미드필더 2명까지 있으니 그 벽은 더욱 공고해질 수밖에 없지. 하지만 이런 4-2-3-1 전술에도 단점은 있다. 바로 공격진과 수비진의 분리다. 수비형 미드필더의 빌드 업 능력이 다소 모자라게 된다면 볼을 안정적으로 앞으로 전진 시킬 수 없게 되고 4명의 공격진이 앞으로 달려가고 수비진에서 롱 볼을 때리는 전술을 택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미드필더 진을 많이 둔 이유가 없어지고 플레이가 단조로워져 공격을 쉽게 못하고 도리어 고립되는 상황이 일어나게 되지. 또 하나의 단점으로는 공격형 미드필더의 고립이다. 상대방의 수비라인과 미드필더 라인의 공간을 확 좁혀버리면 공격형 미드필더의 공간이 부족해져서 플레이가 어렵다. 앞에서 공격상황을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하니 온 더 볼(On-the-ball)상황에서 플레이가 원활이 이루어 질 수 없는 거지. 그러다보면 자꾸 공격이 막히게 되어 라인을 올릴 수 없거나 수비라인과 공격라인의 분리가 일어난다. 그만큼 4-2-3-1 전술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가장 핵심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강현수?”

이명신이 현수를 쳐다보자 현수가 그와는 여전히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대답했다.

“상대 공격형 미드필더를 무력화 시켜야합니다.”

“그렇지. 그걸 너에게 맡길까 한다.”

이명신의 말에 현수는 이미 예상하고 있던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현수는 비록 감독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렇다고 시합까지 망쳐 놓을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대답한 건데 그 대답을 들은 이명신의 얼굴이 그제야 좀 풀렸다.

한 시간 조금 넘게 전술 교육을 하고 난 연신대 선수들은 10시가 되자 모든 방이 소등을 하고 다들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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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7시에 기상한 연신대 축구부는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한 시간 가량 가볍게 몸들을 풀고 숙소 옆 식당에서 식사 후 짐을 챙겨 대기 중인 학교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9시 30분에 대전 올림픽 경기장의 주차장에 도착했고 거기서 내린 선수들이 경기장 안에 들어서자 먼저 온 대전 시티즌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었다. 자신들의 홈구장이니 먼저 왔다는 말보다는 상대할 팀을 기다리며 몸을 풀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거 같았다.

아무튼 라커룸으로 이동해서 연신대 선수들이 학교 유니폼으로 환복할 때 현수는 인벤토리에서 카멜레온 축구복을 꺼내 입었다. 그리고 축구화도 날쌘 돌이 축구화를 장착하자 몸이 한결 가볍게 느껴지면서 동시에 힘도 샘솟았다.

‘오늘 제대로 한 번 날 뛰어 보자고.’

그 후 현수가 시스템을 생각하자 그의 눈앞에 바로 상태창이 떴다.

[스테이터스]

이름: 강현수 (남, 22살)

칭호: 스위트 가이(Sweet guy)→ 호감도: 63/100, 성적 매력: 74/100

체력: 90/100(날쌘 돌이 축구화 착용으로 체력 +10 상승)

내공: 초급

격투기: 도장 챔피언, 시도배 챔피언, 유도 1단

인지능력: 50/100

학습능력: 70/100

행운지수: 40/100

이성과의 친화력: 80/100

마법: 3서클

보유 마법

1서클- 록, 라이트닝 애로우, 다크실드, 네크로 그리스

2서클- 라이트닝 쇼크, 포커스 퓨플

3서클- 아이스 포그, 에어로 봄, 라이트닝 웨이브, 체인 라이트닝, 블러드 스웰, 무스트, 홀리큐어, 리커버리, 슬립(Sleep), 일루젼(Illusion), 언락(Unlock), 사일런스(Silence), 홀드(Hold), 스킨스톤(Stone skin)

인벤토리: 불끈 반지, 신비의 물약(1회용)

보유 쿠폰: 아이템 20% 할인쿠폰, 게임 단기 무료이용 쿠폰

날쌘 돌이 축구화를 신어서 체력이 +10 향상 되었고 어제 구입한 3서클 마법 5가지도 보유 마법에 잘 들어가 있었다.

“어? 호감도가 +1 올랐네?”

현수의 중얼거림에 바로 시스템이 알려왔다.

[최근 주위 여자들이 당신에게 호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위 여자?”

[김혜미, 유혜란, 사지희, 구은하, 구하나, 이혜선, 이미숙. 이상이며 관심이 높은 순서로 이름을 말씀 드렸습니다.]

“오오! 김혜미가 이렇게 날 좋아하는 줄 몰랐네. 혜란 누나도 조만간 한번 연락해야겠군. 그런데 이미숙이면 혜미 친구잖아? 그녀도 날 좋아했었나?”

[이미숙은 당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반한 케이스입니다. 한 번 만나 보실 것을 권합니다.]

“에? 지금 날 상대로 호객 행위라도 하는 건가?”

[호객 행위가 아니라 호의라도 해두죠. 포인트 획득에 도움이 되실 겁니다.]

‘이거 지금 시스템이 나에게 팁을 주는 건가?’

시스템의 경우 특별한 사람, 그 중에서도 여자에게 후한 포인트를 주었다. 특히 그런 특별한 여자와 섹스 후 주는 보상은 대단했다.

‘그렇다는 건 그 이미숙이란 여자도 보통 여자는 아니란 소리군.’

현수는 시간 나면 이미숙과도 접촉해 보기로 했다. 친구를 많이 사귀기로 한 현수가 아니던가? 현수는 이미숙과도 김혜미처럼 좋은 쪽? 바람직한 방향? 으로다가 친구가 되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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