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27화 (27/712)

<-- FA컵 (본선) -->

현수는 그라운드 밖으로 나가 택배 아저씨로부터 가로 세로(30Cm X 40Cm)에 두께 10Cm 쯤 되는 박스 상자를 받았다. 그 겉포장을 뜯고 상자 안의 내용물을 확인하니 아무 문양이나 글이 없는 하얀 바탕색 축구복이었다. 그때 현수의 머릿속에 시스템의 목소리가 울렸다.

[마법 아이템- 카멜레온 축구복(스킬 장착형)]

축구 기술이 장착 가능한 아이템이다.

1. 기본형(시스템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스킬): 인사이드 드리블(무료 이용), 라보나 페이크(Ravona fake,무료 이용), 대포 슛(무료 이용), 타킷 적중 프리킥(무료 이용), 공만 살짝 터치 태클(무료 이용)

2. 프리미엄 : V자 드리블(+10,000), 백숏(+10,000), 펜텀 드리블(+10,000), 마르세유 턴(+10,000), 힐 스냅(+10,000), 스텝 오브 콤보(+20,000), Farfusio(+20,000)............... 무 회전 슛(+20,000), 불꽃 슛(+10,000), 바나나 킥(+10,000)........ 타깃맨 센터링(+10,000), 타깃맨 크로스(+10,000)........ 원 바운드 헤딩(+10,000), 사각지대 헤딩......... (+20,000), 순식간에 공 뺏기(+20,000), 파워 태클(+10,000), 태클로 공만 쏙 빼내기(+20,000) ....................

“우와! 대박!”

각종 환상적인 드리블부터 시작해서 슈팅, 패싱, 헤딩, 수비, 태클 등등 축구에 쓰이는 최고 기술들이 10,000포인트에서 20,000포인트의 가격에 카멜레온 축구복 장착이 가능했다.

즉 포인트만 있으면 현수는 신계에 있다는 메시와 호날두를 능가하는 세계적인 축구 선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축구복만 있으면 국내 프로 리그에 연연할 필요 없지. 해외 진출도 충분히 가능해. 근데 이 축구복을 입고 어떻게 시합에 뛰지?”

당장 연신대만해도 연신대 유니폼이 있지 않은가? 그 의문에 바로 시스템이 답변해 주었다.

[카멜레온 축구복은 착용 하시면 뛰실 경기 팀의 축구복 유니폼의 모습 그대로 변화합니다.]

“아아. 그래서 카멜레온 축구복이었군.”

현수는 바로 카멜레온 축구복을 입어보고 그 성능을 지금 당장 테스트 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곧장 상자를 들고 체육관으로 달려갔다.

라커룸에 허겁지겁 뛰어 들어간 현수는 안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상자 속에서 카멜레온 축구복을 꺼냈다. 그리고 입고 있던 연신대 유니폼을 벗고 카멜레온 축구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러자 시스템이 언급한 대로 하얀 바탕에 아무 문양과 글이 없던 카멜레온 축구복이 연신대 로고가 생기고 바탕색이 빨갛게 변하면서 등번호 4번의 완벽한 연신대 유니폼이 되었다.

“신기하네.”

하지만 진짜 신기한 건 카멜레온 유니폼에 장착 되어 있는 축구 스킬들이었다. 비록 기본형에 불과하지만 현수가 판단키로 이 5가지 기술만으로도 국내에선 최고(Top Class)급 선수 축에 들 수 있었다.

현수는 벗은 연신대 유니폼을 자신의 라커룸에 넣고는 기분 좋게 휘파람을 불면서 라커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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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대 축구 감독 이명신은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이번 FA컵에서 연신대가 26강을 통과하지 못하면 학교에서 그와 재계약을 하지 않을 공산이 컸기 때문에 지금 그로서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축구 전술적인 면이나 선수를 보는 식견이 일천한 이명신은 사실 대학 감독직이 부담스럽긴 했다. 그렇다고 고등학교나 중학교 감독을 하자니 이게 또 사회적 지위와 위신이란 게 있는지라 선뜻 내키지 않았다.

뭐 어째든 현재 이명신은 대한민국 명문 대학인 연신대 축구부 감독직이 마음에 들었고 몇 년 더 이 자리에 있고 싶었다. 그 다음에야 자연스럽게 인맥으로 실업이나 프로 팀의 감독으로 갈 수 있을 테고 말이다.

“그러려면 닦달을 할 수 밖에.”

그는 다른 면은 떨어져도 선수들을 혹독하게 훈련시키는 거 하나 만큼은 자신 있었다. 자신도 그렇게 20년 넘게 선수 생활을 했고 말이다.

예전 선진 축구가 들어오기 전 대한민국의 축구는 오로지 체력 위주의 축구였다. 많이 뛰는 놈이 장땡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축구를 들고 해외에 나가보니 이게 아니었다.

말이 체력 위주지 무식하게 뛰기만 해서는 서구의 날고 기는 선수들에겐 허수아비나 다름없었다. 그들의 개인기와 빠른 패스에 수비가 뻥뻥 뚫렸고 골문이 활짝 열렸다.

그렇게 대패한 후 축구협회에서 허겁지겁 기술위원을 선임하고 선진 축구를 받아드렸다. 그 결정체가 바로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결실이다. 그 대회에서 한국은 기적적으로 4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5년. 축구판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유학파가 늘었단 점이다.

“쩝! 쓸 만한 녀석들은 죄다 브라질이다 스페인이다 영국으로 유학가 버리니. 그래도 우리 학교에 현수 같은 복덩이가 있는 게 어디야.”

현재 이명신이 믿을 수 있는 동아줄은 강현수 뿐이었다. 강현수의 활약 여부에 따라서 그의 감독 연임이 결정 된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의 차가 막 체육관 앞 주차장에 들어설 때였다.

그의 핸드폰 벨이 시끄럽게 울렸다.

“누구야?”

확인하니 학교 사무국장이었다. 축구 용품 구매 목록만 들고 가면 폭풍 잔소리를 늘어놓은 꼬장꼬장한 인물인데 총장과 인척 관계라니 무조건 잘 보여야 했다.

“네. 국장님.”

이명신은 일단 사무국장의 전화를 받았다.

-이감독. 지금 어디에요?

“네. 학굡니다.”

-그럼 본관으로 좀 오세요.

“네? 거긴 왜....”

-총장님께서 이 감독 좀 보자시네요.

“총장님께서요?”

-서울 지부 총장 회의가 있으셔서 곧 가셔야 하니 빨리 오도록 하세요.

“네. 지금 갑니다.”

이명신은 곧장 차를 빼서 본관으로 몰았다. 본관 주차장에 도착한 이명신은 축구부 주장인 이기찬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감독님.

“기찬아. 나 지금 본관이거든. 여기 볼일 좀 보고 가면 훈련 시간에 늦을지 모르니까 네가 알아서 훈련 시작해라.”

-알겠습니다.

주장과 통화 후 본관 화장실에 잠깐 들른 이명신은 옷차림과 얼굴을 확인한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총장실로 향했다.

“어서 오게.”

60대 중반의 후덕한 인상의 총장이 이명신을 반겼다.

“이리와. 앉게나.”

이명신은 총장이 권하는 자리에 긴장한 얼굴로 앉았다.

“차 마실 텐가?”

“괜찮습니다.”

“그래. 바쁜 사람이니 내 길게 잡고 있진 않겠네. 모레 FA컵 16강 진출을 두고 대전 시티즌과 붙는다고?”

“네.”

“이길 수 있겠나?”

“이겨야지요.”

“으음. 그렇지. 이겨야지. 그래서 말인데 혹시 실전 연습 상대가 필요하진 않나?”

“네?”

“으음. 실은 내가 말이야. 어제 용성대학 총장과 내기 골프에서 이겼거든. 그래서 이총장이 내 요구 하나를 들어 주기로 했어. 그때 마침 우리 축구부가 생각 난 거야.”

총장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이명신의 눈이 반짝 빛났다.

“혹시 용성대학 축구부와 연습 시합을 주선하신 겁니까?”

“허허허허. 맞아. 오늘 오후에 경기 하자고 했어. 가만, 이비서. 어떻게 됐어?”

총장이 옆 스피커폰을 통해 비서에게 묻자 비서가 바로 대답했다.

-용성대학 이총장님께서 그쪽 축구부가 오후 3시까지 저희 축구장에 갈 테니 걱정 붙들어 매시라 전하 라셨습니다.

그 말이 스피커폰에서 흘러나오고 나자 총장이 이명신을 보고 말했다.

“자네도 들었지?”

“네. 고맙습니다. 총장님.”

이명신의 입이 귀에 걸렸다. 용성대학 축구부라면 올 봄 춘계대학연맹전에서 8강전까지 올라간 저력 있는 팀이었다. 그런 팀과 연습 시합은 모레 있을 대전 시티즌과의 경기에도 좋은 밑거름이 될 터였다.

“대신 꼭 이겨야 하네.”

총장이 웃으며 말했는데 이명신은 그 웃음 속에 칼이 있단 걸 잘 알았다. 그 서슬 퍼런 칼이 자신의 목을 겨누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이명신은 반드시 대전 시티즌을 잡고 FA컵 본선 16강에 진출하고 말리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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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시간이 다 되자 주장 이기찬이 연신대 축구부원들을 한데 불러 모았다. 그때 현수가 그라운드 밖에서 누굴 만나는 게 보였다. 그래서 현수는 일단 빼고 훈련을 시작했다.

“어! 강현수 저거 지금 어디 가는 거야?”

그런데 현수가 상자 하나를 들고 체육관 쪽으로 가는 걸 발견한 3학년 부원이 막 그를 부르려 했다.

“야! 강현....”

그걸 이기찬이 만류했다.

“그만! 됐다. 체육관에 뭔 볼일이 있겠지. 현수가 언제 훈련 때 땡땡이치는 거 봤냐? 너나 빨리 몸 풀어.”

주장의 말에 그 부원은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았다. 안 그래도 감독의 신임을 듬뿍 받고 있는 강현수가 아니던가?

아마 이 자리에 이명신 감독이 있었더라도 현수에게 아무 소리도 못했을 터였다. 현수는 연신대 축구부원들이 몸 풀기 체조를 끝내고 그라운드를 두 바퀴 정도 뛰었을 때 나타났다.

그는 뛰는 축구부 대열 맨 뒤에서 조용히 다른 선수들과 같이 그라운드를 뛰었다. 그렇게 나머지 3바퀴를 다 돈 축구부원들은 대형을 벌리고 다시 몸을 푼 뒤 서로 마주보고 있는 선수와 공을 주고받으며 패스 간격을 점차 벌리고 있을 때 축구장에 이명신 감독이 나타났다.

삐익!

그가 날카롭게 호루라기를 불면서 소리 쳤다.

“집합!”

축구부원들은 패스 훈련을 중단하고 일단 이명신 감독 앞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이 대열을 갖추자 이명신 감독이 말했다.

“오늘 오후 3시에 용성대학 축구부가 여기 온다.”

그 말에 연신대 축구부원들이 전부 놀란 얼굴로 웅성거렸다.

“조용! 그러니 오늘 오후에 청백전은 없다. 주전들은 용성대 축구부와 연습 시합에 대비해서 따로 훈련을 실시할 테니까 옆으로 열외 하도록.”

이명신은 주전 선수들만 빼내서 그들을 훈련 시켰고 나머지 축구부원들은 하던 패스 훈련과 드리블 훈련을 계속했다. 하지만 누가 봐도 감독이 주전과 비 주전을 편애하는 티가 너무 났다.

“씨팔. 더러워서 주전 되던지 해야지.”

“그래도 2학년들에겐 내년이 있잖아. 우린 올해 끝이거든.”

비 주전들의 훈련은 당연히 지루하고 활력이라곤 찾아 볼 수 없었다. 윤성찬은 이런 패배자 무리에 자신이 섞여 있는 거 자체가 짜증났다.

“김창수. 그 병신 같은 새끼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윤성찬은 김창수만 믿고 있다 어제 현수에게 그가 된통 당하는 걸 보고 다른 방법을 모색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김창수가 그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리고 어떡하든 현수의 마음을 돌려놓겠다고 했는데 그 돌려놓은 게 이 모양이었다.

윤성찬은 자기 앞으로 굴러 온 공을 신경질적으로 ‘뻥’ 차고는 휑하니 그라운드를 나섰다. 그런 그를 만류하는 축구 부원은 아무도 없었다.

“이렇게 까진 안하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지. 내 반드시 이번 FA컵에 뛰고 만다.”

돈으로 안 되는 일을 지금껏 본적 없는 윤성찬이었다. 이번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어렵사리 이명신 감독 집 주소를 알아낸 후 ‘모’ 백화점으로 향했다. 이명신의 아내가 유독 ‘모’ 백화점 쇼핑을 좋아한다는 정보를 알아낸 것이다.

그 ‘모’ 백화점 상품권 몇 백만 원 치를 이명신의 아내에게 쥐어 줘 놓으면 알아서 다 해결 될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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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훈련 후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한 연신대 선수들은 2시 30분부터 그라운드에게 몸을 풀었다. 그리고 3시에 용성대학 축구 선수들을 실은 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서 오십시오. 유 감독님.”

“총장이 보내서 오긴 왔는데..... 이거 뭐.....에이.”

용성대 감독은 이번 연습 시합이 영 내키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긴 이명신도 총장이 갑자기 내일 용성대와 연습 시합하라고 일방적으로 지시하면 기분 더러울 터였다. 물론 눈앞의 용성대 감독처럼 총장이 시킨 대로 연습 시합은 할 테지만.

서로 같은 처지에 굳이 얼굴 붉힐 필요 없다 싶었든 이명신이 알아서 용성대 감독 앞에 굽히고 들어갔다.

“유 감독님. 좀 도와주십시오.”

“크음. 뭐 연신대가 FA컵 16강에 올라갈 일은 없겠지만 이왕 하기로 한 거 제대로 붙어 봅시다. 주전 멤버 풀가동 시킬 테니 져도 울지 마시고.”

용성대 감독이 뼈 있는 소릴 하자 이명신이 웃으며 그 말을 받아쳤다.

“하하하하. 그건 유 감독님이 연습 시합 끝나고 하실 행동 같은데요.”

“뭐, 뭐라고요?”

“하하하. 농담입니다. 저희도 주전을 총 동원해서 꼭 이기겠다는 의지를 그렇게 말로 표현 한 거니 너무 예민하게 받아드리시진 마십시오.”

“예민? 이 사람이 진짜.....”

용성대 감독이 두 눈을 부라리고 이명신을 쬐려 봤지만 유들유들하게 웃는 이명신을 보고 씩씩거리며 홱 등을 돌렸다. 상종 못할 인간이라며 말이다.

감독끼리의 신경전이 있은 후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 때 심판 봐 줄 분들이 나타났다.

아침에 이명신이 급하게 협회 측에 문의를 했는데 다행히 오늘 연습 시합의 심판을 봐 줄 심판진을 구할 수 있었다.

연신대 축구부의 라커룸에서 심판저지로 옷을 갈아입은 심판 3명이 나타나자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진영을 짜기 시작했다.

홈그라운드에서 경기를 하는 연신대에서 원정 온 용성대에 선공을 양보했다. 경기 시작 전 특별히 이명신 감독이 현수를 벤치로 불렀다.

“현수야. 너만 믿는다.”

“걱정 마세요.”

“그렇다고 무리 하진 말고. 이 경기는 말 그대로 연습 시합이니까.”

“네.”

현수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연신대 진영의 중앙에 자리 잡자 주심이 길게 호각을 불었다.

삐이이익!

그 휘슬과 함께 용성대의 선축으로 연습 시합의 전반전이 시작 되었다.

연신대는 두말 할 것 없이 감독인 이명신의 붙박이 전술 4-4-2 포메이션이었고 용성대는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두터운 미드필드를 중심으로 볼 점유율을 높이며 연신대를 강하게 압박하려는 모양이었다.

툭!

하지만 연신대의 1선과 2선의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며 용성대의 패스를 끊었고 바로 역습을 가하자 압박은커녕 수비하기에 급급했다.

“쳇! 연신대가 FA컵과 U리그 예선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가 있었군.”

용성대의 감독이 팔짱을 낀 체 눈썹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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