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컵 (본선) -->
“헉! 넌 누구냐?”
“아빠!”
다음 날 아침 구진모는 과년한 두 딸들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 죄로 눈칫밥을 먹었다.
“크음. 그럼 다녀오리다.”
구진모는 잽싸게 아침 식사를 하고 휑하니 집을 나섰다. 그리고 비난의 화살은 어제 치맥을 부르짖었던 현수에게로 쏠렸다.
“이게 다 자기 전에 치킨을 먹어서 그렇잖아.”
“맞아. 두 마리도 충분한데 사람 수대로 시켜야 한다고 누가 그랬지?”
얼굴이 퉁퉁 부은 두 자매의 매서운 눈빛이 현수에게 날아가 푹 꽂혔다. 현수는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후다닥 밥그릇을 비운 뒤 안영미를 보고 말했다.
“어, 어머니. 저도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래. 집에 자주 오고.”
“네. 어머니.”
어제 대부업체의 빚을 갚으면서 이 집에 드리웠던 위험도 걷혔다. 그래서 현수가 이 집에 같이 사는 건 취소 된 상태였다.
구진모와 그 가족들은 현수에게 같이 살자고 했지만 현수가 거절했다. 앞으로 FA컵을 비롯해서 U리그, 가을엔 추계 대학축구 연맹전 등등 대회가 많이 있었고 겨울엔 프로 리그 진출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집에 있는 시간보다 밖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을 거 같고 또 프로 진출을 두고 혼자 고민도 해야 했기에 프로 팀에 들어가기 전까지 그냥 지금 지내는 자취방을 계속 쓰기로 한 것이다.
“오빠. 훈련 열심히 해.”
“다치지 말고.”
“어제 보니까 축구 그거 꽤 거친 운동이던데.”
그래도 가족이라고 현수가 나갈 때 현관 앞에서 구은하와 구하나가 배웅을 하며 한 소리 씩 했다.
“어제? 언니 혹시 어제 학교 갔을 때 오빠 훈련하는 거 봤어?”
“아, 아니. 그 지나가다가 우연히 뭐..... 야! 너 어제 수학 문제 풀라고 한 거 다 풀었어?”
“에이 씨. 그 얘기가 왜 여기서 나와?”
“뭐 씨? 너 지금...........”
그리고 또 둘이 티격태격 거렸지만.
“주말엔 훈련과 시합 때문에 못 오겠고. 화요일 쯤 올게. 그때 봐. 안녕! 어머니 저 가요.”
“그래. 현수야. 차 조심하고.”
“네.”
현수는 새로 생긴 가족들과 작별을 하고 집을 나섰다. 그리곤 즐거운 마음으로 축구하러 룰루랄라 연신대로 향했다. 그런데 연신대 입구에서 그다지 반갑지 않은 인물을 만났다.
“현수야!”
어제 봤던 축구부 선배 김창수였다. 그에게 다가오는 김창수에게서 훅하니 술 냄새가 풍겨왔다.
‘뭐야? 이 미친 새끼가....’
김창수는 엄연히 포항 스틸스라는 프로 축구단에 소속 된 선수였다. 그런 선수가 요즘 리그와 FA컵 예선전을 치르는 중인 상황에서 술을 마시다니?
“어제는 내가 갑자기 찾아와서 놀랐지?”
김창수가 억지웃음을 지으며 최대한 친한 척 현수에게 말했다. 그러자 현수가 기가 차서 툭하니 말을 뱉었다.
“너 술 처먹고 이러고 다니는 거 구단에서도 아냐?”
“뭐, 뭐라고? 너? 처먹어? 근데 이 새끼가 까마귀 고기라도 처먹었나 어디서 선배한테....”
좀 전까지 웃고 있던 김창수의 얼굴이 살벌하게 일그러졌다. 예전에 현수는 김창수가 저런 얼굴 표정을 지으면 덜컥 겁을 집어 먹고 그가 시키는 건 뭐든 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현수에게 저런 얼굴은 오히려 웃기고 가소롭기까지 했다.
“아아! 구단에 얘기도 않고 그냥 무단으로 나온 모양이네. 구단에서 알면 좋아하겠네.”
현수가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자 김창수의 살벌한 얼굴이 갑자기 뭐 마려운 얼굴로 변했다.
“현, 현수야. 너 지금 뭐 하려는 거냐?”
현수는 02에 114, 콜 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포항 스틸스 구단 사무실요.”
“야!”
김창수가 현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어떡하든 현수가 구단 사무실에 통화하는 것만큼은 막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어제처럼 정상일 때도 김창수는 현수에게 메다 꽂혔다. 그런데 술이 아직 덜 깬 김창수가 현수를 잡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스윽!
현수는 달려드는 김창수를 비켜 피하며 옆으로 다리를 내밀었다.
턱!
“으아아악!”
그 다리에 걸린 김창수가 괴성과 함께 앞으로 꼬꾸라졌다. 평소의 그라면 어떡하든 넘어지지 않게 균형을 잡았을 테지만 술이 덜 깬 상태다 보니 몸이 그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쿵!
김창수가 제대로 이마를 땅바닥에 찧으며 제법 큰 소리가 났다.
“으으윽!”
김창수는 신음소리와 함께 일단 몸을 일으켰다. 아프기도 하고 쪽팔리기도 해서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는 김창수의 귀에 현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연신대 앞인데 거기 소속 선수가 지금 술 마시고 난동을 부리고 있습니다.”
“아, 안 돼!”
“그게 누구냐고요? 김창수요. 네. 네. 뭐 사실인지는 구단에서 직접 알아보실 수 있지 않나요?”
무단 외출에 술까지 마신 걸 구단에서 알면 벌금으로 끝날 징계가 아니었다. 현수가 통화를 끝내자 김창수가 씩씩 거리며 그에게 다가왔다.
“너, 너 이 새끼.....”
그리고 현수의 멱살을 잡을 때였다. 현수가 그의 얼굴 쪽으로 턱짓을 하며 말했다.
“코피 나는 데?”
“뭐, 뭐?”
김창수가 잡고 있던 현수의 멱살에서 한 손을 풀고 그 손을 코로 가져갔다. 그러자 진짜 그의 코에서 코피가 나고 있었다.
좀 전 앞으로 엎어졌을 때 이마와 함께 코까지 땅바닥에 부딪쳤는데 그 때문에 코피가 나는 모양이었다.
“이 씨팔....”
자신의 피를 보고 김창수가 나름 분노 게이지를 끌어 올리고 있을 때였다. 현수의 나직한 음성이 그의 귀를 파고들었다.
“내가 어제도 말했지. 내 몸에 손대지 말라고.”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현수의 몸이 뒤로 빠지고 풀 스윙으로 휘두른 그의 주먹이 김창수의 배에 틀어 박혔다.
퍽!“케엑!”
시도배 챔피언의 돌주먹을 맞은 김창수의 두 눈을 시뻘겋게 충혈 되었고 그의 허리는 직각에 가깝게 접혔다. 그리고 두 다리가 후들거리더니 이내 땅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우에에엑!”
그리고 어제 먹었던 걸 길바닥에 죄다 토해대기 시작했다. 그런 김창수를 두고 현수는 휑하니 학교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어이. 더러워.”
“학교 앞에서 이게 뭐하는 짓이람.”
그걸 누가 얘기 했는지 연신대 정문 경비까지 나왔다.
“이봐요. 여기에다 토하면 어떻게 합니까?”
“경찰 불러. 안 되겠어.”
그때 겨우 정신을 차린 김창수가 경찰이란 말에 허겁지겁 일어나서 거길 빠져 나가려 했는데 경비에게 뒷덜미를 잡혔다.
“근데 이 사람 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어?”
“그러게. 혹시 우리 학교 학생이나 교직원이요?”
“........”
김창수는 대답을 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었다.
「연신대 출신 프로축구 선수 K군. 모교 정문 앞에서 술 먹고 토해.......꼴불견 아닐 수 없어.」
여기서 자신이 누군지 밝혀진다면 두고두고 학교 내 회자 될 쪽팔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그런 김창수를 순찰차가 와서 데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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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어제처럼 늦지 않게 라커룸에서 환복하고 오늘은 특별히 인벤토리에서 날쌘 돌이 축구화를 꺼내 신었다.
“우와! 못 보던 축구화네. 어디 꺼야?”
현수의 옆 라커를 쓰던 골키퍼 3학년 방주혁이 묻자 현수가 대충 대답했다.
“메이커는 없고 주문 제작한 수제화야.”
“그래? 되게 비싸 보인다.”
“어. 비싸. 아주 끝내 주는 축구화거든.”
이 축구화를 신으면 체력, 유연성, 스피드, 점프력이 자신의 현재 능력에서 1/10 씩 향상이 된다.
이런 축구화가 있단 사실을 알면 세계적인 축구 선수들이 10억? 아니 100억을 주고서도 서로 사려 하지 않을까?
현수가 날쌘 돌이 축구화를 착용하는 걸 방주혁이 옆에서 부러운 눈으로 쳐다 보았다.
“으음.”
날쌘 돌이 축구화를 신자마자 바로 몸이 가뿐해졌다. 효과하나는 확실한 마법 아이템이었다.
“나 먼저 간다.”
“어. 그래.”
현수는 챙길 게 좀 많은 골키퍼 방주혁을 두고 먼저 라커룸을 나섰다. 그가 체육관을 나서서 막 그라운드에 들어섰을 때 그의 뇌리에 어제 꽤나 많은 포인트를 획득한 사실이 떠올랐다.
이게 또 벌면 써 줘야 제 맛 아니겠는가? 현수는 자연스럽게 시스템을 생각했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 바로 홀로그램 창이 떴다.
[스테이터스]
이름: 강현수 (남, 22살)
칭호: 스위트 가이(Sweet guy)→ 호감도: 62/100, 성적 매력: 74/100
체력: 83/100(날쌘 돌이 축구화 착용으로 체력 +10 상승)
내공: 초급
격투기: 도장 챔피언, 시도배 챔피언, 유도 1단
인지능력: 50/100
학습능력: 70/100
행운지수: 30/100
이성과의 친화력: 80/100
마법: 3서클
보유 마법
1서클- 록, 라이트닝 애로우, 다크실드, 네크로 그리스
2서클- 라이트닝 쇼크, 포커스 퓨플
3서클- 아이스 포그, 에어로 봄, 라이트닝 웨이브, 체인 라이트닝, 블러드 스웰, 무스트, 홀리큐어, 리커버리
인벤토리: 불끈 반지
보유 쿠폰: 아이템 20% 할인쿠폰, 게임 단기 무료이용 쿠폰
상태 창에서 현수의 눈에 제일 먼저 띤 건 역시 체력이었다. 원래 73인데 마법 아이템인 날쌘 돌이 축구화를 착용하면서 체력이 83까지 올라 있었다.
“역시 선수의 생명은 체력 아니겠어?”
현수는 상태 창을 지우고 포인트 사용처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러자 그 창이 떴다.
[포인트 사용처]
1. 체력(體力)
2. 지력(智力)
3. 행운(幸運)
4. 친화력(親和力)
5. 도구(道具, item)
현수는 바로 1번 체력을 클릭했다.
[체력]
1. 기본 체력
2. 초능력
또 1번!
[기본 체력]
이름: 강현수
체력 수치: 83/100 (날쌘 돌이 축구화로 인해 +10 향상 중. 현재 73/100, +1 향상 시 5,000포인트. 단 75/100까지)
유연성: 55/100 (날쌘 돌이 축구화로 인해 +10 향상 중. 현재 45/100, +1 향상 시 1,000포인트. 단 60/100까지)
스피드: 65/100 (날쌘 돌이 축구화로 인해 +10 향상 중. 현재 55/100, +1 향상 시 5,000포인트. 단 70/100까지))
점프력: 45/100 (날쌘 돌이 축구화로 인해 +10 향상 중. 현재 35/100, +1 향상 시 800포인트. 단 50/100까지)
밸런스 비율: 0.80 (전체적으로 +0.01 향상 시 2,400포인트. 단 0.90까지)
현수는 체력 수치부터 75로 끌어 올렸다.
[띠링! 10,000 포인트 결제. 남은 포인트 526,190]
그 다음 유연성도 당장 올릴 수 있는 60까지 올렸다.
[띠링! 15,000 포인트 결제. 남은 포인트 511,190]
이어 스피드도 70까지, 점프력도 50까지 올렸다.
[띠링! 25,000 포인트 결제. 남은 포인트 486,190]
[띠링! 12,000 포인트 결제. 남은 포인트 474,190]
그 다음 현수는 바뀐 기본 체력 창을 살폈다.
[기본 체력]
이름: 강현수
체력 수치: 85/100 (날쌘 돌이 축구화로 인해 +10 향상 중. 현재 75/100, +1 향상 시 8,000포인트. 단 80/100까지)
유연성: 70/100 (날쌘 돌이 축구화로 인해 +10 향상 중. 현재 60/100, +1 향상 시 5,000포인트. 단 70/100까지)
스피드: 80/100 (날쌘 돌이 축구화로 인해 +10 향상 중. 현재 70/100, +1 향상 시 8,000포인트. 단 80/100까지))
점프력: 60/100 (날쌘 돌이 축구화로 인해 +10 향상 중. 현재 50/100, +1 향상 시 2,000포인트. 단 60/100까지)
밸런스 비율: 0.80 (전체적으로 +0.01 향상 시 2,400포인트. 단 0.90까지)
모든 수치가 평균 이상 오른 가운데 현수는 체력을 다시 80까지 끌어 올렸다.
[띠링! 40,000 포인트 결제. 남은 포인트 434,190]
그리고 이어 시스템에서 반응을 했다.
[체력이 80/100을 달성한 당신에게 시스템에서 서비스로 신비의 물약을 선물합니다.]
“서비스? 신비의 물약?”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눈앞에 창이 바뀌었다.
[마법 아이템- 신비의 물약(1회용)]
음용 시 체력 +5 향상, 유연성 +5, 스피드 +5 향상, 점프력 +5 향상 (단, 효과는 마신 직후부터 딱 하루에 한함)
“오오!”
착용할 때마다 체력과 유연성, 스피드, 점프력을 향상 시켜 주는 날쌘 돌이 축구화에 미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충분히 쓸모 있는 마법 아이템이었다.
“강현수씨!”
그때 그라운드 밖에서 누가 현수의 이름을 불렀다. 현수가 그쪽을 쳐다보자 택배 아저씨가 현수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현수가 그쪽으로 뛰어가자 택배 아저씨가 현수에게 작은 포장 된 상자를 건넸다.
현수가 그 상자를 받자 택배 아저씨는 휑하니 사라졌다. 현수는 바로 포장을 뜯고 작은 상자 속에 있는 걸 확인했다.
상자 안에는 안과에서 흔히 처방하는 안약 사이즈의 작은 병이 있었고 그 안에 초록빛이 감도는 물이 들어 있었다. 현수가 확인을 하고 나자 신비의 물약은 알아서 현수의 인벤토리 속으로 들어갔다.
“이만하면 체력적으로는 충분한 거 같고 그 다음은.......”
현수는 체력 다음으로 시스템에 무슨 능력을 끌어 올릴지 이미 생각해 둔 바가 있었다. 그래서 그 능력을 올리기 위해서 처음 포인트 사용처로 돌아갔다.
[포인트 사용처]
1. 체력(體力)
2. 지력(智力)
3. 행운(幸運)
4. 친화력(親和力)
5. 도구(道具, item)
그리고 5번 행운을 클릭했다.
이름: 강현수 (남, 22세)
행운지수: 30/100 (행운 지수 상승 +1 당 10,000포인트. 단, 40/100까지)
현수는 일고의 망설임 없이 행운지수를 40까지 끌어 올렸다.
[띠링! 100,000 포인트 결제. 남은 포인트 334,190]
그때 시스템에서 현수가 충분히 예상하고 있던 행운을 선사했다.
[띠링! 축하드립니다. 행운 지수를 40까지 획득한 당신에게 꼭 필요한 물건 하나를 시스템에서 선물합니다.]
“강현수씨!”
또 그라운드 밖에서 택배 아저씨가 현수를 불렀다.