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컵 (본선) -->
현수는 사지희를 잠재운 뒤 바로 필로폰 주사를 들고 있는 조폭에게 몸을 날렸다.
퍽!
“켁!”
시도배 챔피언의 주먹이 그 조폭의 명치에 작렬하자 녀석은 알아서 들고 있던 필로폰 주사를 떨어트렸고 그건 현수의 수중에 떨어졌다.
콰직!
현수의 수중에서 필로폰 주사가 박살이 났다.
“뻿아!”
뒤늦게 문세광이 소리치자 남은 두 조폭이 현수에게 달려들었다. 현수들 그들이 자기 앞에 바짝 다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입을 웅얼거렸다.
“라이트닝 쇼크!”
파지지직!
“으드드드!”
현수 앞에서 덜덜 몸을 떨어대던 두 조폭이 맥없이 꼬꾸라졌다.
“뭐, 뭐야?”
그 모습에 기겁한 문세광이 쓰러진 조폭들과 현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리고 재빨리 몸을 돌려서 룸 밖으로 내빼려했다. 역시 눈치하난 빠른 문세광이었다. 하지만 그걸 그냥 내버려 둘 현수가 아니었다.
“에어로 봄(Airo Bomb)!”
펑!
“으아아악!”
압축된 공기가 문세광의 뒤통수에서 터지면서 녀석이 그 충격에 의식을 잃고 털썩 쓰러졌다. 그런데 녀석이 기절 직전 버럭 소리를 내 지른 게 아무래도 룸 밖에도 들렸을 거 같았다.
현수가 룸 입구를 쳐다보다 문이 안에서 굳게 잠겨 있었다. 현수는 안심하고 쓰러진 문세광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 새끼를 어쩌지?”
문세광은 이대로 놓아주면 또 현수를 어째보려고 잔머리를 굴릴 녀석이었다.
연쇄살인범 최지만 처럼 아주 질긴 녀석이었다.
“최지만이라....”
지금 최지만은 식물인간으로 병원에 누워 있었다. 깨어난다 하더라도 정상적인 삶은 살지 못했다.
“생각 같아서는 죽여 버리고 싶지만..... 그렇다고 너 같은 놈 때문에 내가 살인범이 될 순 없지. 그러니까.....”
현수는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그리곤 그의 두 눈이 번뜩이고 한 손이 문세광의 머리위에 올려 졌고 이어 그의 입이 중얼 거렸다.
“체인 라이트닝!”
파지지직!
현수의 손에서 뿜어져 고압의 전류가 문세광의 머릿속으로 침투해 들어가서 그의 뇌신경을 태워버렸다. 크게 뇌신경에 손상을 입은 문세광은 부들부들 몸을 떨며 경련을 일으켰는데 현수가 그런 그를 잠재워버렸다.
“슬립(Sleep)!”
문세광은 잠에 빠져 들면서 경련도 멈췄는데 아마 깨어나면 정상은 아닐 터였다.
“인과응보(因果應報),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임마.”
현수가 제법 아는 척 사자성어를 읊으며 문세광을 보고 중얼 거릴 때였다.
콰앙!
안에서 잠긴 문이 외부의 강력한 힘에 의해 열렸다. 아니 뜯겨져 문짝이 안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검은 정장 차림의 건장한 체구의 남자가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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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섭은 짐짓 차분한 얼굴로 양동호를 보고 물었다.
“도철이 형님 잘 계시지?”
그 말에 양동호의 눈썹이 살짝 위로 치켜 올라갔다. 송태섭의 말이 그의 심기를 건드렸단 뜻이었다. 하지만 양동호는 화를 누르고 대답했다.
“보스께서는 지금 제주도에 내려가 계십니다. 서울에 계셨으면 지금 여기로 달려오고 계셨겠지요.”
양동호의 말에 이번엔 송태섭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사도철이 서울에 있었으면 직접 여기로 달려왔을 정도로 사안이 심각하단 소리였다.
“도철이 형님이.....”
“보스께선 친하지 않은 자가 자기 이름을 말하는 걸 아주 싫어하십니다.”
송태섭의 말을 중간에 양동호가 끊으며 말했다. 그리곤 핸드폰을 꺼내 송태섭에게 보이며 이어 말했다.
“어떻게 제가 보스께 전화로 여쭤볼까요? 그쪽이 보스의 이름을 거론해도 될 만큼 보스와 친한지 말입니다.”
“그, 그건....”
급으로 따진다면 사도철은 범 서구파 총 보스와 맞먹는 위치에 있었다. 감히 송태섭 따위가 도철 형님 운운할 위치는 아니었던 것이다.
“크음. 그쪽 보스가 올 정도의 문제가 여기 벌어졌단 말인데 그게 뭔가?”
송태섭이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양동호도 바로 대답했다.
“보스의 따님께서 저 안에 계십니다.”
“뭐라고!”
‘맙소사. 사도철의 딸이라니!’
이건 사태가 심각했다. 송태섭도 사도철이 자기 딸을 얼마나 끔찍이 아끼는지 잘 알았다. 7년 전인가? 서울의 한 조직에서 사도철의 딸을 납치 하려 했다. 그 딸을 인질로 사도철에게 거금의 돈을 뜯어내려고 말이다. 하지만 그 시도는 그녀를 경호하던 사도철의 수하들의 활약으로 미수에 그쳤다.
문제는 그 뒤였다. 사도철은 자신의 돈을 이용해서 서울시의 모든 조직을 동원해서 자신의 딸을 납치하려 했던 그 조직을 말단 조직원까지 찾아내서 다 없앴다.
들리는 얘기로는 백여 명도 넘는 사람들이 인천 앞바다에 콘크리트에 굳혀진 체 버려졌다고 했다.
그 뒤 조폭 조직에서 사도철의 딸을 건드리는 미친 짓을 저지르는 곳은 없었다. 그런데 잘하면 송태섭이 그 전철을 밟을지 몰랐다.
“으아아악!”
그때 룸 안에서 처절한 비명소리가 울렸다. 다행인 건 그게 여자 톤이 아니란 것이다.
그 비명소리에 양동호가 민감하게 반응했다.
“안에 들어가야겠습니다.”
양동호가 송태섭을 보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 양동호를 보고 송태섭은 잠깐 고민했다.
‘종환이 형님이 좀 걸리긴 하지만 지금 여기서 문제가 터지면 난 죽은 목숨이다.’
생각이 정리 된 듯 송태섭이 룸 앞을 막고 있던 클럽 조폭들에게 명했다.
“비켜라.”
클럽 조폭들이 물러나자 양동호가 곧장 룸으로 향했다.
철컥!
하지만 문이 안에서 잠겨 있었다. 양동호가 송태섭을 돌아보자 송태섭이 외쳤다.
“키 가져 와.”
하지만 양동호는 송태섭의 수하가 키를 가져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양동호는 뒤로 물러났다가 룸의 문을 향해 뛰어들어 몸으로 그 문을 받았다. 그러자 문짝이 뜯겨져 나갔고 양동호가 룸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지희야!”
양동호의 눈에는 소파에 쓰러져 있는 사지희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가 뛰어가서 그녀를 안으며 그녀를 흔들자 잠들어 있던 그녀가 깨어났다.
“으으음. 동호 오빠!”
사지희가 정신을 차리고는 자신을 안고 있는 동호를 보고 놀라 그를 밀쳐 냈다. 그리곤 재빨리 룸 안을 살폈고 현수가 보이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현수씨!”
사지희가 몸을 일으켜서 현수에게 뛰어갔다. 그리고 그의 품에 대뜸 안겼다.
“어!”
현수가 자기 품에 안긴 사지희 때문에 적잖아 놀라고 있을 때 송태섭과 그 수하들도 룸 안으로 들어왔다.
“뭐야 이게?”
송태섭은 룸 안에 널브러져 있는 문세광과 경찰로 위장한 세 명의 클럽 조폭들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오빠. 저분들 경찰들인데 어떻게 해?”
그때 사지희가 걱정스런 얼굴로 양동호를 보고 말했다. 경찰이란 말에 양동호가 힐끗 송태섭을 쳐다보았다.
경찰이 왜 이 룸 안에 들어 와 있으며 또 이렇게 쓰러져 있는지 그에게 무언중 묻고 있었다.
“크음. 여긴 우리가 알아서 처리 할 테니 그만 가게.”
송태섭은 사지희가 말한 경찰이 실은 그의 수하들이란 사실이 밝혀질까 저어해서 양동호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양동호는 송태섭에게 묻고 싶은 게 있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사지희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 가는 거라 일단 송태섭의 말에 따랐다.
“지희야. 가자.”
양동호가 사지희를 챙기러 그녀에게 다가가자 그때까지 현수의 품에 안겨 있던 사지희가 현수를 올려다보고 말했다.
“현수씨. 우리 같이 가요.”
사지희도 눈치는 있었다. 그녀가 이대로 훌쩍 떠나 버리면 여긴 현수 혼자 남는데 그런 그를 아무래도 여기 있는 조폭들이 그냥 내버려 둘 거 같진 않았다. 딱 봐도 형사들과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남자를 쓰러트린 건 현수였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녀가 갈 때 현수도 데려 가려 한 것이다.
현수도 여기서 더 일을 키우고 싶진 않았다. 조폭들이 몇 명이 되었든 룸 안에 들어 와 있는 이상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라이트닝 웨이브(Lightning Wave) 한방이면 룸 안에 있는 조폭들은 다 기절 시켜 버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미 시스템의 돌발 퀘스트도 완수한 상태고 친구 병민이도 그가 좋아하는 여자랑 지금 무대에서 신나게 놀고 있으니 이만 여길 떠나도 괜찮을 거 같았다.
“그래요. 갑시다.”
현수의 대답에 사지희가 생긋 웃더니 안고 있던 현수에게서 떨어졌다. 대신 그의 팔짱을 꼈다. 현수는 사지희와 다정하게 팔짱을 낀 체 룸을 나섰고 클럽 조폭들이 그런 그들을 위해 분분히 길을 내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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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와 사지희가 클럽 밖으로 나오자 그들 뒤에서 묵직한 음성이 들려왔다.
“지희야. 그 팔 풀어라.”
양동호의 목소리였다. 사지희가 홱 뒤돌아서 그를 보고 버럭 소리쳤다.
“싫어!”
“지, 지희야!”
“난 오늘 이 사람과 같이 있을 거야. 그러니 오빠와 똘마니들이나 꺼져.”
“그, 그건 안 된다. 지희야. 뭘 믿고 저런 놈과 같이 있겠단 거니?”
“저런 놈이라니! 함부로 말하지 마. 난 이 사람이 진짜 좋단 말이야.”
“..........”
지희의 그 말에 양동호는 할 말을 잃고 넋나간 얼굴로 사지희를 쳐다 보았다. 지금껏 그녀가 만나온 남자 수만 백여 명이 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녀 입으로 누굴 좋아한다고 말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양동호가 지희 옆에 서 있던 현수를 노려보았다. 양동호에게서 뿜어져 나온 살기에 현수는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현수는 전혀 위축 되지 않고 똑바로 양동호를 직시했다.
두 사람의 눈빛이 허공에서 강하게 맞부딪쳤다.
‘저놈 봐라?’
양동호는 자신과 눈빛을 마주치고도 전혀 기죽은 기색을 찾아 볼 수 없는 현수에게 좀 놀랐다. 물론 그걸 겉으로 티내진 않았지만.
현수는 바깥에서 주위 보는 눈도 많은 데 소란을 일으킬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팔짱을 낀 사지희는 아주 작정을 한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 참, 나 좋다는 여자를 이렇게 놓아주긴 또 처음이네.’
사지희는 충분히 예뻤고 몸매도 최상이었다. 예전의 현수라면 무슨 수를 쓰던 오늘 그녀를 자빠트렸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모레, 아니 좀 전에 12시가 넘었으니 내일 중요한 시합이 있었다. 여자 때문에 시합을 망칠 수는 없었다.
“지희씨. 미안한데 전 이만 집에 가봐야 할 거 같습니다.”
“네? 하지만.....”
“실은 내일 대전에서 중요한 시합이 있거든요.”
“그, 그러시군요.”
사지희가 시무룩해졌다. 그런 그녀에게 현수가 희망적인 말을 남겼다.
“대신 시합 끝나고 일요일에 서울에 올라오니까 그때 보죠.”
“진짜요?”
“네. 어디서 볼까요?”
“서울 오시면 연락 주세요. 제가 그쪽으로 갈 테니까요.”
그러면서 그녀가 현수에게 자신의 핸드폰을 불쑥 내밀었다. 현수의 번호를 직접 찍으란 소리였다.
현수는 그녀의 핸드폰에 자기 핸드폰 번호를 찍어서 통화를 눌렀다. 그러자 현수의 핸드폰 벨이 울렸다. 그걸로 현수의 핸드폰에도 사지희의 번호가 찍혔을 터. 이내 사지희의 핸드폰을 종료 시킨 현수가 그걸 그녀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그럼 전 이만....”
현수가 사지희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사라지자 그런 그를 서서 한 동안 지켜보던 사지희가 자신의 핸드폰에 찍힌 현수의 번호를 핸드폰에 저장했다. 그런데 저장할 때 이름에 강현수 대신 ‘남친’ 이라고 찍었다.
“이히히히!”
그 남친이란 글을 보고 뭐가 좋은지 사지희가 실실 웃고 있을 때 양동호가 다가와서 말했다.
“이제 집에 가자.”
그 말에 사지희가 언제 웃었냐는 듯 싸늘한 얼굴로 앞장서서 걸었다. 그녀가 걸어가는 쪽 도로 가에 양동호의 수하들이 서 있었다. 그녀가 그쪽으로 가자 차가 한 대 도로가에 정차를 했고 그 차문을 양동호의 수하가 열어 주자 사지희가 그 차에 탔다.
양동호가 그 차 앞쪽 보조석에 오르자 그 차가 바로 출발 했고 그 뒤로 차 한 대가 더 왔는데 그 차에 남은 양동호의 수하들이 올라탔다.
집으로 가는 도중 양동호가 사지희에게 물었다.
“그놈이 그렇게 좋으냐?”
그러자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사지희가 바로 대답했다.
“응! 좋아.”
그 대답을 듣고 잠시 침묵하던 양동호가 사지희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그 녀석은 보스께 보고하지 않으마.”
양동호의 그 말에 사지희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짜? 진짜 아빠한테 보고 하지 않을 거야?”
“그래. 대신 잘 만나라.”
“고마워. 동호 오빠. 나 진짜 그 사람이랑 잘해 볼 거야.”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한 채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지희를 보며 양동호의 입가에도 스르르 미소가 번졌다.
엄마 없이 지금껏 잘 커 준 사지희였다. 양동호는 그런 지희를 엄마의 심정으로 그동안 돌봤다. 하지만 이제 그녀 곁에는 자신 보다 그녀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가 있을 때란 걸 양동호도 깨달았다.
물론 사지희의 아버지인 사도철은 결코 그걸 깨닫지 못할 테지만. 딸의 일이라면 색 안경부터 끼고 보는 사도철이었다.
남자?
사도철에게 딸의 남자란 다 도둑놈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지희가 만난 남자들을 사도철이 죄다 지레 겁 줘서 쫓아버렸다. 하지만 이번에 사지희가 좋다고 한 그 녀석은 왠지 느낌이 좋았다.
‘짚신도 제짝이 있다더니......’
다른 녀석은 몰라도 그 녀석이라면 사도철도 마음에 들어 할지 몰랐다. 아니 좋아할 거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강한 남자는 강한 남자를 알아보는 법이니까.’
양동호가 아는 한 사도철은 가장 강한 남자였다. 그런데 오늘 그 녀석에게서 양동호는 사도철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부러질 지언정 굽히지 않는 남자 말이다.
‘재미있겠어.’
사도철은 그 둘이 만날 걸 생각하니 벌써 웃음이 났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사지희가 그 놈과 충분히 연애를 해 보고 그 뒤에 사도철을 만나도 늦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